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34화 (134/183)

석유 카르텔 해체 (1)

영국의 로스차일드 본가.

핵융합 발전의 성공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에 로스차일드는 가문대회의를 열었다

원칙대로라면 일 년에 한 번밖에 열리지 않는 대회의가, 이건우라는 사람 한 명 때문에 열린 것이다.

가문대회의에는 로스차일드의 성을 단 직계와 방계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 원칙이다. 거대한 연회장에 수십 명의 로스차일드들이 모였다. 모두들 한가락 한다는 기업의 수장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로스차일드의 직계 6명이 앉아 있었다.

로스차일드의 직계 6명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그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특히 차남인 에드먼드의 표정은 마치 차가운 얼음장 같았다.

이건우의 핵융합 발전이 석유 산업의 파이를 빼앗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그의 표정을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형제 중 누구도 에드먼드를 위로하거나 동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경쟁자였다.

여기 있는 로스차일드의 직계 중 아이작의 진정한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

오히려 에드먼드의 실수는 다른 경쟁자들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평소에도 에드먼드와 사이가 좋지 않던 셋째, 콜린은 대놓고 에드먼드를 향해 이죽거렸다.

“이봐, 에드먼드. 이번에 저기 동양놈에게 한 방 먹었다며?”

콜린의 시비에 에드먼드는 그를 힐끗 노려보고는 다시 정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명백한 무시였다.

그 모습에 자극받은 콜린은 입술을 비틀더니 더 높은 강도로 도발하기 시작했다.

“흥, 이번에 돈을 그렇게 쏟아붓고도 로날드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더니. 그것도 이건우라는 놈한테 밀려서 그런 거라며? 그 정도면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겠지.”

계속해서 이건우를 들먹이자 에드먼드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이 새끼한테 한 마디를 해야할까.

하지만 저런 천박한 도발에 넘어갈 수는 없다는 마지막 자존심이 그를 붙들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장남이 입을 열었다.

“콜린, 여기까지만 해라. 에드먼드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니. 그 이건우라는 놈이 여간내기가 아닌 모양이지.”

분명 내용은 에드먼드를 위로하는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에드먼드가 이건우보다 못하다는 무시가 섞여 있었다.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에드먼드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가주님께서 나오십니다.”

아이작 로스차일드.

이 거대한 가문의 지배자가 연회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중후한 느낌을 주는 미중년.

그가 들어서자마자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냉막한 시선이 연회장을 훑자, 후계자들은 언제 싸움을 했냐는 듯 공손히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마침내 자리에 앉은 아이작이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다들 이건우가 핵융합에 성공한 건 알고 있을거다. 우리에게는 썩 좋지 않은 방향이지.”

아이작의 시선이 에드먼드에게 멈췄다.

“에드먼드. 이번 대선은 로날드가 유력하다지?”

에드먼드가 지목받자 연회장에 있는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대선에서의 실패와 석유 산업의 위기. 에드먼드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모두 궁금해하고 있었다.

“··· 죄송합니다.”

“실망이 크구나. 설마 다음 계획이 없이 이 자리에 오지는 않았겠지?”

실망이 크구나.

그 한 마디가 가슴 속으로 날아꽂혔다.

에드먼드는 손끝이 딱딱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벼랑 끝에 섰다는 걸,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게 된 것이다.

치욕스럽다.

굴욕감으로 몸이 경직된 것과 달리, 맥박은 빨라지고 심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그는 눈을 감고 차분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보좌관과 밤을 새워 머리를 맞대고 세운 계획을 풀어놓았다.

그는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건우가 흐름을 가속하긴 했지만 이미 OECD 국가의 석유 소비량은 정체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석유업계에서는 예전부터 대체에너지 쪽으로의 투자를 늘려왔습니다.”

“하지만 이건 선진국 쪽이지, 개발도상국은 아닙니다.”

“시장이 포화했다면 다른 시장을 뚫어버리면 그만. 저는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를 차세대 시장으로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만큼 에드먼드가 내놓은 방안은 설득력이 있었다.

핵융합 발전소가 좋기는 해도 짓는 건 더럽게 비싸다.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개발도상국 쪽이 단기간에 산업화하기 위해서라면 석유를 기반으로 산업화를 이룰 수밖에 없다.

