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와 더한 또라이 (3)
가만히 있다가 로날드에게 한 방 맞은 장웨이 주석은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포비드가 중국이 미국을 집어삼키려는 의도라니. 물론 자신의 잘못이 맞긴 했지만, 포비드로 피해를 본 건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장웨이 주석은 즉시 반박 성명을 냈다.
“중국도 포비드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전 세계가 바이러스로 고통을 받는 시기에, 포비드의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국은 포비드에 대해서 제일 먼저 여러 가지 방역을 시도하고, 그것을 국제사회에 공유함으로써 포비드와의 전쟁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주변국이 들었다면 뒷골을 잡을 만한 발언이었지만, 장웨이 주석은 뻔뻔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장장 한 시간 동안 중국이 포비드에 대해서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두고 국제사회에 공헌했는지 설명한 후에야, 장웨이의 마지막 문장이 나왔다.
“따라서 중국은 방역에서 금메달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번 장웨이의 기자회견은 단순히 로날드의 공격에 반박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지금 중국에게는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했다.
중국은 봉쇄령을 내려서 겨우 바이러스를 틀어막고 있을 뿐, 나날이 사망자는 늘어나고 경제성장은 둔화하고 있었다.
주석으로 있으면서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 포비드 사태는 최악의 위기였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빌려 인민들의 애국심을 고양시키고 자신의 체제를 선전하려던 것.
기자회견을 마친 장웨이 주석은 아파오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후우. 로날드는 또 왜 이 시기에 지랄병이 도졌는지.”
그리고 국가안전부에 친중 인사들에게 중국의 의견에 동조하는 멘트를 하라고 지시를 내린 뒤, 머릿속에서 로날드를 지워버렸다.
평소에도 막말하기로 유명한 로날드였다. 이번에도 그냥 그러다가 끝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 로날드는 무려 이건우에게 코치를 받아 업그레이드된 상태였다.
*
크리스 워녹에게도 로날드의 의견을 반박하고 중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라는 지령이 전해졌다.
미국의 정치인으로서 약간 부담스러운 행위였지만 그는 오히려 이 상황을 기회라고 여겼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로날드의 이번 발언은 조금 도가 지나치지 않았냐는 말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날드의 의견에 반박한다면 정치인으로서 주목도 받을 수 있고, 민주당 측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령과 함께 그의 계좌에 들어온 거액의 정치후원금은 덤이었다.
어차피 포비드 때문에 기자회견은 하지 못하는 상황. 그냥 트위트에 짧게 의견을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정도만 해주면, 그와 같은 길을 걷는 소중화 프로젝트의 동지들이 그의 의견을 지지해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는 자기 외에도 중국이 미국에 여러 친중 인사를 심어놨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게 정확히 누구인지만 몰랐을 뿐, 짐작 가는 인물들도 몇 있었다.
그들을 모은다면 절대 작은 세력이 아니었다. 그만한 세력이 자신과 함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했다.
크리스 워녹은 가벼운 마음으로 트위트를 올렸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중요한 협력 대상이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길이 인류의 연대와 협력에 있듯, 더 나은 미래도 국경을 넘어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괜찮은 문장이었다. 적당한 이유를 들어 로날드에 반대하며 중국을 지지했다.
그는 이 정도의 발언은 전혀 문제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이번의 로날드는 평소보다 더욱 흥분해 있었다.
그리고 여론은 중국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로날드는 크리스 워녹의 말을 태그하면서, “크리스 워녹은 중국에게서 정치 자금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FBI에게 조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 밑에도 그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어느새 로날드의 글에는 수만 개의 좋아요가 달리고, 수백만 번이나 리트윗되었다.
미국의 반중 감정은 크리스 워녹의 생각보다 심했다.
크리스 워녹은 당황했다. 옆에서 보좌관이 넌지시 트위트에 올린 게시물을 지우는 게 어떻냐고 권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중국에게 지금까지 받은 정치 자금이 얼마인데.
그리고 앞으로 받을 돈이 얼마나 많은데.
그는 야망이 있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중국의 서포트는 꼭 필요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은 남아있었다.
‘그런데 로날드가 설마 내가 정치 자금을 받은 것을 알고 말한 건 아니겠지? 그냥 찔러본 거겠지?’
그간 로날드는 막말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심지어 예전에는 한 대선 후보의 인종을 보며 ‘저 사람은 미국 출생이 아닌 것 같다’라고 한 적도 있지 않았던가.
덕분에 로날드 하면 막말이라는 이미지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설마 사람들이 미친놈의 말을 진지하게 듣겠어?'
그는 그렇게 위안하며, 보좌관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일단 다음 일정부터 소화하고 얘기하세.”
