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17화 (117/183)

치킨게임 (1)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인정했다.

심지어 그 말을 한 주체가 일본의 외교를 총괄한다는 외무대신이다.

외무대신의 발언 이후 일본 정부에서조차 별말이 없는 것을 보면, 이건 외무성의 독단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보아도 무방해 보였다.

일본의 국민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나노온 때문에 다케시마를 홀랑 가져다 바쳤다고 매일같이 시위하며 정부를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그저 신이 날 뿐이었다.

이건우가 공매도 세력을 발가벗긴 다음 쫓아내 버린 게 바로 이 주 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노온을 휘둘러서 독도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것이다.

두 달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는 듯, 국뽕이 치사량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 크으 미쳤다!

- 와 이걸 기업이 한다고?

- 기술도 개발해, 경제도 살려, 독도도 해결해. 못하는 게 뭐지?

- 독도는 누구땅?

ㄴ···한국 땅입니다.

ㄴㅋㅋㅋㅋㅋㅋ외무대신 표정 썩었죠

온갖 커뮤니티에는 독도와 KW에 관한 얘기가 가득했고,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물론 신난 건 한국밖에 없었다. 일본은 다케시마를 빼앗겼다는 충격에 침울한 상태였고, 바로 옆 중국은 예상치 못한 일격에 당황하고 있었다.

장웨이 주석은 책상을 쾅 내리쳤다.

"일본 시장을 뺏겼다니! 상무부는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일본은 희토류 시장의 큰손이었다.

산업 구조상 희토류를 많이 쓸 수밖에 없었고, 중국의 희토류의 30%는 일본이 가져갔다. (참고로 한국은 중국 희토류의 12%를 가지고 가고 있었다.)

10년 전 중국이 일본에게 수출 규제를 한 뒤, 일본은 대중 희토류 의존도를 낮췄다. 그러면서 중국 희토류 기업은 적자에 허둥거렸고, 수출량을 제한해서 가격을 올려 겨우 수지를 맞출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중국에 대한 희토류 독립 선언을 했다. 하루아침에 매출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상무부 부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최대한 막아보려고 했지만 나노온이 너무 강력한 카드인지라···."

“그놈의 나노온!”

장웨이 주석은 침음을 흘렸다.

1나노 반도체 칩을 만들어냈다니. 단순히 만들어낸 게 아니라 '양산'까지 해냈다.

아직은 양산 초기 단계라서 수요에 비해 물량이 부족하겠지만, KW의 공장 올리는 속도를 보면 그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나노온이 시장에 풀리는 순간 산업은 엄청나게 가속하며 발전할 것이다. 나노온이 가지는 엄청난 연산능력은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없애버릴 것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게 분명했다.

그리고 중국은 그 패러다임에 뒤처지겠지.

상무부 부장은 눈치를 보며 말했다.

"만약 이건우가 중국만 빼고 세계시장에 나노온을 풀어버린다면···. 저희 중국의 모든 산업이 몇 단계나 뒤처질지도 모릅니다."

중국은 최근 산업구조가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주항공산업만 봐도 나노온이 없어서는 안 될 분야이다.

엄청난 자본과 노동력을 투자해서 겨우겨우 선진국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왔건만, 나노온 때문에 한순간에 도태되게 생겼다.

"이건 파워온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입니다. 대비해야 합니다."

"어떻게 대비를 한단 말인가?"

중국이 가장 잘 하는 게 기술 도둑질이지만, 이건우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파워온 기술을 빼내오려고 시도했다가 국가안전부가 역으로 털리고, 모든 요원과 7조 원이 공중에 분해된 사건이 바로 얼마 전이었다.

학습효과가 있었던 모양일까? 한번 그렇게 크게 덴 이후, 중국은 산업스파이를 보낸다는 생각은 애당초에 접어버렸다. 대신 다른 방안을 찾았다.

