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40화 (140/183)

아크 리액터 (2)

무언가 이상한 설계도.

설계도에는 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삼촌은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재차 질문했다.

“이거, 설계도 잘못 그린 거 아니냐? 물론 이러면 화물을 적재할 공간이 늘어나서 좋기는 하다만, 연료를 넣을 곳이 없어서 말이다.”

나는 씩 웃었다.

“연료는 여기 있잖아요.”

“뭐?”

삼촌은 이게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말인가, 하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고, 내가 가리킨 곳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게 연료라고? 저 컴퓨터만한 게?”

내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

데스크탑이랑 비슷한 크기의 동그란 원형 핵융합로가 작은 소리를 내며 진동하고 있었다.

안에는 1억도가 넘는 플라즈마가 넘실대고 있지만 차폐물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뿜는 밝은 빛은 푸르게 빛나며 주변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아크 리액터(Ark Reactor), 소형 핵융합로입니다. 앞으로 자율주행선박은 더이상 연료가 필요하지 않겠지요.”

나는 생각했다. 노아의 방주(Ark)를 딴 이름인 만큼, 자율주행선박에 이것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이 없을 것이라고.

아크 리액터에서 나오는 에너지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선박.

물론 선박을 시작으로 해서 항공업, 그리고 군수와 우주산업까지.

나아가야할 길이 아직 멀지만, 일단 이 첫발은 여기 선박으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삼촌은 아직도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이게 핵융합로라고? 도대체 왜?”

내가 핵융합 발전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소형화에 성공한 것을 보니 당황할 만도 하지.

삼촌은 아직까지도 이게 왜 진짜야? 라고 중얼거렸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현실인걸.

나는 삼촌에게 자신있게 말했다.

“이제 해운 산업에서 더이상 연료는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

이우혁은 이건우에게서 아크 리액터를 받아가서 비밀리에 실험을 하기로 했다.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은 흥분으로 가득찼다.

“아버지가 매일 손주타령하는 이유가 있구나.”

가족들은 항상 이건우 얘기를 하면서 행복해했다.

아버지인 이만호 회장은 3분기 성적표를 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파워온과 나노온이 개발된 이후, 제일 자동차의 실적은 고공행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지중지하는 제일 자동차가 이 정도로 잘 팔린 적은 처음이었다.

막내 여동생이 운영하는 제일 제약도, 이번에 파이저 제약과 글로벌 임상을 같이하게 되면서 몸값을 많이 높였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순간 제일 제약에서 위탁 생산을 가장 먼저 맡게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주가가 꾸준하게 오르고 있었다.

이우혁은 그 광경을 보면서 자신도 이건우와 같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백 번은 했건만, 이제야 그 기회가 온 것이다!

“흐흐흐. 연료가 필요없는 선박에, 완전자율운행을 성공하면!”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다. 아마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우에게 상당한 로열티를 줘야겠지만 상관 없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세계의 선박은 제일중공업에서 독점할 자신이 있으니까.

완전자율운행선박!

해양사고는 기상악화나 선박의 노후화와 같은 요인보다, 90% 이상 인적 과실에 의해 초래된다.

또한 해운 인력 부족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원 40% 이상이 55세 이상으로 선원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완전자율운행선박이 개발된다?

그러면 해양사고와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화물선 운영비의 최대 22%를 감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선원의 거주공간과 안전장비 등도 필요하지 않기에 공간 활용성도 높아진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이우혁은 제일 중공업으로 돌아오자마자 사람들을 불러 일을 시켰다.

아크 리액터를 적용하는 건 시설을 뜯어고쳐야하니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프리온 시스템을 적용하는 건 실무진을 조금 갈구면 몇 주 안으로 해낼 수 있다.

“오늘부터 ‘아크(Ark)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목표는 연료가 필요없는 완전자율운행선박. 이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까지 다들 집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말도록!”

제일 중공업 직원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

로스차일드 가문.

‘이건우라···.’

요즘 아이작의 머릿속에서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이건우였다.

중국에게 한 방 먹인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뿐이었다.

