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60화 (160/183)

옆동네 미친놈 (1)

리 가문의 당주.

리더량은 이렇게 말했다.

"윌리엄, 당신이 한 짓을 모두 알고있지만 나는 당신보다 이건우가 더 싫소. 이건우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놈이오."

희토류 전쟁 당시 그들 가문에 미친 경제적 피해를 넘어서, 감히 대국을 고개 숙이게 한 짓거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수모였다.

무엇보다 리 가문에게 윌리엄이 필요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당신이 장웨이 주석을 제거해준다면 나도 이건우를 제거하는 데 힘을 다하지요.”

리 가문은 현재 리펑 총리를 배출했다. 그리고 리펑 총리는 장웨이 주석의 정적이다.

보통 주석과 총리는 같은 계파에서 나온다. 이번에는 리 가문에서 주석과 총리를 모두 배출하는 순서였다.

하지만 이전 주석 체제 아래에서 일이 꼬이며 주석과 총리의 계파가 갈리게 되었다.

장웨이 주석의 계파는 태자당인 반면, 리펑 총리의 가문은 상하이방인 것이다.

리 가문의 명령을 받은 리펑 총리는 장웨이 주석의 체제가 흔들리는 틈을 타서 그를 제거하려고 물밑에서 노력해왔다.

하지만 장웨이 주석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리 가문에서는 결국 윌리엄에게 이 일을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 것이다.

당연히 윌리엄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이건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한 손이라도 아쉬웠다.

대신 공짜로 움직일 수는 없다. 윌리엄은 조건을 말했다.

“북한을 움직여주시오. 그들은 연례행사처럼 한국에 미사일을 쏘지 않소? 이번에는 이건우를 공격해줬으면 좋겠군.”

리 가문의 당주는 윌리엄의 요구를 듣고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북한의 도발이 연례행사 같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무력시위를 하는 것과 진짜 무력행사를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말이다.

북한이 뭘 믿고 그런 일을 해주겠는가?

하지만 윌리엄도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요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북한의 상황은 최악이지요. 수출은 막혀서 발전소를 돌릴 자원도 없고, 포비드로 인해 농사도 제대로 못 짓고 있다고 하더군요. 포비드 치료제가 없는 것은 당연하고요. 중국에게서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포비드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이마저도 사라졌지요.”

맞는 말이었다. 지금 북한은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폭탄과도 같았다.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게 지금의 북한이다.

“어차피 북한의 위원장이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 밥 먹듯이 하는 게 한국에게 미사일을 쏘는 거 아니였나요? 그냥 평소에 하는걸 하는 겁니다. 단지 목표만 조금 바꿔서 강원도에 있는 이건우의 공장이면 좋겠군요. 이렇게 해준다면 제가 자금과 포비드 치료제, 그리고 식량을 지원해줄 수 있습니다.”

윌리엄의 지원이라면 당장의 위기 정도는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북한도 매력을 느낄 것이다.

어차피 남한을 향해 도발을 하는 것은 항상 있던 일이었고, 심지어 민간지역에 포격한 것도 없는 일이 아니었다.

인제 와서 포를 몇 발 쏜다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럼 의사를 전달해보겠소.”

*

북한은 지금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제일 큰 이유는 포비드 사태 때문이다.

북한의 의료체제는 원래부터 붕괴되어 있었다. 시골에서는 환자에게 줄 의약품이 없어서 그저 차 한 잔 내오면서 위로할 뿐이었으며, 어떤 곳에서는 빈 맥주병을 재활용해서 살균 용기로 쓰기도 했다.

가뜩이나 주민들은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약한데, 의료품도 부족하고 격리시설도 낙후되어있다.

포비드 바이러스가 퍼지기 딱 좋은 구조이다.

포비드가 퍼지기 시작하고 북한의 거리에서는 사람 한 명 볼 수 없었다. 혹여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안색도 벌겋게 올라온 것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최악인 것은, 군대에도 포비드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군대 특성상 다수가 함께 생활하고, 일반 주민보다 생활 환경이 안 좋다.

또한 북한의 군인은 단순히 국방에만 힘쓸 수 없는 상황이다. 밭을 갈고 작업을 하면서 주민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었고, 바이러스는 군대 내부에 침투했다.

군인들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군사력이 약화되는 건 둘째치고, 김 위원장의 정권 유지에 큰 위협이 된다.

더군다나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북한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포비드의 발원지는 중국이다. 북한이 중국 국경을 폐쇄하면서 수입해오던 물건의 가격이 상승했고, 국경 무역을 하던 주민들도 수입을 잃었다.

