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5)
장웨이 주석의 무리한 희토류 채굴.
이 덕분에 장시성은 지금 재앙을 맞이하고 있었다.
처음 시작은 희토류 광산의 붕괴였다.
보통 중국에서는 산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수도 파이프라인을 설치하여 약산성수를 흘려보내 희토류를 채굴한다.
평소라면 확실하게 보강을 하고 작업을 하겠지만, 모든 안전장치를 하고 작업을 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이건우의 덤핑에 맞서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양의 희토류가 필요했다.
결국 중국은 무리해서 산에 타공을 하고 희토류를 채굴하였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장마가 계속 이어지면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계속된 채굴에 지반도 약해지고, 채굴에 방해되는 나무를 모두 잘라내버린 산은 결국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제방 시설을 건드리게 되었고 장마를 막아주던 댐은 결국 넘쳐 흘러버렸다.
장시성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심지어 희토류 생산처리시설이 같이 무너지면서 독성 폐수와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나갔다. 장시성에 있는 모든 식수원과 식량이 오염됐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는데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목마름을 참다못해 사람들은 오염된 음식을 먹고 죽었으며, 오염수에 접촉한 사람들은 피부병이 나서 고통을 호소했다.
장시성 토박이인 양제츠는 오늘도 자식들을 먹일 음식을 찾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구호시설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하지만 음식이라고는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한참을 길거리에서 헤매던 그는, 배가 고파 울고 있는 어린아이와 아이를 달래고 있는 부모를 보았다.
저 부모도 심정이 똑같을 것이다. 아이가 목이 말라서, 배를 굶어서 죽어가지만 음식을 구해다 줄 수 없었다.
정부에서는 구호물자를 보내준다고 했지만, 대홍수로 인해 남부지역의 교통망이 초토화되었다. 보내주고 싶어도 보내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양제츠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하면 허기가 조금 달래질까 싶어서였다.
“끌어내!”
그때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사람을 끌어냈다. 장시성의 경찰과 구호시설의 관리자였다. 양제츠는 그들을 보며, 또 끌려나가는 사람을 보며 흠칫 놀랐다.
‘···펑린?’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가끔가다가 인사하는 그런 동네 주민이었다.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경찰에게 끌려나가고 있었다.
포비드 감염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덥고 습윤한 기후. 열악한 위생환경.
딱 전염병이 돌기 좋은 상황이었다.
그렇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비드가 수재민 사이를 휩쓸고 다니기 시작했다.
포비드 감염자, 혹은 접촉자로 발견되는 즉시 구호시설 밖으로 끌려나간다.
그들을 위한 격리시설 따위는 없다. 그냥 구호시설 밖으로 버려지는 것이다.
구호시설이라고 해봤자 있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안전지대였다. 하지만 저 밖은 지옥 그 자체였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오염된 물과 식량밖에 없는 지옥.
심지어 모인 사람들은 전부 포비드 감염자들뿐이다.
질병으로 죽거나 오염된 음식을 먹고 죽거나.
그냥 사망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펑린이 끌려나간 후로 구호시설의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양제츠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는 펑린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국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우리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접촉자가 있겠지.’
마치 닭장과 같이 좁은 구호시설이다. 이 좁은 공간에서 포비드 감염자와 접촉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주먹구구식으로는 그들을 모두 색출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양제츠는 화가 났다. 자식들은 배고픔에 굶주리고 있었고, 언제 포비드에 걸릴지 몰라 매일매일 불안했다. 정부에서는 광산을 개발한다고 세금을 왕창 걷어가더니, 돌아오는 것은 재앙뿐이었다.
'망할 정부 놈들.'
양제츠의 화는 중국 정부를 향했다. 놈들이 제대로 광산을 관리했다면, 무리해서 채굴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양제츠가 속으로 정부에 대한 증오를 키우고 있을 때였다.
“와아아아!”
“정부가 우리를 죽인다!”
“우리도 사람이다! 식량을 내놔라!”
밖에서 물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함과 함성이 들려왔다.
‘저기는?’
구호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밖’을 쳐다보았다. 포비드 감염자들을 내던져놓은 곳이다. 수세에 내몰린 포비드 감염자들이 죽기 싫다며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당황한 표정을 한 경찰이 막으려고 했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다. 저들을 막으려고 접촉하는 순간, 같이 감염된다는 것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경찰은 잠시 주춤했고, 그 사이 폭동의 물결이 구호시설을 덮쳤다.
시위대의 분노에 전염된 양제츠도 어느새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구호를 외치는 양제츠의 옆에는 정육점 왕서방도, 옷가게 린펑도 있었다.
파국이었다.
*
대홍수로 인한 여파는 중국 남부지역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먼저 희토류 선물 시장은 말 그대로 혼돈이었다.
농산물이나 원유를 거래할 때는, 현물로 거래를 하면 저장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자재 투자는 보통 선물 상품에 투자한다.
그리고 선물 만기일까지 거래한 선물 원유를 보유한다면 실제로 원유를 받는 대신 그 선물 증서를 원유가 필요한 사람이나 업체들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얻는다.
희토류 선물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중국이 KW를 위시한 한국 기업들을 규제한다고 희토류 물량을 확 줄이면서 희토류 가격은 평소보다 상승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보통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미래에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고 더 싼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선물시장의 만기는 일반적으로 3개월이다. 바로 이건우가 치킨 게임에 들어가기 직전의 시기.