‘대홍수’라는 자연적 요인과 우연이 겹쳐서 벌어진 일.

그저 주의만 기울인다면 충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최첨단 기술과 사업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건우는 개인이다.

수백 년이 넘게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린 로스차일드에 위협이 될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개인의 힘으로 석유업을 무너뜨려버린 순간, 그 생각이 바뀌었다.

석유업은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금융업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산업이다.

단 두 달만에 그 석유업이 박살날거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에드먼드가 알아서 잘 하리라고 믿었는데. 내가 개입해야했던 걸까.’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개입했다고 한들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산유국을 끌어모아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던 것.

에드먼드는 그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다만 상황과 상대가 너무 나빴을 뿐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에 가뭄이 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핵융합 시설이 몇 달도 되지 않아 상용화 될거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그 일만 아니었어도, 석유업은 충분히 대비를 하며 천천히 사업을 접을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위험한 놈이군.'

중국과 싸울 때부터 느꼈지만 이건우는 또라이였다. 언제고 가문을 위협할 수 있는 또라이.

가주가 된 후로 아이작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가문의 존속과 번영.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윌리엄 미네르바처럼 위험한 놈과도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윌리엄 미네르바.

그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속한 연합의 의장이라는 것만 알려져있을 뿐, 정확한 정체는 로스차일드조차, 아니 연합에 속한 그 누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사람들은 그를 ‘에덴의 뱀’같은 남자라고만 불렀다.

윌리엄은 정체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상식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였다. 음흉하지만 적어도 손은 잡을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이건우는 경우가 다르다.

그는 위험하다.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다.

그의 신기술은 분명히 매력적이고 가치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이용가능할 때만 그렇다.

통제할 수 없다면? 그냥 없애버리는 게 낫다.

또 석유부문과 같은 일을 겪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작은 며칠 전 윌리엄과 이야기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일년 전에 내가 한 천재개발자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 기억나나?"

로스차일드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한 단어를 기억해냈다.

"캐리온이었던가?"

"맞아.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이였지. 한국에서 그런 뛰어난 걸 만들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말일세."

예전에 캐리온이라는 인공지능을 개발한 개발자가 있었다.

윌리엄과 연합은 그 인공지능이 위협적이라고 판단했고, 회의를 열어서 즉시 제거하자는 데 동의했다.

"우리는 이건우의 등장이 캐리온의 등장과 비슷한 수준의 위협이라고 판단했네. 자네만 동의하면 조처에 들어갈걸세."

아이작은 윌리엄과의 대화를 곱씹으며 고민에 빠졌다.

*

클로이 로스차일드.

클로이는 야망이 넘치는 여자였다. 그 야망만큼이나 뛰어난 재능 또한 가지고 있었다.

어릴 적 꿈은 형제들처럼 가주가 되는 것이지만, 이내 자라면서 현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가주가 될 수 없다.

제일 앞서 나가는 큰오빠하고 나이 차이가 열세 살이나 났으며, 큰오빠가 아니더라도 쟁쟁한 경쟁자들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가문의 규칙상, 여자는 가주가 될 수 없었다. 워낙에 폐쇄적인 가문인지라 여자는 외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아예 가문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가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물류·운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로스차일드의 가주가 될 수 없다면, 로스차일드를 넘어서 보겠어.’

자신의 사업을 일으켜서 로스차일드를 뛰어넘는 것.

그게 그녀의 목표였다.

클로이는 성인이 되자마자 그녀의 개인 재산과 인맥을 이용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의 물류망을 장악하고, 전세계에 해운을 일으키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더 빠르게, 더 넓게.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였다. 얇고 넓게 영향력을 퍼뜨리지만, 물류의 전세계 모든 산업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로스차일드의 영향력이 도움이 됐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클로이는 스스로 성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일궈온 사업에 대한 애정도 있었다.

나이는 후계자들 중에서 제일 어리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최근 관심을 가진 인물이 있었다.

바로 이건우.

최근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남자 중 하나이다.

