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06화 (106/183)

희토류 장악 (2)

장웨이 주석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총 피해액이 얼마라고?”

“그, 그게···. 400억 위안입니다.”

400억 위안. 한화로 7조 5000억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었다. 물론 중국의 1년 예산이 3000조 원인 걸 고려하면 고작 0.1%도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한국의 민간 기업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라고 하면 꽤나 큰 금액이었다.

주석을 더욱 화나게 하는 건, 그 돈이 고스란히 이건우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경매에 참여한 대략 70개국에서 이건우가 얻은 수익을 모두 합치면 10조는 가뿐히 넘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기밀을 팔아서 그만한 돈을 벌다니. 주석의 분노는 활활 타오르다 못해 차가운 재가 되었고, 어느새 서늘한 복수심이 되어 이건우를 향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건우를 그냥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는 않았다. 얼마 전 있었던 경매 때문에 세계의 시선이 이건우를 향해 있었고, 애써 길러놓은 요원들의 신상이 이미 다 퍼진 탓에 암살 작전을 시도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장웨이 주석이 물었다.

“그래서 자료는 모두 확보했나?”

“네. 대부분 행정자료는 모두 되돌려 왔습니다. 곧 국가안전부 행정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미국과 유럽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 덕분에 모든 문서를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400억 위안을 들여서 국가안전부라는 중요 기관의 행정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길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감히 대국을 농락하려고 든 이건우에게 죄를 물을 것이다.

“한국은 이건우 때문에 불행해질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억눌러둔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보복은 이제 KW 코퍼레이션에 국한되지 않았다. KW와 거래한 내역이 있는 모든 한국 기업에 대해 보복을 시작했다. 연좌제를 적용하여 대국에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주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시작은 파워온과 KW 그룹, 그 연관 산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수입 금지였다.

“모든 KW 코퍼레이션 물건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는 계속 유지될 것이며, KW뿐만 아니라 KW와 거래하는 제일 그룹과 오성 그룹 등 모든 기업에도 적용되는 바이다.”

다음은 희토류 수출 금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한 KW 코퍼레이션과 거래를 하는 제일 그룹, 오성 그룹, 그 외 모든 거래처에 희토류 수출을 금한다.”

10년 전, 중국은 일본과의 분쟁 때 희토류를 무기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물론 전세계에서 손가락질을 받기는 했지만, 희토류의 수출을 막는 것이 상대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때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국가들은 생산지를 다각화하고 대체자원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결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성을 낮췄다.

실제로도 그때 이후로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해가는 나라가 확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찌어찌해도, 여전히 중국은 희토류 최대 수출국이다. 당장 중국에서 희토류의 수출을 금지하게 된다면, 한국의 반도체 시장은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다.

10년 전처럼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 하지만 장웨이 주석은 강행했다. 그만큼 KW 코퍼레이션을 어떻게든 짓밟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이외에도 중국은 작정하고 이건우를 향한 대한 온갖 조치를 쏟아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해당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며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파워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제외한다.”

“KW 미디어에 소속된 연예인은 중국에서 활동할 수 없다.”

문화, 경제, 수출입 등등. 모든 분야에서 KW의 ‘K’자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 바로 보복 조치를 때렸다.

그렇게, 이건우와 중국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

장웨이 주석이 나를 겨냥해서 수많은 규제와 조치를 쏟아냈다. 국가가 한 기업을 대상으로 유례없는 폭격을 가한 셈이다.

그 결과는 엉뚱하게 내 휴대폰에서 나타났다. 조금 전부터 전태영부터 시작해서 외삼촌, 삼촌, 할아버지들까지. 온갖 곳에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일단 가벼운 건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먼저 할아버지부터.

"어, 건우야. 무슨 일이냐."

제일 자동차가 타격을 받았을 텐데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온하기만 했다.

"괜찮으세요? 이번에 중국 발표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도 말이 많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걱정하지 말거라. 어차피 제일 자동차는 중국에서 잘 안 팔렸어. 그놈들 자국 자동차 밀어주기는 알아주잖냐."

그 정도가 아닐 텐데. 할아버지가 평온하게 말씀하시기는 하셔도, 지금 제일 그룹의 주가가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한때 제일 그룹이 KW의 친가라는 이유로 주가가 올랐었던 만큼, 이제는 반대로 같은 이유 때문에 주가가 확 내려간 것이다.

"그까짓 주식, 뭐 오를 때가 있으면 떨어질 때도 있는 거지. 신경 안 쓴다. 그리고 이 할애비는 건우 너를 믿는다. 너라면 어떻게든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겠지."

하지만 할아버지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씀하셨다. 나를 안심시키고 믿어주시는 할아버지의 말에, 내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그때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건 그렇고. 우리 손주, 이번에 경매장에서 돈 좀 만졌다며? 이 할애비도 손주한테 용돈이라는 걸 좀 받아보고 싶구나."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전화를 마무리 짓고, 그다음 오성 ENP의 사장이자 내 외사촌인 전태영에게 전화했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쳤다.

"이건우!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지금 중국 때문에 정신없다. 용건만 간단히."

"어떻게 할 거야? 지금 중국에서 파워온을 규제한다고 난리 났어. 도대체 뭘 했길래 중국이 너한테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건데?"

"나는 착하게 산 죄밖에 없어."

"······."

