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82화 (82/183)

어딜 넘봐? (1)

미쓰비시 은행장의 속은 지금 타들어 가다 못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전산 조작 사건, 폭력단 대출 사건, 전산 시스템 오류. 이 세 가지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 달을 꼬박 뛰어다녔다.

특히 마지막에 일어난 전산 시스템 오류로 한 달 동안 은행 업무가 마비됐기 때문에 그로 인한 손실은 천문학적이었다.

이제 3연타 사건을 겨우 극복하고 숨을 좀 돌리려나 싶었는데, 광산 문제가 터져버린 것이다.

그 일로 은행장은 그룹 회장과 독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미쓰비시 그룹 회장이 말했다.

“사도 광산을 빼앗겨서 우리가 여간 난감한 게 아니네. 한국인이 광산을 사 갔으면, 그것도 우리가 모르는 광물을 캐냈으면 당연히 내게 보고했어야지!”

은행장은 억울했다.

‘그 광산에 미스리늄이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이건우가 폐광을 살 때 의심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신물질을 발견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도 광산은 폐광된 이후 30년 동안 개발된 적이 없는 곳인데 이건우는 도대체 어떻게 그곳에 미스리늄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걸까?

이건우가 KW 에너지를 설립하고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짐작을 해볼 수도 있지만, 그때 그는 매일같이 금융청을 드나들며 사건을 해결하느라 바빴기에 광산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미쓰비시의 은행장은 광산에서 미확인 금속이 발견되었다고 보고를 올렸었다.

물론 실험실에서 도무지 정체를 알아내지 못해 그저 미확인 금속이라고만 짧게 올렸을 뿐. 그게 미스리늄이라는 희대의 금속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회장 앞에서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입 다물고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회장은 혀를 쯧 찼다. 이번 사안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었다.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기적의 금속, 미스리늄.

그것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미쓰비시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아니, 위상이 올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차세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가능하게 해줄 광석이 사도 광산에 있었고, 불과 한 달 전에 한국에게 빼앗겼다.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는가?”

“죄송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은행장이 제일 먼저 그 방법을 알아봤지만, 소유권은 이미 이건우에게 넘어간 후였다. 계약서상의 허점을 발견하려고 했지만, ‘미쓰비시는 이건우에게 광산에 대한 모든 권리를 넘긴다.’라는 계약서는 단순명료하여 반박할 곳이 없었다.

그리고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누구도 아닌 온캐리 변호사다. 이런 일이 있을 걸 예상한 이건우는 계약서를 철저하게 준비해놓았다.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강탈.

"나는 사도 광산을 무조건 다시 찾아오기를 원하네."

“무단으로 빼앗으려면 국제 분쟁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각오해야지.”

“예?”

“사도 광산이 이대로 넘어가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회장이 생각하기에 이 사도 광산은 판도를 바꿀만한 물건이었다. 지금 미스리늄을 이건우가 독점하고 있는데, 거기에 미쓰비시가 한 발 걸칠 수만 있다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침 이번 일로 총리대신께서 부르셨네. 자네도 이번 일과 관련이 있으니 같이 갈 채비를 하게나.”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은행장의 말 속에는 꺼림칙함이 묻어나왔다.

과연 이건우가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그의 사업가 본능이 뭔가, 뭔가가 잘못되어 간다고 말하고 있었다.

*

내각부의 총리대신, 경제산업성의 대신, 그리고 미쓰비시 그룹의 회장과 은행장.

네 사람이 모두 모였다.

회장은 아까 은행장과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총리대신이 말했다.

“흐음. 그럼 딱히 방법이 없는 거군요. 하지만 개인의 소유물을 강제로 빼앗는다면 반드시 국제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회장님은 이 사안이 그럴 가치가 있다고 봅니까?”

미쓰비시 회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예. 이번에 발견한 미스리늄은 일본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감수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경제산업 대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경제산업 대신께서 도와주신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뭔가요?”

“미스리늄을 전략물자로 규정하여 수출 규제 품목에 넣어두는 겁니다. 적당한 명분은 붙이는 게 좋습니다. 북한이 인접해 있으니, 한국이 북한에 전략물자를 공급했다는 것 정도면 적당하겠네요. 그리고 사도섬을 관광지구로 선정해 채굴 금지명령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이건우의 숨통을 조이자는 겁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광산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습니다. 대신 채굴도 못 하고 수출도 못 하는 광산을 우리가 이건우에게 구매하는 겁니다. 이건우로서는 쓸 수도 없는 광산이니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판매할 겁니다."

미쓰비시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훌륭한 계획이었다.

"그렇게 미스리늄을 확보하면 뭐, 더 볼 필요 있겠습니까? 미스리늄을 손에 쥔 이상 우리 대일본이 차세대 사업을 주도할 수 있을 겁니다.”

“하긴 맞는 말씀입니다. 저 덜떨어지는 한국도 기술을 개발했는데, 저희가 못 할 이유가 없지요.”

미쓰비시의 회장을 따라 총리와 경제산업성의 대신도 웃었다.

하지만 그들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게 있었다.

이건우. 그들은 이건우가 어떤 놈인지 몰랐다.

*

이건우가 미스리늄을 이용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의심했었다.

- 저게 가능하다고?

- 신물질을 어떻게 찾아냈대?

- KW 에너지는 설립한 지 두 달도 안 된 회사잖아.

하지만 제일 자동차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것을 알렸고, 세계의 유명한 석학이 하나둘씩 논문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미스리늄의 발견은 5차 혁명과도 같다. 지금까지 이루지 못한 많은 것을 해낼 것이다.”

“나는 킴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밤마다 미스리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궁금해서 잠을 못 잘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와 각종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KW 에너지의 배터리는 한정되어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1번 대기표를 받았다.”

