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37화 (137/183)

석유 카르텔 해체 (4)

노벨상 수상과 로날드 대통령의 재선 성공.

끊임없이 밀려오는 발전소 건설 발주.

무함마드 국왕의 마르지 않는 자금.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이건우의 사업은 순풍을 단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날개 돋친 새처럼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무함마드 국왕은 몰려드는 발주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한달 전 무함마드 국왕의 걱정이 무색하게, 이제는 준비해놓은 자재가 없어서 핵융합 발전시설을 못 짓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었다.

반면, 에드먼드를 위시한 산유국과 정유사들은 죽을 쑤고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속도전에서 이건우와 비교가 안 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이건우는 혼자서 일한다. 모든 결정은 이건우가 혼자 내리고 실행하기에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반면에, 아프리카 개발 프로젝트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메이저 정유사의 대표로 에드먼드가, 그리고 산유국의 대표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들을 이끌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개별적인 이권 협의체이다. 아무리 두 사람이 상황을 주도한다고 해도, 아프리카 대륙을 개발하려면 협의체 안에서 각종 이권을 적절하게 분배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이해득실이 다르다 보니 이걸 협의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한쪽이 만족하면 한쪽에 불만이 생기고, 또 다른 쪽을 만족시키자니 저쪽에서 불만이 튀어나왔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는 것은 덤이다.

그들이 겨우 1만큼의 일을 하는 사이에, 이건우는 10만큼 일하고 있었다.

아니, 이건우 옆에는 캐리온까지 있으니 속도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에드먼드는 이건우가 일하는 속도를 보고는 당황했다.

‘··· 도대체 저 속도는 뭐지? 설계는 또 언제 한 거야? 아니, 벌써 바로 착공에 들어간다고?’

기본적으로 설계에만 몇 년이 소요되는 게 핵융합 발전소 건설이다.

심지어 나라마다 요구하는 발전 조건이 다르므로 천편일률적으로 지어 줄 수가 없다.

그런데 이건우는 한국을 비롯해 몇 개 국가에서 동시에 착공에 들어갔다.

분명히 프로젝트는 에드먼드가 한 달이나 먼저 시작했는데, 이쪽이 겨우 발걸음을 뗀 순간 이건우는 저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는 들어봤지만 이정도로 빠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속도라면 아프리카 공장을 짓기도 전에 선진국에서의 석유 소비량이 반 토막이 날 지경이다.

둘째, 아프리카에 가뭄이 들고 있었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기본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국가이다. 워낙 건조한 곳이다 보니 가뭄도 자주 오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하필 그들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시점과 맞물려 가뭄이 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장을 건설하는 게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먹을 식수를 구하기도 어려운데, 공업용수를 어디에서 구한단 말인가.

간신히 여러가지 이권에 타협을 보고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와 협상까지 마쳤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그들의 프로젝트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셋째, 유가 폭락.

그들은 증산에 합의했다. 그래서 유가가 떨어지는 것쯤은 각오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번 기회를 노려 각국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자는 전략도 세웠다.

하지만 유가의 하락 폭은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컸다.

석유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핵융합 발전소가 생기면서 수요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석유 공급까지 늘어나니, 가격 하락 요인이 이중으로 겹치면서 유가가 폭락했다.

평소라면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가가 떨어지면서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재정이 악화됐다.

돈 들어올 구석은 줄어들었는데, 나가는 곳은 또 많았다.

계획보다 아프리카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뭄이 찾아온 터라 물까지 비싼 값을 주고 수입해오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남의 나라를 개발하자고?

그들의 머릿속에서 슬금슬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하는 거지?’

그들은 고개를 돌려 UAE를 보았다.

이건우와 손을 잡은 UAE는 지금 누구보다 잘 나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OPEC에 소속되어 있었던 UAE다. 그런데 지금, 왜 자신들만 여기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산유국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전에 굳게 맺었던 결속은 이제 지난 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아프리카에 있는 나이지리아와 알제리 등은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렸고, 남은 나라들도 언제 이 난파선을 탈출할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석유 카르텔의 붕괴였다.

*

산유국들은 다시 모였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지난번 회의와는 달랐다.

툭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 같은 분위기.

지난번 아프리카 프로젝트의 성공을 꿈꾸며 하하호호 웃고있던 때와는 상반된 느낌이었다.

또한 참여 인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일단 에드먼드 몰래 산유국만 모여서 이뤄진 회의였으며, 그 와중에 빠르게 발을 뺀 국가들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서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이라크 대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UAE처럼 진즉 이건우에게 붙는 거였는데.”

분명 혼잣말이었지만, 앉아있는 국가들은 모두 그 소리를 들었다. 이라크와 앙숙인 이란 대표가 발끈해서 말했다.

“흥. 그럴 거면 지금이라도 어디 이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보시던가요. 지금 이건우에게 가봤자 할 수 있는게 있을지 모르겠소만.”

그 말에 이라크 대표가 눈을 희번뜩 떴다.

“웃기지도 않는군. 얼마 전에 아프리카 프로젝트는 망했다고 하던 게 누구였지?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다고 말한 건 다른 사람이었나 봅니다.”

“뭐라고 했소?”

