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09화 (109/183)

희토류 장악 (5)

희토류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나의 확신.

내가 제안한 사업에 이동국 사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단 망하게 되더라도 쥘 수 있는 돈이 3000억이다. 그리고 KW에서 회사를 인수한 이상 KW를 비롯한 오성과 제일에서도 이쪽의 희토류를 쓸 거고.

혹시나, 만약 이게 성공한다면? 차기 희토류 시장은 KW에서 장악하게 될 것은 확실했다. 자회사로 편입한 DK 머티리얼이 세계 희토류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안한 사람이 무려 나다. 지금은 중국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해도, 시작하기만 하면 무조건 성공을 거두는 사업가로 명성을 떨쳐왔다.

이동국은 고심 끝에 말했다.

“일단 돌아가서 임원진을 설득해보겠습니다.”

어차피 DK 머티리얼 임원진의 태반이 이동국의 친척일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동국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의 제안을 수락하느냐 하는 것.

나는 그의 결정을 도울 수 있도록 캐리온이 발명한 희토류 기술을 정리한 자료를 넘겨주었다.

"아마 이게 사장님의 결정을 도와줄 겁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캐리온이 저술한 희토류 정제 기술에 대한 논문을 물고 뜯고 씹으며 분석하던 그들은 결론을 내렸다.

“이대로만 된다면 향후 희토류 시장의 판도는 바뀌게 될 겁니다.”

연구진의 보고를 들은 이동국의 표정은 붉게 상기되었다. 이건우가 말한 것이 맞았다.

확신이 든 이상, 고민을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 이동국은 그 즉시 이건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이 계약 당장 체결하시죠. 아니 하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DK머티리얼은 KW 머티리얼로 바뀌었다.

*

나는 이제 KW 머티리얼의 사장이 된 이동국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았다. 설비는 아주 좋았다. 이동국 사장이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최신식 설비와 함께 신경 써서 공장을 지은 티가 났다.

하지만 문제는 그 좋은 설비가 놀고 있다는 것이다.

공장은 여전히 문을 닫고 있었고, 그 주위는 시민단체가 둘러싸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데도 열심히 농성하는 시민단체를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시민단체의 반발이 유난히 심하네요."

"하이고. 말도 마세요. 저놈들 때문에 공장을 못 돌립니다. 한번은 그냥 무시하고 공장을 돌렸더니 저희 직원을 위협하려고 들지 않습니까. 아주 시민단체가 아니라 깡패에요, 깡패."

그는 쌓인 게 많았던지 계속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저희는 희토류 채굴을 하는 게 아니라 제련하는 공장이 아닙니까? 그런데 환경오염을 한다고 저 모양입니다."

DK머티리얼은 '제련' 공장이다.

호주에서 채굴하고 공정을 거친 순도 99% 이상의 희토류를 가져와서 공장에서 생산해내 반도체 기업에 납품하는 것이 그들이 공장을 지은 목적이다.

환경오염과는 전혀 무관한 공정이건만, 시민단체에서 들고 일어나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반대를 하려면 공장을 지을 때부터 반대하던가, 심사도 다 통과하고 공장도 다 지어놓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저러고 있어요."

나는 물었다.

"그러면 저쪽에서 원하는 게 뭡니까?"

“뻔하죠. 돈입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피식 웃었다. 직원들을 위협하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대충 짐작이 갔다. 저들은 환경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게 분명했다. 놈들은 그저 시민단체의 탈을 쓴 용역 깡패일 뿐.

지난번 희망의 집 사건 때도 느낀 것이지만, 시민단체 같지 않은 놈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동국이 투덜거렸다.

“처음에는 돈을 주면 물러간다고 해서 돈을 쥐여줬더니 물러가더군요. 그리고 얼마 뒤에 다시 몰려와서 더 큰 돈을 달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안 주겠다고 버텼지요. 그러니까 저러고 있습니다. 지금 대치한 지 2주째에요. 빨리 공장 정상화를 해야하는데···.”

나는 즉시 캐리온에게 이 단체를 조사해보라고 시켰고,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역시민권익위원회'는 조직폭력배가 결성한 곳입니다. 위원회 집행부 중에는 전·현직 조직폭력배만 11명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마디로 사이비 시민단체라는 것이다. 아니, 이정도면 시민단체라는 말을 붙이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냥 조폭이다, 조폭.

[주로 공사현장을 다니면서 공사 이권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지만, 일감이 없을 때는 이런 식으로 시위를 하고 돈을 뜯어내는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불법행위를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건설사들을 상대로 소속된 업체의 인력과 장비를 사용하라고 협박했습니다.]

방식을 보니 기가 막혔다.

먼저 해당 위원회 집행부는 회원을 모은다.