"주석께서 마음을 넓히셔서 대국의 아량으로 이건우를 용서해주십시오. KW를 비롯한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풀어주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다면 이건우는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석이 보기에 이 방법은 꽤나 괜찮아 보였다. 면도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화해를 할 방법이었다.

중화사상이 깊숙이 박힌 그들은 이 방법이 어떤 역효과를 가져올지 상상도 못 했다.

주석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과연 그렇겠군. 좋아, 그럼 그렇게 해보지."

어쩌면 그들은 아직 학습이 덜 됐을지도 모른다.

*

아무래도 KW 본사는 이제 외교의 장이 되어버린 것 같다.

요 몇 주 동안 주한일본대사가 한창 들락날락하더니, 며칠 전에는 일본의 외무대신 다녀가고, 이제는 주한중국대사까지 찾아왔다.

"대사께서 여기까지는 무슨 일인가요?"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에 내 말투는 자연스럽게 삐딱했다.

주한중국대사가 오만한 건 차민태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예전에 경매장에서 한바탕한 다음 대사가 직접 차민태에게 찾아가서 사과하라고 대놓고 요구했다며, 건방진 새끼라며 얼마나 욕을 해대던지.

그런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중국 대사는, 진짜 싸가지가 없었다.

주한중국대사는 한서진이 내어온 싸구려 티백 차를 호록거리며 말했다.

"한국의 차 맛에서는 기품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사장이 이런 차를 마셔서야 되겠습니까. 이럴 줄 알고 제가 중국에서 최고급 보이차를 가져왔습니다.”

주한중국대사는 거들먹거리면서 예쁘게 포장된 차 통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뭐 협상을 하러 온 놈이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

내 뒤에서 한서진이 감탄하는 목소리가 넘어왔다.

“···와. 대단하네요.”

정말 대단하다. 중국의 개썅 마이웨이는 정말 우리의 상식을 초월하고 있었다.

물론 주한중국대사는 한서진의 감탄이 진심이라고 생각했는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본국에서는 지금까지 사장님이 보여온 무례를 특별히 용서해드릴 생각입니다."

"···?”

이거 미친 새끼 아냐?

나는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어서 한서진을 쳐다보았고, 한서진의 표정을 보고 나는 제대로 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쯤 되니 개소리를 이렇게 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차분하고 젠틀한 남자이므로 일단 사실관계부터 제대로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혹시 제가 중국에 무례를 저지른 일이 있습니까?"

내가 묻자 주한중국대사는 오히려 놀랐다는 듯이 되물었다.

"설마 경매장에서의 일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요?"

"···그 일이 중국에서 파워온 기술을 훔치려고 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은 안 드나 보지요?"

"사업을 시작하신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시나 본데, 원래 사업을 하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입니다. 좋게좋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이렇게 키우다니, 이거야말로 중국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닙니까?"

···너무 당당해서 할 말이 없다.

내 표정은 썩어갔지만, 주한중국대사는 그런 것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우리 중국은 대국의 아량을 베풀어 이건우 사장님을 용서해드리기로 했습니다. 나노온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해준다면, 한국 기업에 걸려있는 모든 제재를 풀어드리지요. 이번에 좋은 공부 했다고 생각하시고 받아들이시지요."

나는 주의 깊게 개소리를 들은 다음 한서진에게 말했다.

"당장 쫓아내버리고 다시는 들여보내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세요."

"물론이지요."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고, 한서진은 당황해서 어버버 하는 주한중국대사를 끌어냈다. 그녀가 다용도실에서 소금까지 가져와서 뿌리는 사이 나는 선물 받은 보이차를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중국이 이렇게 나왔다는 것이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지난 두 달 동안 감히 나를 건드렸던 벌을 받아야겠지?

“일단 중국의 고객사부터 뺏어와야겠군.”

[미국과 유럽에 희토류 가격을 반절로 낮춰서 공급 계약을 제안하겠습니다.]

캐리온은 이제 척하면 착이었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치킨 게임이 시작됐다.

