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52화 (152/183)

가문 연합 (1)

캐리온 프로젝트.

캐리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바로 캐리온의 신체였다.

어떻게 하면 영원불멸한 신체를 구성할 수 있을까?

수많은 선택지가 내 머릿속을 지나갔지만, 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소재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미스리늄.

미스리늄은 반금속이다.

배터리 전해질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액체가 되지만, 고체분자구조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강도 또한 일반적인 금속에 비해 월등하다.

캐리온도 내 의견이 마음에 들었는지 결국 미스리늄이 최종 물질로 선정이 되었다.

미스리늄으로 된 세포조직은 평소에는 부드러운 피부와도 같지만, 특정한 조건 하에 금속으로 변한다.

단단해진 신체는 유사시에 캐리온이 직접 전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이번에 페라리를 날려버렸던 것처럼 고체 상태의 미스리늄을 작게 사출하여 폭발시킬 수 있다.

핵융합 발전에 사용되는 연료가 미스리늄인 만큼, 미스리늄의 폭발성은 여러 차례 입증된 바가 있다. 그 폭발력은 핵융합 원리를 따르는 수소 폭탄에 비견할 만하다.

이렇게 물질을 선정했다면, 그다음 과정인 설계로 들어간다.

설계는 유전자를 처음부터 조립하여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내는 합성생물학을 바탕으로 진행했다.

세포조직은 수천 개의 양자 센서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이 양자들은 중첩되고 얽히면서 캐리온의 엄청난 연산처리 과정을 보조해준다.

캐리온의 몸 전체가 하나의 양자 컴퓨터가 된 셈.

또한 세포조직에 있는 센서는 목표물에 맞게 언제든지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캐리온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언제든 군사적 목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 캐리온 프로젝트를 하면서 군수업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은 것이다.

나는 연구소에서 캐리온이 위의 기술들을 활용하여 뚝딱 만든 시제품을 봤다. 솔직히, 내가 봐도 오버테크놀로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한서진이 같이 있었다.

“작네요.”

이번 임무를 위해 캐리온이 만든 작품을 본 그녀의 평가였다.

작다.

손톱만큼 작다.

캐리온은 시제품을 들어 초소형 드론에 올렸다.

무당벌레 모양을 딴 사이버 인섹트였다.

실제 곤충의 크기와 똑같이 만든 데다, 파워온 배터리가 들어가서 주행 시간을 압도적으로 늘려놓았다.

한서진이 궁금한지 물었다.

“이건 뭔가요?”

“글쎄요. 이름을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귀엽게 생겼다.”

무당벌레(ladybug) 위에 올라간 미스리늄 폭탄.

문득 히로시마를 박살 낸 리틀 보이가 떠올랐다.

그럼 이건.

“리틀레이디는 어떨까요?”

그렇게 열 마리의 리틀레이디가 윌리엄에게 배달되었다.

*

콰콰콰쾅!

아닌 밤중에 폭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표는 윌리엄이 가지고 있는 통신 기지국.

저번에 이건우에게 들킨 사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폭탄 테러를 당했다.

기둥이 무너지며 건물이 폭삭 주저앉은 곳도 있고, 작은 서버실 규모만 터뜨린 곳도 있다.

일부러 리틀레이디의 폭발 범위와 위력을 정교하게 조작한 것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섬세한지 민간인 피해가 없이 정확히 원하는 시설만을 박살 낼 수 있었다.

심지어 미스리늄은 폭발과 동시에 완전산화되어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경찰과 군부대가 동원되어 조사에 나섰지만 그들은 원인을 전혀 밝혀낼 수 없었다.

단지 열 군데가 넘는 곳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지만 민간인 피해가 전무하다는 것에 놀랄 뿐이었다.

이 사건은 당장 특종이 되어 유럽 전역을 강타했다.

<루터 통신, 의문의 테러를 당하다>

<경찰당국 조사중···흔적이 없어 수사에 혼선 예상>

<루터 통신, 테러로 인한 사용자 이탈이 우려돼>

가문 연합에 나가려고 했던 윌리엄은 그 소식을 듣고 다시 가문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피해는 끔찍했다.

유럽 전역에 깔린 루터 통신.

그런데 교묘하게 통신사의 거점이 되는 기지국만 폭파시켜서 모든 통신이 마비되었다.

기지국을 다시 세워야 하는 건 물론이고, 데이터를 저장한 서버들이 모두 날아가 버려 복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하는 건 물론이요, 고객들의 상당수가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언론에서는 용의자를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윌리엄은 한눈에 범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건우!”

하필 다른 곳도 아니고 통신시설을 공격하다니.

윌리엄이 막강한 정보력을 쥐고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독자적인 위성망과 광범위한 통신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비서가 외쳤다.

“이건우 쪽으로 저희 정보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저희 관리자까지 모두 해킹당해서 통제가 전혀 되지 않아요!”

통신시설에 있던 그의 기밀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

이건우가 캐리온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지만 그가 가진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통신시설은 포기한다. 전부 없애버려.”

제 손으로 통신시설을 파괴하는 수밖에.

이건우가 처음으로 윌리엄에게 한 방 먹이는 순간이었다.

*

아이작은 벨라에게서 모든 전말을 듣고 분노했다. 그는 당장 벨라의 모든 지위를 박탈했고, 개인재산까지 압류한 다음 가문에서 쫓아냈다.

가문의 위신이 있으니 보건당국에서 들어오는 조사는 막아주었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아니, 에드먼드가 석유업을 말아먹은 건 이해가 갔다. 단순히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에드먼드는 그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벨라는 아니었다.

윌리엄과 이건우. 두 사람에게 껴서 중간에 놀아나다가 거대한 제약 회사를 통째로 날아가게 생겼다.

