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39화 (139/183)

아크 리액터 (1)

에드먼드는 뒤늦게 이건우가 중동 국가들을 찾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 해수담수화 기술을 개발해서, 그걸 협상 카드로 이용해 아프리카 공장을 받아냈다는 것까지.

이제 산유국들은 더이상 에드먼드의 편이 아니었으며, 아프리카에 짓고 있는 공장의 태반은 이건우의 영향력 아래에 놓였다.

에드먼드의 완벽한 패배였다.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에드먼드도 분노를 숨길 수 없었다.

“이건우!!!!!!!!”

와장창!

책상에 있는 물건이 쓸려나가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에드먼드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처음 겪어보는 패배.

그 충격은 에드먼드가 견디기에 쉽지 않은 것이었다.

늘 곁을 지키는 비서는 그가 흥분한 모습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혀 에드먼드답지 않았다. 그는 늘 합리적으로 움직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신사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데 이건우 하나 때문에 그 모든 모습이 깨져버린 것이다.

“에드먼드 님”

비서가 나지막이 부르자 에드먼드는 겨우 이성을 잡았다.

그는 고개를 흔들고 애써 괜찮은 척 표정을 지어봤지만, 오히려 가면을 쓴 듯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버렸다.

“이건우 그놈은 뭐하는 놈인 거야. 뭐길래 내가 그딴 놈한테 지는 거냐고!”

“네?”

광기가 느껴지는 질문.

비서는 당황하여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지만. 대답을 요구한 건 아니었는지 에드먼드는 더 묻지 않았다.

사실 이건우에 대해서라면 그의 비서가 충분히 조사했었다.

서류상으로는, 이건우는 절대로 에드먼드를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우가 에드먼드를 상대하면서 보여준 능력은 드러난 것 이상이었다.

‘아니, 희토류 기술을 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핵융합 발전소를 만들어내고, 또 해수담수화 기술을 만들어서 산유국들을 모두 자기 발밑에 뒀다고? 이게 말이 돼?’

기술을 찍어내는 신기술 자판기도 아니고.

그가 알아본 바로, KW의 기술 연구진은 KW 에너지 연구소와 의학 연구소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분야를 넘나드는 기술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진짜 천재인가?’

천재라는 단어로도 이건우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는 상식을 뛰어넘는 괴물이었다.

에드먼드는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을 정리했다.

석유업의 일몰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고, 자신에게는 더이상 그것을 막을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비서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지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 비서. 에드먼드는 그의 표정을 보며 올 것이 왔다 라는 생각을 하였다.

“···회장님께서 부르십니다. 저녁을 함께하자고 하시더군요.”

지금까지 관망하던 아버지가 그를 부르는 이유.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후계자위의 박탈.

마음속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고통과 분노, 혼란이 휘몰아쳤지만, 그는 흔들림을 추스르고자 애써 몸을 긴장시켰다.

“알겠네.”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비서는 왜 저렇게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서 있는걸까.

“나가봐.”

*

그날 저녁.

다시 한번 로스차일드 가문에 여섯 명의 후계자가 모였다. 그동안 마음을 추슬렀는지 에드먼드의 얼굴은 여전히 꼿꼿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은 힐끔힐끔 에드먼드를 쳐다보며 속으로 조소를 날리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가주인 아이작이 있었기에 아무도 에드먼드에게 시비를 건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일 것이다.

클로이는 눈을 굴리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폈다.

‘콜린은 아주 놀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그런데 에디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물론 겉으로는 우아하게 정찬을 즐기는 듯 보였지만, 아이작과 에드먼드를 제외한 모두는 클로이처럼 상황을 파악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작의 접시가 비워졌다. 아이작은 일어나더니 딱 한 마디만 남겨두고 떠났다.

“석유 및 정유 부문은 축소한다. 필요 없는 사업체는 정리할 생각이다. 그리 알고 있거라.”

단순한 통보.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금융업 다음으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던 석유업이 종말을 고했다.

에드먼드의 능력과는 관계없이, 순전히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서 벌어진 결과이다.

이에 따라 에드먼드의 서열은 격하되었고, 이제 후계 경합에서 에드먼드의 자리는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그 단호한 결정을 보며 다른 후계자들이 생각했다.

‘그래도 오일로드 회장 직위를 뺏기지는 않았네. 뭐, 그래도 바지사장이겠지만.’

‘온갖 자존심은 다 부리더니, 에드먼드도 이제 한물갔어.’

‘둘째 형이 밀려났으니 이제 큰형님만 제치면 되겠군.’

그리고 에드먼드는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먼저 일어나지요.”

에드먼드가 성큼성큼 걸어서 만찬장을 빠져나왔다. 굴욕감과 분노, 그리고 절망으로 점철된 그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유발했다.

그만 맞은편에 걸어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고 만 것이다.

클래식한 슈트를 차려입고 페도라를 쓴 남자가 비틀거리면서 들고있던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에드먼드는 짜증이 치솟았지만, 어쨌든 가문을 방문한 손님에게 실례한 것이기에 먼저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고민이 많으면 그럴 수 있지요.”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던 에드먼드는 비로소 그 남자를 제대로 쳐다보았다.

페도라에 가려서 깊어 보이는 회색 눈동자는 무기질적으로 보였지만, 목소리는 부드럽고 상냥했다.

그러다 에드먼드의 시선이 남자의 가슴에 달린 작은 브로치에 맺혔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삼각형과 그 꼭대기에 달린 건,

‘호루스의 눈?’

그는 눈을 찌푸렸다. 뭔가 기억이 날 듯했다. 저렇게 독특한 브로치는 예전에도 본 것 같은데···.

