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46화 (46/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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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과 어퍼컷 (1)

전염병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았다.

싱가포르와 대만에서는 이미 중국인을 대상으로 입국거부조치를 취했다.

한발 늦게 조치한 홍콩은 이미 확진자로 득실거리는 상황이 있으며, 급하게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다.

모든 보건 인력을 확진자와 접촉자를 검출하고 격리하는 데 힘쓰고 있다.

주변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할 수는 없었다.

- 우리는 짱개들 입국거부 안 하냐?

ㄴ 중국 눈치 보느라 바쁨

- 우리도 마스크 이런 거 미리 사둬야 하는 거 아님?

- ㅅㅂ제주도도 지금 난리 났다는데

ㄴ 윤단아가 미리 알려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우리도 중국 꼴 났음.

여론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자 기자들도 연일 전염성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사를 써댔다.

<국민 61% “포비드 확산 심각”···>

<홍콩서 포비드 사망자 폭증, 전국 화장장 포화>

<포비드 확산세에 의료 현장은 ‘심각’··· 정부 대책은 ‘절실’>

그러자 여론을 신경 쓰는 국회의원들은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일어났다. 이에 따라 국회의사당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보건복지위원회가 열렸다.

보건복지위원회의 위원장 성윤식.

4선 국회의원이며, 이정혁과 함께 작당 모의를 하던 사모임의 리더였다.

성윤식이 회의장에 들어갔을 때 국회의원들은 어수선하게 떠들고 있었다.

“홍콩도 감염병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던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대만이나 싱가포르처럼 초동조치를 잘 하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번에 제주도 사태도 빠르게 감염병 확산세를 잡았지 않습니까.”

“그래도 국민이 심각하게 생각하니 뭔가 조치를 취해야할 것 같은데요.”

그저 이러다가 말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뿐이지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국민이 난리를 치니 뭐라도 좀 하자는 분위기였다.

그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석에 앉은 성윤식이 마이크를 잡고 헛기침을 했다.

“흠흠”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회의장에 있는 모든 의원이 성윤식을 바라보며, 정치 거물의 다음 말이 나오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성윤식은 이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저 잘난 국회의원들도, 똑똑하다고 하는 고위 공무원들도 자신 앞에서는 조용해진다.

자신의 권력이 이렇게나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너무나도 좋았다.

성윤식의 둥실둥실 떠다니는 마음과는 다르게 그는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하겠습니다. 포비드가 확산하는 상황을 맞이하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검역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원님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해주십시오.”

그러자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말했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지역에서 입국하거나 이 지역을 경유하여 입국하는 사람의 입국 금지를 요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제주도 사태에서 알 수 있다시피, 역학조사관 인력을 대폭 증원할 필요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고 이는 회의장의 서기가 그 의견들을 회의록에 받아 적었다.

치열한 논쟁 끝에 괜찮은 의견이 반영되어 의원의 이름을 달고 법률이 개정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성윤식이 심어둔 여당의 국회의원이 의견을 말했다.

“지금 마스크를 비롯한 위생용품과 의약품의 물가상승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급격한 물가상승이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경우,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의 물품의 수출 및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성윤식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의견이 나왔다.

이번 회의가 진행되기 전, 성윤식은 미리 같은 당의 국회의원과 말을 맞춰 놓았다.

조금 전의 의견은 성윤식이 이건우를 길들이기 위해서 직접 설계한 의견이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건우는 지금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를 상대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보통 마스크의 원가는 400원인데 그걸 장당 2000원에서 3000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통상가보다 할인해서 팔아서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내는 수익 덕분에 한국에서의 손실을 차치하더라도 상당한 이윤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수출 경로를 우리가 막아버린다면?’

이건우가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던 길을 막아버릴 수 있다.

이번에 화성 공장에 스마트 마스크를 생산하는 새로운 설비를 들이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겨우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만으로 그 비용을 만회할 수 있을까?

아마 자금난에 허덕이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이건우가 곤란할 때, 극적인 상황에서 자신이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다.

이건우는 그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그것은 자신에게 숙이고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윤식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 안건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한번 그가 의견을 지지하자 무리 없이 법률 개정에 반영되었다.

성윤식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이건우를 길들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우리는 위기 상황일수록 더욱 위험에 노출될 사람들을 살펴야 합니다.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 노인 등 감염 취약계층 그리고 저소득층에게 이번에 매입할 마스크를 지급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의 말에 여당과 야당 의원들은 가리지 않고 동의했다. 국민의 환심을 살 수 있는 포퓰리즘성 정책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마스크를 뿌리는 데 자신의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일단 몇만 장 정도 뿌리는 게 좋을까요?”

“그런데 우리 지역구가 인구가 많으니까, 저희 쪽에 많은 물량을 배분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신이 나서 의견을 나누는 국회의원들을 보며 성윤식은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고 있다.

