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64화 (64/183)

또라이와 더한 또라이 (1)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 집단감염 사건이 한국으로 퍼지면서, 나에 대한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캐리온에게서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 있었다. 캐리온이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주었다.

[dusxofid님의 ‘알바트리온이 원하오랑 짜고 구라치던거랑은 클라스가 다르네’

ralala66님의 ‘아···. KW 주식 사고싶다’]

계속 듣고 있으려니 오글거린다.

이거 참 의도하고 한 건 맞지만, 직접 들으려니 새삼 부끄럽구만.

하지만 나는 내가 더욱 유명해지고, 인지도가 높아지기를 바란다.

내가 하는 말에 힘이 생기고, 내 행동에 영향력이 생기기를 원한다.

나는 그렇게 성장해서,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제와서 겸손해지며 낮아지기에는 내가 너무나도 멀리 왔다.

그리고 내 적들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강대하다.

4선 국회의원인 성윤식이 내 앞을 막아서고 있으며, 그 뒤에는 세계 제2의 강국인 중국이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내 편이 아니다.

이들을 모두 박살내기 위해서는 나도 나의 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나는 내 편이 될만한 적임자를 만났다.

바로 미국 대통령 로날드 클린턴.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베일리를 고려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공화당에서도 이단아 취급을 받는 로날드와 달리, 조는 탄탄한 지지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뚫고 내가 조 베일리의 측근이 되는 건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로날드가 만만하다는 건 아녔다.

카리스마 넘치고 거침없는 모습과 달리 그는 신중했고, 나와 정치적인 제휴를 맺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 하긴 내가 미국 대통령이 비해서는 모자라긴 하지.

이쯤에서 내 필요성을 조금 어필할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나는 세계 제일의 포비드 방역 전문가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미국의 방역은... 답이 없었다.

한국은 팬데믹이 선포되자 다들 조심하며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했지만, 미국은 달랐다.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 사건이 터지자, 그들은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에 탄 사람들을 하선시키지 말라고 시위를 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하선시켜야 한다며 맞불 시위를 놓았다.

호텔 위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시국에 시위를 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그 와중에 마스크를 쓴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쯤에서 끝나겠거니 했지만··· 내가 미국을 너무 얕봤다. 마스크 없이 시위하는 것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었는데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갑자기 가게에서 발진이 일어나 쓰러지는 경우도 생겼고, 노숙자들 사이에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길거리에 시쳇더미가 쌓이기도 했다.

로즈우드 호텔 스위트룸에서 바깥 거리를 내려다보며 나는 생각했다.

‘세기말이 과연 이런 상황일까.’

그때 스위트룸에 벨이 울렸다. 문을 열자 한 여성이 들어왔다.

갈색 숏컷에 깐깐하게 생긴 여자였다. 그녀가 말했다.

“반갑습니다 사장님. 문서영이라 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녀를 안으로 들였다.

문서영. 그녀는 윤단아가 소개해준 인맥으로 USA Today에서 일하는 기자였다.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따고 입사해서 지금 팀장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그녀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꽤 능력이 있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USA Today는 서민들의 신문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지금까지 미국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녀는 지난 대선 이전에, <대선에서 로날드 클린턴을 뽑지 말아야 할 이유 10가지>에 대한 사설을 냈다.

당시에 그 기사는 꽤나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로날드의 지지율이 흔들렸을 정도. 덕분에 로날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한동안 눈치를 봐야 했었다고 한다.

나는 로날드 클린턴을 공격하는 신문사를 찾아야 한다. 로날드가 곧 있을 재선에서 떨어질 거라는 위기감이 들어야 나에게 달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서영을 불렀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한번 로날드를 공격해본 경험이 있는 그녀라면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스피커는 아직 한국에만 있었다. 이제 슬슬 영역을 넓혀 미국에도 나의 스피커를 하나 준비해놓는 게 좋아 보였다.

나는 나의 차기 스피커 후보인 문서영을 보며 악수하였다.

“단아 씨에게서 많이 들었습니다. 능력 있는 분이라면서요. 벌써 팀장이 되시다니 말입니다.”

보통 신문사에서 팀장이면 차장대우이다. 15년 정도 근무해야 달 수 있는 직함인데 삼십 대 초반에 달고 있으면 꽤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서영도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저도 단아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로날드에 관한 기사를 쓰길 원하신다고요.”

윤단아가 벌써 용건을 말해줬나 보다. 그러면 이야기 꺼내기가 더 쉬워지지.

“네. USA Today가 정치색이 짙은 신문사는 아니지만, 전적이 있지 않습니까.”

나는 대선 때 로날드를 깎아내린 전적을 가리키며 말했다.

“’좋은 시스템을 들여왔음에도 실패하고 있는 방역’ 어떤가요? 이 정도면 꽤나 좋은 소재 같아 보이는데.”

마침 타이밍도 좋았다. 포비드라는 미지의 공포로 자극받은 미국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다이너마이트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심지에 불을 붙이려 한다.

문서영은 흔쾌히 답해줬다.

“이번 집단감염 사태는 저희 신문사에서도 심각하게 보고 있거든요. 아마 바로 확인이 떨어질 거예요.”

나는 빙긋 웃었다.