지역사회의 공사용 장비 임대 업체 등 21개 단체 1천여 명이 소속됐는데, 이들은 가입비 30만 원, 월회비 5만 원, 공사 매출금의 5%의 수수료 등을 지불한다.

이렇게 돈을 받으면 일을 해야하는 법.

위원회는 공사현장에 가서 "지역사회 업체에 일거리를 달라"고 원·하청 업체에 요구한다.

그런데 만약 업체가 비회원에게 공사를 맡긴다?

아니면 다른 지역의 장비를 사용한다?

그 순간 회원 수십 명을 동원해 집회를 연다. 장송곡을 틀고 삭발식을 거행하는 건 기본이고, 공갈과 협박 그리고 폭행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원·하청 업체 등은 공사 기간이 지연되는 등 피해를 입을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위원회 측에 공사나 장비 임대권을 넘겨줬다.

[그런데 DK 머티리얼이 타지역 업체를 써서 공사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고, 그 이후에 완공된 공장 앞에 와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가지가지 한다.”

나는 저기 멀리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진상도 저런 진상이 없었다.

내가 공장 시찰을 나온 것을 본 탓인지 아까보다 시위가 격렬해진게 느껴졌다. 누워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꼴을 보니 일단은 대화가 필요해 보였다.

일단은.

*

나는 사이비 시민단체와 대화하기 위해서 불러들였고, 이동국은 뚱한 얼굴로 말했다.

“대화가 안 될 텐데요.”

“제가 잘 타일러 보겠습니다.”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 집행부 여섯 명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짧게 자른 머리와 건장한 체격, 껄렁거리는 태도와 위협적인 눈빛. 옷 틈사이로 적나라하게 비치는 화려한 문신들까지. 누가봐도 조폭이었다.

그중 대장 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건들거리며 말했다.

“와따, 사장이 바뀌었다더니만 아주 훤칠하게 생겼네.”

뭐? 이 새끼 봐라? 초면에 반말이네?

“응. 그런 말 많이 들어.”

내 대답에 상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이거 젊은 사장님이 상황파악이 전혀 안 되는 모양이네?”

“그건 됐고. 돈 필요하다며?”

돈 이야기가 나오자 조폭의 눈빛이 바뀌었다.

“좋아. 사장이 젊어서 그런가 말이 잘 통하는구만. 저짝이 우리 동네에서 사업하는데 우리 업체를 안 썼더라고. 남의 동네에서 사업하는데 이건 예의가 아니지.”

“그래서?”

조폭이 히죽 웃으며 용건을 꺼냈다.

“우리가 돈을 못 벌어서 손실이 크니까 대금을 좀 치뤄줘야겠구마. 내 특별히 인심 써서 반절은 깎아줄게.”

이건 또 무슨 논리인가 싶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이동국은 ‘에엑!’ 소리를 질렀고, 조폭은 껄껄 웃었다.

“시원시원한 게 역시 젊은 사람끼리 이야기를 해야 말이···.”

“대신 그쪽 때문에 나도 돈을 못 벌어서 손실이 크니까 배상을 해줘야겠다.”

나는 캐리온이 공장을 못 돌리는 동안 손실액을 계산한 내역을 던져줬다.

종이는 상대의 얼굴을 때리고는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총 180억. 일단 내 돈부터 내놔. 그럼 나도 대금을 치러주지.”

조폭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여?”

그가 벌떡 일어나자 나머지 집행부도 어슬렁거리며 일어났다. 덩치 때문인지 사무실이 꽉 차보였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이동국은 잔뜩 겁을 집어먹었지만, 나는 여유롭게 웃었다.

“일어나서 뭐 어쩌려고. 공장 앞에 죽치고 있는 네 패거리 끌고 돌아가. 안 그러면 배상액이 매일같이 불어날 거야.”

“이 어린놈의 새끼가!”

그가 화를 벌컥 내며 손을 쳐들었지만,

“아저씨가 왜 여기까지 와서 행패일까.”

내 뒤에는 한서진이 있었다. 한서진은 여유롭게 조폭의 손을 잡았다.

“이 년이!”

조폭이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한서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일어났다.

“잘 타일러서 돌려보내세요.”

“걱정마세요. 제가 '특별히' 잘 타이르도록 하죠.”

···특별히가 너무 강조된 거 같은데?

*

조직폭력배는 KW 머티리얼 사무실에서 도망쳐 나왔다.

"으아아악!"

"씨발! 저 여자 뭐야!"

"다, 다리에 힘이······."

