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03화 (103/183)

좋은 건 나눠봐야지 (5)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차민태는 어이가 없었다. 그가 알기로는 이번 일은 분명하게 중국 측에서 잘못한 일이다. 그런데 누구보고 사과를 하라고?

그리고 차민태는 기본적으로 여론을 굉장히 신경 쓰는 대통령이다. 지금 국민은 당파와 관계없이 한목소리로 중국에 대해 제대로 항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오히려 중국에게 사과하며 굽히고 들어가라고?

차민태는 황당한 나머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이 또라이 새끼가 지금 누구더러 사과하라는 거야?"

"네?"

통역하던 외교관이 당황해서 대통령을 쳐다보았다.

다행히 외교관이 통역을 하진 않았지만, 주한중국대사는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고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의 사고방식 속에서는 대통령의 심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그저 주석과 자신의 요구에 따라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소국이 대국에게 숙이고 들어가는 거, 그건 당연하지 않은가?

주한중국대사는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요구했다.

"KW 코퍼레이션에서 중국의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습니다. 각하께서도 로덴트의 연락을 받으셨을 테니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아시겠지요. 이 문제가 외교 분쟁으로 번지기 전에 각하께서 용단을 내려주시길 바라는 게 저희 주석께서 바라는 일입니다."

차민태도 주한중국대사가 무슨 일을 언급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틀 전, 국가정보원에도 로덴트에서 경매 초대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KW 코퍼레이션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미루어, 이건우가 중국 국가안전부를 털어버린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중국은 그 일에 대해서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다.

"허, 참. 어처구니가 없군. 그 일은 중국이 파워온 기술을 탈취해가려고 해서 벌어진 일이잖은가!"

남의 나라에서 도둑질하는 것도 모자라서, 뭐? 사과?

차민태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미친놈들을 보았나. 지금 뭘 잘못했다고 뻣뻣하게 굴어? 그리고 지금 이게 부탁하는 사람 자세인가!"

얼마나 대통령을 우습게 봤으면 사고를 쳐놓고도 사과하기는커녕 저런 고압적인 자세로 나오다니.

차민태의 호통에 주한중국대사는 결국 본전도 못 건지고 쫓기듯이 나왔다.

차민태는 대사가 돌아가고 난 뒤에도 콧김을 씩씩 내뿜었다.

“저 새끼는 남의 나라에 와서 감 내놔라, 배 내놔라야. 확 어떻게 해버릴 수도 없고.”

염치가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중국은 지금 상황이 어떤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KW는 그가 꽤 마음에 들어 하던 기업이다.

KW가 치료제부터 파워온까지, 다양한 사업들에 성공하면서 덩달아 대한민국의 위상 또한 높아졌다.

게다가 이번에 중국도 KW에게 탈탈 털리지 않았던가.

‘어차피 중국이랑 틀어진 거, 그냥 인기몰이라도 해야겠군.’

여론도 KW의 편이었다. 국민들이 중국 스파이를 제대로 처리해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여기에 한 발 잘 걸칠 수만 있다면 지지율이 오를 것은 분명했다.

계산을 마친 차민태는 다시 한번 중국의 뒤통수를 후려갈길 준비를 마쳤다.

“오늘 비상한 외교·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하게 국무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중국에서, 그것도 민간기업이 아닌 정부에서 주도해서 한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펼친 것은 대단히 무모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이는 중국이 G20 회의에서 강조한 자유무역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의 분별없는 행동으로 인해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는 중국에게 지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중국이 경제 강국이지만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해자인 중국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추가로 차민태는 국정원이 인도받은 요원을 제대로 수사하라고 엄명을 내린 다음, 법무부에도 봐주지 말고 최대 형량으로 때리라고 지시했다.

주한중국대사의 방문은 역효과만 만들어냈다.

*

중국 국가안전부 링윈 부부장은 또 장웨이 주석에게 불려갔다. 다행히 이번에는 외교부 부장도 함께였다.

"요원을 세 명이나 집어놓고 그걸 실패해? 암살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서버실 하나를 방화하는 것도 못 해서 이 난리를 만들어? 당신,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이제 주석에게 불려가서 혼나는 건 하루일과가 됐다. 한때는 국가안전부의 부장을 꿈꿨지만, 이제는 하루빨리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링윈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이건우를 욕하면서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빌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다음 타자가 있었던지라, 링윈은 금방 벗어날 수 있었다. 장웨이 주석은 다음 타자, 외교부 부장을 꾸짖었다.

“도대체 뭐라고 지껄였길래 차민태가 저렇게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날뛰는 건가?”

“그게 대사가 한국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압박을 했다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거기서 압박을 하면 어떡하냔 말이다. 어떻게든 구슬렸어야지!”

“대사가 제일 자신 있다는 방법으로 하려다 보니···."

링윈은 주석에게 혼나는 외교부 부장을 보면서 혀를 찼다.

‘거기에서는 변명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잘못했습니다, 하고 넙죽 엎드려 있어야지 덜 혼나는데.’

덕분에 외교부 부장에게는 한참 동안이나 잔소리가 쏟아졌고, 장웨이 주석은 이제 화가 좀 풀렸는지 숨을 골랐다.

장웨이 주석은 지금의 상황을 돌이켜보았다.

먼저 이건우가 통보한 경매는 이제 하루 남았다. 경매를 막으려고 직접 요원을 보냈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들통나서 또다시 세계의 지탄을 받았다.

대통령과 협상해서 기밀문서를 받아오라고 대사를 보내놨더니, 오히려 대통령을 자극해서 더 날뛰게 만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국에 요원을 보내서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심지어 한국에 침투시킨 요원들은 모두 국정원으로 끌려간 지 오래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장웨이 주석은 고작 한국의 기업인 따위에게 자신이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건우. 그 새끼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을 마친 주석은 링윈을 쳐다보았다.

