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24화 (2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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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게이트 (2)

OTT 플랫폼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틀은 나와 캐리온이 잡았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은 우리 직원들이다.

나는 오랜만에 회의를 소집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실에는 사람들이 모였다.

세 명의 직원과 윤단아였다.

그들의 눈빛에는 약간의 불안함과 의구심이 엿보였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일전에 이준호 과장도 스쳐 가듯 말한 바가 있지만, 현재 내가 진행하는 사업의 방향성이 중구난방이기는 하다.

기획사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마스크 공장 관리 따위를 시키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비전을 제시하고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스크린 앞에 섰다.

“최근 제 행보에 대해 여러 생각이 많으실 겁니다. 황민혁 차장님은 스튜디오 라이언과 계약을 마무리 짓느라 바쁘셨고, 이준호 과장님은 마스크 공장을 인수하느라 화성을 오가셨죠.”

내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왜 제가 기존의 엔터 산업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곳에 손을 뻗는지 궁금해하실 법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그 궁금증을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내 말이 끝나자 스크린에 파워포인트 화면이 떴다. 물론 캐리온이 만들어준 거다. 깔끔한 배경 위에 한눈에 들어오는 제목에 박혀 있었다.

<북경 바이러스 현황>

사람들의 눈동자에 의문이 생겼다.

“바이러스?”

한서진은 예전에 나에게서 들은 바가 있기에 놀라지 않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나머지 셋은 어리둥절해 했다.

황민혁 차장이 물었다.

“갑자기 바이러스는 무슨 이야기입니까?”

“현재 북경에서 심각한 전염성과 치사율을 가진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습니다.”

새해가 지나고 일주일간 바이러스는 점차 세를 넓히며 그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새해 첫날.

북경시는 최초 전파 장소인 베이징 국립바이러스연구소 근방을 폐쇄하고 일대를 조사했다.

그리고 바로 이틀 뒤인 1월 3일.

베이징이 아닌 홍콩에서 유증상자가 발견되어 즉시 격리조치를 했으나, 증상자와 접촉한 사람 모두가 감염이 되었다.

지근거리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정도로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버린 상황.

1월 4일.

홍콩 당국은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시 비상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질병관리본부는 베이징 미확인 바이러스 대책반을 가동했으며,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 및 철도편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다.

그리고 오늘.

대만에서도 14명의 유증상자가 발견되어 격리조치 되었다.

중국 베이징 당국은 현재까지 총 163명이 감염되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그중 51명이 사망했고 나머지는 중증으로 분류되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 환자와 접촉한 670명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공식적인 발표는 이렇습니다. 물론 중국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요. 비공식적으로는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표한 숫자에 비해 최소 10배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러스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윤단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심각하네요. 163명이 감염됐는데 그중 51명이 사망했으면 치사율이 30퍼센트에 달하는 건데···.”

역대급 치사율을 자랑하는 스페인 독감도 10%를 넘지 않았었다.

항생제가 있음에도 치사율이 30%를 넘어간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나머지도 전부 중증 환자라잖아요.”

“대만과 홍콩에도 감염자가 나타났는데 우리나라도 위험한 거 아닙니까?”

“그러게요. 홍콩이 비상조치를 선언할 정도면 정말 위기 상황인가?”

어린 아들이 집에 있는 한서진이 특히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바이러스가 애 어른 가리면서 걸리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우리 지우도 위험한 거 아닐까요?”

자식이 있는 황민혁 차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주변국의 동향을 보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 딸애도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데 큰일이네요.”

“다행히 지금 유치원 방학 기간이라 집에만 있긴 한데···.”

“저희 애도 학교가 방학이라 학원만 다니기는 합니다. 이거 과외로 돌려야 하나.”

나는 두 학부모의 걱정을 잠시 지켜보다가 말했다.

“아직까지 한국에 유증상자가 있다고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분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발병했던 사스나 메르스가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사그라들면 좋겠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는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저는 지난달부터 이 바이러스에 대해 조사해왔고, 여타 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른 전염력과 치명률을 가지고 있다는 게 확인되었어요.”

우리 직원들의 표정도 내 목소리에 따라 진지해졌다.

그럼 바이러스에 대한 충분한 경각심을 주었으니 이제 기대감을 심어줄 차례이다.

“대신 이 바이러스 하나로 향후 산업 판도가 바뀔 겁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벌여온 모든 사업이 이 바이러스의 확산 이후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내 말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람들의 표정에 긴장과 함께 묘한 흥분이 어렸다.

위기는 누군가에게는 기회이다.

똑똑한 사람들이니 바이러스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금방 계산이 될 것이다.

이준호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사장님이 마스크 공장을 인수하신 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 거대한 팬데믹이라면 마스크를 일 년만 팔아도 평생 벌 돈을 다 벌겠네요.”

