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47화 (4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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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과 어퍼컷 (2)

국회의원 성윤식, 알바트리온 사장 유종근, 한양일보 사장 박근형.

세 사람은 다시 밀실에 모였다. 하지만 이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더이상 없었다.

성윤식의 기분은 딱 봐도 안 좋아 보였고, 나머지 두 사람은 그런 성윤식의 눈치를 보며 쩔쩔매고 있었다.

성윤식이 결국 분통을 터뜨렸다.

“나를 이렇게 망신을 줘?”

이번에 국민에게 마스크를 나눠주자는 법안은 자신의 주도로 통과된 것이었다.

발의자 이름에는 성윤식 세 글자가 적혀 있었고, 국회 서기관에게도 특별히 회의록에 잘 기록해두라고 일러둔 터였다.

만약 이건우가 없었다면, 마스크 오백만 장은 자신의 이름을 널리 퍼뜨리는 수단으로 사용됐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손 내미는 국회의원. 얼마나 보기 좋은가?

하지만 이건우가 한발 먼저 마스크를 기부해버렸다.

그것도 무려 오천만 장을!

자신의 큰 그림은 그 타이밍도, 물량도 모두 이건우에게 밀리고 말았다. 덕분에 좀스러운 국회의원이라며 빈정거림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사람들이 국민 세금을 가지고 하는 게 고작 오백만 장 지원이냐며 떠들어댔다.

앞으로 저소득층과 감염 취약계층에게 마스크를 나눠줄 때마다, 그놈의 오천만 장을 넘기지 못한다면 이건우가 한 기부와 계속해서 비교될 것이다.

오천만 장의 마스크가 국민에게 돌아간 것을 국회의원으로서 기뻐해야 하건만, 성윤식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성윤식이 이를 갈았다.

“이건우 이 새끼 안 되겠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말해서 당장 KW 제약 수출부터 막으라고 해야지.”

그때 가만히 눈치를 보고 있던 한성일보 사장이 말했다.

“그런데 이건우가 일부러 그랬다기에는 타이밍이 좀 애매하지 않습니까?”

“뭐?”

성윤식이 날카롭게 되묻자 한성일보 사장은 살짝 쫄았지만, 그래도 그를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이건우가 의원님의 앞길을 방해한 건 맞지만 아무리 봐도 의도적으로 한 건 아닌 듯합니다. 마스크를 나눠주겠다는 법령을 발표한 후도 아니고, 그 전날에 기부했잖습니까. 그냥 우연이 아닐까요?”

“으음···.”

한성일보 사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고의라고 보기에는 시기가 묘했다. 분명 기부 자체는 이건우가 빨랐으니까.

이건우는 국회에서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날 오후에 마스크를 기부했다.

국회에서 했던 일이 실시간으로 새어나가지 않는 이상 그렇게 빨리 준비해서 기부할 수가 없다.

그리고 기부를 기획한다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기는 했다. 요즘 중국에서 넘어온 바이러스로 인해 온 국민이 불안해했기 때문에, 이미지를 생각하는 기업인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정말 한성일보 사장의 말처럼 아주 우연히, 하루 전날에 기부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한성일보 사장이 그를 달랬다.

“그리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잖습니까. 이건우의 수출 판로를 봉쇄하기로 한 것 말입니다.”

“그건 그렇지요.”

흥분이 가라앉자 성윤식의 말투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한성일보 사장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공장은 신나게 증설했는데 판로가 막히니 재고는 쌓여만 갈 겁니다. 아마 이건우의 속도 타들어 가겠지요. 저희는 그때까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됩니다.”

“사장님 말이 맞아요. 내가 너무 성급했나 봅니다.”

“아닙니다. 이게 다 의원님께서 묘안을 내신 덕분이지요. 의원님의 법안이 아니었으면 이건우를 길들이는 게 쉽지 않았을 겁니다.”

"맞습니다, 의원님. 역시 4선 의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신가 봅니다."

이때다 싶은 유종근과 박근형은 성윤식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었고, 성윤식의 얼굴에는 어느새 옅은 미소가 돌고 있었다.

이정혁이 있었다면 여자를 불러서 성윤식의 기분을 풀어줬겠지만, 그는 지금 구치소에 있다. 그들은 아쉬운 마음을 술과 음식으로 달랬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좋아지고, 성윤식이 알바트리온 사장에게 물었다.

“백신 쪽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알바트리온 사장은 싱글벙글 웃었다.

“백신 개발을 위한 테스크포스를 구성한다고 언론에 흘렸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벌써 주가가 10%나 올랐습니다.”

물론 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이건우가 물밑에서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고 있었기 때문. 오천억 원어치의 자금이 투입되니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알바트리온 회장은 그 사실을 몰랐기에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그는 여전히 입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리고 미국 쪽 제약회사와 한 번 만나려고 합니다.”

“미국 제약회사와? 무슨 일로요?”

"그쪽 사람들과 모임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필요하거든요."

유종근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쪽과 자리를 마련해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대중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언론에 함께 백신을 개발하기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식으로 떡밥만 던져주면 알아서 기사를 써줄 겁니다. 세계 최초로, 해외 기업과 협력해서 포비드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회사. 이 타이틀이라면 주식이 더 오르지 않겠습니까?”

“흠.”

성윤식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알바트리온 사장은 조금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문제가 있습니까?”

“아니, 발상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미국이 아니라 중국 제약회사와 하는 건 어떻습니까? 이번 바이러스도 중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니, 그들이 제일 잘 알지 않을까요?”

