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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의 끝 (2)
최진태가 경찰청 내부에서 인망이 있었던지, 마약반과의 공조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먼저 나는 새까맣게 선팅된 커다란 승합차 세 대를 준비했다. 두 대에는 경찰들이 나눠서 탔고, 나머지 한 대에는 나와 한서진, 그리고 최진태를 위시한 경찰들이 탔다.
내가 탄 차는 이정혁이 나를 기다리는 장소로 갔고, 나머지 두 대는 상철파의 본거지로 향했다.
차를 타고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놈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한서진이 뒤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택시가 따라붙었네요.”
그러자 운전을 하고 있던 최진태가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겨우 택시 하나 따돌리는 건 식은 죽 먹기지요.”
최진태의 장담대로 그의 운전실력은 뛰어났다. 작정하고 이리저리 돌아서 가니 택시를 결국 떨어뜨릴 수 있었다. 나는 최진태에게 물었다.
“그런데 형사님은 마약반도 아닌데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나?”
최진태는 히죽 웃었다.
“네 신변 보호하려고. 이정혁이 폭행 사주했다며.”
“···전 신변 보호 요청한 적 없는데요.”
“괜찮아. 원래 VIP 고객님들한테 이 정도 서비스는 그냥 해줘.”
“······.”
내가 괜찮지 않다니까. 다른 경찰이라면 모르겠는데 최진태는 돈과 권력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을 전직 킬러인 한서진과 같이 두려니 상당히 불편했다.
나는 뒷좌석에 있는 한서진을 힐끔 보았다.
정작 한서진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가장 중요한 전력이라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오기는 했는데 걱정된다.
지난번에 말하는 걸 들어보니 김상철과 안면이 있는 모양이던데, 김상철이 한서진을 알아보게 된다면 아마도 최진태가 의심하겠지.
그리고 최진태는 한번 의심이 들면 앞뒤 가리지 않고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지금이라도 내리라고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최진태가 웃으며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너 역시 저 여성분한테 관심 있구나?”
“에?”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안 그러면 왜 뒤를 힐끔힐끔 쳐다봐. 여직원을 이런 곳까지 데려오는 거 보면 의심스러운데?”
“···운전이나 하세요.”
에라 모르겠다. 나는 고민을 접었다. 한서진이 내가 고민하는 부분을 생각 못 했을 리도 없고, 그런데도 따라온 것이니 알아서 하겠지.
우리는 껄끄러운 최진태를 달고 이정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외시 외곽 으슥한 곳에 있는 별장이었다.
승합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오자 별장을 지키고 있는 조직폭력배들이 연장 하나씩 챙겨 들고 차를 빙 둘렀다.
최진태가 창문을 반쯤 열자, 상대는 차를 연장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이봐, 길을 잘못 든 거 같은데. 좋은 말로 할 때 꺼지지?”
최진태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잘 찾아온 거 같은데. 내가 오늘 여기서 누굴 좀 만나기로 했거든.”
“씨발. 말로 하니까 못 알아먹는구만. 얘들아, 안 되겠다. 끌어내려.”
“예!”
조직원들은 우리가 탄 차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놈이 차 뒷문을 잡는 순간,
쾅!
차 문이 열리면서 조폭이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덩치 좋은 경찰들이 줄줄이 내렸다.
차에서 내린 경찰들은 조폭들은 제압해 나가기 시작했다. 조폭들이 반항했지만 갑작스러운 경찰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최진태가 삼단봉을 촤악 펼쳤다.
“다시 말해봐라. 말귀가 어쨌다고?”
조직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다 사복을 입긴 했지만 오랜 조직원 생활로 그들은 냄새를 맡은 것이다.
“씨발 짭새다.”
“어 맞아. 그럼 너네도 이제 새됐다는 것도 알겠네?”
그 말에 상철파 조직원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여기서 작업을 친다는 게 들통난 이상 방법은 딱 하나뿐이었다.
앞길을 막은 경찰들을 모두 때려눕히고 도망가는 것.
“젠장, 뭣들하고 있어! 다들 달려들어!”
조폭들은 사력을 다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최진태가 데려온 경찰들은 그가 고르고 고른 정예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조폭들은 어디 한군데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때, 한서진이 차에서 내렸다. 여리여리해 보이는 몸과 하얀 얼굴. 누가 보더라도 싸움과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성철파의 행동대장은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저 여자를 인질로 잡고 여기를 빠져나가야겠군.’
그는 즉시 만만해 보이는 한서진에게 달려들었다. 최진태는 한서진에게 달려가는 조폭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위험···!”
동시에 빠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직원이 붕 떠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서진이 생글 웃으며 최진태를 돌아보았다.
“위험해요? 제가요? 아님 쟤가요?”
“··· 하지는 않았군요. 경호원이었습니까?”
“네.”
“어쩐지 이건우가 데리고 다니는 이유가 있었군요. 새끼, 말이라도 해주지.”
한서진이 본격적으로 나서자 조폭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이내 별장을 지키고 있던 조폭들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정리를 마친 우리가 별장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뭐야? 밖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상철파 두목, 김상철이었다.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한서진을 쳐다보았고, 김상철 또한 우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한서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씨발. 검은과부다!”
