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28화 (28/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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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정체 (2)

다음 날 아침.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소식을 들으니 한서진이 조폭들을 모조리 두들겨 패 쫓아낸 모양이었다.

상의도 없이 일을 벌여 한서진이 그대로 도망가면 어쩌나 싶었는데, 어찌어찌 윤단아를 잘 지켜주었군.

뒷감당이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으니 좋은 거겠지?

나는 회사 계단을 오르는 도중 양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 올라가는 윤단아를 발견했다.

쇼핑백에는 과자와 장난감이 가득 들어있었다. 나는 그녀의 짐을 들어주며 물었다.

“어제 일도 있었는데 오늘 왜 나오셨어요. 그리고 이건 또 뭐고요?”

“아, 어제 서진 씨에게 신세를 져서요. 아들이 있다길래 좋아할 만한 거로 사 왔어요. 그런데 서진 씨가 정말 잘 싸우시던데, 혹시 경호원 출신이세요?”

경호원이라니. 누군갈 지키는 직업이 아니라 완전 정반대의 일을 하던 게 한서진이었다.

“하하, 경호원은 아니고요. 예전에 운동을 조금 했다고 하더라고요.”

윤단아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중얼거렸다.

“운동을 ‘조금’한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어제 한서진이 얼마나 활약했으면 윤단아가 이럴까. 그때 윤단아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리고 서진 씨가 전해달라고 한 말이 있어요.”

역시 올 것이 왔나.

한서진이라면 내가 일부러 그녀의 실력을 드러내게 유도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뭔데요?”

“말도 없이 부려먹은 값은 치러야 할 거라는데요. 둘이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하하하···. 이, 일은 무슨.”

나는 누가 봐도 어색하게 웃었다.

전직 킬러가 값을 치러야 한다고 하다니···. 나, 이대로 암살당하는 건 아니겠지?

뭐, 그래도 한서진이 내 곁은 쉽게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들 지우의 치료도 이쪽에서 도와주고 있고 필승기획에 입사한 목적도 아직 이루지 못했다.

떠날 사람이었다면 윤단아에게 이런 말도 하지 않았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사무실에 도착했다.

윤단아는 사무실 한쪽에 한서진의 선물을 쌓아두고, 나는 그녀랑 황 차장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갔다.

윤단아는 책상 위에 USB를 하나 올려놓았다. 나는 물었다.

“이게 뭡니까?”

“어제 조폭들이 저를 잡으러 왔을 때 찍은 영상을 편집한 거예요.”

나와 황민혁 차장은 할 말을 잃었다.

···그 상황에서 영상을 찍고 있었다고?

윤단아가 대담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데?

황민혁 차장은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윤단아 씨. 잘못 했으면 위험할 수도 있었어요. 그 상황에서는 경호원에게 일을 맡겨두고 몸을 피했어야지요. 저희가 처음에 계획한 것도 그랬잖습니까. 위험하면 바로 몸을 빼기로요.”

윤단아도 자기가 잘못한 걸 아는지라 변명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단아 씨가 이런 쪽을 취재하다 보면 위협을 받는 일이 계속 일어날 겁니다. 저희가 최대한 지켜드리겠지만, 스스로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네.”

나는 손뼉을 짝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래도 단아 씨가 이렇게 영상을 찍어온 덕분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잖습니까. 어제부터 갑자기 언론이 틀어막히면서 기사 한 줄 안 나오고 있었잖아요.”

내 말에 황민혁 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오히려 단아 씨를 까는 기사만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지요.”

어제부터 윤단아 같은 이슈 유튜버들을 까는 기사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윤단아 같은 이슈 유튜버가 발표하는 내용이 과연 믿음직하냐는 내용에서부터, 직접 윤단아의 영상을 언급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조회수를 올리려 한다며 비난하는 기사들까지.

그래서 어떻게 대응을 해줘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윤단아가 찍어온 영상 덕분에 그 고민이 싹 사라졌다.

나는 씩 웃었다.

“이걸 터뜨렸는데도 과연 언론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자극적이고 먹기 좋은 소재를 두고 과연 침만 흘리고 있을 수 있을까?

분명 누군가는 이 떡밥에 손을 댈 것이고, 누군가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이다.

모든 기자가 윤단아가 찍어온 영상을 기사화하겠지.

이후에는 캐리온을 이용해서 불난 집에 부채질만 살랑살랑 해주면 된다.

알고리즘으로 윤단아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띄워주고 추천을 눌러 상위노출 되게 해주는 정도면 될 것이다.

