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85화 (85/183)

어딜 넘봐? (4)

일본은 자신이 있었다. 미스리늄을 가공해서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이.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나서자 실험의 준비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일본은 국내외에 있는 일본 최고의 인재들을 불러모았다. 에너지공학과 2차전지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한 연구소에 모였다.

샘플은 사도 광산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건우의 허락 따위는 없었다.

그저 인부들을 구슬려 돈 몇 푼 쥐여주니 쉽게 미스리늄 원석을 건네줬다.

경제산업성 대신은 소장과 연구소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조만간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의 입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주 좋습니다. 다들 열심히 하는군요.”

“그만큼 논문에 자극을 받았다는 뜻이겠지요.”

다만 아쉬운 것은 논문의 저자인 김상현 교수를 데려오지 못했다는 것.

경제산업성 대신은 김상현 교수를 생각하며 혀를 찼다.

“김상현 교수를 데려올 수 있으면 가장 좋은데, 거액의 돈을 제시해도 꿈쩍도 하지 않으니···.”

사실 김상현 교수를 스카우트하려고 한 곳은 일본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모든 곳에서 김상현 교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교수로 평생 벌어도 만질 수 없는 부와 명예를 주겠다는데도 김상현 교수는 고사했다.

‘이건우 그놈은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김상현 교수 같은 사람을 자기 밑으로 데려간 거지?’

그 비밀이 닥터 온의 논문이라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소장은 그를 달랬다.

“우리도 김상현 교수에 못지않은 석학을 데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는 노벨상 후보도 모셔왔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지금 연구소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어디 가서 남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을 사람들이다.

아무리 김상현 교수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여기 있는 연구자들 정도라면 김상현 교수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경제산업성 대신은 생각했다.

그때 소장이 물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불안합니다. 지금 세계 각국의 반발이 심상치 않습니다.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감수할만한 일입니까?”

“당연히 감수할만합니다. 미스리늄만 있으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요. 지금이야 우릴 욕하지만, 미스리늄만 개발한다면 어떻게든 우리에게 빌붙으려고 할 겁니다. 그러니 지금의 모욕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잘못해서 욕을 처먹고 있는걸 모욕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대신의 확고한 말에 연구소장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렇군요. 우리 연구원들이 조만간 미스리늄과 배터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그렇게 그들은 연구소를 둘러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과정이야 어쨌든 미스리늄을 추출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저들을 보니 마음이 다 든든해졌다.

그리고, 기적의 금속을 손에 쥐게 된다면 경제산업성도 한 끗발 하는 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물론 본인도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고.

그때였다.

“압력이 너무 높습니다!”

“당장 멈춰!”

“늦었습니다. 기계가 말을 안 들어요.”

위이이잉 삐이 삐이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경고음을 내뿜었다. 주변이 후끈 달아오르며 아지랑이가 낀 듯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기계를 강제로 멈추기 위해서 연구원이 다가갔다. 그 순간이었다.

미스리늄을 가둔 기계의 장벽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동시에 근처에 서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불길에 휩싸이더니 팔부터 시작해서 온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으아악! 사람 살려”

“뜨거, 뜨겁다고!”

화아아악!

기계는 잿더미가 되어 녹아내리고, 안에 있던 미스리늄 원석이 보였다. 새하얗고 뜨겁게 백열된 미스리늄 원석.

뜨거운 열기가 사람들을 덮치고, 미스리늄 원석을 눈에 담은 사람들은 그 강렬한 불빛에 시력을 잃고 말았다.

“도망쳐!”

그나마 멀리 있던 사람들은 빠르게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미스리늄은 어느 순간 엄청난 빛을 발산하더니,

콰앙!

굉음과 함께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마치 폭탄이 터진 것만 같은 위력. 주변에 있던 연구원들이 모두 강력한 폭발에 휘말렸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경제산업성 대신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

일본의 실험실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엄청난 폭발.