그 말을 들은 한서진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식었고, 동시에 김상철이 문을 쾅 닫고 숨어버렸다.
“······.”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
장중에 침묵이 흘렀다. 김상철이 이렇게 빠르게 숨어버릴 줄은 몰랐는데.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한서진의 위명이 이렇게 엄청난 것이었나.
나는 예전에 한서진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그녀의 별명을 떠올렸다.
검은과부, 혹은 검은미망인.
한서진이 손을 씻고 결혼을 했을 때, 그리고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을 때.
그녀에게 원한을 가진 조직이 남편을 살해했다.
빡 돌아버린 한서진은 단신으로 조직을 쓸어버렸고, 그때 죽음을 부르는 과부, 검은과부 등의 이름이 붙었다.
물론 본인은 그런 별칭을 전혀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들을 때마다 사별한 남편이 떠오를 텐데, 나 같아도 싫겠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최진태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검은과부? 그거 거미 이름이 아닌가?”
한서진의 얼굴이 더더욱 싸늘하게 식었고, 나는 서둘러 화제를 전환했다.
“일단 저 문을 따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누구 연장 좀 가져와.”
그러자 한 형사가 연장을 골고루 챙겨왔다. 파이프, 쇠 도리깨, 그리고 오함마까지. 최진태는 그중 십 킬로쯤 나가 보이는 오함마를 들고 문고리에 망치질했다.
콰앙!
망치질 한 번에 문고리가 작살이 났다. 나는 말했다.
“두 팀을 나눠서 들어가죠. 형사님은 저랑 같이 가시고, 한서진 씨는 여기에 남아서 저 조직원들이 허튼짓 못 하게 묶어주세요.”
“그래. 그렇게 하지.”
“알았어요.”
다행히도 최진태는 쉽게 수긍을 해 주었고, 한서진도 김상철과 마주하는 게 껄끄러웠던지 내 의견에 동의했다.
*
밖이 소란스러워지자 이정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김상철에게 명령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와.”
“예!”
자신 있게 나선 김상철은 나가자마자 문을 쾅 닫으며 들어왔다. 귀신이라도 본 것인지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이건우, 이건우가 왔습니다!”
이정혁은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했다.
자신이 이건우를 잡아오라고 시키긴 했지만, 조용히 잡혀 왔으면 저딴 식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지 않겠지.
‘어떻게 알아낸 거지?’
이정혁은 이건우가 자신의 개인 PC에서 털어간 정보가 무엇인지 확인했었다.
그중에는 마약유통 건에 대한 자료도 있었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자세하게 기록이 되어있지는 않았다.
거래하는 조직의 보스가 누구인지, 조직원은 누구이며 거래 방법은 어떤지에 대한 것은 다른 곳에 정리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건우는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습격하기 직전 세 대의 차로 시선을 교란한 것에서부터 자신이 있는 별장의 위치까지, 모두 알았다.
‘설마 일부러 정보를 숨긴 건가?’
그렇다면 이건우가 의도적으로 이정혁의 방심을 유도했다는 뜻이다. 소름이 돋았다.
이건우는 이미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사실이 모멸스러워 그는 거칠게 부정했다.
“그래도 아직 통제 범위 안에 있어. 남은 조직원을 데리고 나가서 이건우를 제압해 와.”
그러나 김상철의 이어지는 말에 그의 기대감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 그게 말입니다. 경찰이 함께 왔습니다. 그리고 검은 과부도 있어서 저희는 상대가 안 됩니다.”
이정혁은 잠시 이해를 하지 못했다.
“검은과부가 경찰과 함께 일한다고?”
검은과부의 명성은 뒷세계의 발을 담그고 있는 이정혁 또한 들어보았다.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이유로 조직을 전부 쓸어버린 전설의 킬러.
지금은 손을 씻고 은퇴했다고 들었으며, 원한 관계야 많았지만, 그 일이 있었던 후로 더이상 아무도 조직의 명운을 걸고 그녀를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검은 과부가 맞습니다.”
검은과부가 경찰과 손을 잡았을 리는 없으니···.
‘···이건우가 검은 과부를 데리고 있었다고?’
그러면 이지훈이 윤단아를 습격했을 때 실패했던 이유도 이해가 간다. 혼자서 조직을 쓸어버리는 킬러가 있는데, 건설 용역쯤이야 우습게 처리했겠지.
그러다 깨닫고 말았다.
“···다 이건우의 판에 놀아나고 있었던 거야.”
이건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계획을 꾸미는 것을 보며 비웃고 있었겠지.
“하”
더이상 분노할 힘도 나지 않았다.
하필 왜 하늘은 이건우를 자신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했단 말인가.
하필 왜 증오하는 여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인가.
하필 왜 자신이 그 여자와 결혼을 해야 했단 말인가.
이정혁은 오랜만에 이건우의 어머니이자 전처였던 전옥란을 떠올렸다.
전자와 반도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오성 그룹.