에드먼드는 이 시장을 개척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석유업은 지는 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를 개발한다면 차후 십 년간은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겁니다. 그 시기 동안 저는 대체에너지 산업에 투자해서 석유업을 넘어서 에너지업으로 확장해가겠습니다.”

“이미 산유국과 국제석유자본 측에는 연락을 마쳤습니다. 회의가 끝나는 대로 미팅을 잡고 계획을 진행하겠습니다. 이건우는 절대 혼자서 저희의 공세를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아이작은 푸른 눈을 들어 에드먼드와 시선을 마주쳤다.

속마음을 읽을 듯한 눈빛.

에드먼드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지만 당당히 시선을 마주했다.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명심해라. 로스차일드는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된다.”

*

로스차일드의 대회의가 끝난 후, 에드먼드는 급히 메이저 정유사들과 산유국 대표와의 모임을 했다.

그는 혼자서 이건우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진짜 혼자서 석유 문명을 끝장내버리겠다는 거지.’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기술을 혼자서 개발해 낸 남자. 그런데 그걸 손에 쥔 놈이 미친놈이라 그걸 어디로, 어떻게 휘두를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굳이 미친놈을 상대하겠다고 혼자서 힘을 뺄 필요는 없다.

에드먼드에게는 수십 년동안 쌓은 인맥이 있고, 수백 년동안 모아온 자본이 있다. 그리고 이건우라는 공통된 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여기 모인 이들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이건우와 대척할 수 있다.

그렇게 OPEC 회원과 메이저 정유사 사장이 모였다.

그들은 모두 침중한 기색으로 이런저런 방안을 내놓았다. 먼저 산유국의 맏형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가 말했다.

“차라리 이건우를 압박하는 건 어떤가요?”

모두 그 방법을 떠올리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건우를 압박한단 말입니까?”

중국이 이건우를 망하게 하려다가 된통 당한 게 겨우 몇 달 전이다. 심지어 중국은 아직도 그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들 학습효과는 있는지라 여기서 이건우를 압박하려면 그들도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이란에서 온 관리가 말했다.

“아니면 이건우를 죽이는 건 어떻습니까? 그가 없어진다면 핵융합 발전을 할 사람도 없어집니다.”

과격한 방법이지만 딱히 효용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에드먼드가 바로 반박했다.

“이미 한국에서는 핵융합 발전에 성공했습니다. 이건우가 없어지면 구심점이 사라져서 잠깐 사그라들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 그들은 다시 발전에 성공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큰 힘을 쥐게 될 텐데, 이건우를 없앤 우리를 가만히 놔둘까요?”

그리고 에드먼드는 알고 있었다.

‘이건우는 수상하리만큼 정보전에 능숙하지.’

그 삼엄한 중국의 서버를 털어먹은 게 몇 달 전이다.

아마 계획은 시작도 전에 들통날 거고, 오히려 역으로 비수가 되어 그들을 찌를 것이다.

“끄응.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그럼 어쩌자는 말입니까?”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조급한 마음에 짜증이 났지만, 에드먼드는 시종일관 침착했다.

“예전에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이제 저희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가 왔습니다.”

가문 대회의가 있기 전 에드먼드는 메이저 정유사들과 산유국에 직접 연락을 하며 한 명 한 명씩 설득했다.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리는 게 어떻냐고.

그리고 여기 모인 인원들은 모두 에드먼드에게 설득을 당한 사람들이었다.

에드먼드는 말했다.

“아프리카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하지만, 석유 소비량은 4%밖에 안 되지요.”

“그리고 인도의 인구는 18%를 차지하지만, 석유 소비량은 5%밖에 안 됩니다.”

아프리카와 인도.

“아프리카 대륙에 석유화학 및 정유 단지를 지을 겁니다. 그곳에서 정유한 기름으로 공장을 돌리고, 그 공장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지요. 마침 중국이 흔들리고 있으니까, 그곳에 있는 제조업 공장을 아프리카 쪽으로 이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고들 한다.

원래도 포비드 사태로 제조생산 분야가 얼어있는데, 이번에 이건우가 중국을 공격하면서 완전 초토화되었다.