심지어 폭발이 일어난 곳이 미스리늄을 연구하던 연구소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큰 화제가 되었다.

당연히 한국에도 속보로 보도되었다. 나는 소파에 기대어 뉴스를 보았다.

[앵커]: 일본 폭발사고 속보입니다. 며칠 전, 일본은 미스리늄을 전략 물자로 규정하면서 수출 규제를 단행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전국의 연구원들을 모아 연구에 들어갔다고 했는데요. 자세한 상황, 일본에서 취재 중인 특파원을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민정현 특파원, 폭파된 연구소는 어떤 곳입니까?

[기자]: 네. 폭파 사건이 일어난 에너지 경제연구소는 일본의 에너지 공학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연구소입니다.

일본은 이곳에 세계의 석학을 불러모아 비밀리에 프로젝트에 들어갔는데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스리늄 광석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소가 폭발하면서 연구원들이 모두 사망했습니다.

동경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시케가와 교수도 죽음을 맞이했으며, 경제산업성 대신 또한 이번 사고에 휘말려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폭파하면서 순간적으로 2억 도가 넘으며, 에너지의 막대한 방출로 충격파가 방출해 주변을 휩쓸었습니다. 연구소 주변에 있던 시설들이 녹아내려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나는 기자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포털 뉴스를 보았다. 기자들이 끊임없이 이번 사건에 관해서 기사를 올리고 있었고, 사람들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 ㄷㄷㄷㄷ

- 근데 미스리늄은 어디에서 구한 거임?

ㄴ 질문이라고 하냐. 당연히 빼돌렸겠지

- 그래도 저기서 연구하던 사람은 뭔 죄냐ㅠㅠㅠㅠ

- 일본이 엄한 사람 잡네

[앵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일본에 있는 미스리늄 광산은 사도 광산밖에 없는데, 사도 광산은 KW 에너지의 이건우 사장님 소유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일본은 미스리늄 광석을 구해서 연구할 수 있었던 건가요?

[기자]: 아, 그게 말입니다. 이번 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미스리늄을 전략 물자로 지정해서 반출을 막아버리는 마당에, 일본이 내 미스리늄을 훔치려는 걸 내가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지.

제 딴에는 인부를 매수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그들은 내가 심어놓은 사람들이었다. 일본이 접근하면 언제고 미스리늄을 '몰래' 넘겨주라는 지시를 받은 인부들은, 일본이 접근하자 옳다구나 하고 미스리늄을 넘겨주었다.

당연히 일본이 인부를 꾀어내는 모든 과정은 생생하게 녹음과 녹화가 이루어졌다. 일본 관계자에게 미스리늄을 건네는 장면은 특별히 고화질로 찍어놨다.

그리고 그 증거자료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익명의 이름으로 방송국에 제보되었다. 지금 뉴스에 나오는 나오고 있는 자료들을 보니 깔끔하게 촬영이 잘 되었구만.

「인부: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A씨: 에이 조금만 빼달라는 거야. 나도 위에서 쪼아서 어쩔 수 없다니까. 그리고 이게 다 우리 일본을 위한 거라고.

인부는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윽고 대답한다.

인부: 알았어요, 알았어. 대신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됩니다?

A씨가 인부에게 봉투를 건네준다. 인부는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후 돈을 받았다.

인부: 그럼 조금만입니다. 너무 많이 가져가면 티가 나서 안 돼요.

A씨: 고맙네! 고마워.」

참고로 인부는 그저 일본어를 무척 잘하는 한국인이다. 뜻밖에 연기를 너무 잘해주어서 고마울 따름이군. 나중에 인센티브라도 더 줘야겠어.

자료화면이 지나간 후, 기자는 목소리는 격앙되었다.