“아, 그쪽에게 얘기한 게 아니라 그냥 혼잣말한 거니 신경 끄시오.”

대표들의 첨예한 의견 대립.

결국 참지 못한 이란 대표가 탁자를 쾅 치고 일어났다.

“당신, 말 다 했어?”

하지만 이라크 대표는 대꾸하기는커녕 코웃음만 쳤고,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이란 대표가 분노를 토하려는 순간이었다.

“진정들 하세요.”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전권대리인이 조용히 말하자, 두 대표가 움찔거렸다.

에드먼드가 없는 이 자리에서 가장 큰 영향력과 발언권을 가진 국가.

개인적인 지위도 여기 있는 모든 사람 중 가장 높았기에 좌중의 시선이 쏠렸다.

사우디아라비아 전권대리인이 두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싸울 겁니까?”

무게감 있는 그 말에 둘은 끄응 신음을 내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마음속에 있는 불만은 잠재우기 어려웠는지 두 사람은 불평을 토로했다.

“지금 내부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지금 국내에서도 공업용수가 없어서 원유 시추도 못 하고 있어요.”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가뭄은 중동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극심한 가뭄에 비축해둔 물을 풀었지만,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해수 담수화 시설이 있기는 한데, 그 시설이 또 에너지 잡아먹는 하마나 다름없다.

한 번 돌리는데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 즉 석유가 필요하다.

일단 미리 시추해놓은 석유로 담수화를 진행하곤 있다지만, 그게 다 떨어지면?

그리고 석유를 써서 담수화 시설을 돌려서 물을 구하면, 그 물은 다시 원유를 시추하는 데 들어가고···이 일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결국 석유 개발은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석유 가격은 내려갈 대로 떨어졌는데, 파는 건 둘째치고 생산도 못 하고 있으니 수익은 곤두박질쳤다.

그렇다고 이건우에게 붙자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이미 그에게 붙고 싶어하는 국가들이 너무 많아서, 그 틈바구니에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우가 흔쾌히 자신들을 받아 줄지도 의문이고.

아프리카 개발을 하면 된다고?

그건 옛날 옛적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저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을 뿐.

진퇴양난이다.

이라크와 이란 대표가 푸념했다.

“이러다 다 죽게 생겼습니다.”

“맞아요. 석유를 못 팔아서 죽으나, 물 부족으로 죽으나 그게 그거입니다.”

앙숙인 두 나라가 오랜만에 의견이 맞아떨어졌다. 두 나라의 푸념을 듣고 있자니 사우디아라비아 전권대리인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나마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까지 쌓아놓은 국력이 있기 때문에 두 나라보다 더 수월하게 버티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상황이 좋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경쟁자이던 UAE의 영향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턱 끝까지 따라붙었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UAE에 뒤처졌을지도.’

오랫동안 중동의 패자로 군림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제 그 자리를 UAE에 내주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잘못된 줄에 선 대가였다.

모두의 고민이 깊어지던 그때, 이란 대표가 음험하게 눈을 빛냈다.

“차라리 이건우를 직접 공격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이라크 대표가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았지만, 그의 입에서는 반대의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사실, 그도 안 해본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단지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느냐 하는 문제였을 뿐.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전권대리인이 물었다.

“그래서, 이건우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자는 말입니까?”

마침내 그도 관심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권대리인은 국왕의 친동생.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며, 이 계획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란 대표는 이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해왔던 것인지 꽤 자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바로 이건우에게 위해를 가하자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고려해보아야 할 사항은 되겠지요.”

“먼저, 그들이 짓고 있는 핵융합 발전소 내부에서 직원을 매수해서 폭탄을 터뜨리는 겁니다. UAE에 지금 짓고 있는 핵융합 발전소면 딱 적당할 것 같군요.”

“그러면 핵융합 발전소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고, 이쯤이면 이건우도 우리의 메시지를 알아들을 겁니다.”

솔직히 말도 되지 않는 계획이었다.

지금까지 이건우의 행보를 생각한다면 직접적인 타격은 아마 시작도 하기 전에 발각될 게 뻔했다.

하지만 극한까지 몰린 그들의 상황이, 이성적인 사고를 막고 있었다.

해볼 만한 계획이라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러나저러나 망할 건 똑같은데, 그냥 뭐라도 해보고 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모두가 귀를 기울이자 이란 대표는 신이 나서 계획을 더 풀었다.

“이게 안 되면 테러단체를 고용해서 발전소에 테러를 가하거나, 이건우에게 직접 손을 쓰는···.”

그때였다.

“그거 재미있는 계획이네.”

누군가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갑자기 들어온 불청객에게 그들의 시선이 모였다.

그리고 그 정체를 확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전권대리인이 눈을 크게 떴고, 테러 계획을 줄줄이 읊고 있던 이란 대표는 턱을 툭 떨어뜨렸으며, 이라크 대표는 벌떡 일어섰다.

“···이건우”

“이건우?”

“이건우!”

이건우는 회의장 안으로 들어서더니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의 눈을 마주친 사람들이 움찔거리면서 시선을 피했다.

“듣고 있자니 여러분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던데.”

이건우는 의자 하나를 드르륵 빼서 앉더니,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나를 테러할 수 있는지 한번 들어나 볼까?"

그 웃음을 본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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