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07화 (107/183)

희토류 장악 (3)

꿀이 떨어지는 외할아버지의 눈동자.

나는 그 부담스러운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두 가지 기술 중에서 먼저 희토류 추출 및 정제 기술에 관해 설명했다.

“희토류는 희귀한 토양이라는 이름과 달리 풍부한 자원이지요. 당장 우리나라 충주에도 1100만 톤이, 홍천에는 1250만 톤의 희토류 광맥이 존재하지요.”

광맥의 희토류 함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2500만 톤이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가 50년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환경오염 때문에 채굴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으냐.”

그렇다. 희토류 광맥은 흔하지만 추출이 어렵다. 산업에 사용되는 원소들이 흙에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 그래서 강제로 추출해야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화학약품들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또한 희토류 광맥은 방사성 원소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추출 과정에서 방사능 오염수도 많이 발생한다.

즉, 희토류를 채굴하고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감당해야 하는데, 정화 비용이나 각종 보상 등까지 지출한다면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수입해오는 게 훨씬 경제적인 상황.

하지만 중국은, 환경오염 같은 리스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희토류를 제련해낸다.

그렇기에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처럼 휘두를 수 있고, 우리나라에 있는 희토류 광맥도 아직도 개발되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그렇지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KW 자원개발에서 오랜 기간 연구한 끝에, 희토류를 채굴할 때 사용하는 화학약품에서 독성을 완벽하게 없앨 수 있는 중화제를 발명해냈습니다. 추가적으로 기존에 있던 방식보다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원하는 원소만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고요.”

내 말에 외할아버지가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게 진짜더냐? KW 자원개발이라면 만들어진 지 일 년도 안 된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일 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KW 미디어를 설립하고 미니온 트래킹을 만들었으며, 파워온을 출시하였지요.”

시간 만큼 캐리온의 앞에서 무의미한 것은 없다. 남들이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연구할 것들을 캐리온은 단 며칠 만에 해낼 수 있다. 캐리온을 상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저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될 뿐.

“희토류만 생산할 수 있다면 중국의 압박에서 크게 자유로워지겠지요. 그리고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보이기에, 판매도 언제든지 가능할 거고요.”

“그건 그렇지. 그럼 그건 건우 너에게 맡기도록 하마.”

외할아버지는 썩 믿기지 않아하는 눈치였지만 일단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처음부터 느끼던 거지만, 외할아버지의 관심은 희토류 말고 다른 데 가 있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1나노미터 반도체 공정을 개발했다는 건 무슨 뜻이냐?”

역시 아까부터 입이 근질거려 보이시더니, 역시 반도체 얘기를 하고 싶으셨나 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언급되는 nm(나노미터)은 전기신호들이 다니는 길의 폭을 의미한다.

회로가 가늘수록 웨이퍼 한 장으로 잘라낼 수 있는 반도체 칩 개수가 많아져 생산성이 높아진다. 동시에 회로가 정밀해질수록 칩 하나당 부착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가 늘어나 반도체 칩의 성능도 올라간다.

현재 개발된 반도체 공정 중 가장 최소단위는 미국 컴퓨터 기업인 IBM이 개발한 2나노미터이다. 심지어 그것도 대량생산 단계까지는 한참 남았다.

하지만 캐리온은 1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공정을 개발해낸 것에 더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설계까지 모두 마쳤다.

“말 그대로입니다. 저번에 제가 인수한 하이텍 파운드리 기억하시나요?”

“기억하다마다. 내가 추천해준 곳이 아니더냐.”

“그곳에서 새로운 비밀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었거든요. 이름하여 나노온 프로젝트. 그리고 최근에 1nm 공정으로 반도체 테스트칩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장담하건대, 현존하는 그 어떤 반도체보다 성능이 뛰어날 겁니다.”

일반적으로 1nm 칩은 기존의 7nm 칩보다 성능은 65% 더 높은 반면, 에너지 사용은 95%가량 더 낮출 수 있다.