그로 인해 예정에 없던 가문 대회의가 소집되었고, 그 에드먼드가 추락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건우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클로이는 노트북을 켜서 인터넷에 들어갔다. 그녀가 설정한 홈 화면은 무려···.

<이건우 공식 팬카페, 건우랑>

···이었다.

이건우에 대해 조사를 하던 그녀는 외모를 보고 흥미를 느끼다가, 그 다음에는 닥치고 들이박는 성격과 그 뛰어난 능력에 매료되었다.

‘회사를 망하게 한다고 중국이라 한판 뜨다니, 완전 멋있잖아!’

오늘도 카페를 둘러보며 떡밥이 나온 게 없는지 봤지만, 예전에 올라온 기사나 사진의 재탕뿐이었다.

사실 이건우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게 유난히 힘들었다. 그정도 유명인이라면 떡밥도 많아야하는데, 기사와 사진도 공식석상에서 찍힌 것들 뿐이었다.

이건우가 자신에 대한 정보 통제를 얼마나 철저히하는지 알 수 있었다.

찾아보면 볼수록 더 궁금해진다. 클로이는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실물은 어떨까?”

똑똑똑

그때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클로이는 황급히 노트북을 닫고는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들어와.”

비서가 들어오더니 말했다.

“제일그룹을 조사하다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제일 그룹이면 이건우의 친가가 아닌가!

이건우의 족보를 줄줄이 꿰고 있는 클로이는 무슨 일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애써 호기심을 감추며 모르는는 척 물었다.

“제일 그룹? 거기가 어딘데?”

“이건우의 아버지쪽 그룹입니다.”

“흐응 그래? 거기에서 이건우가 뭐라도 했어?”

“네. 제일 중공업에서 선박에 ‘프리온’을 장착해서 완전자율주행선박을 만드는 기술을 선보일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프리온은 이미 공개된 기술이다. 클로이는 이건우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가 만든 기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이미 나온 거잖아.”

비서는 빙그레 미소짓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아크 리액터’를 자율주행선박에 장착하려고 한답니다.”

“아크 리액터?”

Ark는 노아의 방주를 의미하며, Reactor은 원자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배에다가 다는 원자로?

이건우가 만들었으니 원자로가 아니라 핵융합로를 다는 건데···.

클로이는 생각을 이어가다가 말도 안 되는 결론에 도달했다.

“···설마 선박에 핵융합로를 설치하는 건 아니겠지?”

“정확합니다. 역시 아가씨입니다.”

“······.”

클로이는 놀라움에 입을 살짝 벌렸다.

“진짜 선박에 핵융합로를 설치한다고? 그게 말이 돼?”

“당연히 소형화된 핵융합로를 설치하겠죠.”

“아니, 아무리 소형화됐더라도. 그것보다 소형화는 또 언제 했대? 한국에서 KW STAR를 가동해서 실증한 게 몇 달 전이잖아.”

“이건우잖아요.”

“······.”

클로이는 할 말이 없었다.

‘이건우잖아’

그 한 마디로 모든 게 설명이 되었다. 지금까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을 몇 번이나 실현했는데, 이제 와서 소형 핵융합로를 만들었다고 해서 놀랄 일도 아니지.

아니, 이건우가 나중에 우주선을 만들어서 외계인을 데리고 온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와, 개쩔어! 아니, 핵융합 발전소를 만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걸 소형화했다고? 미쳤어!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잘생겼는데 뇌까지 섹시하잖아!’

속은 흥분으로 미쳐 날뛰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소형 핵융합로라···.”

이건 물류업계에선 혁명이나 다름없다. 소형 핵융합로를 달아서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니!

선박뿐만 아니라 항공, 우주, 군수 산업에까지 확장이 될 테고 더이상 연료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이다.

실제로도 파워온 배터리와 나노온 반도체가 나왔을 때, 이건우에게 가장 먼저 붙은 고객들은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을 가장 먼저 받았고, 그로 인해 시장을 장악하는 원동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일이 지금, 물류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클로이는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한국에 꼭 가야겠어.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클로이는 아이작과는 매우 다른 이유로, 이건우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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