중국과 이건우가 치킨 게임에 들어가면서 희토류의 가격은 종전의 10%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만기일이 코앞에 닥쳤는데 트레이더들은 선물을 처분하지 못했다. 희토류를 팔 곳도, 저장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증서는 골칫거리이다.
결국 웃돈을 줘서라도 선물을 넘기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의 공통점은, 일방의 손실이 다른 쪽의 수익이 된다는 것이다. 희토류 선물을 다루던 중국 증권들은 폭망했고, 그 수익은 누가 가져갔을까?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건우가 쓸어갔다.
*
그렇게 중국 산업이 박살나면서 중국의 경제도 같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장웨이 주석을 비롯한 각 부의 부장이 모였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경제발전을 위해 수십 년 동안 노력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상무부 부장이 말했다.
“배터리업체와 완성차 업체는 이제 파워온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더이상 파워온을 규제하는 것도 의미도 없고요.”
중국은 KW에 대한 규제를 철폐했다. 아니, 철폐할 수밖에 없었다.
협상은 실패했지만, 이건우가 WTO에 제소한 까닭에 더이상 규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파워온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누가 똑같은 돈을 내고 성능 구린 중국산을 쓰고싶어 하겠는가. 당연히 파워온을 쓰지.
그 길로 중국의 배터리업체와 완성차 업체는 망했다. 수출은 이미 글렀고, 자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었다.
자국 회사 밀어주기를 위해 각종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중국 배터리를 쓰고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파워온을 쓰는 것이 훨씬 수익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국 자동차는 정말 돈이 없는 사람들이나 사는 그저 그런 자동차가 되어버렸다.
그다음, 천연자원부 부장이 입을 열었다.
“···희토그룹은 더이상 운영할 수 없습니다.”
치킨게임에서 졌다.
보통 치킨게임에서 지면 굴지의 기업도 파산을 면치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대상은 중국이라는 초거대 국가였다.
특히 희토그룹을 만들기 위해서 중국은 돈을 갖다 쏟았다. 5개의 기업과 연구기관을 합쳐서 만든 초거대 기업이었다.
그런데 기업을 세우자마자 공중분해를 당했네?
수익성은 악화되고 그에 대한 손실은 또다시 정부가 책임져야 했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모두 실직자가 되면서 고용률은 급감하고 세금도 못 걷게 생겼다.
“그리고 이미 희토류 시장은 이건우가 장악했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못 하는 사이, KW 머티리얼과 몰덴코프는 기존의 고객사를 싹 끌어가 버렸다.
중국 독점 체제였을 때보다 물량도 훨씬 많았기에 구매사들은 희토류 부족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다. 심지어 KW가 가격도 더 쌌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올라오더라도 중국과 거래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심각한 문제인데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재무부 부장이 나섰다.
“수출도 반 토막 났지만 사람들의 생산 능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러다가는 세수를 지난해의 반도 안 나오게 생겼습니다.”
일단 거의 1년 동안 중국은 포비드 사태로 시민의 행동반경을 제한했다. 심한 곳에는 아예 봉쇄하기도 했다.
미니온 트래킹을 도입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인 만큼,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해서 엄청난 통제를 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으니 소비는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대홍수가 오면서 남부의 생산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남부가 희토류와 광산도 많이 나오지만, 최대 규모의 곡창지대도 있다. 수확을 앞둔 곡창지대가 모두 오염수로 물들면서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마지막으로 공안부가 나섰다.
“경제도 경제지만, 지방정부의 상황이 심각합니다. 남부에서는 시위와 폭동이 일어났으며 홍콩과 위구르 지역에서도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부에서 일어난 폭동. 보통은 지방정부 경찰을 투입해서 제압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시위의 시발점이 된 장시성에는 엄청난 수의 포비드 감염자가 있습니다. 감염자를 상대로 진압하려면 마스크가 필요합니다만···.”
당장 먹을 식량도 없는 장시성에서 마스크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또한 포비드를 제대로 막을 수 있는 마스크는 KW에서 생산한 마스크가 유일한데, KW는 중국과 더이상 거래를 하지 않고 있었다.
시위를 진압하다가 오히려 시위진압부대가 역으로 포비드에 감염됐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러면서 폭동이 일어나도 각 경찰과 공안을 섣부르게 투입하기 꺼려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덕분에 폭동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렸고, 중국은 어쩔 수 없이 공안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이미 늦어버렸다.
그렇게 중앙정부의 지배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위구르와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의 움직임이 보였다.
“또한 리펑 총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들려옵니다.”
심지어 지도부에서도 불온한 움직임이 퍼져나갔고, 그가 꽉 잡고 있던 중국 여론에서조차 불평이 새어 나왔다.
특히 장웨이 주석은 정적, 리펑 총리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지금까지 주석과 총리는 같은 계파에서 나왔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장웨이 주석 통치 아래서만 계파가 다른 총리가 당선되었다.
리펑 총리가 지금 당내에서 ‘중국 인민의 절반은 빈곤층이며 장웨이 주석이 주장하는 모두가 편안한 사회는 허상이다’라고 장웨이를 비판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었다.
심지어 꽤나 많은 공산당의 간부들이 리펑 총리의 의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장웨이 주석이 침음을 흘렸다.
“으음”
한 가지만 해도 국가가 휘청거릴 문제인데, 네 가지 악재가 동시에 터지니 아무리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지만 버틸 수 없었다. 장웨이 주석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러다가 내가 무너진다.’
지방에서는 계속해서 시위가 일어나고, 경제는 박살나고, 심지어 공화당 내부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았다.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이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사과든 배상이든 다 해줄 테니까 그만하라고 해!”
이건우의 완벽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