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74화 (74/183)

기적의 금속 (3)

니가타현이 미니온-트래킹을 도입했다는 소식은 한국에도 빠르게 전해졌다.

<일본 니가타현-KW 제약, 미니온-트래킹 도입하다!>

<입국 거부하던 일본도 슈퍼확진자 앞에 무너져···결국 미니온-트래킹 계약해>

기자들은 지금까지 입국을 거부하던 일본이 결국 미니온-트래킹을 도입한다고 하자 신이 나서 기사를 써 내리기 시작했다.

「KW 제약 이건우 사장은 일본 니가타현의 현지사와 전화통화를 통해, 포비드 대응과 관련하여 긴밀한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통화는 우리 측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니가타현의 현지사는 “현내에 감염경로를 특정할 수 없는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선진적인 방역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는 한일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라고 평했다.

KW 제약은 미니온-트래킹 시스템과 진단키트를 현내에 공급하며, 진단 시약 기법(PCR) 개발 및 역량에 대한 정보를 일본 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 밑에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 입국 거부하더니. 쯧쯧

- 우리나라도 이제 일본 입국 거부해라

- 우리나라 방역은 미니온이 다했음

- 미국도 미니온 덕분에 이제 좀 살만해졌다고 하더라

미니온-트래킹은 효율적인 방역의 표본이었다. 나는 국내에 좋은 소식을 전해주며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었고, 사람들은 다시 한번 나를 찬양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니가타현이 미니온-트래킹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부가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핀란드에서 미니온-트래킹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습니다.]

유럽에서 나에게 접촉해온 것이다.

일본이 해외에 갔다 온 사람은 강제로 격리하는 고강도의 정책을 썼지만,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결국 이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마침 유럽도 일본과 비슷한 조치를 통해 방역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나자 유럽도 위기감을 느끼고 나를 찾아왔다.

나는 씩 웃었다.

“유럽에도 이제 슬슬 손을 뻗을 때가 됐지.”

어차피 유럽은 EU라는 틀 안에서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미니온-트래킹을 도입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어쩔 수 없이 주문하게 되겠지.

이들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계속 주문이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단숨에 수조 원의 돈을 벌 수 있는 건가?

공짜로 만든 미니온 하나로 뽕을 뽑는구나.

니가타현의 현지사는, 정말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군.

*

일본 니가타현.

현지사는 선결권을 사용하여 의회의 동의 없이 예산을 집행해 미니온-트래킹을 구입했다. 분명 후폭풍이 있을 게 뻔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의회의 의결을 받아서 구매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했다.

가격은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쌌다. 눈탱이 맞았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진정시키려면 미니온-트래킹을 사용하는 것 외에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미국도, 미니온-트래킹을 사용한 이후부터 마비되었던 행정이 조금씩 정상화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도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는 있다지만, 적어도 모든 확진자를 파악하고 정부에서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나아간 것이다.

돈이 들어오자 이건우는 미적거리지 않고 바로 캐리온 프로그램을 깔아주었다.

“언제쯤 일본으로 들어올 수 있소?”

“요즘 시대가 어떤데 아직도 직접 가서 설치합니까. 그쪽 시스템 보안 책임자나 연결해주세요. 원격으로 할 수 있으니까.”

보안책임자를 불러줬더니 그들은 몇 마디 나눴더니 휘리릭 뚝딱 설치가 되었다.

너무 빠르게 설치가 되자 현지사는 의심했지만, 미니온은 단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그 의심을 모두 날려버렸다.

[다카기 씨와 접촉한 사람들을 밝혀냈습니다.]

[1차 접촉, 2차 접촉, 3차 접촉 명단을 올립니다.]

똑 부러지는 미니온-트래킹의 일 처리에 현지사는 입을 떡 벌렸다. 어느새 수백 명의 밀접접촉자를 찾아내고, 위급을 요하는 순서대로 동선을 짜서 제공해주었다.

