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20화 (120/183)

치킨게임 (4)

네바다 주 주지사의 내한.

<미 네바다주 주지사, KW 머티리얼 희토류 공장 방문>

<한국 찾은 美주지사···경제사절단과 함께 이건우 사장을 만나>

<차 대통령 “희토류 공장 방문 기뻐”···양국 경제 협력이 강화되길>

네바다주 주지사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은 이슈가 되었다. 특히 그것이 한국의 희토류 공장 때문이라는 소식 때문에 여론은 더욱 들썩거렸다.

- 와 미국에서 희토류 때문에 한국으로 온다고?

- 한국 희토류 매장량이 미국보다 높다는데

- 우리나라도 드디어 자원빈국 탈출인가

- 우리는 그냥 이건우 보유국임

항상 자원을 수입하기만 하던 국가에서 자원 수출국으로. 이건 이건우가 개발한 희토류 기술이 세계에도 통한다는 방증이었다.

주지사가 직접 방문한 만큼 KW에서도 성의를 보여줬다. 희토류 공장에 투자하는 규모를 키운 것. 나는 인수가 완료되는 대로 자금을 투입해서 공장을 정상화하기로 했고, 이후 추가적으로 세 개의 공장을 네바다주에 더 짓기로 약속했다.

어차피 나는 네바다주에 공장을 지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리려는 계획도 있었을뿐더러, 네바다 사막은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광맥이기 때문에 여기에 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달이 난 주지사에게 선심이라도 쓰듯 네바다주에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고, 네바다주 주지사는 8억2400만 달러(약 1조 원) 정도에 달하는 지원금을 제공했다.

심지어 시설 투자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 지원조치를 결정했고, 고용이 확대되면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네바다주 주민도 KW를 격렬하게 환영했다. 이미 KW의 기술은 환경에 무해하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희토류 공장을 유치한 강원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두 눈으로 본 이상 반기는 건 당연지사였다.

물론 약간의 반대가 있었지만 대부분 안전하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신산업이 유치된다는 것을 기뻐했다.

마침내 네바다주에는 라스베이거스 말고도 자랑할 게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몰덴코프가 당장 돈이 없어서 그렇지, 설비는 미국 최고 수준으로 갖춰져 있었다.

생산설비 보충은 빠르게 이뤄졌다. 어차피 프리패브리케이션 공법을 도입해 만들어진 부품을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공장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동시에 희토류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세계는 전에 없는 '풍요로운 희토류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공급이 늘어났으니 이는 당연히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희토류 생산량이 늘어난 나는 즉시 가격을 내려버렸고, 중국은 울며 겨자먹기로 나와 똑같이 가격을 내렸다.

희토류 생산 업체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희토류를 소비하는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희토류는 반도체, 배터리,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정유, 화학, 방산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었다. 그렇게 범용성이 높은 원자재의 가격이 내려가자 소비자 업체들은 숨통이 트였고 덕분에 세계 경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희토류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몰덴코프도, 네바다주 주민도. 모두가 행복했다.

중국만 빼고.

*

희토류의 가격이 엄청나게 내렸고, 그 때문에 많은 희토류 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었다지만, 이건우는 끄떡없었다.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규모를 키우고 있었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아는 중국은 그저 속이 쓰릴 뿐이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건우가 미국까지 끌어들이다니."

이건우가 단지 한국에서만 생산하면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생산을 시작했다? 그것도 미국에서 유일한 희토류 기업을 인수해버리고, 각종 지원을 받으며 네바다주에 입성했다.

당연히 네바다주뿐만 아니라 미국 중앙정부에서도 이 일을 크게 반겼다. 희토류는 항상 부족하기만 했던 자원이고 미국에서도 희토류의 생산을 항상 원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망할 놈의 클린턴이 그날 트위터에 ‘KW가 네바다에 온 걸 환영한다! 땡큐 KW!’라고 올린 걸 보고 어찌나 속이 쓰리던지.

미국이 희토류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만 있으면, 중국으로서는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을 압박할 카드를 잃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희토류 생산을 시작하면, 유럽 고객들까지 뺏길 위험이 있었다. 굳이 중국까지 가지 않고도 더 싼 가격에 물류비까지 절약하면서 희토류를 구매할 방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의 점유율이 조금씩 조금씩 낮아지는 게 눈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발을 뺄 수도 없다. 치킨 게임을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이건우에게 모든 걸 뺏기게 될 테니.

하지만 장웨이 주석은 믿고 있는 바가 있었다.

“지금 경희토류 시장은 이건우에게 너무 많이 뺏겼다. 하지만 중희토류는 오직 우리만 가지고 있지.”

희토류는 크게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로 나눠진다. 그중 중희토류는 방산산업에 많이 쓰인다.

한국에 있는 희토류 광맥은 경희토류이다. 네바다주 사막에 있는 광맥도 경희토류이다. 경희토류 광맥은 세계에 널려있지만, 중희토류 광맥은 중국이 꽉 잡고 있다.

중희토류 광맥은 중국 남부 장시성에 있는데, 이번에 중희토류에 대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3개 기업과 2개 연구기관을 합쳐서 희토그룹을 세웠다.

장웨이는 야무진 꿈을 꿨다.

“중희토류 시장은 절대로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광맥이 없는데 어떻게 이건우가 손을 댈 수 있겠는가.”

그는 중희토류가 이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라고 보았다. 중희토류를 가지고 각 국가를 압박하는 것이다.

중희토류를 받고 싶으면 이건우와의 거래를 끊으라고.

중희토류가 군수 산업에서 필수적인 재료인 만큼, 국가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거창한 꿈이, 1분도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국토자원부 부장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얼굴이 사색이 된 것이 보통 일이 아닌 듯했다. 불길한 느낌을 받은 장웨이 주석이 다그쳤다.

