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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온? 오리온! (1)
일론 머스크가 시바코인으로 테슬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하자, 시바코인은 급등했다.
그게 바로 몇 주 전 일이다.
하지만 그 상승장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가 말로만 그렇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바코인의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하며 조정장을 거쳤다.
동시에 ‘가상화폐의 겨울’이 찾아왔다.
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사상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
가상화폐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자 비트코인을 위시한 다른 가상화폐들도 폭락하기 시작했다.
유명한 가상화폐인 이더리움도 작년 최고가 대비 절반 이상 값이 빠졌고, 솔라나는 65%가량 가치가 하락했다.
크립토 시장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작년 11월 이후 시총이 1조 달러 이상 증발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캐리온을 통해서 테슬라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지난번 확인했던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이 거의 다 완성이 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또한 가상화폐의 가격이 떨어진 틈을 타서, 일론 머스크로 추정되는 사람이 시바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 매물들을 줍줍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나는 느긋하게 존버했다. 여기서 손절하면 이도저도 안될게 분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존버는 성공했다.
바로 멀티플렉스 사업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가 시바코인을 자사 결제 수단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맥도날드가 시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면 매일 해피밀을 먹겠다’라는 등의 말을 하며, 다시 한번 시바코인 가격 상승 분위기를 만들었다.
두 발표가 겹치자 시바코인은 830% 급등하며 최고가 1700원을 기록하고, 일 거래액 26조 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전체 거래액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약세장인 크립토 시장에서 시바코인이 빛을 발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시바코인에 투자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론 머스크 형님의 발표가 있었다.
“테슬라는 시바코인으로 결제를 시작한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본격적으로 시바코인으로 테슬라 결제를 시작한 것이다. 이 발표가 나는 순간 시바코인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떡상했다.
하루 만에 2배가 뛰었으며, 일주일이 지나자 16배가 올랐다.
나는 시바코인이 고점을 찍었을 때 가지고 있는 모든 코인을 팔아버렸다.
캐리온에 따르면 가격 변동성이 심한 결제 시스템 상, 테슬라가 전 상품에서 일부 상품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방침을 바꾸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암, 우리 캐리온 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시총의 25%를 보유한 내가 시바코인을 모조리 쏟아내기가 무섭게 올라가던 시바코인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바코인을 보유한 많은 사람들이 땅을 쳤겠지만 어쩌겠는가.
코인의 위험성은 귀가 따갑게 들었을 텐데.
나는 수익을 확정 지었다.
수익률은 2390%. 뒷자리 다 떼고 1조 4000억 원을 벌었다. 무려 코인만으로 말이다!
억이라는 금액만 봐오던 내가 조라는, 뭔가 다른 차원에서 온 듯한 숫자를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누가 만든건지 캐리온은 정말 대단하다니까.
이걸로 사업도 늘리고, 캐리온 서버도 증설시켜줘야지.
내가 코인뽕맛을 만끽하고 있을 때, 기다리고 있던 두 번째 소식이 들려왔다.
[(속보) 한국에 첫 확진자 발생]
중국이 만들어 낸 끔찍한 전염병이 드디어 한국에까지 손길을 뻗쳤다.
*
한국에도 결국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는 35세 남성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북경 근처에 사업차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확진되었다.
확진자와 접촉한 인원은 총 44명으로,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모두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전염병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확진자도 단 한 명밖에 없었고 접촉자도 모두 격리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 후, 첫 확진된 남성이 사망하였다.
입국 즉시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도 사망을 한 것이다.
-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고?
- 중국에 개심각하다던데. 북경 폐쇄됐잖음
- 그래도 초기에 발견하고 다 격리시켰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 저기서 빵꾸 하나 나면 다 좆되는 거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은 별 관심없이 지나가는 분위기였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가 그랬듯 큰 문제 없이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북경으로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정도로 끝났다.
한국은 그렇다고 쳐도, 북경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바이러스로 인해 하루에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치오양구 일대는 폐쇄조치가 됐고, 재난 상황임을 인지한 사람들은 물건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스크는 사재기 품목 최상단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죽하면 마스크가 없어서 페트병을 잘라서 입마개를 하고 다닐까.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불안해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중국에서 마스크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었다.
생산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하자 주변 국가에서 수입을 하기 시작했고,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손 소독제와 세정제 같은 위생용품들의 수요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 법.
내가 가지고 있는 공장에서는 마스크를 포함해서, 중국이 필요로 하고 있는 모든 물건들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것도 국내 최고 규모로.
나는 화성 마스크 공장을 관리하는 박준식 직장에게 말했다.
“중국에 마스크를 수출할 판로를 뚫어놓으세요. 그리고 생산라인도 꾸준히 늘리고 추가인력도 받으시고요.”
“우리나라 최대 마스크 공장을 넘어서 세계 제일의 공장을 만들 겁니다. 나중에는 동남아시아 쪽에 공장을 지을 생각도 있어요. 그때가 오면 기술지원을 해줄 인력도 필요하겠죠.”