그 막내딸이 전옥란이었다.
덕분에 전옥란은 모든 이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오성 그룹의 모든 형제는 전옥란을 싸고돌았고,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조차 그렇게 무섭게 화를 내다가도 전옥란이 시선에 들어오기만 하면, 언제 화냈냐는 듯 헤실헤실 풀어지고 말았다.
그게 싫었다.
매일같이 살얼음 속에서 피를 튀기며 경쟁하는 자신과, 환한 빛 그 자체인 전옥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을 받는 공주님.
그들은 모든 면에서 맞지 않았고, 만나면 늘 싸우기만 했다.
그럴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혼나는 건 이정혁 쪽이었고, 싫어하는 마음은 더 깊어져만 갔다.
그런 여자와 결혼해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청천벽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성 그룹이라는 전옥란의 배경을 무시할 수 없는 거니까.
그래도 그때까지는 싫기는 해도 지금처럼 증오하지는 않았다.
딱 한 번 눈을 감고 결혼했고, 후계자를 낳아야하는 의무감만으로 관계를 맺었다.
그래. 처음에는 잘 해보려고 했다.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살도 섞었겠다, 지내다보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었다.
태생부터 너무 다른 그들은 사소한 일로도 다투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이정혁은 오수미를 만났고, 그녀는 전옥란과는 다르게 하나부터 열까지 잘 맞았다. 그렇게 이정혁은 전옥란 몰래 오수미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전옥란은 분노했고, 이정혁에게 복수하기 위해 물밑에서 주식을 모으고 인맥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남편을 쫓아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한 후, 아들 이건우에게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우연히 계획을 알아차린 그는 방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섰다.
전옥란이 죽은 후에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지긋지긋한 악연은 그녀의 아들을 통해서 지금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이제 그 끝을 보려 한다.
“사장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김상철의 외침이 그의 상념을 깨웠다. 김상철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후문에 차를 준비해뒀습니다. 곧 경찰이 들이닥칠 테니 뒷문으로 나가시면···.”
콰앙!
그 순간 굉음이 커다란 홀을 울렸다. 문고리가 뜯겨나가는 소리였다.
뚜벅뚜벅
그리고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다.
이정혁은 서서히 뒤를 돌았다.
부서진 문 속에서 반쯤은 자신의 얼굴을 닮은 사내가 걸어 나왔다.
이건우였다.
*
나는 최진태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장식품이 깔린 복도를 걸어가자 넓은 홀이 나왔다.
홀은 무척이나 화려했으며, 그 중앙에 이정혁이 서 있었다.
뒤에는 김상철을 비롯한 조직원 몇 명이 그를 지키고 있었다.
생각보다 그 숫자가 적었는데, 우리의 교란 작전에 당해 조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진 까닭이었다.
이정혁의 표정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더는 반항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대신 그는 내 눈을 정면으로 보았고, 나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이정혁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
“세상에 제가 모르는 일은 존재하지 않아요. 나도 하나만 묻죠.”
이건우로 살면서 제일 궁금했던 것이었다.
“도대체 저를 왜 그렇게 싫어합니까?”
“네가 그 여자의 아들이니까.”
“어머니는 어머니이고, 저는 저입니다. 그리고 제 피의 절반은 아버지의 것이기도 합니다.”
이정혁은 피식 웃었다.
“그래. 내 실수였지. 그리고 누구나 실수는 지워버리고 싶어 하지 않나?”
이정혁은 나를 지나치면서 말했다.
“네 잘못은 없다. 그냥··· 우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일 뿐이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깊은 곳에서 응어리진 무언가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말을 마친 이정혁은 내게서 시선을 뗀 후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이정혁의 발걸음은 차분해 보였다.
그는 최진태의 앞에 섰다. 최진태가 수갑을 휘휘 돌리며 씩 웃었다.
“이정혁 씨, 당신을 폭행 사주한 혐의로 체포합니다.”
“구속영장이 필요한 거로 아는데?”
“현행범은 예외입니다.”
최진태가 이정혁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뒤에 서있던 조직원들이 달려나가려고 했지만 이정혁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어차피 끝난 일, 여기서 더 소란을 피우면 죄목만 늘어난다.
경찰들 또한 뒤에 있는 잔당에게 수갑을 채웠다. 꼴에 두목이라고 김상철이 반항을 했지만 저 멀리 한서진이 보이자 깨갱 하고 얌전해졌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국선 변호인을 붙여줄 수 있는데 그럴 일은 없겠죠? 아, 대답은 자유입니다.”
말을 마친 이정혁은 경찰들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대화를 모두 들은 최진태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야, 괜찮냐?”
걱정이 묻어나오는 목소리. 하긴 그도 나와 아버지의 관계가 이정도로 틀어져있을 줄은 몰랐겠지.
나는 쓰게 웃었다.
“괜찮아요. 몰랐던 것도 아니고, 그냥 저 입에서 확답을 듣고 싶었을 뿐이에요.”
나는 이건우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들어오면서 나와 하나가 된 이건우의 영혼. 그에게 물었다.
그래, 이렇게 하면 속이 시원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