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57화 (57/183)

사이비 (2)

전국에서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대전이었다.

초반에는 폐기된 미니온 때문에 잠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 대전 시장이 미니온 계약을 따낸 이후 업무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

미니온은 확진자의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밀접접촉자를 빠르게 파악해서 문자를 주고, 효율적인 동선을 짜주었다.

덕분에 차근차근 확진자를 색출하고 있었다.

악재를 겪고 있지만, 대전 시민들은 미니온이라는 희망 아래에서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딜 가더라도 빌런은 반드시 존재하는 법.

대전의 방역을 제일 힘들게 하는 빌런은 바로 감람나무교회였다.

협조 요청을 거부하고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건 귀여운 수준이었다.

관련된 모든 시설의 문을 걸어 잠그고 농성을 하며 내부 방역을 거부했다. 감히 자기들의 신이 거주하는 공간에 들어올 수 없다나 뭐라나.

또한 감람나무교회의 교주 석동희는 이 모든 것이 ‘급성장하는 교회를 보고 이를 저지하려는 마귀 세력이 저지른 일’이라고 하며 절대 검사를 받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방역 업무에 경찰들까지 동원했으며, 대전 시내 한복판에서 온몸에 발진이 난 채로 도주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터질 것이 터졌다. 감람나무교회를 감시하던 캐리온이 말했다.

[감람나무교회 교주가 지령을 내렸습니다. 음성 파일을 전송합니다.]

음성 파일을 다운받자 석동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대전에 퍼진 포비드를 모두 우리 교회 탓으로 돌리고 있어요. 이런 비난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에 병을 퍼뜨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미친 새끼들”

감람나무교회가 방역에 재 뿌리는 데 일조하고 있기는 해도, 아직까지는 캐리온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였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일반 사회에 집어넣는 것은 생화학 테러이며 반국가적 행위에 가까웠다.

겨우 비난을 피하고자 이 지랄을 해?

어디 한번 두고 보자. 너희가 피하려는 비난, 내가 몇 수십 배로 박아주마.

나는 당장 KW 제약 사장의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소집했다.

*

기자회견장은 각종 장비와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야, 거기 카메라 가리잖아!”

“잠시 여기 좀 앉읍시다. 내가 먼저 왔다고요.”

이번 기자회견은 다른 누구의 이름도 아닌, KW 제약의 이름으로 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마스크와 미니온으로 유명해진 KW 제약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 많은 기자가 몰려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

노트북을 켜고 마이크를 점검하는 등 분주하던 기자들은, 내가 단상에 올라가자 합죽이가 되어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최근 가장 핫한 인물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다들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지.

“요즘 우리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KW 코퍼레이션은 여러분의 옆에 서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오늘 저는 감람나무교회의 실체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갑자기 KW 회장의 입에서 감람나무교회에 대해서 나오다니 기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한 기자가 손을 들고 물었다.

“한양일보 조현민 기자입니다. 팬데믹 상황과 감람나무교회가 무슨 관련이 있는 겁니까?”

“감람나무교회야 원래 문제가 많은 집단이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심각합니다.”

나는 잠시 말을 끊고 분위기를 잡았다. 기자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생화학 테러를 지시한 정황이 발견되었거든요.”

“생화학 테러? 진짜야?”

“사이비 단체가 어떻게 테러를 해?”

기자들이 웅성거리며 나에게 질문을 쏟아낼 조짐이 보이자, 나는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기자들이 다시 조용해졌다.

“증거자료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먼저 녹음 파일을 틀었다.

- 대전에 퍼진 포비드를 모두 우리 교회 탓으로 돌리고 있어요. 이런 비난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에 병을 퍼뜨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그리고 방금 캐리온이 도청한 따끈따끈한 지파장의 목소리까지.

- 저희 지파 신도에게 모두 지령을 내렸습니다. 기록에 남지 않도록 전화로 지령을 전달했습니다.

나는 기자들과 눈을 맞추며 선포했다.

“감람나무교회는 유증상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이용해 지역사회에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려고 했습니다.”

“이는 반국가적 행위이며 생화학 테러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저는 이미 대전시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고, 경찰관을 투입해서 빠르게 조치할 예정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감람나무교회가 저질러온 비리에 대해서 쏟아냈다.

신도들을 동원해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댓글 조작과 여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그리고 건축헌금 횡령까지.

내 발표만 들으면 감람나무교회가 종교단체가 아니라 범죄 카르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범죄 행위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 내용을 발표한 순간 기자회견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일보입니다. 사장님께서는 이 정보를 어디에서 들으신 겁니까? 내부고발자가 있었습니까?”

“우성 일보 김기범입니다! 감람나무교회의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가 있습니까?”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국가에 대한 테러와 범죄라. 무척이나 잘 팔릴만한 소재다.

감람나무교회에 관해서 내가 할 말은 다 끝냈다.

나는 아우성치는 기자들에게 미리 준비해준 자료를 내려놓았다.

“그럼 기자회견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자들이 자료를 받아가기 위해 달려나왔다.

"내가 먼저 집었어!"

"어이어이, 밀지 말라고!"

아마 이번 사건이 무사히 끝난다면 내 이미지는 한번 더 올라가겠군. 대전을 테러에서 구한 사람이라며 말이야.

KW 제약의 첫 기자회견은 성공적이었다.

*

감람나무교회에는 12지파가 있었다. 그중 맛디아 지파장 유천식은 감람나무교회가 설립된 95년 이후로부터 계속 지파장을 맡고 있던 충성심이 높은 사람이었다.

지파장이 교주 석동희에게 보고를 올렸다.

