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04화 (104/183)

좋은 건 나눠봐야지 (6)

중국의 KW에 대한 제재안이 나오자 사람들은 커뮤니티마다 모여서 그 부당함에 대해 성토했다.

일개 기업을 상대로, 심지어 본인들이 먼저 잘못을 저지른 상황에서 역반하장으로 제재를 가하다니.

“이거 양아치 새끼가 따로 없네.”

[···진짜 양아치는 남의 걸 훔쳐다 경매에 부치려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럴리가.

하지만 잠시 후,

- 헐 미친. 이것 봤음?

ㄴ 링크: https://www.ejnews.com/view/2018101207

ㄴ 헐 미친

ㄴ ㅁㅊㄷㅁㅊㅇ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미있는 파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파일을 확인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여론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 어 뉴스에도 떴다.

- 갤러리에도 올라왔는데

- 대나무숲에도 올라왔다고?

- 에타에도 뜸

- 뭐야 뭔데? 왜 나만 몰라

ㄴ 한줄요약: 세계 각국에 있는 중국 요원 신상 털림

ㄴ ????

ㄴ 미친

한국에 있는 온갖 커뮤니티란 커뮤니티에는 중국 요원에 대한 신상정보가 나와 있었다. 일단은 나라별로 열 명씩 적혀있는데, 그들이 어떤 첩보활동을 했는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캐리온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친절하게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서 전달해주었다.

이제 더이상 장웨이 주석이 발표한 성명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각국의 정보기관에서는 비상이 걸렸고, 뉴스에서는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추측성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중국의 요원 신상정보는 점점 더 퍼져나갔고, 당연하게도 각국은 중국 요원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렇게 중국이 심어놓은 요원들은 하나씩 둘씩 체포되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육성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심어놓은 요원들이 말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링윈 부부장은 비명을 질렀다.

“이건우 이 개새끼야!!!!!”

또라이 한번 잘못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국이었다.

*

드디어 경매 당일.

나와 한서진, 그리고 렛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우리 뒤편에는 수십 명의 해커가 모여 경매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렛의 그룹에서도 고르고 골라 뽑힌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해커들은 분주히 손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준비를 마친 렛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중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 그제부터 미친듯이 해킹을 시도하더군. 막아내느라 죽는 줄 알았다.”

“대부분의 일은 해리가 다 했는데 생색은.”

“크흠.”

렛이 아무리 최고의 해커라지만 캐리온의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해커 1에 불과했다. 오히려 렛은 캐리온의 곁에서 중국의 해킹을 막아내는 모습들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큰 자극을 받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그는 어느새 캐리온의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 있었다.

“해리는 대단하다. 아니, 대단한 걸 넘어서 마치 컴퓨터 같아. 해킹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더군.”

···이 자식. 쓸데없이 정확한데?

혼자서 해리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던 렛은 컴퓨터 화면을 보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화하는 그 잠깐 사이에도 중국 해커들이 자료를 빼가기 위해서 해킹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중국을 이렇게 도발해도 되는 건가?”

렛은 중국 공작원의 신상을 퍼뜨린 것에 대해 우려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봤자 저들이 어쩔건데. 그래서 경매에 안 올 거야?”

“······.”

중국은 나를 어떻게든 압박해서 경매를 막아보고자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사실 중국이 암살 시도라도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잠잠했다. 중국이 시도할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닐 테고, 대부분의 요원 신상이 나한테 털려서 국정원으로 잡혀갔으니 하고 싶어도 못한 거겠지만.

그렇게 경매가 예정된 시간이 점점 다가왔다. 렛이 말했다.

“십 분 뒤에 방을 오픈하겠다.”

이번 기밀문서 경매는 다크웹에서 벌어지는 유례없던 파티가 되어가고 있었다. 수많은 국가기관이 참여하고 있었고, 암암리에 다크 웹 이용자들에게도 소문이 퍼진 상황.

해커들의 입장에서는 여기를 뚫는 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최고의 트로피를 얻는 것과 다름없다.

방이 열리는 순간 각국의 정보기관에서는 어떻게든 뚫어보려고 애쓸 테고, 해커들도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겠지.

