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 (1)
<전형욱 오성 ENP 사장, 퇴임 발표···"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전형욱 오성 ENP 사장이 최근 오성 ENP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전형욱 대표는 각종 논란의 책임을 지고 이달 말에 퇴임한다.
전형욱 사장은 오는 11일에 "오성 ENP가 전 국민의 지지 속에서 큰 성장을 일궜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었고 사회의 신뢰를 잃은 것 같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한 번 최근까지 불거진 오성 ENP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사과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장남인 전태영 전무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세습 경영의 논란은···.」
그렇게 전형욱의 퇴임이 결정났다. 오성 그룹의 장손인 전태영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세습 경영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이어지는 발표에 그런 말은 쏙 들어갔다.
<오성 ENP에서도 파워온을 생산한다, 주가가 치솟아!>
오성 ENP와 KW 에너지가 파워온에 대한 기술 제휴를 맺고 파워온 생산을 박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닥을 치던 오성 ENP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세습 경영 논란은 쏙 들어가고, 존버하고 있던 오성 ENP 주주들을 시작으로 환호성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 역시 갓성. 존버하길 잘했다!
- 끼요오옷 가즈아!!!!!
- 하긴 KW 혼자서 전세계의 수요를 감당하기는 힘들지
- 근데 정식 계약도 아니고 업무협약이잖아 너무 설레발 아닌가?
ㄴ KW의 외가가 오성 그룹임. 충분히 가능성 있음
오성 그룹의 세습 경영은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버렸다. 오히려 오성 그룹이 KW와 혈연으로 맺어졌다는 사실이 주목받으며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단순히 MOU 체결이라서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어지는 소식은 그런 불안이 쏙 들어가게 했다.
오성 ENP의 주가가 바닥을 칠 때부터 야금야금 끌어모으던 나는, 발표가 나기 직전 매물을 쓸어담으며 오성 ENP 주식을 5.31%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서 나는 오성 ENP의 3대 주주가 됐다. 참고로 최대주주는 오성 전자로 19%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다음은 8%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었다.
기술 제휴, 합작 법인 소식에 더불어 내가 오성 ENP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오성 ENP가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했고, 너도나도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언제 바닥을 쳤냐는 듯 오성 ENP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했다. 주주들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 이건우느님 감사합니다
- 와씨 주가 실화냐 하루만에 얼마가 오른 거야
- KW 주식은 언제 나옴?
ㄴ 포기하셈 그냥 오성이나 제일 주식 들고 있으면 됨
오성 ENP의 대주주인 내 자산도 오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내 친가가 제일 그룹이라는 이유로, 제일 그룹의 주가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내가 혈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나 뭐라나.
할아버지의 칭찬 섞인 전화를 받은 것은 덤이다.
이로서 파워온의 수출은 안정권에 들어갔다. 없어서 못팔던 파워온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확보했으니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는건 시간 문제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여세를 몰아 배터리와 연결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전기차 충전소 사업이었다.
*
전기차 충전소가 내연차 시대의 주유소와 같은 지위를 기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석유왕’ 록펠러가 거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정제석유 수요, 즉 주유소 산업의 급팽창에 따른 결과로 풀이될 수 있다.
요즘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내연기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파워온의 영향으로 전기차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자동차 화사들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완전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보일 정도.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구축되어있지 않으면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기차 관련 인프라는 처참할정도로 없는 수준이다. 전기차의 수요는 많는데 충전소는 별로 없다?
다르게 생각하면,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는 뜻도 된다.
나는 얼마 전 있었던 일본의 미스리늄 수출 규제 사건을 해결해주는 댓가로 차민태 대통령으로부터 전기차 충전 사업권을 얻어낸 바 있다.
내가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차를 타고 다니고, 내가 세운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정도면 망할래야 망할수가 없는 구조이다.
나는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나는 정부에 연락을 했고, 다이렉트로 차민태를 만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환경부의 고위공무원이나 환경부 장관의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겠지만, 이번 안건은 지난번 차민태가 특별 국책 사업으로 지정해주겠다고 약속한 일.
그리고 무엇보다, 차민태의 입장에서는 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같은 것이다.
미니온을 만들어서 지자체에 공급해 준 덕분에 빠르게 집단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었고, 미국에서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 사건을 해결한 덕에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요즘 만들고 있다는 포비드 치료제는 성공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미스리늄을 이용해 만든 파워온 덕분에 국격이 한 단계는 올라갔다.
무엇보다, 언제 대한민국이 일본을 이렇게 시원하게 두들겨 준 적이 있었던가. 여기에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위안부와 징용 문제까지 해결한 것은 덤.
덕분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갔고, 차민태의 지지율도 꽤나 높은 폭으로 올랐다.
차민태는 흐뭇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내 이건우 사장이 말하는 것은 특별히 다 들어주도록 하지요. 그래, 어떻게 지원을 해주면 되겠나?"
차민태의 말에 나도 마주 웃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도리가 아니지.
"올해 안으로 전기차 충전기 50만 기를 보급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50만 기. 그 엄청난 숫자에 차민태는 잠시 당황했다.
"... 지금 50만 기라고 말한게 맞나?"
"네 맞습니다. 잘 들으셨네요. 50만 기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허허허, 사업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스케일이 크구만. 그런데 50만 기는 조금 많은 듯 싶네만."