[기자]: 일본은 개인의 사유재산을 무단으로 빼돌려, 그 샘플을 가지고 연구를 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가 어떤 대처를 할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일본 에너지 경제연구소에서 KBC 뉴스 민정현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댓글 창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미친. 채굴도 못 하게 하고 수출도 못 하게 해놓고, 이제는 도둑질까지 하넼ㅋㅋㅋㅋㅋ

- 역시 섬나라 클라쓰 어디 안 간다

- 동정할 가치도 없는 새끼. 폭발 사고는 걍 자업자득임

- 그런데 폭발사고가 있었으면 미스리늄이 위험한 거 아님?

물론 이러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완성된 미스리늄과 전고체 배터리를 가지고서 각종 실험을 하는 영상을 준비해두었다.

제련이 완료된 미스리늄과, 다른 금속들과 성공적으로 결합한 전고체 배터리는 오히려 일반적인 금속들보다도 훨씬 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영상으로 인해 확실하게 결론이 나왔다.

미스리늄 제련 과정이 위험한 것이지, 미스리늄 자체가 위험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그저 이번 사고는 일본이 뻘짓을 하다가 발생한 것이라는 걸.

어쨌든 일본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는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연구실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라고?”

“폭발력이 열핵폭탄 급인데. 심지어 극소량을 연구했으니 연구소를 날려버린 거로 끝난 거지.”

“아니, 이건우는 이걸 어떻게 연구한 거야?”

칠레와 멕시코도 일본처럼 자기네가 가지고 있는 미스리늄을 수출 금지하려고 했지만, 일본이 당하는 꼴을 보고 슬그머니 물러났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미스리늄을 개발하는 게 절대로 쉽지만은 않은 일인 것 같은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나랑 손을 잡고 이득을 누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나서서 못을 박았다.

“폭발 사건으로 고인이 된 분들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일본은 제 미스리늄 광산을 막은 것도 모자라, 몰래 탈취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아, 한 번 더 말하지만, 일본에는 절대로 파워온 배터리를 공급할 생각이 없습니다.”

나의 발표와 동시에, 일본의 전기차 업체의 주가가 하락했다. 배터리 관련 주식들도 모두 하락한 것은 덤이다.

아마 일본은 지금쯤 피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괜한 짓을 해서 미스리늄은 얻지도 못하고, 자국 산업들이 박살 나게 생겼으니 말이야.

그러게 남의 물건 훔치려고 했으면, 자기 물건도 뺏길 각오는 했어야지.

*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싸늘해지면서 일본 불매 운동이 불붙었다.

- 내가 다시는 아사히 먹나봐라.

- 여기 일본 기업 리스트 있습니다

ㄴ 링크: http://nojp.info

ㄴ 오 ㄳㄳ

- 고작 하는 게 도둑질이냐ㅉㅉ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론도 안 좋아졌다. 대부분 이건 일본이 도를 넘었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경제가 박살이 나자 일본 내부에서도 정부 책임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일이 악화되자 일본 정부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A씨 개인의 독단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인부에게서 광석을 사 간 A씨를 기자들 앞에 세워 사과하게 했다. A씨는 모자를 푹 쓰고 몸을 웅크린 채 사과를 했다.

“그저 우리 일본이 잘 되기를 바랐던 마음에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이번 일은 제 독단으로 벌인 일이며 일본 정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KW 에너지의 이건우 사장님께 사과드립니다.”

물론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였다. 이런 식으로 사과하면 설마 믿어줄 거로 생각한 건 아니겠지?

- 눈가리고 아웅하는 건가?

- 그냥 미스리늄 가져가서 실험이나 해라. 폭발 사고 한번만 더 일어나면 좋겠네.

- 그래서 대통령은 뭐함? 이런 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하는 거 아님?

하지만 대통령이 나서기 전에 이건우가 먼저 성명을 발표했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신 것 같아서 다시 말씀드립니다. 저는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에 파워온 배터리의 공급은 영원히 없을 겁니다.”

옆에 있는 국가들은 파워온을 장착하고 저 멀리 뛰어가려고 하는데, 일본은 제자리걸음을 하다 못해 퇴보하는 상황.

사면초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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