그러니 단단히 준비를 해야했다. 머릿속에서 해리가 말했다.

[보안망 점검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해리를 부캐로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이제쯤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니?

캐리온은 툴툴거리면서도 맡은 바 임무를 끝내놓았다.

해커들은 모두 대기 상태에 들어갔고, 다들 긴장한 탓인지 방안에는 조용한 침묵이 감돌았다.

팬 돌아가는 소리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방안을 맴돌고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5분, 4분, 3분···. 긴장감은 점점 더해지고 마침내 캐리온이 말했다.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10]

[9]

[8]

.

.

[2]

[1]

[시작합니다.]

경매가 시작되었다.

캐리온의 여덟 번째 부캐, 해리는 수많은 방을 만들었고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빠르게 방에 입장했다.

해리가 구상한 경매장은 거대한 홀에 수십 개의 방이 붙어있는 것과 같은 형태였다. 홀에서 사회자가 사회를 보고, 각각의 방에서 초대받은 정보기관이 입찰하는 것이다.

참고로 주최자를 공격하는 즉시 그 방은 사라진다.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다섯 개의 방이 사라졌다.

[7번, 9번, 10번, 26번, 47번 고객님이 퇴장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경매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면 제 정체를 알아내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공격을 파훼하는 것도 모자라, 상대가 남긴 옅은 흔적에 귀신같이 따라붙어 정체까지 파악하고 바로 조치를 취한다.

해리의 말도 안 되는 대응 속도에 해킹을 시도하려던 국가들은 그 즉시 손을 떼고 얌전히 해리의 지시에 따랐다.

[규칙은 통상의 경매 절차와 같습니다. 시작가가 정해진 후 참가자는 공란에 금액을 기재해 주십시오.]

[최고금액을 제시한 참가자에게 상품이 돌아갑니다.]

[다만 이십 분 내로 입금이 확인되지 않으면 취소됩니다.]

[그러면 모두 원하시는 결과를 얻길 바랍니다.]

사상 최고의 경매가 막을 올렸다.

*

미국 백악관 대회의실. 로날드 클린턴과 함께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가안보국의 국장이 모였다.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로날드 클린턴은 웃음을 지었다. 눈엣가시 같은 중국이 당하는 꼴을 보니 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그 철통같은 중국의 보안이 털려버리고 정보들이 경매에 나오게 될 줄이야. 그 한국의 작은 기업이 이렇게나 대단할 줄 누가 알았겠나?"

미국은 진작에 중국 국가안전부의 서버망을 털어버린 것이 이건우라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그 과정까지 상세하게 파악해놓았다.

중앙정보국 국장이 말했다.

"이건우는 운이 좋았습니다. 중국 요원이 멍청하게 해킹 프로그램을 가지고 돌아가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요. 우리도 기회만 있다면 이 정도쯤은 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그때 국가안전국 국장이 반박했다. 그들은 암호 해독의 전문가이며 중앙정보국에 비해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공할만한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니온-트래킹과 프리온을 보며 알 수 있다시피, 이건우의 프로그래밍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얕잡아봐서도 안 됩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섯 개의 나라가 퇴출당하였다.

경매가 시작한 지 10초도 되지 않았건만 해킹을 막아내고, 해킹한 국가를 색출하며 퇴장시킨 것이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국가안전국 국장이 보라는 듯이 말했다.

"보십시오. 시작하자마자 공격한 사람이 누군지 정체까지 파악해서 퇴출하지 않습니까. 며칠 동안 수많은 공격을 당했는데도 방어막은 여전히 탄탄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역추적 능력도 손에 꼽을 정도예요. 이 정도 능력을 보이는 건 미국으로서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자 로날드 클린턴이 말했다.

"그러면 일단은 얌전하게 경매에 참여하란 말인가?"

"굳이 사서 분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요."

그 말에는 셋 다 동의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기밀문서는 천금을 주고도 얻기 어려운 물건이다. 그런데 돈으로 주고 살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기연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돈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것이 미국이다.

"좋네. 그럼 이번에는 미스터 리의 장단에 어울려주도록 하지. 우리가 꼭 받아와야 할 문서 리스트는?"

