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61화 (161/183)

옆동네 미친놈 (2)

KW 사옥의 최상층.

요즘 나는 윌리엄과의 트러블때문에 매일같이 KW 사옥에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신없이 일하던 와중, 갑작스럽게 캐리온에게 알람이 왔다.

[홍천의 공장이 공격받았습니다.]

응? 갑자기?

[북한에서 홍천의 공장을 향해 포격 도발을 했습니다.]

[물론 피해는 전무합니다.]

다행히 미리 대비해놓은 덕분에 피해는 없었지만, 영문도 모르고 공격을 당하니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차민태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랜만에 청와대에 들어간 나는 차민태에게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첫 감상은 이랬다.

“어이가 없네요.”

화도 급이 맞아야 난다. 지금까지 계속 중국, 로스차일드, 미네르바 같은 놈들을 상대하다가 북한을 보니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솔직히 북한이라는 놈들에 대해서 그냥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윌리엄이 리 가문을 만났다더니, 북한을 움직이려고 하는 거였구나.

그리고 먼저 공격을 해놓고 뻔뻔하게 요구를 하는 것도 웃겼다.

“그래서, 저한테 포비드 치료제를 달라고 했다고요?”

“안 그러면 강원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더군.”

얼씨구. 서울 불바다 드립에 이어서 강원도 불바다까지 나왔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확실히 강원도 하늘은 화려하게 불꽃놀이가 펼쳐지긴 했더군요.”

옆에 중국이 처맞는 걸 봤는데도 나한테 도발을 하다니. 이정도로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면 학습능력이 아예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리 가문에서 시켰다고 해도 그걸 다 해? 바보야?

천지분간도 못하고 날뛰는 저 멍청한 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차민태가 옆에서 말했다.

“임기도 끝나가고 있으니 적당히 반격하는 선에서 끝내려고 한다만···.”

“어림도 없습니다. 버르장머리는 고쳐놔야죠.”

받았으면 당연히 몇 배로 돌려줘야지.

나는 딱 잘라서 말했다.

차민태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한숨에서 이번에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

북한이 한국에 무력도발을 하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다. 당연히 국제사회도 항상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이번 포격은 달랐다.

먼저, 다른 때와 달리 민간지역이 타격 목표였다.

민간지역을 타격한다는 것은 언제든 다른 지역의 산업들도 북한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북한이 민간 포격을 했을 때,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당시 북한의 도발은 한국 내의 증시에만 영향을 미쳤고, 세계 시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 잘만 돌아갔다.

그런데 이번에 공격한 ‘민간지역’이 다름 아닌 KW 공장이네?

그때부터 시장의 흐름은 예전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장 이건우의 배터리와 반도체를 쓰지 않는 곳이 없다.

각종 스마트폰, 티비 등 전자제품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산업 및 전력 시스템까지.

이 모든 배터리와 반도체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곳이 바로 홍천의 KW 공장이다. 세계 산업의 요충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무려 그 공장이 포격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이건우 공장 북한에게 포격을 당해!>

<배터리와 반도체 수급문제 불거져···생산 차질 빚나>

그 포격이 모두 공중에서 화려한 불꽃으로 산화했다는 사실은 강조되지 않았다.

몇몇 기사가 보도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하고 넘어갔다.

- ㅋㅋㅋㅋㅋ소설 쓰냐

- 아무리 이건우라도 그렇지. 어떻게 날아오는 포탄을 전부 공중에서 요격함?

- 기자가 이건우빠인듯

그런고로 해외에는 지금 ‘이건우의 공장이 공격당했다’라는 사실만 전해진 상태였다.

당연히 이건우에게 자재를 수급받고 있던 수백 개의 기업은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언제든 자재 공급이 끊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KW 반도체와 배터리를 쓰는 모든 기업의 주가가 자살하는 것과 동시에, 심지어 핵융합 발전에도 차질이 있을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면서 건설업계도 휘청거렸다.

게다가 핵융합 발전에는 산유국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산유국도 같이 휘청거리면서 원유값에도 큰 변동이 생겼다.