“그럼 이 영상, 한번 뿌려봅시다.”

그렇게 윤단아의 채널에 <조폭을 보내서 입막음을 하다?!>라는 이름의 영상이 올라갔다.

사람들이 마약 사건 2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조회수 수십만을 찍고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나는 업로드된 영상을 클릭했다.

- 헐···누나 괜찮아요?

- 예상은 어째 빗나가지 않누ㅋㅋㅋ놀랍지도 않네 진짜

- 아직도 저런 게 있나? 대한민국 살기 좋네

- 근데 저 누나 누구? 되게 잘 싸우네.

ㄴ 여자 경호원인듯

황민혁 차장이 모니터링을 하며 말했다.

“한서진 씨에 관한 얘기도 있네요. 그런데 진짜 잘 싸우네요. 역시 사장님이 단아 씨 곁에 둔 이유가 있었군요.”

“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한서진이 오 년 전부터 손을 씻었다고는 하지만 전직 최고의 킬러 실력이 어디 가지 않았다.

공백기가 무색한 듯 화려하게 조폭들을 두들기는 모습은 마치 액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그런데 오늘 한서진 씨가 출근하지 않네요?”

나는 잘못한 바가 있어 당황했지만 적당히 둘러댔다.

“어제 그런 일이 있어서 제가 쉬라고 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황민혁 차장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한서진은 그냥 무단결근한 것이다.

자신의 정보가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역추적하고 있겠지.

아마 지금쯤 청부해커 렛에게 가서 어쩌다 자신의 신상이 털렸는지 확인해보고 있을 것이다.

일단은 그녀에게 상황파악을 할 시간을 좀 주기로 하고, 우리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바로 윤단아 공격을 작당한 놈들을 박살 내버리는 것.

“이제 여론도 우리 편으로 넘어왔으니 서서히 압박해야겠지요.”

스크린에는 마약을 한 재벌들의 사진이 떠올랐다. 나는 그중 해연 건설 3세를 가리켰다.

생긴 것도 조폭같이 생긴 게 감히 우리 아티스트를 건드려?

“어제 용역을 보낸 사람이 이놈입니다. 일단 이놈부터 시작하죠. 자료는 제가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에 한 명씩, 윤단아 씨를 공격한 놈들은 모두 박살 내버리는 겁니다.”

나는 해연 건설 3세에 대해 샅샅이 파헤친 정보를 윤단아에게 건넸고, 윤단아는 차갑게 미소지었다.

마약과 폭행 사주를 시작으로 그동안 놈이 저질렀던 모든 잘못들을 캐리온이 미리 파악해놓은 상황.

내가 건넨 자료를 읽던 윤단아는 씨익 웃었다.

“너무 많아서 걸러야 할 정도네요. 제가 확실하게 털어드리죠.“

여자가 한이 맺히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내 주변에는 왜 무서운 여자밖에 없을까.

*

이지훈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언제 영상이 올라올까 하는 불안감에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약 단톡방에 있는 멤버 전부가 똑같은 상황이었다.

해연 건설의 삼남이 아는 조폭들을 불러서 일을 처리한다고 떵떵거리던 게 한참 전이다.

지금 여섯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실패한 건가? 그럴 리가 없어. 무려 스무 명이나 데려갔다고 했는데···.’

그가 파악한 바로 윤단아가 고용한 경호원은 겨우 여섯 명이었다. 상식적인 선에서 스무 명이 여섯 명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지훈은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렸다. 이미 납치에 성공해서 작업에 들어갔다고.

윤단아만 납치해온다면 돈으로 매수를 하든, 협박하든지 해서 입을 막을 수 있다.

그는 습관적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다행히 신문사를 친정으로 둔 삼연방직 사위가 손을 써서 윤단아에 관한 비방기사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댓글 알바를 써서 윤단아를 음해하는 댓글도 달게 했다. 그거라도 보면 마음이 좀 풀렸다.

스트레스가 조금 풀린 이지훈은 다음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어제부터 실검을 조작을 시작한 이지훈이다. 당연히 실검에는 윤단아와 관련된 내용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방금 확인한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이지훈의 행복회로를 박살 내버렸다.

1. 해연건설 3세

2. 해연건설 조폭

3. 조폭 윤단아 입막음

4. 해연건설 3세 마약

5. 조폭 윤단아 습격

“이, 이게 무, 무슨···.”

해연건설이라면 어제 조폭을 데리고 윤단아를 습격하러 갔었다. 조용히 처리해야 할 그 일이 왜 세상에 밝혀졌단 말인가?