휴대폰 배터리는 6배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노트북이 훨씬 더 빨라질 수 있으며, 데이터센터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또한 줄어들 수 있다.

압도적인 기술. 나노온을 생산하기만 한다면 중국의 제재 따위는 우습지도 않을 것이다.

외할아버지도 반도체 사업을 평생 해오신 만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단번에 이해하신 모양이다.

“테스트칩 제작까지 성공했다고?”

“그렇습니다.”

물론 당연히 뻥카다. 보물창고에서 기술을 꺼내온 게 어제인데 그걸 제작할 시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캐리온이 개발한 기술은 완벽할 것이다. 나는 그것만 믿고 당당하게 블러핑을 날렸다.

“저는 이 기술을 가지고 오성 전자와 함께 합작법인을 세우고 싶습니다.”

“합작법인!”

외할아버지는 이제 기분이 다 풀리신 모양이다. 지금 입꼬리를 꿈틀거리며 어쩔 줄 모르시는 거 보니 말이다.

그리고 오성 전자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은 나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다. 하이텍 파운드리라는 반도체 공장이 있긴 하지만, 오성 전자 쪽이 훨씬 고급 인력과 풍부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네 기술이 확실하다면 당연히 해야지. 으허허. 내가 말년에 손주를 잘 뒀어. 그래. 그 프로젝트 이름이 뭐라고?”

“나노온입니다.”

“나노온. 이름도 착착 달라붙는구만. 그래, 이런 게 있으면 가족이랑 해야지. 가족 좋다는 게 이런 거 아니겠느냐? 우리 손주, 이 할애비가 한번 안아보자꾸나.”

잔뜩 기분이 좋아지신 외할아버지는 나를 덥썩 안으려고 했고, 나는 슬쩍 피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희토류도 확보하면 반도체 생산에는 더이상 문제가 없을 것이고, 그 희토류를 이용해 나노온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다면 세계 모든 기업에서는 나노온을 구매하려 줄을 설 것이다.

나노온은 파워온과 같은 새로운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감히 KW에 제재를 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

할아버지와 나는 일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식 계약은 오성 전자의 연구소에서 내 기술에 관해서 연구해보고 난 뒤 체결하기로 했다.

어차피 나노온은 공장을 설립하고 성능 검증을 마치는 작업까지 이뤄져야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 그래서 나는 희토류 생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한국에 희토류 광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곳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다.

충주와 홍천에 합쳐서 2500만 톤의 광맥을 발견하였는데, 이곳에서 15만 톤의 희토류를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 연간 평균 3000톤의 희토류를 수입하고 있으므로, 여기만 개발이 된다면 앞으로 희토류는 더 수입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DK머티리얼이라는 기업과 공동개발협약을 맺고, 희토류의 순도를 높이고 개별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환경단체의 반발로 지금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정부 측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다행히 내 입김이 좀 강해진 탓인지, 쉽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주무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미팅을 잡았다.

그리고 미팅 장소에 나와있는 지금,

“흠흠. 오랜만이구만. 그래서 희토류를 생산할 방법을 찾았다고?”

···무언가 잔뜩 기대하고 있는 표정의 차민태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

중국이 KW 코퍼레이션에 대해 규제를 가한 것은, 그리고 이를 넘어서 오성 그룹과 제일 그룹까지 엮어 든 것은 명백히 도를 넘는 행위였다.

특히나 경매 사건의 자초지종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중국의 제재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당연히 수많은 국민들이 이에 대해 분노하였고, 분노하는 만큼 걱정하였다.

- ㅅㅂ 선넘네

- 아니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완전 기업 죽이려고 달려드네

- 국가가 기업 상대로 저러는게 말이 되냐?

- 희토류 저거 꼭 필요한 물질이라고 하는데.... 큰일난 거 아닌가요?

- 정부 뭐하냐ㅠㅠㅠㅠ

- 이러다가 KW 탈한국할 거 같다. 미국같은 데로 본사 이전하면 지금같이 개같은 상황을 맞이할 리도 없고.