게다가 열병식이나 대회 등 정치 활동을 취소하면서, 정권 유지를 위한 각종 행사도 사라졌다.

전염병의 확산은, 정권을 확실하게 위협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중진을 소집했다.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없나?”

김 위원장의 말에 장성들이 앞다투어 의견을 제시했다.

“남조선에는 지금 치료제가 들어오고 있답니다.”

“이번에 로동 7호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그걸 남조선에 테스트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대통령의 임기 말이라서 그냥 넘어갈 겁니다.”

“맞습니다. 이걸 빌미로 치료제도 좀 요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성들의 의견을 듣다보니 꽤나 그럴듯해 보였다.

마침 남조선의 한 기업가가 포비드 치료제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만약 이번에 남조선을 협박해서 치료제를 받아오면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의 위엄을 다시 한번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도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때였다. 그때 조선로동당 비서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위원장 동지! 귀빈이 오셨습네다. 리 가문의 사람이···.”

리 가문 당주의 밀명을 받고 북한으로 입국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건우의 눈을 피하고자 몰래 들어왔다.

그리고 리 가문이면 김 위원장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다. 당주는 장웨이 주석을 넘어서 전 중국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인데, 그 대리인이라면 김 위원장은 알아서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김 위원장은 얼른 귀빈실로 달려갔다.

귀빈실에 있는 사람은 리아이핑.

리 가문의 방계 혈족이면서도 당주를 최측근에서 보필하는 남자였다. 북한에 몇 번 드나들기도 했던 전적이 있어서 김 위원장과 안면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오랜만이오 리아이핑. 무슨 일로 왔소?”

리아이핑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주께서 당신에게 좋은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하오.”

“좋은 제안이라니?”

“당주께서 북한의 어려움을 듣고 약간의 자금과 더불어 치료제와 식량을 지원해준다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딱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리아이핑이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절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공해주겠다는 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조건이 있는가 보오.”

리아이핑이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별거 아닙니다. 한국을 향한 포격 도발. 이번에도 그걸 한번 하시지요.”

*

강원도 홍천은 몰라보게 발전했다.

KW 자원개발로 광업이 활성화되고 있었고, KW 에너지에서 공장 및 연구 인력을 칠천 명 가까이 뽑으면서 지역사회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고용률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끌었고, 타지역에서 강원도로 인구유입이 되면서 정말 오랜만에 젊어진 강원도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가 강원도지사로 이룬 업적 중 가장 뛰어난 게, KW를 유치한 거라나 뭐라나.

사람들은, 특히 강원도 주민들은 살아나는 지역경제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강원도 인구수는 150만 명 정도 되는데, 그중 1%나 새로 유입됐으니 실감 못 하는 게 이상하다.

사람들의 유입이 늘면서 최근 포비드로 침체한 숙밥업소나 음식점 등이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런 강원도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후우우웅

무언가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하던 사람 중 몇은 저 높이 하늘을 가르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리고 땅에 닿기 전.

콰앙!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

*

강원도 홍천 포격.

북한의 포격은 늘 그렇듯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번 도발은 전과는 그 규모가 달랐다. 곡사포에서 발사된 수백 발의 폭탄들은 홍천의 KW 공장들을 향하여 맹렬하게 날아갔다.

이대로라면 KW의 배터리와 반도체 공장이 불바다가 될 게 뻔해 보였다.

하지만,

꽈앙 꽈과과광!

포탄이 공장에 떨어지기 전, 무언가에 부딪힌 듯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지상에는 아무런 피해조차 주지 못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은 밥을 먹다가 말고 저 멀리서 일어나는 폭발을 감상했다.

“불꽃놀이도 참 화려하게 하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좀 쎈 거 같은데.”

갑작스레 일어난 폭발. 처음에 사람들은 이게 북한의 포격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폭발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북한에서 포격 도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군부대는 대피 명령을 내렸고, 사람들은 긴장감이 하나도 없이 대피를 시작했다.

“저거는 뭐하는 거여?”

“북한이 도발을 했다는데···.”

“그런데 왜 상공에서 다 터진댜?”

“그러게 말입니다.”

“와따. 불꽃놀이하는 것 같어라.”

북한의 탄약관리와 제대로 된 포탄 생산은 극히 부실했다. 때문에 오차도 굉장히 크고, 떨어진 것중에도 불발탄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다.

무엇보다 유효타를 낼 만한 것들도 전부 상공에서 폭발한 것이 컸다.

