옆동네 미친놈 (3)
북한에 대한 응징.
나는 북한을 공격하기 위해서 발렌베리 가문과 합작해서 진행하고 있는 ‘스페이스 온’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다.
스페이스온 프로젝트는 내가 오래전부터 준비하던 우주 사업으로, 윌리엄이 위성을 이용한 통신망을 구축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특별히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일단 위성을 공중으로 쏘아 올린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우주 사업이랑 비슷하지만, 스페이스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주에 올라간 위성을 원격으로 조종하여 다른 위성에 도킹한 후 해킹을 해 장악하는 것. 그래서 온 우주에 있는 위성을 나와 캐리온의 발밑에 두는 것.
그것이 바로 스페이스온 프로젝트이다.
마침 스페이스온 프로젝트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고, 이제 북한을 상대로 실증 데이터를 얻어보려 한다.
내가 인공위성을 쏴서 북한의 인공위성을 도킹하겠다고 하자 라울은 기겁했다.
“이제 막 인공위성을 쏘기 시작했는데 도킹을 하겠다고요? 아니지, 북한 위성이 도킹하는 걸 허락이나 해준답니까?”
당연히 아니다.
도킹은 두 우주선의 속도를 조절해서 연결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말이야 간단하지만 쉽지 않다. 초당 수천 미터로 날아다니는 두 우주선을 부딪치지 않게 방향과 위치를 절묘하게 조절해야 하니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양측이 합의해야지만 가능하다. 각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조율과 계산을 해야지만 겨우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 위성의 도킹이다.
하지만 스페이스온의 도킹은 그 개념이 조금 다르다.
상대는 쌩쌩 돌아다니는데, 그냥 내가 거기에 맞춰서 속도를 조절한 다음 알아서 도킹해버리는 것이다.
오히려 도킹보다는 일방적인 사냥이나 침략 정도가 맞는 표현이려나?
내 설명을 들은 라울은 말도 안 되는 기술이라면서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런 반응은 이제 내게 익숙한지라 그냥 이렇게만 말해뒀다.
“캐ㄹ···아니, 올로프가 구체적인 방법은 설명해줄 거예요.”
“그 로봇이 말입니까?”
라울은 감도 못 잡겠다는 듯 고개를 기우뚱했지만 어쩌겠는가. 또 이 천재가 무언가 해낼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
캐리온은 올로프 행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듬성듬성한 머리에 짧고 굵은 팔다리, 그리고 툭 튀어나온 뱃살까지.
당최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다.
빨리 이건우가 명령한 일을 끝내고 이 못생긴 얼굴과 축 늘어진 신체는 폐기해버린 후, 원래의 아름다운 캐리 교수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캐리온의 그 열망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캐리온은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발렌베리와 합작해서 진행하는 두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먼저 강제 도킹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스페이스온 프로젝트.
발렌베리 가문은 기존에 인공위성을 수십 대 쏘아 올린 전적이 있는 곳이었고, 스페이스온 프로젝트는 이건우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작업이다. 발렌베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 캐리온이 기술력이 더해지며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가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 캐리온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정밀 공학에 대한 이해도가 확 높아진 캐리온은 우주에서도 자유자재로 가동 및 변형을 할 수 있는 장치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이제는 발사만 하면 되는 상황.
그래서 캐리온은 다음 프로젝트에 좀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미니온 군단 프로젝트’.
미니온은 일 년 전 포비드에 대응하기 위해서 캐리온의 하위 버전으로 만들어진 녀석들이다.
지금도 활약하고 있는 방역시스템인 미니온 트래킹과, 포비드 치료제 개발을 위한 미니온 메딕이 바로 그것이다.
미니온 군단 프로젝트는 거기에서 착안했다. 캐리온의 분신들이 많아지면 어떨까? 캐리온과 비슷한 형태의 휴머노이드를 양산하는 것이다.
물론 각종 기술적인 문제로 캐리온과 똑같은 성능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캐리온은 이미 자신의 본체를 만들어 봤기 때문에, 하위호환인 미니온을 만드는 과정은 캐리온 프로젝트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벌써 몇 기의 미니온들이 탄생해서 캐리온을 돕고 있었다. 캐리온 프로젝트의 이론을 공유하고 있는 미니온들은 캐리온의 지시 없이도 알아서 새로운 미니온들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미니온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그들이 사람처럼 공장에 투입되어 장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단순히 사람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만약 공장에 설비가 부족하다면 자신의 신체를 변형시켜 부족한 설비를 대체하기도 하고 사람이 할 수 없는 초정밀작업도 미니온에게는 문제없다.
이 말인즉슨, 전문인력이 부족한 아프리카 공장에서 일하기에 최적화되었다는 뜻이다.
벌써 몇 기 정도는 시험 생산해서 아프리카 공장으로 보낸 다음, 각종 드론과 신무기를 개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미니온들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미니온들이 빠르게 생성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다.
어느 정도 프로세스가 자리잡히고, 캐리온이 한가로이 캐리 박사의 외형 업데이트를 구상하고 있을 때였다.
“캐리온. 북한 인공위성을 도킹할 거야. 라울이 연구진을 보낼 테니까 같이 일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봐.”
[이놈의 회사는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군요.]
주인 놈이 또 일거리를 던져줬다.
*
발렌베리 그룹 아래에 있는 우주비행연구소 연구진은 당황했다. 라울이 밑도 끝도 없이 던져준 난제 때문이다.
“북한의 인공위성을 도킹하라니요!”
서로 다른 궤도에서 총알의 열 배가 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비행하던 우주선들의 궤도를 일치시킨 다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하나로 합쳐야 한다.