그나마 링윈이 지금까지의 실패에도 부장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금 국가안전부에 쓸만한 머리라고는 오직 그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석이 주는 무언의 압박에, 링윈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이참에 아예 저희 대국의 위엄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쪽에서도 분수를 알지 않겠습니까. 자신들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그에 따른 결과가 어떠한지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거지요."

"대국의 위엄을 보여주라고?"

"KW가 아무리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기업입니다. 그리고 기업은 물건을 못 팔면 망하지요."

“그래서?”

"중국에 파워온을 수출하지 못하게 막으면 됩니다.”

장웨이 주석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어차피 이건우는 KW의 모든 제품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말했지 않은가.”

링윈이 슬쩍 웃으며 덧붙였다.

“단순히 파워온을 들여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 파워온을 장착한 모든 제품을 중국에 들어올 수 없다고 못 박으십시오.”

이번 의견은 조금 솔깃했다.

“파워온을 장착한 제품까지? 반발이 있지 않겠는가?”

“어차피 지금 세계에는 파워온을 공급받은 기업보다, 공급받지 못한 기업이 훨씬 많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이번 결정을 내심 반길지도 모릅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에 들어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테니까요. 자연스럽게 다른 완성품 업체들도 떨어져 나갈 테고, 그러면 KW는 점점 입지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면서 링윈은 덧붙였다.

"감히 대국에 대든 기업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장웨이 주석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장웨이 주석이 생각하기에도 링윈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지금 경매는 코앞으로 다가왔고, 어떻게든 그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

직접적으로 규제를 가하면 KW가 수그리고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좋아, 그대로 진행하지."

하지만 이건우는 중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미친놈이었다.

*

중국이 한국의 민간기업을 공격했다. 그것도 예전처럼 경제스파이를 동원하던 방식이 아니라 방화를 하려다가 적발됐다. 이는 테러 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 바였다.

이 때문에 한국은 반중 감정으로 들끓었고, 대통령 또한 나서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이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번 싸움의 물밑에는 '기밀문서 경매'라는 핫한 이벤트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보기관에서는 이 경매가 로덴트라는 해커 그룹에 의해 이뤄지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KW가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은 중국의 보안망이 간단하게 무너진 것에 놀라 보안망을 강화하는 한편, 이 재미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KW는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기업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내놓은 성과는 전혀 무시할만한 게 아니었다. 당장 미스리늄과 파워온만 해도 전세계를 흔들어놓지 않았던가.

그리고 포비드 치료제가 임상 2상까지 마치고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세계는 또 한 번 발칵 뒤집힐지도 모른다.

작은 거인 KW 코퍼레이션.

그리고 세계의 깡패인 중국.

두 단체의 싸움은 지켜볼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에서 사건이 터지자마자 하루 뒤 성명을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장웨이 주석이 직접 나섰다.

"본국에서 산업 스파이를 보냈다는 것은 본국에 대한 모욕이며, 한국이 완전히 날조한 것이다."

"우리 중국은 한국이 공개한 사실의 어느 부분이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우리는 일부 중국인이 조사 과정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피해를 입을까 우려된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중국을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를 바라며, 그 전까지 이번 일의 발단이 된 KW 코퍼레이션의 모든 제품에 대한 수입은 전면 금지한다."

"또한, KW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도 중국 내에서 유통을 금지할 것이다."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도 중국 내에서 유통을 금지한다.

즉, KW과 관련된 모든 완제품 업체의 수입을 막은 것이다.

이번 발표가 나오자마자 기사들은 속보를 갈겼고 국민들은 극대노했다.

-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 어차피 이건우는 파워온을 중국에 안 판다고 했음

ㄴ 그거랑 중국에서 수입 안 하겠다고 한 거는 다르지

ㄴㅇㅈ심지어 파워온을 장착한 모든 제품을 막는다는데

- 이새끼들이 완전 남의 나라 기업 죽이려고 드네

- 정부가 나서서 막아줘야 하는 거 아님?

하지만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세계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누가 뭐래도 중국은 14억의 인구를 가진 세계 최고의 시장이다.

그리고 링윈의 말대로 파워온을 공급받은 업체보다, 공급받지 않은 업체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장웨이 주석의 성명에 환호했다.

파워온을 달고 있으면 중국에서 판매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파워온이 없는 우리는 실컷 판매할 수 있는 거고?

그럼 그 반사이익은 우리 몫이겠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그곳에서 파워온이 배제됐으니, 파워온을 달지 못해도 붙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파워온 배터리를 막 받아서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던 완성품 업체들도 주춤했다.

‘파워온을 받으면 중국 시장을 잃는다고?’

14억 시장을 잃는 것은 그들로서도 큰 손해이다. 신세대 배터리를 장착해서 기깔난 제품을 만들어봤자 뭐하겠는가, 팔지를 못하는데.

그들은 계약을 잠시 미루고 이 사태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하루아침에 뒤바뀌어버린 세계의 흐름을 지켜보던 링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자신의 계책이 먹힌 것이다.

‘흐흐. 이렇게 되면 이건우도 압박을 느끼겠지.’

그는 대단한 착각을 하며 물밑으로 이건우에게 연락했다.

“경매를 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문서를 우리에게 넘겨라. 그러면 파워온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겠다.”

하지만 이건우의 대답은 명확했다.

“좆까”

그리고 이건우는 중국과 협상을 하는 대신, 이번 경매에 나갈 정보 하나를 그대로 전세계에 뿌려버렸다.

세계에 파견된 중국 요원들의 신상명세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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