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01화 (101/183)

좋은 건 나눠봐야지 (3)

중국 국가안전부는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과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국가안전부는 창립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먼저 국가안전부 부장과 쓰촨성 지부장이 한꺼번에 숙청당했다. 어디론가 그들은 끌려간 이후 다시는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부부장인 링윈이 부장의 뒤를 이어 임시로 국가안전부를 이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링윈이라고 하더라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다잡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 국가안전부의 모든 자료가 날아가 버린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행정 문서부터 특급 기밀들까지.

어떻게든 복구하기 위해 최고의 기술자들이 투입되었지만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캐리온이 심어놓은 바이러스는 자기복제를 통해 퍼지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를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코드를 계속해서 변조하는 탓에 차라리 서버를 다시 까는 게 더 나을 정도였다.

링윈은 가뜩이나 분위기도 개판인데, 인수인계라고는 아무것도 못 받고, 심지어 이전의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하자니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링윈의 밑에서 일하는 요원들도 죽을 맛이었다. 저기압인 상사의 눈치를 보랴, 날아간 자료들을 복구하랴 짜증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다들 바짝 날이 서서 일을 하던 도중, 한 직원이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를 질렀다.

"부부장님! 큰일 났습니다. 다크웹에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그리고 국가에서는 감시와 검열을 통해 사람들의 이념과 사상을 탄압한다. 그렇기에 정치체제에 도전하는 사회운동가나 언론인이 일반적인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정부 기관의 추적으로 체포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은 보안과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다크웹에 숨어들었다.

중국 국가안전부 역시 이들을 잡아내기 위해 다크 웹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국가안전부의 임무 중 하나가 바로 다크 웹을 감시하는 것.

그리고 오늘도 다크 웹을 감시하던 중국은 발견할 수 있었다.

"로덴트라는 해커 그룹에서 올린 글입니다."

「우리는 중국 국가안전부의 기밀문서를 가지고 있다. 경매에 부치기 위해 세계 각국에 초대장을 보낸다.」

글을 본 국가안전부 링윈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기밀문서를 가져간 새끼라면 KW밖에 없다. 로덴트의 이름을 썼다지만 이건우 놈이 분명했다.

그리고 때마침 로덴트에서 보낸 초대장이 국가안전부에도 도착했다.

띠로로롱!

캐리온이 설정해둔 경쾌한 알람음과 함께. 이건우의 초대장에는 딱 한 줄이 적혀있었다.

- 그래서 안 살 거야?

"이건우 이 개새끼야!!!!!"

중국 국가안전부가 안정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

초대장을 받은 링윈은 지체하지 않고 해당 내용을 장웨이 주석에게 보고했다. 그만큼 사안이 주는 심각성은 엄청났다.

장웨이 주석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그게 진짜인가?”

“지금 교차검증 중입니다만, 사실일 확률이 90%가 넘습니다.”

"감히 우리에게서 훔친 정보를 세계 각국에 경매로 판다고?"

도대체 대중국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그런 생각을 할까. 장웨이 주석은 생각만 해도 열불이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뜨겁게 불타오르는 분노와는 별개로 주석의 머리는 차갑게 식었다.

이 사안은 굉장히 심각했다.

전세계에 놀림거리가 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중국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비밀스럽고 추악한 짓이 공개된다면?

소중화 프로젝트부터 각국에 퍼져있는 요원들의 신상. 생화학 무기를 비롯한 비윤리적인 문제. 소수민족을 탄압한 구체적인 증거까지.

가뜩이나 중국이 포비드의 발산지로 찍히면서 많은 나라가 등을 돌리고 있는데, 이 정보들이 퍼진다면 이제 모든 국가에서 배척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확실한 증거들이 뿌려진다면 이는 국제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제 분쟁에 휘말리는 순간, 중국은 지금까지 패권 국가가 되기 위해 공들이며 쌓아온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중국을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중국의 편을 들어주지 않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경매가 열리는 날이 언제라고 했지?”

“사흘 후입니다.”

시간이 촉박했다.

“지금 바로 투입 가능한 요원이 있는가?”

“한국에 팀이 하나 있습니다. 전 부장이 파워온 기술을 가져오는 작전을 하면서 해당 팀을 KW에 취직시키긴 했지만, 이건우에게 기밀문서가 흘러 들어가서 그들의 신상이 드러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와서 새로 요원을 파견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차피 정체가 드러났으니 조국을 위해서 희생하라고 해. 이건우를 죽이든, KW 서버실을 불살라 버리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매가 열리는 것을 막도록!"

서슬 퍼런 명령에 링윈이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꼭 성공시키겠습니다."

링윈은 비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그들의 계획이 시작도 전에 이건우에게 들통났다는 것을.

*

중국에서 입수한 자료에는 민감한 사안이 잔뜩 있었다. 그중에 나는 파일 하나를 클릭했다.

<국가안전부 소속 공작원 명단>

미국부터 시작해서 세계 곳곳에 침투해서 작전을 수행하는 중국 요원들. 그들의 신상이 내 손에 들어와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한국에 있는 요원의 정보를 확인했다.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할 일은 뻔했다. 어떻게든 경매를 막으려고 하겠지. 해킹이야 연례행사처럼 매번 막히는 중이고, 아마도 요원을 파견하거나 국내에 파견된 요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컸다.

“캐리온. 이 요원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위치를 추적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캐리온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실을 가져왔다.

[왕쉬엔준이 리더로 있는 팀이 KW에 청소부와 경비원으로 취직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오늘 새벽, 링윈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을 포착했습니다.]