“좋군요. 대가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그 기사, 제가 특종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일단 기사가 뜬다면 특종으로 터뜨리는 건 쉽다. 캐리온이 알아서 퍼다 나를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에 미니온-트래킹을 도입하면서 미국 곳곳에 눈과 귀를 깔아놓은 상황이다. 캐리온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문서영으로서는 특종 기자라는 커리어를 쌓는 셈이고, 나는 미국에서 쓸만한 스피커를 얻는 셈이다. 한번 나의 특종을 받고 나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거든.

우리는 웃으며 손을 마주 잡았다. 아마 좋은 협력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 뒤, 나는 USA Today에 올라온 기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클린턴 행정부 포비드 대응 ···"더이상 통제 불능?">

「지난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發 포비드가 미국 전역에 확산하며 로날드 클린턴 행정부의 포비드 대응 난맥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비드는 지난 12월부터 중국에서 유행했으며, 1월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켰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포비드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으며,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동안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미국과 같은 상황이 있었던 한국의 경우, 기민한 대처로 재빠르게 상황을 정리한 전적이 있다. 하지만 로날드 정부는 한국의 시스템과 최고의 전문가 이건우를 데려다 놓고서 방역의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안일하게 대응한 태도가 지금의 파국을 초래했다는··· (후략)」

*

로날드가 책상을 쾅 내려쳤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당신들은 도대체 뭘 한 거야!”

USA Today부터 시작해 미국 3대 신문사인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이 로날드 행정부에 관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 기업과 협력하여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에 대한 조처를 잘 했다고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US Today는 로날드를 까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가 맞물리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에 휘말리게 되었고, 온갖 폭동과 시위가 일어나며 행정은 마비되기 이르렀다.

US Today가 쓴 기사는 계속 메인 뉴스란에 걸리고, 다른 타블로이드도 자극적인 소재를 씹고 맛보았다.

그리고 엉덩이 무거운 3대 신문사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어째서 최고라는 미국이, 한국과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서도 전염병을 통제하지 못하느냐는 내용이었다. 그 결론은 항상 현 로날드 행정부의 무능을 탓하고 있었다.

대변인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저희가 어떤 식으로 통제하고 파악하고 있는지 알리고 있습니다만, 이게 무슨 일인지 기사가 올라가는 족족 내려갑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통제가 지금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미니온-트래킹의 뛰어난 성능으로 감염자와 접촉자는 모두 파악을 했고, 경찰과 소방관 연방수사국까지 모두 동원해서 격리하고 나섰는데···.”

“그런데?”

“때마침 폭동과 시위가 일어나서 그들을 진압하느라 추적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보건복지부(HHS) 산하 질병예방대응본부(ASPR) 간 불화가 있습니다. 두 부서간의 업무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각하께서 정리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로날드 클린턴은 눈을 감았다.

모든 화살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새로운 과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로날드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새로운 과녁을 줄 수 있는 사람.

이건우. 그가 필요했다.

*

나는 로날드의 부름을 받고 집무실로 향했다. 건물의 가장 안쪽, 행정부의 심장에 나를 부른 것이다.

그만큼 사안이 급하다는 방증이겠지.

미국은 지금 카오스 그 자체였다. 시위와 폭동은 끊이질 않았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셧다운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정작 트럼프를 압박하는 상황을 만든 나는 여유로웠다. 그렇기에 잔뜩 붉게 달아오른 로날드의 얼굴과 평온한 나의 얼굴은 꽤 대조됐었다.

로날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터뜨렸다.

“멍청한 놈들! 내가 아니었으면 사태는 더 악화됐을 거라고!”

그건 맞는 말이었다. 로날드가 미니온-트래킹을 도입하지 않고, 다이아몬드 엠페러 호를 빠르게 격리 조치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악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문제가 터졌을 때는 책임을 돌릴 사람을 찾았고, 나는 그들에게 로날드를 먹잇감으로 던져줬을 뿐이다.

로날드는 한 줌의 기대를 안고 나에게 물었다.

“그래도 자네에게는 방법이 있겠지? 한국에서는 자네를 최고의 방역 전문가라고 부르지 않은가. 자네가 보기에는 셧다운을 해야 한다고 보나?”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시위와 폭동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곧 사그라들 테니까요.”

로날드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곧 사그라든다고? 어떻게?”

“거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포비드에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집무실 한쪽 벽면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대형 스크린이 있었다. 내가 손짓하자 스크린 위에 시위 현장이 떠올랐다.

캐리온이 해킹하여 원격으로 조종하고 있는 것이었다.

딱!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사람들의 얼굴 위에 붉고 푸른 점이 떠올랐다.

“미니온-트래킹을 이용해 파악한 확진자들입니다. 붉은색은 이미 확진된 사람이고, 푸른색은 그들과 밀접접촉한 사람들입니다. 아마 곧 확진자로 변할 가능성이 크겠지요.”

로날드는 이 일련의 과정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에게는 마치 마법처럼 보이겠지.

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시위와 폭동은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할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이제 진짜 팬데믹이 온 겁니다.”

로날드는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진짜 팬데믹.

뭔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일어나는 기분,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니 셧다운은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안으로 숨어들 것입니다. 대책을 세우는 것은 그때 해도 됩니다. 이제 정말 중요한 것은,”

나는 말을 끊고 탁자 위에 문제의 USB를 올려놓았다.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느냐입니다.”

나는 빙긋 웃었다.

“일단 가벼운 것부터 터뜨려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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