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65화 (65/183)

또라이와 더한 또라이 (2)

두창 바이러스는 생물안전도 4급에 해당하는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로, 국제법상 BL4 실험실에서만 연구할 수 있다.

BL4 실험실은 전세계에 총 55곳이 존재하며, 미국에는 14곳이, 중국에는 베이징에 1곳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는 BL4의 실험실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건우가 파이저랑 협력하기로 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치료제를 만들려면 본격적으로 포비드를 다루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안전하게 바이러스를 다루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험실이 있는 국가는 상황이 달랐다.

특히 베이징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는 한창 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중국에 있는 베이징 바이러스 연구소는 중국 과학원 소속의 연구소로, 중국에서 유일하게 최고 등급의 안전도인 BSL-4를 받은 연구소이다.

처음 포비드가 발병했을 때 굳게 닫힌 연구소를 보고 여기에서 포비드가 새어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중국 내에서도 난무했지만, 어느샌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다 사라져버렸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라 착해진 건가?

베이징 바이러스 연구소는 은근슬쩍 정상화가 되었고, 중국 정부 차원에서 밀어주고 있는 원하오 제약과 포비드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벌써 임상 1상에 들어갔는데, 우리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직도 중국에서는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그리고 경쟁자는 저기 멀리 달려나가는 중이었다.

장웨이 주석의 호통에 원하오 제약의 사장과 중국 과학원 원장은 고개를 조아렸다.

중국 과학원 원장은 억울할 따름이었다.

솔직히 바이러스가 퍼진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임상 1상에 들어가는 미친놈이 세계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바이러스 연구에 매진한 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세상천지에 그런 놈은 처음 보았다.

자신도 중국 내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인력을 쥐어짜 내고 있지만, 겨우 두 달 만에 치료제를 개발한 놈을 어떻게 따라잡으란 말인가.

사실 장웨이 주석도 이건우가 치료제를 개발한 속도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놈들과 손잡은 한국인에게 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렇게 한바탕 화를 쏟아낸 장웨이 주석은 국가안전부 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하지만 이쪽도 영 신통치 않았다. 국가안전부 부장은 송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KW 제약에 해킹을 시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실패했다?”

“놈들의 보안망이 저희가 처음 보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저희 해커팀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녀석들이지만, 도저히 뚫을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엄청난 돈을 들여 전세계에서 뛰어난 해커들을 고용해서 해커팀을 운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라고 하는 해커팀도 감히 캐리온의 단단한 보안망을 뚫을 수는 없다.

비록 실패했지만 국가안전부 부장은 앞서 혼난 둘과 달리 대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말했다.

“방법이 하나 남았습니다. 저희가 이십 년 전부터 준비한 소중화(小中華) 프로젝트를 사용할 때가 왔습니다.”

소중화 프로젝트는 중국이 이십 년 동안 공들인 사업이다.

전세계에 싹수를 보이는 정치인, 사업가, 투자자 등 인재를 키워서 그 나라에 깊게 뿌리박히게 한다. 그리고 중국의 투자를 받은 인재가 자라나면, 그들을 통해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운다.

처음 소중화 프로젝트에 선발된 인재를 키우느라 중국은 조 단위의 돈을 쏟았다. 중국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무식한 생각과 투자였다.

하지만 소중화 프로젝트는 결국 결실을 보고 있다.

당장 한국도 대통령이 자신이 키워낸 친중 인사가 당선되지 않았는가. 심지어 여당에서 방귀 좀 뀐다는 성윤식 또한 소중화 프로젝트에서 키워낸 사람이었다.

그런 식으로 중국에게 투자를 받은 인재들은 세계 곳곳에 있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지와 유럽, 남아메리카 등의 정·재계에도 친중 인사가 여럿 포진되어 있다. 심지어 그 대단한 미국에도 소중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을 이용한다면 치료제와 관련된 자료를 빼돌리는 건 어렵지 않으리라.

장웨이 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돈을 뿌려댔는데 이제 써먹을 때가 되었지. 시작하게.”

장웨이 주석의 허가와 함께 소중화 프로젝트가 가동되었다.

*

성윤식은 예전에 KW 제약의 전임상 자료를 빼돌리라는 연락을 받았던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연락을 받았다.