"제 계산에 따르면 50만 기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끄응... 그럼 이건 어떻나? 30만기를 짓고 상황을 봐서 더 짓기로 하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늦습니다. 올해 생산될 전기차가 몇대인데요."
“지금 전국에 보급된 충전기가 11만대인 건 알고 있나? 그런데 그 다섯 배에 달하는 숫자를 올해 안에 짓는다고?”
차민태는 내가 이렇게 큰 숫자를 부를 줄은 몰랐나보다. 나를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것을 보면.
하지만 본인이 뭐든 들어주겠다고 호언장담한 상황에서 이렇게 흥정을 하려고 하다니. 쫌생이가 따로 없다.
그리고 50만이라는 숫자도 내가 최소치로 잡은 것이다.
“예. 전기차 보조금 지원정책 추진 영향으로 지난해말 기준 전기차는 23만대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파워온이 전기차에 탑재되면서 내연기관차량만큼 가격이 낮아졌으니 다음해에는 그 3배에 달하는 숫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관련 자료를 차민태에게 넘겨주었다. 캐리온이 예측한 거니까 정확하다고 보면 된다.
차민태는 자료를 읽어보더니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말대로라면 내년까지 전기차가 80만대가 보급된다는건데. 그렇게 따지면 확실히 국내에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하기는 하겠구만.”
“예. 전기차 충전기 보급도 늘고 있으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유럽의 경우 인구 1만명당 충전기수는 전기차가 널리 보급된 노르웨이는 35대고, 프랑스도 6.9대 수준이고요. 그런데 한국은 여기에 훨씬 못 미칩니다.”
충전기 부족과 느린 충전 속도는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그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만큼, 내 파워온의 매출도 줄어들겠지.
정부가 꾸물거릴수록 내가 손해를 보게된다는거다.
“심지어 대부분은 충전하는 데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완속 충전기며, 급속 충전기는 2만대도 안 되는 실정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은 서울 등 도심에 집중되어 있고요.”
“그러니 초급속 충전기 14만기, 급속충전기 6만기, 완속충전기 30만기. 총 50만기를 추가 보급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내 설득에도 차민태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논리적은 설득은 여기까지. 나는 차민태에게 지금 누가 갑인지를 보여주기로 했다.
"그리고 제가 어렵게 일본으로 부터 미스리늄을 되찾아왔는데, 이러시면 섭섭합니다. 일본한테 미스리늄을 가지고 온게 누구인지 잊으신 건 아니시죠?”
예전에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하면서, 국민은 한국 정부가 나서서라고 소리치던 적이 있었다. 그때 차민태는 국가가 알아서 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해놓고, 뒤로 나에게 모든 일을 떠넘겼다.
지금 와서 국민이 청와대는 사실 손을 놓고 있었고, 모든 일은 민간 기업이 알아서 다 했다는 걸 밝히면 어떻게 될까?
나는 빙긋 웃었다.
“서로 섭섭하지 않아야 비밀도 잘 지켜지지 않겠습니까. 또 제가 섭섭하면 입이 가벼워지는 성격이라서요."
"제가 관련 설비들은 언제든지 설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이미 준비를 맞춰두었으니 대통령님께서는 여기 계약서에 사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나는 대놓고 미스리늄을 언급하며 계약서를 차민태의 앞으로 내밀었다. 반쯤은 협박을 하는 내 말에 차민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보았다. 솔직히 내가 해준게 얼만데, 이제와서 입을 싹 닫는다면 그건 진짜 양심없는 놈이지.
전기차 충전소 50만 기. 계약서에 적혀있는 돈의 단위가 천문학적이었다.
“에···. 그러면 예산이 초과할 것 같기는 한데, 내가 국회를 최대한 설득해 보겠네.”
결국 차민태는 계약서를 챙기며 말했다.
어차피 대통령도 지금 여당 출신이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예산안은 통과가 될 것이다. 뭐, 막는 놈이 있으면 좋은 꼴은 보기 힘들 거다.
이로써 정부와의 계약까지 거의 마무리 되었다.
나는 한국판 록펠러, 에너지왕 이건우가 될 것이다.
*
파워온은 세계로 널리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파워온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파워온으로 인해 세계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었다. 구시대의 질서는 그를 반기지 않는게 당연지사.
이제는 구시대의 산물로 밀려난 배터리를 주야장천 찍어내던 중국 기업들은 더더욱 그랬다.
세계 배터리 시장의 1위, 3위, 6위가 모두 중국의 기업이었으며, 과거 그들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50.5%라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유율은 파워온에 의해 실시간으로 박살나고 있었다.
지금이야 중국 내수시장으로 버티고 있지,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파워온을 공급받은 테슬라를 비롯한 기존의 고객은 더이상 중국과 계약을 하지 않았다. 파워온을 받지 못한 고객들은 전부 단기계약으로 돌렸다. 언제든지 해지하고 파워온으로 갈아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지금이야 파워온이 공급망이 부족해서 점유율을 높이지 못한 거지, 충분한 생산력을 갖춘다면 배터리 시장은 파워온이 전부 잡아먹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이 공들여 키워온 배터리 기업은 쫄딱 망하게 된다.
위기감을 느낀 장웨이 주석은 상무부를 비롯한 소관 부처 부장을 불러서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