보통 우주 공간에서 물체에 수 km 정도 가까이 접근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다. 지상관제소의 도움을 받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킹을 위해 더 가까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인 탐사선이 스스로 계산을 해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 여기까지는 어찌어찌한다고 치자.
“양쪽에서 치밀한 계산을 해서 조율을 해도 모자랄 판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접근해서 도킹한다고요?”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결국 연구진은 불가능하다며 배 째라고 드러누워 버렸다.
하지만 라울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일방적으로 이건우에게 지시를 받았을 뿐이다.
“난 모르겠고 올로프에게 가서 따지세요.”
연구진들은 한숨을 쉬었다.
물론 올로프가 오랫동안 우주항공산업을 담당하고 있기는 했다. 나름대로 이쪽 분야에 대해서 공부도 해왔고, 전반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로프는 그저 경영인일 뿐, 연구원만큼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수십 년간 우주 항공 분야만 연구한 사람들도 해결 못 한 난제를 경영인인 올로프에게 무슨 방법이 있겠냐 싶었지만, 그래도 하소연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올로프는 자신이 무슨 지시를 내렸는지도 모르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우르르 몰려온 연구진들을 보며 왜 여기까지 왔냐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임 연구원은 그런 올로프에게 따졌다. 일방적인 도킹을 한다는 게 말이냐 되냐고.
그런데 올로프가 대답했다.
[그게 왜 어렵다는 겁니까?]
“···네?”
당황한 연구진은 올로프가 경영인이라 그저 기술 개발에 대해 쉽게만 생각한다고 여겼다. 그들을 최선을 다해 기술 개발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우주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물체에 미치는 중력조차 미세하게 다르고, 대기 저항력도 다릅니다. 도킹 포트가 맞지 않거나 예상보다 힘이 다르게 작용하는 순간 충돌해서 폭발하게 되지요.”
[그러니까요. 그거 그냥 계산하면 되지 않습니까?]
“···네?”
올로프는 답답하다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6U 급 초소형위성의 관성모멘트가 약 0.1kgm2 수준이지만, 현재 설계된 상부 회전부의 관성모멘트는 1kgm2 정도입니다. 따라서 반작용 휠에 비해 9배 이상의 토크
를 제공해주어야 관성모멘트 변화에 대한 영향을 보완해줄 수 있지요.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여기에 궤도에 따른 중력 변화와 마찰력을 변수로 넣으면···.]
연구진은 입을 떡 벌렸다.
올로프는 지금 머릿속으로 암산을 하면서 시뮬레이션까지 동시에 조작하며 그들에게 친절히 설명까지 하고 있었다.
연구진들의 빠져버린 턱관절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한 올로프는 몇 가지 변수를 더 입력한 뒤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하면 되는군요.]
시뮬레이션에는 천천히 북한 인공위성의 뒤로 다가가 합체하는 인공위성이 나왔다.
시뮬레이션이라고는 하지만 늘 그렇듯 캐리온의 시뮬레이션은 100%의 현실구현도를 자랑한다.
연구원들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아, 아니···. 이게 되네?”
올로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참 쉽죠?]
*
그렇게 스페이스온 프로젝트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
물론 캐리온의 코칭을 받은 연구자들이 단번에 모든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김상현 교수를 데리고 일해본 경험이 있는 캐리온은 능숙하게 연구자에게 이론을 주입했다.
마침내 캐리 호는 성공적으로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발사되었다. 캐리온이 직접 조종하는 ‘캐리 호’는 북한이 운용하는 인공위성과 정확히 같은 궤도에 진입했다.
캐리 호는 상대속도가 0이 될 때까지 소형 핵융합로를 이용한 분사 장치를 이용해 서서히 거리와 속도를 좁혀나갔다.
그렇게 마침내 상대가 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
위이잉 철컥
캐리 호의 몸체에서 다리가 촉수처럼 뻗어나와 북한 인공위성을 덮쳤다.
[항재밍 시스템을 무력화합니다. 네트워크를 스캐닝합니다.]
보통 인공위성은 관측정보를 보낼 때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기는 하지만, 네트워크 자체는 일반 통신망과 주파수만 다를 뿐 크게 차이는 없다.
인공위성에 성공적으로 도킹한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그 누가 인공위성에 직접적으로 해킹을 한다고 상상이라도 했을까. 방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캐리 호는 북한의 인공위성을 해킹한 다음 역으로 접속해서 네트워크를 장악했다.
[관리자 권한 박탈, 통제권 확보했습니다.]
[제어를 시작합니다.]
캐리온이 성공적으로 북한 인공위성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동안, 나는 한서진과 함께 KW 미디어의 스튜디오로 갔다.
갑작스러운 행보에 한서진이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오신 거예요?”
“아, 방송 하나 할까 하고요.”
“갑자기 방송이요?”
한서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통 뭔가를 알리고 싶으면 기자회견을 하면 된다.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잘만 해왔는데. 이제와서 방송이라니?
“무슨 내용인데요?”
나는 고민했다. 이걸 무슨 방송이라고 해야할까.
“음. 악당한테 공개적으로 사과를 받는 내용?”
한서진은 더더욱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 방송에는 아주 특별한 게스트가 나올 겁니다.”
“특별한 게스트라니요?”
“김정안이요.”
“김정안?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이름을 말해줬는데도 한서진은 곧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풀네임으로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안 동지’입니다.”
“설마 북한?”
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상황을 파악한 한서진은 입을 살짝 벌리며 생각했다.
‘이 미친 새끼가 또?’
여전히 이건우는 한서진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