호리호리한 여자라고 만만하게 봤는데, 어느새 다들 어디 한군데는 부여잡고서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소기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청구서 하나를 받아왔다. 한서진이 친절하게 가슴팍에 넣어준 종이를 그들은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위원회로 돌아왔을 때 마침 위원회장이 자리에 있었다. 한때 이름을 날렸던 전직 조직폭력배이기도 한 위원회장은 그들의 꼴을 보고 물었다.

"DK, 아, 이제는 KW이지. 어쨌든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

"그, 그게······."

차마 여자 한 명에게 맞아서 이렇게 됐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그들은 이건우가 그들과 맞서기 위해 경호원을 대거 고용해서 이렇게 됐다고 둘러댔다.

"이건우가 거기에 직접 왔었다고?"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위원회장이 머리를 후려쳤다.

"병신아, 한국에 살면서 이건우도 몰라?"

"이름은 들어봤는데······. 그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입니까?"

"어후, 이 꼴통 새끼가!"

부하 놈이 아무리 시골에 처박혀서 자기가 왕인 줄 알면서 산다고 해도 어떻게 이건우의 이름을 모를 수가 있는지!

"이번에 중국이 KW를 죽이려고 해서 난리가 났잖아! 거기 회장이 이건우라고! 이니셜 보면 몰라? K!W!"

"아, 이건우의 이니셜이 KW입니까?"

"......."

위원장은 그냥 대화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머리통이 텅텅 빈 부하와 달리 그는 돌아가는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얼마 전 중국이 KW 때리기를 시작하면서, KW는 희토류의 공급이 꽉 막혀버렸다. 희토류가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고, 그 유명한 파워온도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아마 어떻게든 희토류를 생산하기 위해서 DK 머티리얼을 인수한 모양이었다.

즉, KW에게 희토류 공장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수까지 한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면 초조해지겠지.'

그럼 더 큰 돈을 요구해도 어쩔 수 없이 들어주게 될 것이다.

KW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는 감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지역에서 알아주는 조폭이지만 대기업과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KW는 무너지기 직전이라는 인식이 슬금슬금 퍼져있는 상황.

희토류가 그나마 구명줄인데, 자신이 그 구명줄에 일부분을 잡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러면 잘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너무 대놓고 그럴 수는 없지."

대놓고서 수작을 부리다가는 분명 뒤탈이 생길 게 뻔했다.

위원장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바로 여론전을 통해 반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희토류 공장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시설이다.

그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충주 지역 카페, 입주민 및 재개발 커뮤니티, 맘 카페 등을 돌면서 희토류 공장의 위험성에 대해서 말하면서 지역 주민을 선동해."

"알겠습니다!"

그들이 머리가 비어있기는 해도 시키는 건 잘했다.

조폭은 조합장의 명령을 듣고 얌전히 구석에 가서 핸드폰을 켰다. 맘 카페에 접속한 그는 자연스럽게 로그인을 했다.

그의 아이디는 수연맘.

- 수연맘 위너스빌 67(열심회원): 충주에 희토류 공장이 들어온다는데···. 우리 아이들이 걱정이에요.

우락부락 험상궃은 조폭은 어느새 수연맘이 되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다.

*

한서진의 장담대로 공장 앞은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이동국은 감탄하며 말했다.

“저도 진즉 이 방법을 쓸 걸 그랬습니다.”

“글쎄요. 이런다고 말을 들을 놈들은 아닙니다.”

한서진이 그들을 쫓아낸 후에 나는 바로 고소장 접수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여기서 그만둘까? 아니라고 본다.

내 예상대로 그들은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방해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지역 주민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캐리온이 충북의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을 발견하고 보고했다.

「충주에 희토류 공장이 들어온다는데···.

지금까지는 유해물질이 넘 심해서 후진국에서 환경오염 같은 거 무시하고 만들던거래요ㅠㅠ

발암물질 많다는데... 애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너무 찝찝하네요」

조폭이 엄마를 가장하고 글을 올리는 게 우스웠다. 심지어 그들은 아이디를 돌려가면서 댓글을 조작하고 여론을 선동했다.

- 이거 사실이면 저지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 KW에서 희토류 수입 막히니까 충주에 짓는 거라는데···.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충주 시민을 희생하는 건 너무하네요

- KW 그렇게 안 봤는데, 저번에 위안부에도 기부하고 좋은 활동 많이 한다고 알고 있어요.

ㄴ 그래도 기업이니까요

- 찾아보니까 친환경 산화물제조 기술 인증을 받았다고 뜨는데요?

ㄴ기업 입장의 안정성과 주민 입장의 안정성은 차이가 있으니 달갑지만은 않네요.

[어떻게 할까요?]

나는 피식 웃었다.

“감히 나한테 여론전을 걸어?”

진짜 여론전이 뭔지 내가 똑똑히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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