“무슨 일인가!”

“장시성에 홍수가 와서 희토류 생산시설을 쓸어갔습니다. 장시성의 포양호 유역이 경계수준을 넘어섰고, 천오백 명의 군인이 수해방지작업에 들어갔으나 결국 댐이 무너지며 생사가 불명한 상황입니다.”

장웨이 주석은 머리가 아득해졌다. 장시성은 희토그룹을 출범한 곳이며 중희토류 생산을 담당할 기지이다. 이곳이 무너지면 그는 더이상 세계에 희토류를 공급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달 전 그는 치킨 게임을 준비하면서 장시성의 생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임시처리시설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 떠올랐다.

“설마···.”

“폐수와 찌꺼기를 보관하던 처리시설이 무너지면서 오염수가 장시성을 덮쳤습니다.”

“동시에 피난민 43만 명이 긴급 피난을 갔는데, 그들 사이에 포비드가 발병하면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장시성은 지금 국가적인 재난사태에 처해있습니다. 그들은 희토류를 더이상 공급할 수 없습니다. 피해복구에 사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중국이 더이상 희토류를 생산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알게 남은 고객사들은 부랴부랴 이건우에게 달려갈 것이다.

중국은 치킨게임에서 졌다.

장웨이 주석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할 때가 왔다.

*

나는 중국의 대홍수 소식을 들었다. 피해를 본 국민은 안타깝지만, 이번 일로 나는 희토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번에 미국 몰덴코프를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인도와 브라질의 희토류 국영기업과도 협약을 체결하면서 생산량을 확대했다.

반면 중국은 더이상 희토류를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은 결국 항복을 했고 주한중국대사가 KW를 방문했다.

주한중국대사는 지난번보다 훨씬 공손해진 태도로 말했다.

“본국은 이번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예. 그 점은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희는 불필요한 분쟁을 하지 않고 서로 협력으로 나아가는 게 지금의 불행을 극복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그래서 본국에서는 KW와 오성, 제일 그룹에 걸린 수입제한조치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귀사에서 원하는 게 있으면 최대한 들어주라는 게 당국의 뜻입니다.”

그러게 진즉 이렇게 나오지 그랬니.

저쪽에서 먼저 요구사항을 말하라고 했으니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먼저 장웨이 주석이 직접 사과를 해야합니다. 중국에서 먼저 우리 기업에 대해 조치를 시작했으니 이 부분이 선결되어야 할듯싶군요.”

대사가 나를 노려보았다.

“주석의 사과라니요? 중국은 한 번도 다른 이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없습니다.”

“그럼 이번에 한 번 해보세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이···!”

발작 버튼이 눌린 대사가 소리를 치려고 했지만 나는 그를 제지했다.

“아직 다 안 끝났습니다. KW 코퍼레이션과 제일 그룹, 그리고 오성 그룹은 중국의 무리한 조치로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니 각 기업에 300억 달러씩 배상하십시오.”

“뭐, 뭐? 300억 달러? 당신 미쳤어? 협상할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 거야!”

결국 참지못한 대사가 빽빽 소리를 질렀다. 어디서 이게 반말이야?

“착각한 거 같은데 이건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야. 마지막으로 장시성에 있는 중희토류 광구를 KW 자원개발에 넘겨. 이 세 가지를 들어주지 않으면 중국과 화해는 없다.”

대사는 벌떡 일어났다.

“소국의 기업이 그까짓 기술만 믿고 오만방자하게 구는군. 내가 다시는 귀사에 오는 일은 없을 거요.”

“뭐, 그러시던가.”

그런데 과연 장웨이 주석도 그렇게 생각할까 모르겠네.

*

협상은 그렇게 물 건너갔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한 달 내내 큰 비가가 내렸고, 장마전선은 남부지역에서 북부지역으로 올라가면서 골고루 피해를 줬다.

6천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으며, 이 가운데 400만 명 이상이 사망 및 실종했다.

홍수로 가옥이 40만 채가 무너지는 등 직접적인 경제 손실액만 따지면 30조가 넘는다.

직접적인 것만 그렇다는 것이고, 다른 요인들까지 고려한다면 손실액이 수십 배로 불어난다.

먼저 장시성 상황은 말이 아닐 정도로 피폐화되었다. 장시성뿐만 아니라 남부의 여타 성도 피해가 컸다.

장시성에 사는 양제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겪고 있는 것은 지옥이었다.

임시구호시설에 모여서 지냈지만 말이 구호시설이지, 사실은 사람들을 모아두고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 멀리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앙!”

“어이구, 미안해. 엄마가 얼른 먹을 거 구해다 줄게.”

배고픔을 참다못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하지만 부모도 어쩌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지금 구호시설에도 식량과 식수가 없을 정도로 공급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축해둔 물자는 동이 난 지 오래였고, 수확을 앞둔 작물들도 희토류 오염수에 절어 수확할 수 없어졌다. 식수는 진작에 오염되어 마실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양제츠는 생각했다.

‘이게 다 희토류 때문이야.’

지난 몇 달 동안 장시성에서는 희토류 바람이 불었다. 희토그룹이라는 거대 기업이 생기면서 지역이 발전한다고 얼마나 좋아했던가.

포비드로 인해 공장에도 못 나가고 많은 생활고를 겪는 와중에도 희토류 공장만큼은 쌩쌩하게 돌아갔다. 그래서 양제츠의 친구도 실직해 있다가 희토류 공장에 취업했다.

하지만 무리한 희토류 생산은 끔찍한 비극을 일으켰다.

구원인 줄 알았던 희토류는, 재앙이 되어 장시성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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