물론 성윤식과 링윈 부부장과의 대화는 도청이 되어 캐리온에 의해 차곡차곡 모이고 있었다.

그들은 최첨단의 암호장치와 도청방해장치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캐리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링윈 부부장은 성윤식에게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파이저 제약과 계약을 맺은 이후 임상 시험이 주로 미국에서 이루어지게 되자, 중국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뉘앙스로 성윤식에게 일을 맡겼다.

처음 성윤식에게 명령했던 것과는 굉장히 다른 태도였다.

치료제가 급한 중국에서 이런 뜨뜻미지근한 스탠스를 취한다?

그렇다는 것은 성윤식은 그저 곁다리일 뿐, 메인은 따로 있다는 뜻이겠지?

다행히 이번에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 집단감염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 도처에 캐리온의 눈과 귀가 깔렸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규모 자체가 다르다. 또한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전역에 발달한 통신망이 깔려있지 않았다.

그래서 미니온-트래킹이 사용하는 서버만으로는 미국 전체를 검열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

그래서 나는 워싱턴과 뉴욕 등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한 주를 몇 개 골라서, 중국과 유의미한 커넥션이 있는지 확인하게 시켰다.

그리고 캐리온은 발견할 수 있었다.

민주당 상원의원 중에 중국의 돈을 낼름낼름 받아먹고 있던 의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시작은 무려 이십 년 전, 그가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정치에 입문할 때였다. 가난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청년에게 중국의 요원들이 접근했고 정치자금을 지원해주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청년은 선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아무리 미국이 고국이라도 20년 동안 돈을 받아 처먹으면 길들여지기 마련이다.

나는 솔직히 소름이 돋았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이십 년 동안 돈을 뿌려가며 세계를 집어삼키려고 시도한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웠고, 그 미친 짓거리에 한국 대통령과 성윤식, 그리고 미국 상원의원까지 연관되어 있다는 것에 기함했다.

도대체 중국의 손은 어디까지 뻗어져 있는 것일까?

바이러스만 잘 뿌리는 줄 알았는데, 더러운 돈을 뿌리는 것도 수준급이었다.

나는 로날드 앞에서 USB를 파일을 열었다. USB 안에는 수십 개의 음성 파일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그중 크리스 워녹의 이름이 붙은 파일을 재생했다.

“크리스 워녹을 기억하십니까?”

“물론이지. 민주당 상원의원 아닌가.”

미국 상원의원의 수는 백 명이다. 이 모든 사람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경제의 중심인 뉴욕주의 상원의원 이름은 로날드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크리스 워녹과 중국 링윈 부부장과의 대화입니다.”

- KW 제약과 파이저 제약이 치료제 공동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주석께서는 이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십니다.

- 그럼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소?

- 임상 자료. 치료제의 임상 자료가 필요합니다.

- 알겠소. 내 한번 알아보지.

워녹은 이런 일이 익숙한지 링윈의 요구에도 담담했다.

참고로 파이저 제약의 본사는 뉴욕주에 있다. 워녹이 마음먹고 공권력을 휘두른다면 내부 문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물론 상대가 글로벌 기업이다보니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하긴 해야겠지만.

하지만 이후에 나오는 대화를 들어보면, 워녹이 대수롭지 않게 리스크를 짊어지려는 이유가 있었다.

워녹은 이 일에 대한 공작금으로 삼천만 달러를 받았다. 즉 선금이 사백 억인 것이다. 아마 일을 성공하면 보수는 더 들어올테고 워녹은 그 돈으로 다음 선거에서도 승리하겠지.

그렇게 승리한 워녹은 중국으로부터 더욱 큰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친중 의원이 정계에 뿌리내리게 되는 것이다.

대화 내용을 듣자 로날드는 길길이 날뛰었다.

“워녹 이 새끼가!”

손님이 눈앞에 있는 건 상관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밖에 있던 경호원이 들어왔다.

“당장 매국노 새끼를 불러. 내가 당장 다 까발려서 박살을 내주지.”

경호원은 이런 일이 익숙한지 나에게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었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냥 다시 나가버렸다.

“······.”