*

이번에 캐리온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이제 우리나라의 모든 곳에 캐리온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이 없어졌다.

서버, 시스템, 네트워크. 디지털화된 세상 속에서 캐리온은 어느 곳이든 접속할 수 있었다.

그곳이 국회의사당이라고 해도 말이다.

캐리온이 말했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개정안으로 인해 화성 공장의 수출 판로가 막힐 예정입니다. 신속히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국회?”

나는 국회에 악연이 있는 사람이 있었나 생각하다 머릿속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정혁이 사라져서 아쉬운 사람 중 한 명인 성윤식. 내 일에 태클을 걸 만한 그 사람밖에 없었다.

나는 일단 어떤 상황인지 파악했다.

“새롭게 의결된 법률개정안에 어떤 것들이 있지?”

캐리온이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들려주었다. 여당과 야당 의원들 간의 치열한 대립. 그 가운데 통과된 법안들.

[···그리고 급격한 물가상승이나 공급 부족 및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의 물품의 수출 및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법률개정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성윤식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과 뒤에서 작당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본 심의회가 개최되기 하루 전에 두 사람이 만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이번 법안은 성윤식 의원이 KW 제약을 겨냥한 법안으로 보입니다.]

캐리온의 분석은 정확했다. 왜냐하면 지금 해외로 마스크를 대량으로 수출하는 공장은 우리 회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 나를 향한 칼이 숨어있다.

이정혁이 구속되니 그 분풀이로 날 견제하는 건가?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들 사이의 커넥션을 꿰고 있고, 특히 이정혁에게서 꾸준히 성 상납을 받아왔다는 음험한 비밀을 알고 있으니까.

아마 그들도 내가 그 사실을 알고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정혁이 없어졌기에 그들의 사업도 예전처럼 원활하지는 않을 터. 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코웃음을 쳤다.

“상관없어. 어차피 대외 수출은 줄이려고 했으니까.”

[그렇습니다. 이제 한국에도 감염병 확진 사례가 속출할 겁니다.]

[제주도 사태처럼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지도 모릅니다.]

이제 국내 마스크 공급 역량을 키워야 할 때이다. 나도 슬슬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놈들은 법안에 재미있는 장난을 해놓았다. 수출을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었다. 특정 납품 업체를 지정해서 그 업체들만 수출할 수 있도록 조치해놓았다.

그리고 그 업체들은 국회의원과 커넥션이 있는 사람들이 되겠지.

내가 아무리 국내로 물량을 풀 준비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 의지가 아닌 타의로 수출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또 내 특기를 발휘할 수밖에. 아마 조만간 나한테 제발 수출을 해달라고 빌게 해주지.

“수출은 그렇다 치고, 나도 받은 게 있으니 돌려줘야겠지? 국회에서 저소득층 및 감염 취약계층에게 마스크를 몇 장 기부하기로 했다고?”

[오백만 장입니다.]

수많은 지역구에 뿌려질 테니 나누면 한 지역구에 뿌려질 양은 수만 장밖에 되지 않는다.

겨우 그걸로 뭐라도 할 수 있겠어?

나는 코웃음을 쳤다.

“겨우 오백만 장?”

국회와 나의 수준 차이를 보여주려면, 통 크게 뒤에 0 하나쯤은 더 붙여야 한다.

“KW 제약에서 마스크 오천만 장을 기부한다고 기사를 뿌려.”

[알겠습니다.]

*

그날 오후, KW 제약이 발표했다.

“감염병 위기를 맞이해 저희 KW 제약에서는 저소득층과 감염 취약계층에게 마스크 오천만 장을 기부합니다.”

나는 가득 쌓인 상자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보도자료를 냈다.

전염병으로 안 좋은 소식만 전하던 기자들은 ‘통 큰 마스크 기부!’라며 오랜만에 나온 훈훈한 소식에 연일 기사를 찍어내기 바빴다.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

- 전 국민에게 나눠줘도 되겠네

- 아앗 스케일에 지려버렸···.

- 돈을 벌었으면 이렇게 써야지. 이건우 급호감됐네

- KW 마스크가 다른 마스크보다 싸고 품질도 좋아요!

ㄴ KW에서 돈 받았냐?

ㄴ 광고 꺼지셈

이 발표가 있고 하루 뒤, 국회에서도 부랴부랴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안」에 기반으로 해 감염 취약계층 및 저소득층에게 마스크 500만 장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고 내놓은 정책이지만, 오히려 빈축만 샀다.

- 오백만장ㅇㅈㄹ

- KW에서는 오천만 장인데···.

- 나랏돈으로 생색내는 건 어디서 배운 거냐?

- 여윽시 국회 클라쓰. 놀랍지도 않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가볍게 잽을 주고받았으니 이제 카운터를 날릴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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