평소라면 한국의 문제로 끝나야 하는 일이 세계 전체의 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 덕분에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고통받게 된 상황.

당연히 북한을 향해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 북한 저 미친 새끼를 조져버려라

- 유엔은 뭐함?

ㄴ 중국이 열심히 쉴드쳐주고 있을걸

- 미국 뭐하냐. 얼른 북한 제재해라. 이러다 경제 망하겠다

- 한국은 저런 미친놈을 옆에 두고 어떻게 지냈대?

특히 이건우와 관계가 깊은 미국에서는 그 아우성이 거셌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그중에는 국무차관보인 로버트 케네디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바로 케네디 가문의 가주였다.

“다행히 이건우의 공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답니다.”

케네디 가문의 사람답게 그는 사건의 자세한 전말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의 발표에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아니, 그럼 공중에서 포탄을 전부 유격했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일개 기업이 그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공장이 무사하다니 증시는 곧 회복되겠군요.”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글렀다. 북한의 포격 도발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도 모르고, 이런 도발은 분명 북한의 땡깡 외교로 이어져왔다.

북한의 땡깡 외교는 꽤 유서 깊은 외교 방식이다.

북한 입장에서 지금까지는 잘 통했고 사람들도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아무렇지 않게 땡깡을 피워왔다. 세계에서도 북한이 무력시위를 할 때마다 ‘저 새끼는 또 지랄이구나’하고 넘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은 선을 넘었다.

“북한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습니다.”

“맞아요. 오늘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경제에 큰 위협이 됩니다.”

이건우의 배터리와 반도체에 의지하는 기업이 미국에만 수십 곳이 넘는다. 핵융합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기업까지 센다면, 그 숫자가 백은 훌쩍 뛰어넘는다.

북한이 또 망둥이처럼 날뛰면 미국의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은 경제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느꼈고, 한번 제대로 단도리를 칠 필요성을 느꼈다. 즉석에서 여러가지 대북 제재 방안이 나왔고, 케네디 국무차관보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께 여러분의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이건우와 안면이 있으니, 그와 논의하면 적절한 해결책이 나올 겁니다.”

북한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미래가 결정되고 있었다.

*

나는 북한을 조지기로 결심했다.

한 번쯤 북한을 손봐줄 필요는 있었다. 미치광이 이웃을 옆에 두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놈들이 포격 도발을 할 때마다 대한민국 경제가 요동치는 걸 보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즉흥적으로 내린 결론은 아니었다. 먼저 북한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는 기술적인 측면이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북한을 징치해야한다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필요했다.

그리고 차민태 대통령을 만나기 전,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부터, 로날드 대통령과 라울 발렌베리까지.

심지어 에드먼드도 나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라. 그래도 내가 당신보다는 군수업체 쪽으로는 연이 있지 않겠나.”

싸가지 없기는 여전했지만.

어쨌든. 그중에는 굉장히 의외의 인물도 섞여 있었다.

“대럴 케네디요.”

대럴 케네디. 현 케네디 가문의 가주.

그 이름은 북한 때문에 빡친 것도 잊게 만들었다.

“아니, 케네디 가문이 어쩐 일로?”

“당신이 건네준 자료 덕분에 가문에 침투해있던 스파이를 모두 색출해낼 수 있었소.”

“별말씀을. 저도 가주께서 주신 돈으로 보람찬 일을 하고 있었어요.”

케네디 가문은 윌리엄의 수작질을 캐내기 위해서 수천억을 투자했다. 그 돈은 지금 캐리온이 우주개발사업을 위해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크흠.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만. 그런데 이건우 사장이 미국에서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이번 포격 사건이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지금 나한테 미국의 4개 주가 의존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 다들 한 가락 하는 동네라서 내가 한번 휘청일 때마다 그들도 같이 휘청거리고, 그러면 미국 증시도 다 함께 출렁거렸다.

지금까지 북한 리스크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 나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전화를 날린 것이다.

“이해합니다. 하여간 좆도 아닌 새끼가 건드려서 엄한 사람이 피해를 보네요. 제가 적당히 타이르려고 하는데 호응 좀 잘 해줄 수 있죠?”