관련 기사를 클릭해보니, <경찰, 해연건설 3세 구속영장 신청>이라고 나왔다.

“구속영장이 나왔다고?”

그렇다면 이제 상황은 끝이다. 쇠고랑을 찬 채로 끌려가는 친구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급히 해연건설에 연락했지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라는 알림음만 울릴 뿐이었다.

“젠장”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확히 한 시간 뒤, 실검은 다른 키워드로 바뀌어있었다.

1. 삼연방직 사위

2. 마약 파티 멤버

3. 삼연방직 주가

그리고 한 시간 뒤 이번에는 대형병원장 딸이 실검에 올라왔고, 또 한 시간 뒤에는 유명 PD가 구속되었다.

마약을 한 것뿐만 아니라 평소에 저지른 갑질 같은 일상생활에서의 잘못부터, 폭행이나 뇌물 수수 같은 범죄 사실들까지 낱낱이 까발려졌다.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 윤단아 이거 뭐 하는 년이야?

- 해연건설은 저딴 년 하나 처리 못 해서 이 사달을 만들어? 이러다가 우리까지 까발려지게 생겼잖아.

- 쟤 소속사 어디야? 뭐야, 대표가 이건우?

- 이건우? 이지훈 너희 형 아니냐?

사람들은 이지훈을 찾았다. 너희 형인데 대체 왜 이러는 거냐. 네가 찾아가서 잘 말해봐라.

하지만 이지훈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가족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멀어져 버린 두 사람이다.

계속해서 이건우를 어떻게 좀 해보라는 연락에 이지훈은 결국 핸드폰을 꺼버렸다.

“제기랄! 이건우!”

그는 초조하게 손톱을 뜯었다. 하지만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또 한 시간이 지나면 윤단아는 새로운 폭로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차례가 바로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이지훈은 패닉에 빠졌다.

‘아버지를 찾아가야 해. 아버지라면 모든 걸 해결해주실 거야.’

이건우는 분명 아버지에게 원하는 게 있다고 했다.

더이상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이지훈은 그 즉시 아버지에게로 달려갔다.

*

지이잉

이정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버지인 이만호 회장이었다.

심호흡한 이정혁은 전화를 받았다.

“네 아버지”

- 요즘 세상이 시끄럽더구나. 또 이건우 이 녀석이 벌인 일일 테지.

재벌들의 마약 파티 얘기였다.

- 덕분에 경쟁사들의 이미지와 주가가 내려가서 좋기는 하다만 걱정이 되더구나. 혹시 지훈이가 거기에 엮이지는 않았겠지? 보아하니 지훈이랑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애들이 엮였던데 말이다.

이정혁의 시선이 방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만신창이가 된 채 무릎을 꿇은 이지훈이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이지훈은 그를 찾아와서 제발 살려달라고 울며불며 빌고 있었다.

이정혁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예. 그럴 일은 없습니다.”

-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일은 없게 만들어라.

이만호의 한 마디에 이정혁은 등골이 쭈뼛 섰다.

이만호는 다 알고서 전화한 것이다. 이지훈이 마약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 검찰과 언론 쪽은 내가 막아보겠다. 너는 빨리 사건을 해결할 생각이나 해.

이정혁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이정혁은 전화기를 쾅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아버지의 화난 모습을 본 이지훈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이런 멍청한 놈의 자식 같으니. 또 이건우에게 당해? 그러게 망할 놈의 마약은 왜 손에 댄 거야?”

잘못한 게 있는 이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땅바닥만 쳐다볼 뿐이었다.

“후우우.”

이정혁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딱 하나뿐이었다.

바로 이건우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지난번 가지고 온 그 어처구니없는 계약서에 계약하는 것.

이건우에게 숙이고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감옥에 가게 생겼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이건우에게 전화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이건우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셨어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천연덕스러운 말투.

이정혁은 짜증이 났지만, 꾹 눌러 참았다.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내일 회사로 오너라.”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재수없는 웃음이 들려왔다. 잠시 후 이건우가 말했다.

- 아버지, 뭔가 착각하고 있으신 것 같은데요. 지금 급한 건 제가 아니라서요.

“뭐?”

- 아버지가 직접 우리 회사로 찾아와야 하지 않을까요? 아 참. 오실 때 지훈이 녀석도 데리고 오세요. 저희 소속 크리에이터 분이 어떤 놈이 습격을 사주했는지 면상 한번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황당한 얼굴로 끊어진 전화기를 보던 이정혁은 결국 전화기를 집어 던지고 말았다.

“이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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