영국 보건당국에서는 제대로 건수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이번 일로 벨라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강하게 나왔고, 제약 회사의 모든 데이터가 날아갔다는 사실도 새어나가면서 주가는 폭락을 거듭했다.

두 눈 뜨고 사업 부문 하나를 날리게 된 아이작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심지어 로렌 제약은 발렌베리 가문과 합작해서 세운 회사이다. 곧 가문 차원에서 항의가 들어올 걸 생각하면···.

“맙소사”

도저히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났다. 가문의 사업이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이 망쳤다는 생각에 분노가 턱 끝까지 치솟았다.

석유업에 이어 제약까지 이건우에게 진 것이다.

이건우에게 화가 날 법도 하건만, 그보다 더 그를 분노하게 하는 건 윌리엄이었다.

‘감히 내 뒤통수를 쳐?’

로스차일드의 후계자에게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다니.

심지어 벨라를 이용해서 가문의 산업 지배구조를 훔쳐내려 해?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그때였다.

그의 앞으로 서류가 하나 전달되었다. 수신인도, 발신인도 전혀 적혀있지 않은 서류였다. 열어보니 카드가 하나 나왔다.

호루스의 눈 문장부터 시작해, 붉은 방패, 쌍두 독수리를 비롯한 일곱 가지 문장이 원으로 박힌 카드.

바로 가문 연합의 회의가 열린다는 초대장이었다.

*

가문 연합이 열렸다. 회의 장소는 유럽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으며, 교회 뒤편에 있는 언덕에 있는 작은 성이었다.

이 일대가 모두 미네르바 가문의 소유였고, 그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미네르바 가문의 사람이었다.

각 가주들은 그들의 안내를 받아 회의장에 입장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아이작이었다. 아이작의 눈은 윌리엄에 대한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다음은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

발렌베리 가주는 젊었다. 심지어 아이작의 차남인 에드먼드보다도 나이가 적었다.

그는 아이작을 보고 뭐라 말을 하고 싶은 듯 입술을 꿈틀거렸지만, 뒤이어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를 한번 노려보고는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아이작은 속으로 미네르바를 욕했다.

‘나와 발렌베리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는 속셈이었나.’

가문 연합은 과거부터 미네르바 가문이 주도했다. 가문들을 연합해서 세력을 떨치게 하겠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동시에 각 가문이 지나치게 큰 힘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적당히 분열을 조장하면서 일을 처리해왔다.

이건우 때문에 최종적인 목적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가문들을 분열시키는 목적 하나만큼은 건졌다.

뒤이어 다른 가문들도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윌리엄 미네르바가 등장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전통적인 디테일이 묻어나오는 정장을 입고 원탁에 앉으며 말했다.

“자, 모두 모인 것 같으니 회의를 시작해 볼까요?”

그렇게 일곱 가문의 가주가 모인 가문 연합 회의가 시작되었다.

*

윌리엄 미네르바는 원탁에 앉았다. 그는 모인 사람들을 쓰윽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아이작의 차가운 눈빛. 벨라에게서 모든 사정을 들었으니 화가 날 법도 하다.

평소라면 부드럽게 웃어넘겼겠지만, 이상하게 오늘만큼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저희 계획의 최대 걸림돌은 이건우입니다. 지난번에 개인적으로 여러분에게 연락해서 말했다시피, 이건우를 하루빨리 제거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이들 중에는 이건우 때문에 큰 피해를 본 네 가문이 있었다.

석유업과 제약으로 마찰을 빚은 로스차일드.

로렌 제약 때문에 덩달아 피해를 본 발렌베리.

역시 석유업 때문에 이건우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 록펠러.

그리고 중국의 리 가문.

다들 찬성으로 기울어지는 가운데, 아이작이 말했다.

“다른 건 핑계고, 그냥 당신이 이번에 이건우에게 된통 당해서 급한 마음이 든 건 아니고?”

아이작답지 않은 날이 서 있는 말투였다.

윌리엄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루라도 빨리 이건우를 제거하고자 마음이 급한데 아이작이 시비를 거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이작. 이십 년 전 후계자 경합 때 일어났던 일을 잊은 건 아니겠지요?”

윌리엄은 아이작을 압박하려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평소의 윌리엄이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였다.

아이작은 가문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었다. 감히 로스차일드의 아이를 농락하고, 가주인 자신을 협박하려는 존재를 참을 수 없었다.

아이작은 일어섰다.

“말 잘했군. 이십 년 전 내 형을 죽인 건 당신이었지.”

교묘한 말이었다. 분명히 아이작 역시 그 일에 동의했지만, 그는 그것을 온전히 윌리엄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원래 불리한 점을 먼저 터뜨림으로써,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술.

아이작은 노회했으며 다른 가주들의 불안도 알고 있었다.

윌리엄이 다른 가문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만큼, 다른 가문들도 의장인 윌리엄의 힘이 너무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벨라를 통해서 내 가문이 가진 사업체의 지배구조를 빼돌리려고 했던 일. 내가 모를 줄 알았소? 여러분도 조심하시오. 윌리엄 저 작자가 언제 다른 가문에게···.”

“그만!”

윌리엄이 쾅 책상을 치며 그의 말을 끊었다.

“쟁점을 흐리지 마시오. 우리의 가장 급선무는 이건우요.”

“내가 뭘요?”

그때 회의장 입구에서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문 쪽을 돌아보고는 벌떡 일어났다.

“이건우?”

“맙소사!”

“아니, 여기는 어떻게···.”

윌리엄은 이건우를 노려보았다. 이건우는 자신이 뭘 잘못했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제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빠지지 않을 수 없죠.”

깽판 전문가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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