*

지금 희토류 시장은 중국 독점 체제였기 때문에 중국이 부르는 게 바로 값이었다.

희토류 중 하나인 네오디뮴의 가격은 현재 톤 당 2억 8천만 원이었는데, 중국이 무려 일 년 만에 135%를 올려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가격을 올려도 판매는 전혀 줄지 않았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전자산업을 비롯한 각종 첨단산업이 발전하면서 희토류의 수요가 증가한 까닭이었다.

전기차 드라이브 트레인, 풍력 터빈, 방산장비, 휴대폰 등. 희토류가 쓰이지 않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하지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달리 공급은 제한적이었다.

심지어 중국은 수출통제법에 희토류 관리규정을 추가하여, 희토류 채굴 총량을 관리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5개의 희토류 기업을 통폐합하여, '중국희토기업'이라는 거대 희토류 기업을 만들어내 희토류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까지 했다.

희토류 시장은 비탄력적 시장이다.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을 제한해버리니 희토류 가격이 폭등하는 건 당연한 일.

거기에 더해 최근에는 포비드 사태가 겹치면서 희토류 공장을 돌리지 못해서 공급량이 더더욱 줄어들었는데,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부분 생산자가 비축분을 충분히 준비해놓지 않았다.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희토류를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제안했다.

"희토류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KW에서는 희토류 가격을 현재의 반값으로 판매하겠습니다."

어차피 한국과 일본은 내 희토류를 사용하기로 되어있으므로, 나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가격적인 메리트 말고도, KW만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제안서에 나는 한 마디 더 붙였다.

"그리고 이쪽에 나노온도 있는 거 아시죠?"

희토류와 나노온. 둘의 조합은 최고였다.

기본적으로 희토류를 쓰는 제조업체는 첨단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노온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 희토류를 받아쓰는 업체 사장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회의를 했다.

"아무래도 KW가 중국과 단단히 한 판 하려고 하나 봅니다."

"그러게요. 이번에 주한중국대사가 KW에 찾아가서 화해하자고 했는데, 이건우 사장이 오히려 치킨게임을 걸었다고 하더군요."

일개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치킨게임을 걸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또라이인가 싶겠지만, 상대가 이건우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들이 생각하는 이건우는 미친 승부사였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손해를 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제가 봤을 때 이건우는 중국을 상대로 자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이길 수 없는 판에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아니, 이길 수 없는 판이라면 판을 엎고 새로 짜는 스타일이지요."

그들은 열심히 중국과 이건우 사이를 저울질했다. 양자택일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그들은 이길 사람에게 돈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분위기는 슬슬 이건우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이 분위기에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이건우에게는 나노온이 있지 않습니까."

중국보다 희토류 가격도 싼데 나노온까지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일본도 제일 먼저 중국을 배신하고 이건우에게 붙었지요. 심지어 배상금을 지급하고 독도까지 포기하면서까지 말이에요."

경제 대국인 일본조차 이건우의 편에 섰다. 이젠 누가 봐도 중국이 아니라 이건우가 압도하는 모양새였다. 그러자 그들도 누구한테 붙어야 하는지, 확실한 윤곽이 나왔다.

그들은 감탄했다.

"솔직히 한 달 전만 해도 KW는 망할 줄 알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바뀌어버렸네요."

"대단한 사람입니다. 개인이 국가를 상대하는 건 사례가 많이 없지요. 하물며 개인이 이런 기술을 연달아 내는 건 유례가 없던 일입니다."

그들은 모두 한가락 하는 제조업체의 사장이었다. 지금까지 회사를 키우면서 그들은 혁신이 갖는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혁신은 시장을 바꾸고 선도한다.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 이건우는 혁신 그 자체였다. 미래를 예견하는 직관과 창의적인 영감은 충분히 증명됐다.

배터리와 반도체만 해도 엄청난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대단한 일을 해낼까.

그 흐름에 편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희도 이건우와 같이 가겠습니다.”

이제 세계가 이건우의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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