중국.

성윤식은 바로 친중 국회의원이었다.

언젠가부터 중국 측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성윤식은 그들로부터 막대한 정치 자금을 지원받고 있었다. 그가 4번이나 국회의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덕이 컸다.

그래서 성윤식은 국회에서도 내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소리치고 다녔다. 지금은 중국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알바트리온 사장은 그 제안이 썩 달갑지 않았다. 쟁쟁한 제약회사가 모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괜찮은 제약회사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요? 하하, 제가 중국 측 제약회사들과는 인연이 없어서···."

유종근은 은근한 표현으로 거절을 했지만 성윤식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인연이 없다고는 했지만, 그저 중국 측 제약회사가 미덥지 않았겠지.

물론 성윤식도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좋은 미끼를 내던졌다.

“내 그럼 중국 최대 제약회사인 원하오 제약과 연결해드리지요. 앞으로 알바트리온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잘 말해보지요. 그리고, 어차피 정식으로 백신 연구할 것도 아니잖아요?”

“으음···. 원하오 제약이라면 그래도 업계에서는 유명하지요. 의원님이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니 제가 꼭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믿겠습니다.”

세 사람은 웃으며 술잔을 나누었다.

*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예고된 대로,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가상승 및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면 마스크를 비롯한 위생용품의 수출을 금지했다.

당연히 내 KW 제약은 특별 수출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화성 공장에서 생산되는 마스크는 전부 재고로 쌓이고 있었고, 이제는 생산 라인이 아니라 창고를 증축해야 할 지경까지 몰렸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포비드는 절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캐리온이 세계 인구의 20%를 날려버릴 거라고 예언한 전염병이다.

잠시 왔다가 가는 그런 바이러스가 아닌, 최소 몇 년은 전세계에 창궐할 바이러스이다.

그리고 얼마 전 캐리온에게 전달받은 바로는 기존의 KF94 생산설비는 매각했으며, 스마트 마스크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었다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생산하고 있는 마스크들은 악성 재고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내가 만든 신 마스크만을 사용하려고 할 테니까.

마스크 공장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상황에서 우리 KW 제약은 마스크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울면서 달려온 공장장 박준식을 달래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일단 지금은 마스크 생산 재료를 최대한 매입하도록 하세요.”

“재료를 들여와도 만들어 팔 수가 없는걸요? 여기서 더 들여오라고요?”

“우리 목표는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입니다. 3월이 되면 전 세계로 바이러스가 퍼질 겁니다. 그때 사람들은 KW 마스크를 쓰고 다니겠지요.”

전자하면 오성 전자

미디어하면 제일 ENM

자동차하면 미래 자동차

하지만 위생용품을 대표하는 기업은 없다. 나는 KW 제약이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할 것이다.

공장장은 영 불안해하는 눈치였지만 어쩌겠는가?

사장이 까라면 까야지.

“그리고 신소재개발연구소와 협업하는 건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재사용 마스크를 계속해서 개량하고 있습니다. 3월 초이면 또 업그레이드된 재사용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좋습니다. 걱정은 하지 마시고 마스크 재료들을 지금처럼 매입해주세요. 저 돈 많습니다. 그럼 화성 공장은 박 공장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나의 자신만만한 태도와 돈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불안해하던 처음의 공장장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다.

그래도 박준식 공장장은 시키는 일이라면 똑 부러지게 해내니, 그에게 맡기면 마스크가 없어서 고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를 보내고 나서 나는 생각에 빠졌다.

“수출 판로가 막혔으니 당분간 돈이 들어올 구석은 미디어 수익과 알바트리온 제약밖에 없군.”

먼저 미디어.

오리온 작가의 <스카이하우스>는 프리프로덕션 과정을 마치고 이제 본 촬영만 앞두고 있다.

OTT 플랫폼에서 선공개 될 예정이기 때문에, 한 달 구독을 마치고 나가려는 구독자들을 잡아두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OTT 플랫폼 또한 가입자 수가 벌써 20만 명에 달했다. 가족 구독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꽤 많은 숫자이다.

지상파 3사, JTBS, tvM의 드라마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것과 다양한 해외 드라마와 영화를 수입해온 것이 주효했다.

국내 OTT 시장은 KW 미디어가 선점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은 바이러스가 동아시아에 국한되어 있지만 3월이 되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집콕을 할 수밖에 없고 OTT 시장 또한 급류를 타고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미디어 분야는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주고 있으며, 소속 아티스트 또한 이에 힘입어 데뷔할 준비를 마쳤다.

박세나의 OST 작업은 이미 완료된 상황이고, 장원준도 배역을 확정받고 더 열심히 대본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알바트리온 제약.

나는 마침내 오천억을 모두 투자하는 데 성공했다.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매수하느라 답답해서 죽을 뻔했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주가가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백신 개발 TF팀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언제쯤이면 시작하려나.”

그때 캐리온이 말했다.

[성윤식 의원이 원하오 제약과 접촉했습니다.]

“원하오 제약? 거기는 중국 최대 제약회사잖아.”

중국은 의약품 수입국인 데다 제약 쪽은 아직 많이 발전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포비드 때문에 제약 쪽에도 정부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중에서 선두에 달리고 있는 회사가 원하오 제약회사였다.

[아무래도 알바트리온 제약 때문에 손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조만간 알바트리온이 원하오 제약회사와 함께 백신 개발에 관한 합동 연구를 할 것이라 발표할 겁니다. 관련 음성 파일을 전송합니다.]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은 주가가 오른다는 말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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