아무리 KW가 대단한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상대는 중국이다. 세계 제2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나라. 누가 봐도 싸움이 되지 않는 그림이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KW에게만 제재를 가한 게 아니다. 함께 엮인 기업인 오성 그룹과 제일 그룹이 대한민국에서 재계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두 기업이 타격을 입으면 한국 전체로서도 큰 손실을 입을 게 뻔히 보였다.

국내에서 KW의 이미지가 워낙에 좋았던 탓일까, 아니면 국민들이 위기의식을 느꼈던 탓일까.

사태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어떻게 좀 해보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것도 차민태의 상상 이상으로.

사실 차민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도 경매장에 참여했던 만큼, 중국이 두들겨 맞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중국이 뭔가 액션을 취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KW를 죽이려고 들 줄은 몰랐다. 심지어 제일과 오성까지 연좌제로 엮으면서 말이다.

그중 가장 타격이 큰 것은 희토류 규제였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중국이 쥐고 흔드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어떻게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일본도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꺼내자마자 냉큼 사과하면서 중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었지 않았던가.

그 후, 일본은 희토류를 직접 채굴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야하나.’

그런 비굴한 생각이 들 때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바로 희토류의 국내 생산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이건우였다.

차민태의 경험상, 이건우는 분명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가지고 왔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건우의 옆에 붙어 있으면 항상 콩고물이 떨어졌다.

차민태는 모든 일정을 당장 취소하고 이건우를 즉시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과기부 장관 대신 본인이 직접 미팅에 참여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흠흠. 오랜만이구만. 그래서 희토류를 생산할 방법을 찾았다고?”

“······.”

이건우를 바라보는 차민태의 눈빛에서도 꿀이 떨어지고 있었다.

*

나는 외할아버지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차민태에게 전달했다. 희토류 생산의 문제점과 그걸 해결할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까지.

“···희토류를 추출하는 친환경 용액을 생산하는 건 크게 문제가 안 됩니다. 대신 이렇게 추출한 희토류를 제련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더 시급합니다. 그런 점에서 DK 머티리얼의 공장을 정상화 시키는 건 필수적입니다.”

DK머티리얼은 원래 제강용 내화물을 생산하여 국내외의 철강업체 등에 공급하는 기업인데, 이번에 충청북도에 저탄소 고순도 금속정제공장을 세웠다.

DK머티리얼은 희토류뿐만 아니라 광물자원의 선광, 추출, 분리정제, 고순도화 기술, 자원처리 및 제련 분야에서 국제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희토류 및 희유금속 부유선별 기술 등에서 독자적 기술을 확보해 거의 모든 희유금속의 추출 및 분리정제 할 수 있는 건실한 기업이다.

“DK 머티리얼의 가진 독점 제련 기술과 제가 개발한 희토류 채굴 및 추출 기술이 합한다면, 환경에 최대한 영향을 덜 미치는 방법으로 희토류 제련에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희토류라는 전략적인 자원을 보유하는 국가가 될 기회이고요.”

자기보신을 중시하는 차민태는 여론에 무척이나 민감한 사람이다. 내가 말한 게 뭘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중국의 제재를 무력화시켜 지지율을 올리는 동시에 희토류를 생산하여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역시나, 내 말을 들은 차민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KW에서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을 찾아왔는데 대통령인 내가 도와주지 않을 수 있나. 일단 KW에서 만든 친환경 산화물 제조기술에 관한 특허 등록과 기술 인증은 문제없이 통과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잘 말해두겠네.”

그런 의미에서 차민태가 직접 이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좋았다. 대통령이 나선 만큼 일 처리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을 빽으로 둔 만큼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방금 말한 프리패스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희토류를 채굴해서 제련할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겠네. 국책 사업으로 선정해서 지원을 받을 방안도 마련해두지."

이런 것도 받을 수 있다.

차민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런데, 희토류 개발만 성공한다면 확실히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겠지?”

대통령이 있는데도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들지 않고, 타국의 기업을 노골적으로 죽이려 하는 것.

그것은 엄연히 차민태를 무시하는 행위였다.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고작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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