다음 일정은 그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했다. 로날드의 트윗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번에 크리스 워녹은 유명한 TV 쇼에 게스트로 참가하게 되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쇼는 매번 화제를 낳으며 게스트를 스타덤에 올려주었다.
아쉽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정 출연자와 게스트를 제외하고는 방청객이 없었다.
크리스 워녹은 조금 아쉬워하면서 방송에 집중했다. 다행히 방송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분위기는 좋았고,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꽤나 재미있는 장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크리스 워녹이 트위트에 대해서 잊어버릴 때 즈음 MC가 물었다.
“워녹 씨는 방금 트위트에 올린 말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크리스 워녹은 MC가 자신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대통령이 너무 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특정 세력을 지지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단지 말 그대로 함께 이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자는 뜻으로 말했을 뿐입니다. 포비드 사태에 이어 국제분쟁까지 이어지면 국민들이 너무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잘 알아들었습니다.”
MC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예전에 워녹 씨가 한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 어떤 발언이요?”
“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보가 왔습니다. 워녹 씨가 중국에게서 정치 자금을 수수하였으며, 의원 활동을 하면서 중국 기업의 편의를 많이 봐줬다고요.”
그 말과 함께, 녹음된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 KW 제약과 파이저 제약이 치료제 공동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주석께서는 이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십니다.
- 그럼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소?
- 임상 자료. 치료제의 임상 자료가 필요합니다.
- 알겠소. 내 한번 알아보지.
크리스 워녹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본인의 목소리였다.
MC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습니다.”
“이, 이건···.”
크리스 워녹의 머리가 굳었다. 그저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가 뒤돌아서 뛰쳐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연방수사국의 옷을 입은 남자들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크리스 워녹 씨, 당신을 불법 정치 자금 수수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공개처형이었다.
*
중국에 대한 세계의 여론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충격이 컸다. 중국이 자국의 기업이 만드는 치료제를 빼돌리려고 했던 게 탄로 났기 때문이다.
- 이제 베낄 게 없어서 치료제까지 베끼냐
- 포비드도 수출하고 치료제도 팔아먹겠다고? 미친놈들
- 중국이 중국한건데 왜 그러시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중국인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웨이 주석의 주도하에 적극적인 여론 조작을 해, 모든 원인을 미국과 한국에 돌렸다.
‘미국이 포비드를 우리 탓이라고 돌린다! 이는 자본주의의 모함이다!’
‘치료제가 원래 우리 것인데, 미국과 한국이 뺏어간 것이다.’
‘미국과 한국에 대해서 불매운동을 하자!’
나는 솔직히 감탄했다. 정말 어떤 의미로 대단한 민족이었다.
그리고 로날드는 소원대로 물타기에 성공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중 여론에 탑승하며 지지율이 상승했다.
지지율이 오른 그는 더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국제 소송을 할 것이다”
“민주당 의원은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한다" 등의 말을 연일 외치며 이슈를 만들어내었다.
어쩐지 로날드의 표정이 신나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미국에서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로날드는 나에게 전세기를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중국이 나의 존재를 모르게 하려고 로날드를 앞에 내세웠는데, 전세기를 타고 돌아가면 말짱 도루묵이다.
어쨌든 이것을 계기로 나는 로날드와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KW 코퍼레이션에 유리한 조건으로 많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는데, 떠나기 전 로날드가 명함 한 장을 주었다.
황금색 테두리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명함. 그리고 그 안에는 로날드 클린턴의 이름이 멋들어진 필체로 적혀 있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로날드가 웃으며 말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 내가 한 번쯤은 들어줄 테니까.”
나는 깜짝 놀라서 로날드를 쳐다봤다. 이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는 거, 당연히···별 생각 없이 한 거겠지?
나는 명함을 주머니 깊숙한 곳에 챙겨 넣으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오 년 안에는 꼭 써야겠군요.”
로날드가 재선에 통과하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로날드는 껄껄 웃더니 ‘이 친구 센스가 있네’라며 내 등을 퍽퍽 쳤다.
켁 노인네가 힘도 좋아.
*
한국에 돌아오기 전, 나는 한서진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성윤식의 집에 침입해서 CCTV와 도청장치를 달아줄 수 있나요?”
“물론이죠.”
크리스 워녹이 공개처형을 당한 순간, 중국은 자신의 지령이 도청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제 기존의 라인을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회신을 감시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그냥 중국과 연락을 하는 모든 공간을 감시해버리면 그만. 나는 성윤식의 집 안 구석구석에 CCTV와 도청장치를 설치해두었다.
이제 성윤식이 집 안에서 어떤 얘기를 하던, 내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로날드가 라이브로 조지는 걸 보니 꽤 재미있어 보이던데.’
그렇다면 나는 성윤식이 라이브로 매국하는 모습을, 라이브 방송으로 내보내야겠군.
재미있는 건 다 같이 봐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