대럴 케네디는 지금까지 이건우가 저지른 일을 돌이켜봤다. 이건우는 짓밟을 때는 확실하게 짓밟았다.

설마 북한을 초토화하겠느냐마는, 그래도 보통 일을 저지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설마 케네디 가문이 감당하지 못하려고.’

조금 불안해지기는 했지만 북한을 단속할 필요성은 있었다. 가주는 약한 한숨과 함께 말했다.

“웬만한 일은 수습할 수 있지만, 그래도 너무 크게 일을 벌이지는 마시오.”

“생각해볼게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

그리하여 KW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건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기자회견 중에서 대박을 터뜨리지 않은 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의 시간이 되기도 전에 기자들이 하나둘씩 회견장에 들어왔다. 공문을 통해 대강 어떤 내용을 발표하는지는 들었기 때문에 기자들의 눈빛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거기 제가 자리 맡았는데요.”

“네? 여기 비어있던데···.”

“제가 휴대폰 올려놨잖아요.”

사진을 찍기 좋은 자리를 맡으려고 치열한 경쟁도 벌어졌으며,

“이건우가 북한에 어떤 제재를 할까요?”

“글쎄요. 통상적인 대북제재 차원에서 끝내지 않을까요?”

“흠. 이건우가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들이라 통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건우가 어떤 제재를 가할지에 대한 주제로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건우가 가진 산업은 모두 첨단산업이다. 다른 선진국에는 이걸 가지고 협박하는 게 통했지만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북한은 이건우의 산업이 필요 없다.

유일하게 통하는 게 포비드 치료제인데, 이걸 가지고 대놓고 협박했다가는 인도주의에 어긋난다며 욕만 들어먹을 게 분명했다.

갑론을박 속에서 나는 기자회견장에 들어갔다.

만석을 이룬 기자회견장에 먹잇감을 달라고 조르는 아기새 같은 눈동자들이 나 하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실망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북한은 강원도에 있는 제 공장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도발해서 상식이라고는 잊어버린 것 같은데, 이는 테러입니다.”

내 강경한 발언에 기자들은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입을 헤 벌렸다. 한 기자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지금 북한을 테러단체로 규정하는 겁니까?”

“테러단체와 다른 점을 찾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러고도 치료제를 내놓으라는 뻔뻔함은 도가 지나쳤습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의 무력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에 대항하여 모든 제재를 가할 것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그러자 기자들이 손을 들고 물었다.

“제재라니.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는 씩 웃었다.

“그건 보면 압니다.”

*

내가 기자회견을 하자 케네디 가문과 발렌베리 가문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미국의 로버트 케네디 국무차관보가 주도해서 대북 제재방안을 마련했다.

“북한은 불필요한 무력도발을 하면서 세계의 평화를 위협했습니다. 이런 행위를 재고하기 위해서 그들은 충분한 고통을 겪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부기금수조치, 외화송금차단, 기술원조 단절을 비롯한 각종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에서도 비슷한 제재방안을 내놓았다. 원래 유엔 결의안은 딱히 강제력은 없지만, 그래도 미국과 같은 시기에 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경고가 될 수 있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워낙 타이밍이 좋게 지원사격을 날려주었기에, 사람들은 내가 기자회견에서 말한 제재가 이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북한 조선중앙방송에서 분홍저고리를 입은 아나운서가 강력하게 비판했다.

"리건우역도는 강화도포격전 책임을 전가하면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짖어대고 있다."

"사악한 남조선괴뢰는 우리 주변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 우리를 압살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걷어치우지 않고 경거망동한다면 우리는 최후수단도 불사할···."

침투력 좋은 목소리가 한창 이어질 때였다.

지지지직

화면이 흔들리더니 한 남자가 나왔다.

“북한 주민 여러분.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네요.”

젊고 남자다운 굵은 선을 가진 얼굴.

그리고 입가에 달린 장난기어린 미소.

“이건우입니다.”

이건우의 얼굴이, 북한에 침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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