반면 선진국은 미니온 트래킹 덕분에 점차 확산세가 자리잡히면서 슬슬 소비가 돌아왔다. 또한 각 정부에서 푼 지원금으로 소비심리가 반동적으로 되살아나면서 각종 수요가 올라가고 있었다.

중국의 제조공장은 멈춰있는데, 선진국의 소비는 늘어난다.

“아프리카를 새로운 제조업 허브로 만든다면 과잉수요도 해소할 수 있지요. 또한 제조업의 근간은 석유이니 석유 시장도 개척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설득력이 있는지라 모두들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데, 불만스러운 얼굴을 한 UAE 관리가 말했다.

“차라리 이건우와 손을 잡고 새로운 에너지 산업에 집중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건우가 핵융합 발전소를 혼자서 모든 국가에 지을 수 없을 겁니다. 차라리 그쪽 발전소 건설 사업으로 나아간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쏘아붙였다.

"물론 UAE는 석유 수출 외에도 공업과 관광업이 발전해있기 때문에 그런 속 편한 소리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오로지 석유 수출에 의존해서 먹고사는 나라들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표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시장이 어쩌고 이건우가 저쩌고 하나, 이들이 모인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밥그릇 지키기.

석유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다.

UAE의 관리는 밥그릇을 포기하고 이건우와 붙어먹자고 하니, 빈축을 살 수밖에 없었다.

UAE 관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다들 고개를 내젓거나 비웃음을 띠고 있었다.

설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단호한 분위기에 그는 찜찜하지만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우랑 붙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쨌든 유일하게 반대를 하던 그가 가만히 있자 회의는 술술 진행됐다.

그들은 에드먼드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 아래, 아프리카 대륙에 새로운 오일허브를 만들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정도면 앞으로 십 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설마 이건우가 아프리카 대륙까지 쫓아오겠어?’

그렇게 그들은 자기 밥그릇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의 내용이 캐리온을 통해 이건우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

에드먼드를 적으로 돌린 이상, 나의 적은 단순히 에드먼드 하나가 아닌 로스차일드 전체였다.

따라서 로스차일드 전체의 행보를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최근에 나노온으로 설비를 업그레이드한 캐리온은 수월하게 로스차일드를 감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대회의가 열렸습니다.]

“대회의?”

[가문 전체가 참여하는 신년마다 열리는 회의입니다.]

[이번 핵융합 발전의 성공으로 인해 로스차일드는 석유 부문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도 큰 영향이 있을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본격적인 로스차일드의 견제.

이건 내게 꽤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본격적으로 밥그릇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

하지만 내 밥그릇은 아무도 뺏어가지 못할 거다. 내 밥그릇은 무려 핵으로 만든 밥그릇이거든.

[···따라서 에드먼드는 산유국과 회동했고, 아프리카 대륙을 개발하자고 합의했습니다.]

“꽤 머리를 썼군그래.”

에드먼드는 현실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의 대책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일몰을 막을 수는 없다. 나는 캐리온이 넘겨준 회의록을 검토하며 말했다.

“산유국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고 했지?”

[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습니다.]

OPEC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려 만년 2등을 하던 UAE.

내가 왕좌를 차지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참에 석유 카르텔을 해체해버려야겠군.”

OPEC은 줄을 잘못 서도 한참 잘못 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UAE의 정치체제는 연방제와 비슷하다.

7개의 토후국이 있고, 가장 큰 토후국인 아부다비의 국왕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무함마드 국왕은 관료의 보고를 듣고 골치가 아파왔다.

“이 쌍놈의 새끼들은 맨날 자기 멋대로 하는군.”

“저···. 국왕 전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사온데 체통을 좀.”

“아니, 그대는 화가 나지도 않소? 어차피 질 싸움이 뻔한데 나는 그곳에 끼고 싶지도 않고, 아프리카에 공장을 짓는다는 개같은 계획에 돈을 쓰고 싶지도 않아.”

관료는 ‘개같은’이라는 단어에 또다시 펄쩍 뛰었다.

“전하!”

그가 이렇게 펄쩍펄쩍 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화상회의로 ‘다른 사람’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우가 국왕의 격의 없는 말버릇을 보고 낄낄 웃다가 말했다.

“그럼 저와 손을 잡는 건 어떨까요? 전하.”

이건우. 그가 석유 카르텔을 해체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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