비싸긴 해도 확실히 돈값을 하는 놈이었다.

‘정부는 이런 걸 도입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이게 얼마나 편한데.’

역시. 한번 미니온-트래킹을 맛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감탄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미니온이 보내준 명단은 엄청나게 많았으니까.

그의 짐작대로 아들 친구 놈은 자가격리 기간에 뺀질나게 싸돌아다녔었다. 사도섬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선착장에서부터,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시내까지. 지금까지 격리되어있던 스트레스를 한 번에 풀려고 했던지,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안 간 곳이 없었다.

현지사는 한숨을 내쉬며 방역 당국에 지시를 내렸다.

“경찰, 소방관 가리지 말고 동원 가능한 인력은 전부 동원해서 접촉자를 색출해내!”

접촉자는 니가타현 전체에 퍼져있었고, 심지어 다른 현에 있기도 했다. 하지만 미니온은 그 모든 것을 계산해서 효율적인 동선을 제공해줬고, 니가타현의 인력들이 사흘 밤낮을 고생한 덕에 초기 대응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현지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큰일 날 뻔했군.”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날 뻔했다.

1차 접촉자 대부분이 격리조치가 취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포비드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며칠이라도 늦었다면 수많은 유증상자들이 사회를 돌아다니며 감염시켰을 것이다.

사태가 조금 진정되자 현지사는 미니온을 들여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건우에 대한 감정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싸가지가 없기는 해도 대단하기는 하네.’

그가 없었으면···. 뒷일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이건우에게 했던 약속을 이행하기로 했다. 바로 사도섬의 이용.

어차피 대부분 사람이 격리된 지금, 사도섬의 이용권을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사도 광산이 문제였다.

기업체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 또라이는 ‘데이터센터 안 지을 거야? 그럼 이번 사태를 누가 일으켰는지 폭로해주지.’라고 할 게 뻔했다.

그는 결국 사도 광산의 주인을 찾아갔다.

*

현지사는 미쓰비시 그룹의 계열사의 자회사, 그러니까 촌수로 따지면 방계의 방계쯤 되는 회사 사장을 만났다.

사도 광산이 미쓰비시 그룹의 소유인 것은 맞는데, 미쓰비시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는지 자회사에 경영권을 넘겨버린 상황이었다.

그리고 현지사가 그 자회사의 사장에게 사도 광산 이야기를 꺼내자, 사장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사도 광산. 그런 게 있었죠.”

1989년에 채굴이 중단되면서 잊힌 폐광이었다. 니가타현과 협력하여 관광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수익성은···글쎄.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런데 KW 코퍼레이션에서 그곳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한다고요?”

사장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뒷사정을 모르는 그가 보기에는, 사도섬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게 멍청한 짓거리로 보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으려면 북해도에 짓던가, 니가타현은 여름만 되면 40도가 훌쩍 넘어가는 더운 지역인데 거기에다가 짓는다고?’

심지어 니가타현은 지진 리스크까지 있었다. 대지진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땅이 흔들릴 정도인 진도 3~4도 규모의 지진만 일어나더라도 데이터센터의 섬세한 장비들은 타격을 받을 게 틀림없다.

분명히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혹시 광산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하지만 그러기에는 사도 광산은 이미 조사가 끝난 광산이다. 몇 번이고 미쓰비시에서 확인을 해봤지만 다른 무언가가 나올 구석은 없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보였지만 사장은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현지사는 그 나름대로 속이 타들어갔다.

‘그 폐광 하나 넘어주는 게 뭐가 어려워서 이리 뜸을 들이는지.’

그래도 현지사 체면이 있지, 이건우에게 협박당해서 데이터센터를 지어야한다고는 죽어도 말 못 했다.

사도섬에 데이터센터를 건축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KW가 니가타현을 위해 투자하는 모양새가 되어야 한다.

“어차피 미쓰비시로서는 건질 게 없는 폐광일 뿐이잖습니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구매자가 나타나겠어요.”

