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81화 (81/183)

파워온의 등장 (2)

이건우가 발표한 파워온은 전세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신기술이 나온 이상, 가장 바빠지는 것은 연구원들이다.

세계에 있는 배터리 업체가 모두 그렇듯이, 오성 ENP 역시 난리가 났다. 소속 연구소의 배터리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는 퇴근도 못 하고 집합해서 김상현 교수의 논문을 연구했다. 한참을 그렇게 논문을 연구하던 그들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건 진짜입니다.”

책임 연구원이 전형욱 사장에게 보고했다. 옆에는 아들인 전태영도 함께 있었다. 전형욱이 눈살을 찌푸렸다.

“진짜라고?”

“네. KW 에너지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낸 게 틀림없습니다. 물론 미스리늄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이라는 전제하에서요.”

미스리늄.

그 말도 안 되는 금속은 말 그대로 너무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무슨 판타지에서나 나올법한 성능을 가진 금속물질이 있다니.

미스리늄이 어디서 왔는지 몰라도, 전형욱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전형욱은 최근 이건우가 광산을 보이는 족족 사들였던 것을 떠올렸다.

분명 그 광산들에서 미스리늄이 나온 것이 분명했다.

“미스리늄이 어떤 물질인지는 밝혀냈나?”

책임 연구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입니다. 일단 금속물질을 확보해야 연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KW 에너지가 발견한 광산을 제외하고는 어디에 묻혀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정확한 지적이었다. 아직 미스리늄의 샘플조차 확보하지 못했는데 그게 어떤 물질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전형욱은 골치가 아파왔다.

갑자기 등장한 전고체 배터리만 해도 큰일인데, 미스리늄이라는 광석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알겠네. 강 책임은 돌아가서 새로운 게 발견되는 대로 보고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책임 연구원이 나가고 전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스리늄이라···.”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내서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어내다니!

설립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회사가 이뤄낸 성과치고는 과했다. 말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건우는 그 광산에 미스리늄이 매장되어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으며, 전고체 배터리는 어떻게 개발해냈단 말인가?

그렇게 고민에 싸인 아버지를 보던 전태영이 물었다.

“아버지,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겁니까?”

협력업체를 압박하던 기존의 방법은 소용이 없어졌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가 손을 써놨던 업체들은 이건우에게로 넘어가 버렸다.

심지어 이대로라면 KW 에너지와 오성 ENP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건우가 전고체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다면 전세계에서 그걸 구매하려고 난리가 나겠지.

그렇게 되면 찍어내는 물량에서부터 차이가 날것이고, 국내에 있는 배터리 관련 업체들은 모조리 이건우의 밑으로 들어갈 것이다.

오히려 이건우가 주문하는 물량을 맞춰주기 위해서 저쪽에서 먼저 오성 ENP를 거부할 수 있다.

오성 ENP를 키우면서 위기를 맞은 적은 많았지만, 이번은 정말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건우가 정말 미스리늄 전고체 배터리를 공급한다면 현존하는 모든 배터리는 쓰레기가 될 게 뻔하다.

그로서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해도 제품화를 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지. 홍보실에 연락해서 기자들에게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기사를 쓰라고 지시해.”

“······.”

전태영은 불안했다. 우리 쪽에서 KW 에너지를 공격한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그런 불안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고민 끝에 그가 전형욱에게 말했다.

“차라리 KW와 손을 잡고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기술 제휴를 맺는 건 어떻겠습니까? KW에서도 그 물량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한 가족인데 저희가 조금 굽히고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요?”

“제 아비인 이정혁도 거리낌 없이 쳐내던 게 이건우이다. 그놈이 우리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 말에 전태영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전형욱은 씁쓸하게 웃었다.

“인제 와서 이건우와 손잡는 건 늦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지.”

배터리 사업은 전형욱의 인생 그 자체이자 자존심이었다. 이건우의 신기술이 아무리 강력하다고는 해도, 그렇게 쉽게 꺾이면 그가 지금까지 투자한 게 뭐가 되겠는가.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나봐야겠구나.”

“장관님을요?”

“그래. 특허와 기술인증을 늦추는 정도면 우리가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을 게다.”

일단은 KW의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서 최대한 안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특허 등록과 기술인증을 막아서 시간을 끈다.

그렇게 해서 KW의 배터리 제품화를 늦추는 것. 오성 ENP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내가 미스리늄을 이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었다는 발표를 한 후, 나를 깎아내리는 기사가 전세계에서 쏟아졌다.