중앙정보국 국장이 공손히 서류를 건넸다. 거기에는 꼭 받아와야 할 문서 리스트가 정리되어 있었다.

인공위성, 핵전략, 고위인사에 대한 약점 등등. 다양한 목록이 있지만 역시 최상단에 있는 건,

“중국에서 파견한 요원 명단, 그리고 미국에 대한 방첩활동 계획. 이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확보해야 합니다. 이번에 이건우가 인터넷에 뿌린 자료를 확인해보니 정확했습니다. 이 자료를 가지고 온다면 첩보전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이번 건은 여야가 오랜만에 합의를 본 사안이니 예산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쇼핑하고 오게.”

천조국 미국이 그 지갑을 열 준비를 마쳤다.

*

"와 미친······."

"다들 돈지랄을 하는구나"

"심지어 아직 절반도 안 팔았다는 게 함정."

경매는 순조로웠다. 아니, 순조롭다 못해 꿀을 단지 채로 퍼먹는 수준이었다.

메인 스크린에 떠 있는 총 판매금액이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판 거야?"

"몰라 0이 9개가 넘어간 뒤로 세질 알았어."

"0이 9개? 그러면 10억?"

"병신아. 달러잖아. 원화로는 0을 3개 더 붙여야 해."

"그러면 1조?"

1조는 한참 전에 넘겼다.

그리고 이 유례없는 매출의 1등 공신은 바로 중국이었다.

다른 국가에서 기밀문서에 입찰이라도 하면, 중국이 돈을 쏟아부어서 상위입찰을 해갔기 때문.

중국의 입장에서는 경매에 나온 문서 하나라도 유출이 된다면 치명적이다. 결국 주석의 결단 아래, 돈을 얼마를 쏟아붓더라도 모든 기밀 문서를 회수하기로 결정하였다.

다행히 중국의 쓸어담기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지금까지 모든 문서를 상위입찰하여 받아내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가 진행될수록 나오는 기밀문서의 급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굳이 받아갈 필요가 없는 문서는 다른 국가에서도 적당히 발을 빼고 중국에게 넘겨줬지만, 이제는 달랐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각 국가에 파견된 공작원의 정보가 담긴 파일입니다.]

[중국 공작원이 접근한 경로와 지금까지 어떻게 주요 인사에게 접근해서 기밀을 빼돌렸는지 과정이 상세하게 적혀있습니다.]

이어 캐리온은 초록을 공개했고, 미국, 영국, 프랑스부터 시작해 나라별로 정리된 자료가 경매장에 올라왔다.

[먼저 미국 자료부터 시작합니다. 시작가는 1000만 달러입니다.]

기본 행정 문서가 10만 달러였다면, 대외비 문서의 경우 100만 달러. 2급 기밀에 해당하는 문서는 시작가가 1000만 달러이다.

참고로 1급 기밀에 해당하는 문서의 시작가는 1억 달러이다.

하지만 올라간 시작가가 무색하게 엄청난 속도로 입찰가가 올라갔다.

3번: 1100만 달러

8번: 1200만 달러

3번: 1300만 달러

8번: 1500만 달러

참고로 미국이 3번, 중국이 8번이다. 중국은 어떻게든 뺏기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이번만큼은 쉽지 않았다.

미국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입찰하기 무섭게 상위입찰을 해버리는 통에 가격은 벌써 시작가의 1.5배가 되었다.

그리고 두 나라가 준비한 총알에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중국은 이것 외에도 수많은 문서를 사들여야 했지만, 미국은 이것 외에 몇 개만 더 쇼핑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산은 한정적인데 중국은 미국에 비해서 사야 할 문서의 개수가 많으니, 큰돈을 투자할 수가 없었다.

3번: 3000만 달러

8번: ······.

그래서 미국이 2배를 지르는 순간 중국은 더이상 따라붙지 못하고 아웃되었다.

나는 빙긋 웃었다. 어우, 문서 하나에 350억이니 돈 벌기가 참 쉽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이 경제제재를 가해서 회사가 어려울 뻔했는데, 여기서 일 년 동안 벌 돈은 다 벌어가야겠다.

그리고 중국이 미국에 애써 심어놓은 모든 스파이들이 한 방에 날아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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