“저희 지파 신도에게 모두 지령을 내렸습니다. 기록에 남지 않도록 전화로 지령을 전달했습니다. 오늘부터 유증상자가 폐쇄되지 않은 필수업종에 투입될 겁니다.”

석동희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잘했네. 성서에는 ‘고난을 받은 자는 기뻐 뛰어놀게 되리라, 그들이 받을 상급이 크다’라고 적혀있지. 자네의 충심도 보상을 받을 걸세.”

그 말에 지파장은 감격스러운 얼굴을 했다.

“아멘.”

“그건 그렇고.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조금 좋지 않습니다. 미니온-트래킹이란 프로그램 때문에 저희 신도들이 점점 잡혀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기사를 보면···.”

지파장이 태블릿을 조작해 포털 사이트의 메인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놀라서 태블릿을 떨어뜨렸다.

“헉”

실검과 기사 내용이 전부 감람나무교회에 대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1. 대전 감람나무교회

2. 석동희 지령

3. 유증상자를 사회에 침투해

4. 사이비 단체 테러

<이건우 폭로, 감람나무교회에서는 무슨 일이?>

<”사회에 나가서 포비드 확산” 사이비 종교단체 지령 의혹>

<사이비 종교단체 지령, 결국 대전을 무너뜨리나?>

<감람나무교회, 어떻게 방역을 방해했는가?>

지파장이 당황했다.

“교, 교주님. 이건···.”

모든 기사가 감람나무교회를 비난하고 있었다. 이건우의 수작이었다.

“마귀다. 이건우는 마귀의 하수인이야!”

교주는 침착해지려고 애썼지만, 목소리가 떨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문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지파장이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었다.

“성전에서 누가 소란스럽게 굴어! 여기에 교주님이 계시는 거 안 보여?”

그때 방호복을 입고 KW 제약 로고가 달린 마스크를 쓴 경찰관이 들어왔다. 그 뒤에는 비슷한 차림의 다른 경찰들이 달려드는 신도들을 막고 있었다.

힘으로 지파장을 밀어낸 경찰관은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경찰관은 석동희를 노려보며 말했다.

“마침 찾고 있었는데 잘 되었군요. 석동희 씨,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죄목은 횡령 및 업무방해 등 기타 다섯 가지 혐의입니다. 자세한 건 영장에 나와있으니 여기 읽어보시고.”

“뭐, 뭐? 내, 내가 언제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거야!”

“기도의 궁전을 지을 때 신도들이 낸 건축헌금에 손을 댄 물증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방역 때 열심히도 공무원들을 방해하셨더군요. 서에 가서 더 자세히 알려드리죠.”

교주는 억울한 표정으로 주춤주춤 물러나더니 벽에 걸린 자신의 동상을 떼어내서 휘둘렀다.

“이건 마귀의 짓이야! 나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마귀야 물러가라!”

경찰은 헛웃음을 내뱉더니 손쉽게 교주가 휘두르던 동상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교주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방금 특수공무집행방해죄도 추가되었습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너 같은 새끼한테도 국선 변호인을 붙여준다. 대답은 필요없어.”

그렇게, 대전시를 혼란에 밀어 넣던 악당 석동희가 체포되었다.

슈퍼전파자가 확진을 받은 지 닷새가 되는 날이었다.

*

감람나무교회 사건은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포비드로 인한 팬데믹 상황도 처음인 데다가, 조직적으로 국가에 위해를 가하려는 단체나 나온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 사이비넘들 미친 거 아닌가?

- 나 대전사람인데 ㅈㄴ빡치네

- 진짜 이 정도일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음···어마어마하더만

- 이건우 사장님 감사합니다. 끝까지 진실을 밝혀주세요.

감람나무교회는 그동안 지나친 전도 행위로 사람들을 귀찮게 했지만, 특별히 튀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그냥 성가신 사이비 1 정도의 위치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혐오하는 집단이 되었다. 특히 대전에서는 혐오를 넘어 척결의 대상이 돼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에 관한 기사가 도배되었고, 나는 하루종일 실검을 장악했다.

어떤 신문사는 아예 기획 칸을 만들어서 내 기사만 올려댈 정도로.

사람들 사이에서 KW 제약의 이미지도 좋아졌다.

- 우리나라 방역은 KW가 다 하네

- KW-방역 지렸다

- 다음 선거에 이건우 나오면 찍을 의향이 있음

어떤 사람은 내가 대전 시장 선거에 나오면 찍을 거라고 하더라.

서울과 대전 모두 미니온과 진단키트, 그리고 스마트 마스크에 힘입어 빠르게 격리시키고 있었다. 격리 수용소가 모자라 다른 지역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그만큼 꼼꼼하게 놓치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아마 방역의 고비인 이번 주 안으로 충분히 색출할 수 있을 것이다.

*

대전 시장은 혹시나 모를 상황에 비하여 봉쇄령을 내렸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없고, 필수업종을 제외한 유흥시설, 음식점은 모두 폐쇄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 미니온-트래킹과 수많은 공무원이 합심해서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대부분 격리하는 데 성공해냈다.

대전 시는 그렇게 팬데믹 상황을 잘 마무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캐리온을 통해 속보가 하나 들어왔다.

[대전 시장이 측근들과 골프를 하러 갔습니다. 심지어 사우나까지 할 예정이라는군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시민들은 봉쇄된 도시 안에서 방역에 협조하며 불편함을 참고 있는데, 자기는 골프를 치고 사우나를 해?

"이 새끼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다."

미니온-트래킹 덕에 죽다 살아난 주제에, 놀러 다니기나 하고. 지난번 미니온-트래킹 계약을 파투낸걸 그냥 두고 보았더니 안 되겠구만.

이 시국에 그렇게 놀고 싶어하는데, 평생 놀게 해줘야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