보통 대통령한테 괜찮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로날드는 여전히 얼굴이 붉어진 채 씩씩거렸고, 당장이라도 트위트에 ‘크리스 워녹이 매국을 했다’라며 쓸 것처럼 굴었다.

이 모습을 보니 내가 빙의하기 전의 이건우를 보는 것 같군.

이건우도 닥치는 대로 들이박고 봤지.

하지만 조금 더 진화한 나는 섬세하게 들이박을 줄 알았다.

나는 일단 로날드를 말렸다.

“각하, 잠깐만 진정하시고. 지금 당장 퍼뜨리는 건 안 됩니다.”

“안 돼? 왜?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불법 도청으로 녹음된 걸 가지고 확실한 증거라고 하면 안 되지.

그리고 이걸 잘 세팅된 식탁에 올려놔 예쁘게 꾸며서 차려놔야지 사람들이 먹음직스럽다고 생각한다고.

즉 상대를 들이박을 때는, 터뜨리기 좋은 적당한 타이밍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금 터뜨려봤자 각하께서 물타기 하려고 애쓴다는 소리밖에 못 듣습니다. 이런 일은 떡밥을 하나씩 풀면서 판을 짜야죠.”

나는 어린아이를 가르치듯 차근차근 로날드에게 내 또라이 이론을 가르쳤다.

사람들이 주말만 되면 텔레비전 앞에서 드라마를 기다리는 이유가 뭔가?

그놈의 절단신공 때문이다.

떡밥은 던져놓고 적절한 순간에 끊어버리니 얼마나 애간장이 타겠는가.

“먼저 ‘중국이 미국을 집어삼키려 든다고 하죠. 그러려고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이 정도 개요만 짜주면 기자들이 알아서 소설을 쓸 겁니다.”

나는 이 나라의 기레기들을 믿는다. 적당히 떡밥만 던져주면 알아서들 물어뜯으려 달려들겠지.

"그러면 반중 여론이 점점 퍼지겠지요. 여론이 가장 고조됐을 때가 바로 워녹을 박살 낼 순간입니다."

이 또라이라는 게, 생각보다 잘하는 게 쉽지 않거든. 이렇게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줘야 합니다.

나의 디테일한 작전에 로날드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호오. 자네는 나랑 통하는 게 좀 있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잠시 또라이 이론에 대해서 사담을 나누다가, 로날드가 물었다.

“그런데 자네는 도대체 누구길래 나도 모르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가?”

나는 빙긋 웃었다.

글쎄 뭐라고 해야하나. 인공지능과 함께 재벌 3세에 빙의한 공돌이?

“저는 이건우일 뿐입니다.”

*

며칠이 흘렀다. 이건우의 말 대로였다. 시위는 사그라들었고 거리는 텅 비었다.

화장장에는 연기가 끊이질 않았고, 길거리에는 시체들이 썩어들어가고 있었으며 경찰들은 시체를 물건을 줍듯 포댓자루에 집어넣었다.

더이상 시위와 폭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생존 앞에서는 그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사람들은 집에 숨어들었다. 마트는 사람들이 싹 쓸어갔으며, 약국의 각종 의약품 및 위생용품도 다 떨어졌다.

보다 못한 뉴욕 주지사가 “곧 안정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일상생활을 영위하십시오.”라고 했지만 개소리로 취급당했을 뿐이다.

미국인들은 생각했다. 왜 우리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 이것이 누구 때문인가.

그때 어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시작은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캐리온은 ‘중국이 미국을 삼키려 든다, 중국이 미국에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극적인 글을 썼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를 주며 여러 사이트에 게재했다.

그러자 타블로이드에서 그 내용을 그대로 베껴서 기사로 써내기 시작했다. 찌라시는 재미있었으며 선동적이었다.

특히나 사회가 혼란한 지금, 사람들은 자극적인 찌라시를 계속해서 찾았고 소문은 끊임없이 재생성됐다.

찌라시가 점점 퍼지자 이제 메이저 지역 신문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방점은, 내 또라이 동반자 로날드가 찍어줬다.

“포비드는 중국 바이러스이다!”

“중국은 수년간 미국을 착취했다. 이제 중국은 미국 경제를 망치기 위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중국은 배상으로 10조 달러를 내야 한다!”

반격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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