<검증이 필요한 파워온의 안전성>

<허황한 김상현 교수의 논문, 믿어도 되는 걸까?>

심지어 CTL이라는 중국의 최대규모 배터리 회사에서는 나를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미스리늄이라는 말도 안 되는 물질을 가지고 전 세계 기업들을 희롱한다나 뭐라나.

그런데 웃긴 건, 캐리온에 의하면 그렇게 나를 비난해놓고 정작 미스리늄 광산을 찾기 위해서 본토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처럼 원색적인 비난을 해대는 건 아니지만, 오성 ENP와 LJ 하이니콘을 중심으로 미스리늄은 개뻥이고 전고체 배터리는 허상일 뿐이라는 비판적인 기사를 써냈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내 보도자료와 김상현 교수의 논문을 본 연구원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파워온이 진짜라는 것을.

그만큼 기존의 배터리 업체가 나의 새로운 배터리, 파워온을 위협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이겠지.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지만···. 글쎄? 효과가 있을는지 모르겠군.

어차피 내가 준비하는 다음 발표가 나는 순간, 모든 논란은 쏙 사라질 것이다.

나는 서재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갑자기 광산을 채굴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깜찍한 일을 꾸미고 있었구나. 아주 복덩이가 따로 없어. 이제 내가 건우 너에게 배워야겠다.”

우리 할아버지가 이렇게 폭풍 칭찬을 늘어놓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할아버지는 은근한 목소리로 나에게 제안했다.

“그러니 제일 자동차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건 어떠냐?”

할아버지는 파워온이 얼마나 미친 성능을 자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시제품을 이미 할아버지께 보냈었고, 제일 자동차 소속 연구소에서 온갖 테스트를 거쳐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일 자동차에 납품하는 것은 나에게도 큰 이득이 될 것으로 보였다. 제일 자동차에서 파워온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뜬다면,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들도 바뀔 것이다.

대기업과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상품화할 수 있다는 인증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할아버지의 제안은 우리 둘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었다. 그간 할아버지께서 이것저것 많이 신경 써주셨기 때문에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면서요. 거기에 파워온을 탑재하는 건 어떻습니까?”

“으허허허! 좋구나, 아주 좋아!”

물론 할아버지라고 해서 깎아준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

우리는 순식간에 업무협약서(MOU)를 작성했다. 머릿속에서 온캐리 변호사가 도와줬기 때문에 꽤 유리한 조건을 넣을 수 있었다. 물론 정식 계약 때는 훨씬 더 치열하게 협상이 오가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서로가 만족하는 협상을 한 뒤, 제일 그룹과 KW 에너지에서는 공동으로 발표했다.

“제일 그룹은 KW 에너지에서 개발한 배터리 ‘파워온’을 이번 신형 모델 JK-1에 탑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JK-1은 제일 그룹과 KW 에너지에서 앞글자만 따서 지었다.

이 발표가 나자마자 제일 그룹의 주가가 미친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그렇지만, 일단 내가 제일 그룹의 사람이라는 게 큰 요소로 작용했다.

KW 에너지는 비상장 회사라 주식을 구하기 어려우니, 동반 수혜를 입을 제일 그룹에 투자하자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주가가 올라가자 할아버지는 또다시 기뻐하며 회장들의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내 자랑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으허허허! 내가 손자를 잘 둬서 말년에 호강하네.”

“그러게 말이오. 그런데 손자가 아직 미혼이라면서?”

“그래요? 우리 손녀딸이 애가 착하고 아주 참한데,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습니까?”

“흥. 자네 손녀딸은 지금 미국에 있지 않은가. 내 손녀는···.”

거기에 내가 잘생긴 미혼이라는 게 알려지자 회장님들은 앞다투어 선을 보자고 했고, 할아버지는 나에게 명단을 넘겨주었다.

“크흠. 나도 이제 손주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

“···아직 정정하신데 손주는 그냥 나중에 실컷 보세요.”

어쨌든.

제일 그룹에서 내놓는 신형 차에 파워온이 탑재된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다시 요동쳤다.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게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파워온 배터리의 가격이 기존의 것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더 싸게 먹히는 이상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파워온이 전기차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문제는 파워온의 생산량에는 한계치가 있다는 것이다. 설비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아직 전세계에 공급망을 놓기에는 부족하다.

즉, 이 말은 KW 에너지와 빨리 계약을 맺는 회사가 이익을 선점한다는 뜻이다.

이걸 깨달은 자동차 업체는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일론 머스크가 있었다.

*

나는 또 일론의 내한 사실을 트위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 우리는 최고가 되기 위해 준비가 되어있다. KW 에너지와 함께 나아갈 것이다.