“···정말 멀리까지 보고 있으시군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이번에 신소재개발연구소와 재사용 마스크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있는 건 들으셨죠?”
“예”
“그쪽과 계속 연락하면서 필요한 설비를 들여오세요.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하지 마시고, 얘기가 끝나는 대로 기획안을 제출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는 이 사태를 예견하신 겁니까?”
나는 빙긋 웃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리하게 생산시설을 늘릴 필요가 없었겠죠?”
화성 마스크 공장에서는 KW 제약이라는 이름을 달고 마스크와 손소독제, 그리고 소독용 알코올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평소보다 세 배나 높은 가격으로.
중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항의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급한 것은 그쪽인걸. 그러길래 누가 그런 바이러스를 퍼뜨리래?
KF 마스크의 원가가 400원인 걸 고려했을 때, 무려 한 장에 1600원이 넘는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황사철을 대비해 창고에 쌓아둔 물량은 진즉 중국으로 팔려 나갔으며, 새로 생산하는 제품들도 족족 중국으로 팔려갔다.
박준식 직장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독려했다.
참고로 국내의 팬데믹 상황을 대비한 자재들과 마스크 물량들은 이미 충분히 확보를 해 둔 상태였다.
아무리 돈벌이가 좋다지만 우리나라를 위한 쓸 분량은 항상 신경써서 관리하고 있었다.
뭐, 그렇게 내가 인수한 마스크 공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연일 최고매출액을 갱신하고 있었다.
마스크 공장은 이대로 두기만 해도 꾸준히 나에게 이득을 남길 것이니 나는 다른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 신경 써야 할 분야는 바로 OTT 플랫폼.
OTT 플랫폼의 발족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제일 ENM의 데이터 센터에 영상 스트리밍 서버를 구축했으며, 제일 하이비전에 전용 캐시 서버도 설치했다.
그리고 캐리온 또한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 모든 기능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제 3자의 눈으로 봐도 상당히 편리해 보였다.
황민혁 차장은 여러 스튜디오와 케이블 채널과 계약을 맺어서 콘텐츠를 수급했으며, 그중에는 지상파 3사의 드라마도 있었다. 최신작을 포함해서 총 20여 편 정도를 받아왔다.
또 미국에 날아가서 외국 드라마와 영화를 수입해오기까지 했다.
이번 일로 여러모로 고생한 황민혁 차장에게는 성과급을 두둑히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은 뭔가 부족했다. 콘텐츠가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확실한 킬러 콘텐츠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었다.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퍼즐 조각을 알고 있었다. 나는 캐리온이 찾아온 서류를 넘겼다.
첫 장에는 이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JTBS와 제일 ENM이 보유한 채널인 tvM은 종합편성채널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릴 만하다.
JTBS의 드라마 파트에는 수많은 히트작들이 있었으며, 예능국에도 스테디셀러라고 불릴 만한 콘텐츠가 있었다.
제일 ENM을 끌어들였으니, 이제 JTBS까지 끌어들이면 완벽해진다.
하지만 현재 JTBS의 내부 사정은 꽤 복잡했다. 얼마 전 기존에 있던 사장이 그만두고 신임 사장이 취임하였기 때문이다.
그 신임 사장은 내부 장악력을 잃고 이사회와 알력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신임 사장이 가장 중요한 보도부문에 신경을 쓰는 사이, 드라마국은 노골적으로 이사회 편을 들었다.
특히 드라마국 제 1 제작본부의 고위급 인사는 모두 이사회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
아차 싶은 사장이 드라마국을 돌아봤을 때는 찌끄러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 상황을 잘 이용하면 JTBS도 끌어들일 수 있겠는데?’
*
KW 미디어가 제일 ENM과 손을 잡고 새로운 OTT 플랫폼을 만든다는 소식은 업계에도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두 회사의 주인이 가족관계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제일 ENM이 KW 미디어를 이용해서 OTT 플랫폼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제일 ENM이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하는군.’
이런 생각으로 행보를 지켜보았다.
실상은 그 정반대이지만 이건우는 그런 오해를 바로잡을 생각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일 ENM의 후광을 뒤에 업는 것도 중요하다.
누가 뭐래도 제일 ENM은 업계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가진 기업이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인지도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이건우는, 그 인지도를 이용해서 초기 구독자들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건우는 JTBS로 사업 제안서를 보냈고, 당연히 삥을 뜯었던 제일 ENM과는 차원이 다른 제안서였다.
드라마국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JTBS의 신임 사장이 혹할 정도로.
계약서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랬다.
JTBS에서 제작한 드라마, 영화, 예능에 대한 독점 유통권을 준다면 4:6으로 수익을 배분해준다. 앉아서 돈 먹기나 다름없는 제안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이건우가 보내온 것은 계약서가 끝이 아니었다.
계약의 성사를 위해 이건우는 JTBS의 사장에게 선물을 하나 보냈다.
바로 드라마 시나리오였다.
“오리온 작가?”
캐리온의 부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