거듭되는 재촉에 사장은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으음···.”

현지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직접 찾아와서 부탁하는데 안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수익성이 없는 폐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올 때 팔아야지, 또 언제 처분할 날이 올지는 모른다.

그렇게 다양한 고민이 합쳐져 사장은 결정했다.

“좋습니다. KW 코퍼레이션에 사도 광산의 채굴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넘기겠습니다.”

현지사가 반색하며 말했다.

“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미스리늄 광산이 이건우의 품속에 들어갔다.

*

미스리늄 광산의 권리가 넘어오자마자 나는 바로 광산 개발에 나섰다. 해외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명목상으로는 ‘철거 전 사전 탐사’를 표방했다.

그리고 광산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한국에서 봤던 철광석 비슷한 물질을 볼 수 있었다.

“와···. 미친.”

캐리온이 왜 그렇게 일본으로 넘어가라고 재촉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뭐 채굴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었다. 눈만 돌려도 미스리늄이 보이는데, 광산 자체가 미스리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거무튀튀한 돌덩이일 뿐이겠지만, 나의 눈에는 무엇보다 아름답게 반짝거렸다.

저 금속들이 나의 KW를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려줄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서볼까?

여기 있는 미스리늄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지사의 채굴 허가부터 받아야 한다.

물론 사도섬은 지금 텅텅 비었기 때문에 허가받지 않고 채굴해도 들킬 염려는 없지만, 광물을 빼내서 한국으로 들어갈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저 커다란 부피의 광물을 밀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내 배터리 사업이 이런 시답잖은 이유로 헝클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언젠가는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하니,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사도 광산에 있는 광물들을 채굴하고 싶다고.

내 말을 들은 현지사는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었다.

“···갑자기 폐광에서 광물이 나타났단 말이오?”

의심쩍은 눈초리에 나는 광물 샘플을 건네주었다.

“뭐,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고 원래 있던 광석들이지요. 여기 샘플도 있습니다.”

현지사는 샘플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건우가 가지고 온 광물은 그도 몇 번이고 봤었던 것이었다. 예전에 사도 광산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서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광산에 그냥 널리고 널린 광석이었다.

“이거는 그냥 돌덩이 아닌가요? 거기에는 널려있을 텐데요.”

“맞습니다. 이걸 채굴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현지사는 이제야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

‘이건우가 폐광에 들어가자마자 광물을 캐냈다고? 어쩌면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이걸 노린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 가정 역시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사도 광산 근처에 와본 적도 없는 이건우가 어떻게 알고 광물을 캐내러 왔을까?

그리고 새로운 광물이 있었다면 미쓰비시 그룹이 알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들은 돈이라면 환장하고 달려드는 이들이니까.

이미 사도 광산을 쥐잡듯 뒤진 미쓰비시였다. 그런 그들이 저 광석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는 없었고. 그런데도 사도 광산이 상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거 보면 저게 진짜 돌멩인가 싶기도 했다.

현지사는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가정이 세워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진짜 속셈이 뭐야?’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현지사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인제 와서 발을 빼기는 너무 늦었다.

“뭐, 저야 굳이 채굴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현지사님은 미니온이 없어도 될는지 모르겠네요.”

“······.”

일이 이렇게 되자 현지사로서는 의심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방역이고 나발이고 다 엎어버리겠습니다’라고 할 수가 없어졌다.

“···끄응. 알겠소. 채굴 허가를 내주도록 하지요. 대신 이 샘플은 내가 가져가겠소.”

“그러시던가요.”

어차피 중요한 건 미스리늄을 제련하는 기술이다. 미스리늄은 광석을 어떻게 제련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그 성능이 천차만별로 바뀐다.

조금이라도 제련이 잘못된다면 말 그대로 돌멩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미스리늄이다.

어디 한번 실컷 조사해보라지. 뭐라도 나오는지.

나는 그들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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