“포드는 KW 에너지의 배터리를 통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할 겁니다.”

“LJ 전자에서 논문을 연구한 결과, 파워온 배터리는 제품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건우 사장님께서는 한국부터 먼저 물량을 풀어줄 것을 기대합니다.”

심지어 그중에서는 배터리 업체도 있었다. 중국 유명한 배터리 업체인 CTL에서는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우는 게 어떻겠냐?’라는 의사를 넌지시 비추기도 했다.

KW 에너지를 죽일 듯이 공격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태세전환 하나는 빠른 놈들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이건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 저번에는 방역도 혼자 다 하더니

- 형 못하는 게 뭐야?

- 우리는 이건우 보유국이다!

- 근데 저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나는 잘 모르겠던데.

ㄴ 지나가던 이과입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은 현재 전자업계에서 2030년 정도에 개발이 완성될 거라고 보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를 10년 가까이 앞당긴 거죠.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 추가 설명드리자면···.

ㄴ 지나가던 문과입니다. 계속 지나가겠습니다.

연일 뉴스에서는 이건우가 개발한 파워온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이게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떠들어댔다.

- 그럼 폰 배터리도 수명이 늘겠네?

- 그렇지. 냉장고나 다른 기기도 마찬가지고.

- 미친 제일 자동차 주가가 또 올랐네

- KW 미디어가 제일 ENM이었을 때부터 주식 들고 있었는데 안 팔길 잘했다.

ㄴ 와ㄷㄷㄷㄷ존버 미쳤다

ㄴ 나도 존버할거류ㅠㅠㅠ 사장이 구속될 때 다 팔아버렸는데

심지어 파워온의 영향으로 제일 그룹과 KW 미디어의 시총은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아만 갔다.

뜬금없이 KW 미디어가 높아진 것은, KW의 계열사 중에 상장된 주식이 KW 미디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비드로 경제가 침체되어가는 와중에, 오직 한국만이 코스피가 치솟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국내에 있는 배터리, 반도체 관련 주식에 대규모로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경제는 활성화되었고, 개미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행복한 순간에 꼭 초를 치는 놈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일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대신이 대표로 나와 발표했다.

“일본의 안전 보장을 위해 수출 관리를 적절히 하려는 차원의 운용 방침을 재검토한 결과, 경제산업성은 미스리늄을 전략물자로 규정하고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바입니다. 법정 전략물자는 총 1120개로, 이 중 미사일·핵물질·생화학무기 등 263개의 민감 품목에 미스리늄을 추가했습니다. 따라서 백색 국가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 미스리늄을 수출할 때 개별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일본이 왜 저렇게 야단법석을 떠나 싶어했다.

- 미스리늄 광산은 우리나라에 있는데 쟤네는 또 왜 저런데?

- 하여간 쪽바리 ㅅㄲ들 욕심은 많아가지고ㅉㅉ

- 우리도 이제 미스리늄 보유국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어디에 광산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나마 아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광산이 하나 있다는 것 정도.

그렇기에 사람들은 일본의 과한 반응이 의아해하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짜증이 났다.

'감히 내 미스리늄을 건드리려 들어?'

물론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하면서 뒤에서는 온갖 협잡질을 저지르곤 했으니,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고 대비도 했다. 그래도 실제로 당하니 기분이 굉장히 더러웠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강하게 나가야 한다. 한번 물러나게 되면 끝도 없이 물러나야 하는 게 이 바닥이다.

특히 일본은 미스리늄을 탐내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줘야 한다. 감히 내 것을 건드렸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일단 나는 여론을 등에 업기로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여론이 나에게 공감하고 지지해야 한다.

내가 가진 인맥을 총동원했다. 그중에는 로날드에게서 받은 황금 명함도 포함되어있었다.

*

로날드가 준 명함에는 그와 직접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이 배정되어 있었다. 물론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긴 했지만, 나는 곧 그와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이군.”

그의 목소리에는 짙은 피로감이 배어있었다. 하긴, 지금 미국의 상황은 백 보 양번해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포비드의 직격탄을 맞은 게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세계 사망자의 1위가 미국, 2위가 캐나다, 3위가 멕시코로 북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전부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 사건의 여파 때문이었다.

(참고로 중국이 발표한 사망자 수는 0명이었다.)

다행히 미니온-트래킹 덕분에 지금은 행정이 차츰 안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 달 전만 해도 미국은 수십 만 명의 사망자를 냈었다.

그래서 지금 야당에서는 미니온-트래킹을 깔고서도 방역에 실패했다며 대통령을 비난했고, 여당은 그에 맞서 대통령의 지도력이 아니었다면 피해는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보다 미니온-트래킹을 훨씬 늦게 도입안 캐나다의 경우, 아직도 포비드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6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양측의 공방이 거세진 상태.

다음 대선에서 누가 이길지 캐리온조차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고, 그렇기에 나는 로날드가 준 기회를 대선 전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자네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다행히 로날드는 도움을 받고 입을 싹 씻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별일은 아닙니다. 곧 일본과 한판 하려고 하는데 그때 제 편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흠”

로날드는 잠깐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일본은 미국의 우방국 중 하나이다. 지금 상황을 그도 모르지는 않을 터, 일본과 내 편 중 누구를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되겠지. 이 또한 대선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저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마세요.”

내가 준 자료로 민주당에 역공을 날리고, 중국이라는 적을 내세워서 사람들을 단합시켰다.

그리고 미니온-트래킹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파워온은 그때를 뛰어넘으면 넘었지, 절대 실망하게 할 일은 없을 겁니다.”

마지막 말이 로날드를 움직였다.

“알겠네. 내가 무엇을 해주면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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