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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72화 (72/183)

기적의 금속 (1)

몇 주 동안 일론 머스크와 붙어 지내면서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잡게 되었다.

배터리와 전기차 시장.

나는 그중에서 배터리에 주목했다.

배터리 시장은 아직도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론으로만 남아있는 기술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후발주자인 내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매년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기후 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탄소 중립, RE100, ESG 경영 등등의 기치 아래, 내연 자동차를 공해 없는 전기차로 바꾸는 등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 자동차의 보급 확대와 전기를 이용한 전자 제품의 용량이 커질 것이다.

즉, 지금의 배터리 시장은 수십 배 규모로 커진다는 의미다.

그럼 어떤 배터리를 만들어야 할까?

먼저 전지의 종류가 무척 다양했다. 2차전지, 연료전지, 태양전지, 심지어 해수 전지도 있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전지 중에서도 어떤 전지를 이용해서 배터리를 만드느냐에 따라 앞으로 사업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그중에서 2차전지에 주목했다. 최근에 가장 많이 쓰이는 2차전지는 리튬이온전지로,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전지에 비해 가볍다는 점이다.

전지의 핵심 구성요소인 리튬 이온이 금속 중에서 가장 가벼우니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무게도 가벼운데 출력도 좋다. 게다가 수명도 다른 전지에 비해 긴 편이다.

그런 리튬이온전지도 쓰이는 양극재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전지에는 양극재와 음극재가 있는데, 그중에서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이다.

여기서 나오는 게 그놈의 NCMA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이 네 가지 금속물질을 어떻게 리튬과 혼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배터리 성능이 나온다.

니켈은 고용량을, 코발트와 망간은 안전성을, 알루미늄은 출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조합식을 찾아낸다면 어떨까?’

그런 마음으로 나는 캐리온에게 새로운 조합을 찾아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조합식뿐만 아니라 사용되지 않거나 용도가 알려지지 않은 물질을 이용한 조합식을 만들어보라는 주문을 넣었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물질이 있으며, 그 어느 누구도 그 수많은 물질을 전부 조합하고 분해하려고 들지는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고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리온은 가능하다. 이번에 미국 전역에 미니온 트래킹을 깔면서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증설했고, 그만큼 연산처리능력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물론 그 능력의 대부분을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색출하는 데 쓰고 있기는 하다.)

캐리온은 연구를 시작했고, 나는 캐리온이 요구하는 모든 금속의 샘플을 구하여 제공하여 주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자 새로운 후보물질과 조합식이 하나둘씩 업데이트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캐리온이 해냈다.

[지금 널리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전지에 활용할 수 있는 금속물질을 찾아냈습니다.]

[광석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추출을 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물질로 변화합니다.]

무려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금속을 찾아낸 것이다.

[해당 금속은 아직 이름이 없어 제가 직접 이름을 붙였습니다.]

[‘미스리늄(Mythrinium, Mt.)’]

기적의 금속이라고 불릴 미스리늄의 등장이었다.

*

미스리늄이 이제 와 캐리온에게 발견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먼저 미스리늄은 다루기가 무척 까다로운 금속이다. 금속물질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설령 미스리늄을 발견한다 해도, 특정 조합식을 벗어나면 다른 금속들의 결합을 방해하여 전지의 설계를 망쳐버린다.

캐리온이 사고실험을 한 로그를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실험이라는 것을 느꼈다.

엄청 미세한 단위로 용량을 조정하며 조합식을 찾아내는데, 누가 이 피곤한 짓거리를 하겠는가. 캐리온이니까 복잡한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캐리온은 사전에 조사된 지질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미스리늄의 광구를 찾아냈다.

[지질조사 결과 미스리늄은 대한민국의 강원도 정선에 있는 광산과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 광산에 대량으로 매장되어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니가타현의 매장량이 월등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에도 있습니다. 추가로 발견하는 즉시 목록을 업데이트하겠습니다.]

“······.”

그리고 나는 미스리늄이 지정학적 문제로 널리 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튼, 미스리늄은 위의 두 가지 이유로 상용화가 되지 못한 금속이다. 그 말인즉슨,

'후발주자인 내가 선점할 수 있다는 거지.'

마침 한국에 있는 미스리늄 광산의 위치는 캐리온의 데이터센터가 있는 강원도에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는 광산 개발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캐리온은 네트워크가 깔린 곳에서는 무적이지만, 안타깝게도 광산 개발은 실제 장비들을 운용하여 이루어지기에 캐리온의 도움에도 한계가 있다.

뭐, 어쩔 수 없이 내가 발로 뛰어야지.

마침 광산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중 나에게 빚을 진 사람이 한 명 생각났다.

바로 제일 그룹 회장인 우리 할아버지.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 사태에 제일 그룹을 끼워준 덕에 시총이 꽤 많이 오른 모양이던데, 할아버지의 도움을 기대해봐도 되는 부분이겠지?

*

나는 즉시 할아버지 댁으로 찾아갔다. 마침 할아버지도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으셨다.

"이놈이, 오늘은 또 무슨 용건이 있어서 온 게냐?"

반갑지 않은 척 입꼬리를 억지로 누르시는 모습이 여전하셨다.

"제가 무슨 용건이 있어야만 오나요. 그냥 제 덕분에 이번에 제일 그룹 주가가 올랐다고 들으니 기뻐서 찾아왔죠."