진짜다. 나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각국에 중국의 공작들을 까발려준 것밖에 없다.

"어쨌든 파워온은 걱정하지 마. 지금 잠깐 주춤하는 것뿐이지, 중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로막은 빗장을 풀게 되어있어."

"야!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어떡하자는 거야. 너만 믿고 사장이 됐는데, 몇 주도 안 되서······."

뒤이어 전태영의 잔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가차 없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태영아, 알아서 할 테니까 좀 닥치고 있어.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자꾸 전화하지 말고."

전태영의 일을 마무리한 나는 휴대폰에 온 문자를 보았다.

제일 자동차와 오성 ENP는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오성 전자.

한국의 가장 큰 종합 반도체 기업인 오성 전자는 이번 희토류 수출 규제의 직격타를 맞았다.

결국 오성 그룹의 수장인 외할아버지가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 본사로 오너라. 얼굴을 보고 얘기하자꾸나.

저번에 오성 ENP에 대한 문제로 나와 외할아버지의 관계는 조금 복잡해졌다. 그리고 이번에 그 앙금을 풀 때가 왔다.

*

오성 그룹 회장, 전병철은 오성 전자를 직접 관리할 만큼 아낀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이 KW 코퍼레이션을 규제하면서, 외가인 오성 그룹까지 덩달아 폭탄을 맞았다.

희토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생산을 막아버리고, 오성 그룹의 반도체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수출 판로도 막아버렸다.

물건을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으니, 그야말로 손발이 꽁꽁 묶인 셈이었다.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을 두드려 맞은 전병철은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다름 아닌 손자였다.

'건우 녀석이 또 사고를 쳤구나.'

그가 이건우에 대해 갖는 감정은 복잡했다.

어릴 적에는 철없는 막둥이이자 일찍 가버린 막내딸의 유일한 유산이었다. 그저 이쁘기만한 녀석이었다.

KW 코퍼레이션을 세우고 미디어를 집어삼킬 때까지만 해도 '이 녀석이 드디어 철이 들었구나'하는 흐뭇한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KW 에너지를 세우고 오성 ENP를 잡아먹은 순간부터 경계심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오성 ENP의 전 사장인 전형욱을 쳐내는 과정은 내정간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도를 넘어섰다.

그때 전병철의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했다. 비록 오성 ENP가 기술제휴를 하면서 심폐소생을 했지만, 그날 이후로 전병철은 이건우에게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애증 섞인 손자놈 때문에 이런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오성 ENP 사건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불쑥 치밀어오르지만, 그래도 죽은 막내딸의 하나밖에 없는 손자라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또 이건우라면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좋든 싫든, 지금은 같이 가야 할 때이다.

그런 복잡한 마음속에서 전병철은 이건우를 불렀다.

*

나는 오성 전자의 회장실로 갔다. 나를 저택이 아니라 이곳으로 부른 것을 보면 그만큼 외할아버지가 이번 사태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장실로 들어간 나는 외할아버지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얼굴을 딱 보니 심기가 불편한 게 느껴졌다. 아직도 저번 오성 ENP 일로 삐져(?)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일단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크흠"

외할아버지는 내 인사를 받지 않으며 딴청을 피웠다. 하여간 쪼잔하시기는.

미우나 고우나 나는 손자가 아니던가. 그것도 할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막내딸의 손자였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무기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바로 애교 떨기.

"에이, 할아버지 좀 봐주세요. 외삼촌 일은 저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도 그룹 내부 일에 그렇게 간섭해서 사장을 쳐내라 말라 하는 건 도리가 아니야."

"죄송합니다."

"쯧. 그건 형욱이가 너한테 먼저 잘못한 일이 있으니 이쯤하고 넘어가자꾸나."

다행히 외할아버지도 내가 먼저 굽히고 들어가자 조금은 마음이 풀리신 모양이다. 또 당면한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이런 감정싸움으로 심력을 소비하시기는 싫으시겠지.

우리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성 전자가 이번 중국의 제재로 많이 힘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힘든 게 아니야. 지금 주주들이 난리가 났어. 하루 만에 주가가 20%가 떨어졌다."

안전자산 중의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오성 전자가 이렇게 엄살을 떨 정도면 정말 큰 일이긴 했다.

외할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놈은 경매장에서 돈을 쓸어 담았는데 어이구, 내가 말년에 손자를 잘못 둬서···."

"······."

다크웹에서 벌어진 경매를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듯한 건 내 착각인가?

"그래서 그 돈으로 오성 전자를 도와드리려고요."

"뭐라?"

우는 소리를 늘어놓던 외할아버지는 눈이 번쩍 뜨이는 얼굴을 했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희토류 광맥이 나왔던 건 기억하시나요?"

"그래. 충주 쪽에서 나왔었지. 하지만 영 신통치 않다고 들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희토류 추출 기술을 새로 개발했거든요. 그 기술을 이용해서 희토류 광맥을 새로 개발하려고 합니다."

"···뭐?"

"그리고 1나노미터 공정으로 반도체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공정만 갖춰진다면 바로 대량 양산이 가능합니다."

"···뭐?"

나는 씩 웃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오성 전자랑 같이 진행해보려고 하는데, 어때요? 이 정도면 말년에 손주를 잘 두셨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나를 바라보는 외할아버지의 눈에서, 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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