“우리가 어디서 본 적이 있습니까?”

그러자 상대는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하지만 그의 눈빛은 분명 에드먼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만 같았다. 에드먼드는 잠시 그의 정체에 대해 생각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현재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했다.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에드먼드는 남자를 지나쳐 저택을 빠져나갔고, 남자의 무기질적인 눈빛이 잠시 에드먼드의 뒤를 쫓다가 로스차일드의 거대한 저택으로 향했다.

*

에드먼드와 짧은 만남 이후 남자는 바로 저택에 들어갔다.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가주의 서재.

남자가 그곳에 가는 동안 그 누구도 남자의 발걸음을 막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어떤 사용인도 마주하지 않았다.

아무런 방해 없이 서재에 도착한 남자는 간단하게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저녁을 일찍 마치고 들어온 아이작 로스차일드가 있었다.

아이작은 서재로 들어오는 회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를 보며 말했다.

“윌리엄 미네르바”

*

산유국이 열심히 개발하고 있던 아프리카 대륙은 고스란히 내 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 예전에 캐리온에게 말해둔 핵융합로의 소형화 기술이 완성되었다.

[아크 리액터가 완성됐습니다.]

운송 부문의 혁신을 가져다줄 만한 기술이었다.

소형 핵융합로를 박아넣어서 자체적으로 발전하는 선박과 비행기를 만들고, 거기에 프리온을 이식하여 운송계의 완전자율주행을 이뤄내는 것.

이거라면 운송 부문을 확실하게 내 아래로 둘 수 있다.

더이상 운송에 사용되는 연료와 인건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이라면 웬만한 상대를 벌벌 기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세계 물류를 장악한 사람이 웬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물류 쪽을 완전히 장악한 사람이 바로,

“클로이 로스차일드.”

로스차일드 가문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알아본 바로 에드먼드와 클로이는 꽤 친하게 지냈다. 에드먼드가 이렇게 사라진 이상 클로이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나름대로 대비를 해야했다.

“아크 리액터를 바로 선박에 장착할 수 있을까?”

[일단 데모 버전은 만들었습니다.]

[아크 리액터는 KW STAR처럼 엄청난 발전량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서,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했습니다.]

[미스리늄과 중수소 반응에서 바로 전기를 얻어낼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데모 버전을 직접 적용할 수만 있으면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캐리온이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직접 실험을 해서 데이터를 얻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파워온도 첫 버전이 완벽하긴 했지만, 이후 실제 사용을 보면서 소형화와 효율화를 높여서 휴대폰에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초소형화를 이루어냈다.

'아크 리액터' 또한 직접 작동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한 차원 더 발전할 여지가 생긴다. 그리고,

“마침 실험할 사람이 하나 있지.”

내 주위에는 캐리온의 실험을 도와줄 훌륭한 조교가 있었다.

*

제일 중공업. 조선·해양사업을 본진으로 두고, 기계설비를 보조적으로 만들고 있는 회사이다.

그리고 이건우의 둘째 삼촌인 이우혁이 맡은 계열사이기도 했다.

이우혁은 예전에 이건우가 프리온을 만들었을 때, 자율주행선박에 관해서 사업 얘기를 하려고 찾아왔지만 물만 먹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이건우가 너무 잘나가는 통에, 같이 사업하자는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어려운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는 여기서 인연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우가 갑자기 그를 부른 것이다.

“삼촌. 저랑 사업 안 할래요?”

심지어 사업 제의를 하면서.

무슨 사업인지는 들어보지도 않았지만, 이건 못 먹어도 고다.

“당연히 하지! 내가 바로 가마. 아, 약속이 있다고? 그래. 내일 보자꾸나.”

뒤돌아보지 않고 승낙한 이우혁은 이건우의 마음이 바뀔까 초조하게 기다렸다가,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이건우를 만나러 갔다.

그들이 만난 곳은 KW 에너지 연구소. 미스리늄부터 파워온, 지금은 뉴클리온으로 가장 핫 한 기업이었다.

만나기로 한 장소가 장소인지라 이우혁은 약간 들떴다.

‘건우가 또 뭐 새로운 거 개발해냈나? 흐흐흐. 그렇지 않아도 힘들었는데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지. 내가 조카 하나는 잘 뒀다니까.’

그놈의 포비드는 조선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직접 타격을 받은 항공업이나 여행숙박업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선박 발주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 중공업이 수주를 싹 쓸어가다시피 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 올 3분기에 한 척도 발주되지 않았다.

또한 이번에 이건우가 핵융합 발전소를 지으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었다.

유가가 떨어지면 산유국도 경기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고, 카타르에서 예정됐던 LNG 운반선 프로젝트도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수주한 80척 규모의 선박이 지금 똥이 될 지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이우혁은 꽤 초조한 심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건우가 그를 부른 것이니 더 반가울 수밖에.

그는 선물을 받는 어린아이가 된 심정으로 초롱초롱 바라봤다.

“건우야, 그래서 하고 싶은 사업이 뭐냐?”

이건우는 그에게 설계도를 보여줬다.

“이번에 프리온을 장착한 자율주행선박이에요. 설계도를 만들어봤는데 한번 보실래요?”

“프리온!”

이우혁은 눈이 번쩍 뜨여서 설계도를 들여다봤다.

“자율주행선박인 만큼 인원을 최소화했고 그 부분을 감안하여 설계가 변경됐구나. 그런데···.”

이우혁은 눈을 의심했다.

“···연료를 넣는 공간이 없는데?”

그 모습을 본 이건우가 씩 웃었다.

"앞으로 만들 배에서는 더이상 연료가 필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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