"그래, 너 잘났다 이놈아! 이번에는 또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 밑밥을 까는지."

나는 툴툴거리는 할아버지를 보며 웃었다. 말씀은 저렇게 하셔도 내가 부탁하면 최대한 도와주려 노력하신다.

"혹시 광산 개발에 대해 잘 아시나요?"

"광산? 갑자기 광산을 개발하겠다는 게냐?"

할아버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으셨다. 하긴, 엔터테인먼트랑 제약회사를 가진 놈이 갑자기 광산을 개발한다고 하니 조금 뜬금없기는 하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제가 이번에 재미있는 사업을 하나 해보려고 하거든요. 철광석 광산이랑 비슷한 광산인데, 어떻게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건우 너, 광산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는 알고서 하는 말이냐?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게 광산 개발이다."

할아버지는 걱정이 많이 되시는 모양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실패란 없다.

"언제 제가 실패하는 거 보신 적 있으세요?”

내 말에 할아버지는 입을 다무셨다. 실제로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할 말이 없으신 거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도 한번 지켜봐 주세요. 이게 성공한다면 아마 할아버지한테도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할아버지는 자동차 부문을 직접 관리하시는데, 이번에 전기차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미스리늄을 개발해서 배터리를 만든다면 할아버지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끄응. 내가 아는 광산 전문가와 연결해주고 네 삼촌한테 일러서 장비도 준비하라고 해두마. 그럼 이제 서로 빚은 없는 게다?"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조금 모자란 거 같기는 한데 손자인 제가 이 정도는 넘어가 드리도록 하죠."

"예끼, 이놈. 사업 하더니 아주 능구렁이가 다 되었어. 볼일 끝났으면 이만 가 봐라. 광산 개발도 기대하고 있으마."

“감사합니다.”

광산 전문가에 각종 중장비까지. 모든 준비가 끝났다.

조만간 미스리늄이 내 손에 들어올 즐거운 상상을 하며 차에 몸을 실었다.

*

나는 먼저 광산 채굴을 전문으로 할 법인을 설립했다. 이름하여 KW 자원개발.

서류작업은 캐리온이 이미 끝을 내놓은 상태였고, 미스리늄이 있는 광산도 KW의 이름으로 구매를 완료해놓았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그 근처에 있는 모든 토지까지 매입해버린 상황.

KW 자원개발에 할아버지에게 소개받은 광산 전문가들과 빌려온 장비를 등록하고 채광 허가를 받았다.

신규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광산을 매입한 거라서 그런지 허가는 빠르게 나왔다.

아마 이것도 할아버지께서 손을 써주신 듯싶다.

나는 전문가들과 함께 광산을 탐사했다. 그들은 지반조사를 하고 장비를 들고 와 미스리늄 원석 샘플을 들여다보는 등 여러 가지 조사를 하고는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이거 바로 채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 지반이 워낙 단단하기도 하고, 사장님이 채굴하시려는 금속 자체도 채굴 난도가 높지 않습니다."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군.

나는 즉시 미스리늄 채굴에 들어갔다.

광부들이 기계를 이끌고 들어왔고 입구 근처에 있는 원석들부터 차근차근 해체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부들이 채굴한 미스리늄 원석들을 광산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나는 방금 채굴해 낸 미스리늄을 손에 쥐어보았다.

거무튀튀한 것이 마치 철광석과 비슷한 색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가치는 철광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게, 내 배터리 사업을 이끌어줄 보물이라 이거지?

그때 머릿속에 캐리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강원도 광산에 있는 미스리늄은 채산량이 높지 않습니다.]

[일본 니가타에 있는 미스리늄을 하루빨리 채광하길 권장합니다.]

일본, 일본이라. 우리 캐리온 님이 가라면 가야지.

어차피 시작한 거, 빠르게 해치워 버리자고.

그렇게 나의 일본행이 결정되었다.

*

일본은 포비드로 큰 문제를 겪지 않았다. 간혹 산발적으로 불확실한 경로로 감염된 확진자가 나타나곤 했지만, 집단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초기에 방역을 잘 했기 때문이다.

옆 나라가 포비드에 의해 실시간으로 박살나는 것을 본 일본은, 모든 나라에 대해서 입국거부조치를 내리고 일본에 들어오는 모든 선박과 항공에 대해서 2주간 격리 조치를 취했다.

참 무식한 방법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럴 바에야 한국처럼 미니온-트래킹을 까는 게 싸게 먹히는데.

참고로 한국은 서울과 대전에 집단감염이 터진 이후로는 방역 청정국가가 되었다.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에 대해서 입국거부조치를 풀고, 어떤 식으로 방역을 했는지 배워가려고 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사도 광산은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섬에 있는 금광으로 일본 최대의 금광이다.

미쓰비시 그룹의 소유이며, 일제강점기 시기 전쟁물자를 확보하는 시설이 되어 수많은 조선인이 이곳으로 끌려와서 강제노역하게 되었다.

캐리온이 조사해온 바에 따르면,

[대략 2000명의 조선인이 강제로 노역했으며, 그들의 임금은 미지급되었습니다. 1959년에 시효가 만료되어 미지급된 임금은 일본 국고로 환수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

시효가 만료되었다고 해서 받아야 할 돈을 못 받다니.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러니까 겸사겸사 내가 좀 받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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