제일 자동차에서 파워온을 탑재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트위트를 올린 것이다.

거물이 또다시 내한한다는 소식에 세계가 출렁거렸다. 일전에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시스템 때문에 나와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두 번째이다.

커뮤니티에서도 말이 많았다.

- 헐 일론 머스크가 온다고?

- 테슬라 주가 또 오르겠네

- 저번에도 이건우 때문에 왔다고 하던데

- ㅇㅇ그건 자율주행 시스템. 이번 신형 모델에 탑재된다던데

- 작년에 테슬라 샀는데 신형 나오면 차 바꿔야겠다

ㄴ 응 다음 뚜벅이

그만큼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특히 테슬라가 자율주행 시스템인 ‘프리온’을 장착하고, 전고체 배터리 ‘파워온’을 장착한다면, 전기차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론은 흥분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고 냅다 질문부터 쏟아냈다.

“도대체 언제부터 파워온을 준비한 거지?”

“이봐. 에너지 시장을 눈여겨보라고 한 건 너야.”

“진짜 그때부터 준비한 거라고? 그럼 겨우 두 달밖에 안 걸린 거잖아. 말도 안 돼!”

누가 봐도 말이 안 되기는 하다. 다른 기업이 십수 년을 개발에 작정하고 투자하는 분야인데, 나는 단 두 달 만에 연구부터 제품 출시까지 마무리했으니 말이다.

“내가 좀 대단하기는 하지.”

[그 배터리를 만든 건 접니다만?]

응 안 들려.

그리고 나는 김상현 교수를 소개해줬다.

“그래도 교수님의 논문을 읽지 않았다면 파워온은 없었을 거야.”

일론은 반색하며 김상현과 악수를 했다.

“반가워요. 킴 교수님. 전 세계의 학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분을 제가 먼저 만나게 됐군요.”

“저야말로 테슬라의 CEO를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번 논문이 대박을 터뜨린 후, 그의 위치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스리늄을 이용한 전고체 배터리의 발명은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벌써 국내의 온갖 학회와 세미나에 초청을 받았고, 세계 각국에서 그의 논문을 샅샅이 해부하며 연구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연구소로 향했다. 나는 연구소 깊숙한 보안시설에 놓인 파워온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연구 결과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1500km에 이르며 1천 회 이상 충전과 방전을 할 수 있어. 날씨 변화에도 민감하지 않아서 안정적으로 쓸 수 있어.”

일론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 되었다.

하긴 보통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400km이며, 폭설 등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면 성능이 10%로 가량 떨어진다.

그러나 파워온을 달면 그 3.5배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으니 미친 성능이나 다름없다.

“1회 충전으로 1500km를 간다고? 와···. 이건 미쳤군. 심지어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잖아.”

“맞아. 전기차 배터리 원가를 1kWh(킬로와트시)당 45달러 수준까지 떨어뜨렸어. 이 정도면 내연기관차와 대결했을 때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지.”

“그렇겠군. 게다가 전기차의 유지비가 훨씬 적게 들어가니까 사람들은 더 메리트를 느낄 거고.”

“그리고 같은 부피의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이 크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시스템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할 수도 있어. 나중에 카인포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것도 문제없어.”

당연한 말이지만, 기존의 전기차에 자율주행 시스템까지 얹어버리면 그거야말로 전기 잡아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그리고 자율주행을 하면 자연스럽게 차 안에서 사람이 즐길 거리, 즉 카인포테인먼트가 필요한데 그것도 다 전기로 구동된다.

그런 의미에서 테슬라는 내 파워온 배터리가 꼭 필요하다.

일론은 그 이후로도 이것저것 물어본 후에 배터리 시제품을 들고 갔다. 그리고 몇 주 후, 트위트광 일론은 또 트위트를 올렸다.

- 파워온은 세기의 혁신이다. 나는 내 자식 이름을 파워온으로 지을 거야.

···제발 말로 해주면 안 되겠니.

*

한편 이건우를 보며 배 아파하는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미쓰비시 그룹이었다.

두 눈 뜨고 멀쩡한 광산을 빼앗겼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니, 멀쩡한 광산 수준이 아니라 노다지를 빼앗겼다.

이를 알게 된 미쓰비시 그룹은 일본 정부와 급하게 협상에 들어갔고, 그들은 곧 한 가지 발표를 했다.

“일본은 미스리늄을 전략물자로 규정하고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바입니다.”

그 발표를 보며 나는 코웃음을 쳤다.

과연 일본이 미스리늄을 써먹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는데 내 전 재산을 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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