왜냐하면 이건우가 사전에 대비했기 때문이다.

지난번 노벨상 강연장에서 보여줬던 캐리온의 탄환 방어 시스템. 그것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이건우는 핵융합 발전에 성공했다. 핵융합 발전 방식에 사용되는 주요 기술 중 하나가 자기장을 이용해서 플라스마를 가두는 것이다.

그때 사용된 자기장을 이용해서 상공에 보이지 않는 미스리늄 입자를 뿌려놓았다.

미스리늄은 특정 조건 하에 민감한 폭발성 물질로 변한다. 이건우는 자기장을 이용해서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상태로 조정해놓았다.

만약 포탄처럼 뜨거운 물체가 미스리늄 장막을 뚫고 지나가려 한다면?

결과는 보는 바와 같았다. 포탄은 미스리늄과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하늘만 뜨겁게 불태웠다. 원래의 목적을 전혀 이루지 못한 채.

한바탕 난리가 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KW 공장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물론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해도, 선제공격을 하려고 했던 북한의 불순한 의도가 지워지는 건 아니다.

심지어 이전과 달리 공격 지점은 해상이나 야산이 아닌 민간인 거주 구역이었으며, 발사 각도를 봤을 때 홍천에 있는 이건우의 공장을 타격하려고 했던 게 분명했다.

홍천은 KW 덕분에 강원도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데 포탄을 때려 박는다?

심지어 이건우의 공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이다. 공장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개인 차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 이건우가 손을 쓰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뿐만이 아니라 국가적 손실이 발생했을 게 분명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언론은 전과는 다른 강경한 어조를 기사를 써서 북한을 비판했다.

<북한이 선제 공격···불바다가 될 뻔한 강원도 홍천>

<무너진 감시체계, 최초대응사격에 17분 걸려>

<이번에도 이건우가 해냈다, 상공에서 포탄을 모두 터뜨려 피해를 막아>

<북한의 포격 도발. 이대로 괜찮은것인가?>

<자칫하면 국가적인 위기로 이어질 뻔한 북한의 도발.>

당연히 한국의 국민들은 난리가 났다.

- ㅅㅂ선넘네

- 근데 이건우 진짜 대단하다ㄷㄷㄷㄷ 어떻게 포탄을 다 터뜨리지?

- 피해자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강원도 주민분들 무서웠을 거 같아ㅠㅠㅠㅠㅠㅠ

- 국군장병들 고생하십니다

- 그럼 북한이 이건우 공격한 거?

- 미친넘들ㅋㅋㅋㅋㅋㅋㅋㅋ

- 중국이 이건우한테 얻어터진 꼴을 보고도 정신을 못차렸누

- 그래도 북한 위험한 거 아닌가? 핵보유국이잖아

ㄴ 우리는 이건우 보유국임

사람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아무리 민간인 피해가 없다고 했지만 이번 도발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행동이었다.

북한의 연례행사 같은 도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지만, 국가의 주요 산업을 노리고 공격한 건 선을 넘었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리고 여론에 민감한 차민태 대통령은 고민에 빠졌다. 이제 진짜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차에 북한이 도발하니 그는 짜증이 났다.

“아니, 저 새끼들은 왜 가만히 있다가 저 지랄이냔 말이야!”

상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차민태의 앞에는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관계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지금 북한 내부에서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포비드 사태에 수출제한조치, 그리고 대중국봉쇄령이 떨어져서 정권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합니다.”

“그럼 이전처럼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도발이란 말이오?”

“아무래도 그런 듯합니다.”

그때 청와대 안보실장이 회의장 문을 열고 빠르게 들어왔다.

“대통령님. 조선로동당 비서가 서한을 보내왔습니다.”

차민태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또 뭘 해달라고 하던가?”

땡깡 외교는 전형적인 북한의 외교 방식이다.

무력 도발을 해서 우리가 강하게 반응하면, 그들은 “한국이 쳐들어온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공격한다!”라고 하면서 내부를 단속한다.

또는 경제원조 등 원하는 게 있다면, 무력 도발을 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땡깡을 쓰기도 한다.

차민태는 이번에도 그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반만 맞았다.

“···포비드 치료제를 주지 않으면 강원도 공장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북한은 역시나 원하는 것이 있었지만, 정확히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이건우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 이번 홍천 공격이 이건우를 노렸다는 점이 더욱 명백해진 것이다.

이제 이건우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한 차민태는 골머리를 싸맸다.

그 더러운 성깔에 절대 북한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조용히 넘어가기는 글렀군.”

차민태의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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