[일차 목표는 서버실을 폭파하는 것, 이차 목표는 이건우 님을 살해하는 것입니다. ]

내가 이럴 줄 알았다. 폭파에 살인이라니, 이 정도면 거의 테러집단인데? 하긴 내가 들고 있는 문서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기는 하지만, 나를 노린다는 사실이 썩 기분 좋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미리 손님맞이를 좀 준비해야겠군.

나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한서진을 불렀다.

"오랜만에 일이 생겼어요. 곧 손님맞이를 해야할 것 같아요."

한서진이 생긋 웃었다.

"그런 건 제 전문이지요."

우리 회사 최고의 접객원이, 불청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

첩보 작전에 있어서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것은 보통 최후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는 편이다. 일이 잘못되면 국제 분쟁이라는 골치 아픈 일로 번질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건우를 향해 물리적인 타격을 하기로 결심했다. 대상이 미국이나 러시아라면 중국도 다른 방법을 찾아봤겠지만, 상대는 한국이었다. 중화사상에 찌든 그들에게 한국은 그저 중국 옆에 붙어있는 소국 중 하나였다. 기본적으로 ‘들켜도 뭐? 소국에서 짖어봤자 별수 있겠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이 남지 않았다. 경매일은 이제 이틀이 남았다. 그 안에 기밀문서를 다시 가져오거나, 이건우의 입을 막아서 퍼뜨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일전에 국가안전부 부장은 KW에서 파워온을 빼돌리기 위해서, 요원을 KW에 취직시킨 적이 있었다.

그들은 다른 요원들과 다르게 그들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서 오랜 기간 체류하는 중이었다. 중국에서 입국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기에 이건우의 눈을 피해 KW에 청소부로 취직할 수 있었다.

특히나 그들은 목표물에 잠입하는 것을 오래도록 훈련받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한국에 있는 첩보 팀의 요원들은 3인 1조로 움직인다. 링윈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팀 리더가 말했다.

“명령은 다들 들었겠지? 우리까지 움직이는 것을 보면 다른 요원들은 모두 실패한 모양이다. 본국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작전을 성공시키라고 하더군.”

하지만 그들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임무를 꽤나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여기서 일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행만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도 마쳤고요. 진즉 우리에게 맡겼다면 성공했을 텐데.”

그들은 한 달 전부터 KW 코퍼레이션 사옥 청소부와 시설관리인, 그리고 경비원으로 위장 취업했다. 그리고 KW 사옥 내부의 구조와 근무 형태를 파악해둔 상태였다.

“일단 사옥 내에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포비드 사태로 전 세계는 재택근무로 근무 형태를 전환하고 있었다. 한국은 방역 청정국가라 포비드의 위험이 덜하기는 해도, KW 코퍼레이션은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고집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건우는 ‘일만 잘 하면 근무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고, 또 대부분의 일이 자동화되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옥 내부는 이미 한 달 동안 구석까지 완벽하게 익혀두었습니다. 이제 복도에 있는 전등 개수까지 맞출 수 있을 정도예요.”

언제 관제실이 헐렁한지, 서버실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는지, 경비원의 교대가 이루어지는지 등등.

KW 코퍼레이션의 모든 시스템은 그들의 손안에 들어와 있었다. 자동화되고 체계화가 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패턴을 읽기가 쉬워졌다.

리더는 목표를 점검했다.

“최고의 방법은 KW가 훔쳐간 문서를 우리가 다시 가지고 오는 것이다.”

지금 국가안전부의 시스템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건우가 가지고 있는 문서를 회수해야지 그나마 국가안전부를 정상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KW의 보안시스템은 중국에서도 뚫지 못했다. 그러니 차라리 폭파하는 게 낫지.”

원래는 사제 폭탄을 만들려고 했지만, 재료를 공급받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방화를 선택했다.

“만약 두 가지가 실패하면, 마지막으로 이건우를 노려야 한다. 한 명은 관제실로 가고, 너는 경비를 맡아. 내가 서버실로 가겠다.”

“알겠습니다.”

이 상황을 대비해서 모든 계획을 짜두었기 때문에 행동은 빨랐다. 이제는 작전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

통제실에 저녁 교대가 이루어지며 경계가 가장 느슨해질 잠깐 사이, 경비원으로 취업한 요원이 경비를 무력화했다.

그리고 리더는 손쉽게 서버실에 접근했다. 관리자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지만, 이미 ID 카드를 확보해놓았다. ID 카드를 대자 시스템은 그를 들여보내 주었다.

서버실을 지키던 경비가 그를 발견하고 제지하려고 했지만, 리더는 그들을 기절시키고 서버실 안으로 들어갔다.

위이이잉

거대한 팬이 돌아가며 컴퓨터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를 식혔다. 리더는 메인 컴퓨터 근처에 서서 들고 온 기름통의 뚜껑을 열었다.

그때였다.

또각 또각

서버실과 어울리지 않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자 갈색 웨이브 머리를 한 예쁘장한 여자가 서 있었다.

리더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건우를 수행하는 비서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한서진?”

한서진은 그가 들고 있는 기름통을 보며 말했다.

“여기에 그런 위험한 물건을 들고 오면 안 되는 거 몰라?”

하지만 리더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 시간에 아줌마가 여기 있을 거라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아줌마?”

동안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한서진이었다. 어디 가면 아가씨라는 말도 자주 들었고, 번화가에 나가면 종종 헌팅을 당하기도 하던 그녀였다.

그런데 뭐? 아줌마라고?

한서진의 눈꼬리가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이 새끼가 뒤질라고.”

아줌마는 화가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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