황민혁은 다른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 저희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팬데믹이 일어나면 콘서트도 못 열 텐데요. 아, 물론 아직 세나가 콘서트를 할 만큼 팬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좋은 지적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팬데믹 상황 아래서 엔터 산업의 수익은 한계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만남이 제한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온라인 쪽을 뚫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서버실을 증축한 것도 이런 맥락이에요.”

나는 빙긋 웃으며 파워포인트를 넘겼다. 미디어 사업 계획이 주르륵 떠올랐다.

온라인 팬 사인회. 온라인 콘서트 등 플랫폼을 만들어서 서비스한다.

온라인이기 때문에 거리 제한이 없어져서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으며, 더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해외 시장 진출도 용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연예인의 스토리이지요.”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오년 동안의 무명 생활을 견뎌낸 세나같은 가수가 등장한다면 사람들은 분명 그 이야기에 환호할 겁니다. 그러니 차장님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세요.”

황민혁이 감탄했다.

“역시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내가 세운 계획을 들을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처음의 불안감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디어 쪽으로 발을 넓히려고 합니다. OTT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나중에는 e-스포츠 쪽으로도 손을 댈 겁니다.”

OTT(Over The Top)  서비스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어디서나 미디어 콘텐츠를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한국은 아직 정식으로 서비스하는 곳이 없어서 친숙하지 않은 개념이지만, 미국에서는 넷플렉스라는 기업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넷플렉스가 조만간 한국 시장을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데 그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

황민혁 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사람들이 집에만 있으면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겠지요. 사장님이 준비를 많이 하셨네요. 그럼 콘텐츠는 어떻게 수급하실 생각입니까?”

“네. 스튜디오 라이언과의 계약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겁니다. 이미 시나리오도 몇 개 뽑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에는 캐리온의 3번째 부캐, 오리온 작가가 나섰다.

곡을 만들어냈을 때처럼 수천만 개의 시나리오를 분석해서 가장 대중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발굴되지 않은 괜찮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직접 컨택을 하여 사전계약을 하고 있다.

내 말을 들은 황민혁이 지적했다.

“그런데 아직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단계면 콘텐츠 제작까지는 한참 남은 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콘텐츠 제작이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에 당장 결과물을 보기는 어렵겠죠.”

나는 말을 마친 뒤 리모컨을 조작하여 PPT를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그리고 그 페이지에는 제일 ENM의 로고가 크게 박혀 있었다.

“그래서 먼저 제일 ENM과 콘텐츠 생산 및 유통 계약을 체결할 겁니다. 그렇게 기반을 다지고 지상파 방송국에도 컨택을 해봐야지요.”

제일 ENM이 나오자 사람들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다들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아는 것이다.

하긴 제일 ENM이 윤단아를 대놓고 공격했고 그 때문에 한바탕 했으니 모를 수가 없다.

“아, 제일 ENM이요···.”

“제일 ENM은 확실히 영화 강국인데다 케이블 채널도 보유하고 있으니, 계약만 할 수 있다면 좋긴 한데···.”

당찬 윤단아가 대놓고 물었다.

“그런데 이정혁 사장님을 설득할 수는 있나요?”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다만 윤단아 씨가 도와주셔야 합니다.”

“제가요?”

윤단아까지 부른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시선이 윤단아에게 쏠렸고 나는 서류봉투에서 사진 여러 장을 꺼냈다. 윤단아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사진을 넘겼다.

“클럽인 것 같은데···. 다들 어디서 한 번씩 본 얼굴들이네요. 해연건설 삼남, 천하그룹 손자, 어머 삼연방직 사위까지 있네.”

“재벌 3세들의 마약 파티 현장입니다. 여기에 이지훈도 있었지요.”

한번 마약을 맛본 이지훈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친구들까지 불러 마약 파티를 하고 있는 정황을 캐리온이 파악했다.

재미교포 딜러에게서 마약을 구입한 정황에서부터 재벌 3세들이 직접 마약을 하고 있는 모습까지. 모든 자료가 준비된 상황이다.

내 뒷조사 실력을 경험해 본 윤단아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 솜씨는 여전하시네요.”

일주일 동안 캐리온이 조사한 자료이다. 이번에 오백억을 갈아 넣은 보람을 느꼈다.

엔간한 건물에 있는 CCTV에서부터 클럽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몰래 설치된 몰래카메라까지. 캐리온의 손길이면 뚫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사진을 보던 윤단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정작 이지훈은 안 보이는데요?”

“그건 제가 따로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전에 사용할 곳이 있거든요. 일단 다른 재벌들의 증거만 풀어서 이지훈을 압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아 이해했어요. 그럼 그 부분만 먼저 새로운 콘텐츠로 마련하죠. 먼저 미국으로 가서 이 딜러라는 사람을 만나봐야겠어요.”

확실히 나와 한번 일을 해봤던 사람인 만큼 내가 뭘 하려는지 금방 알아챈단 말야.

“티켓은 제가 끊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좋은 영상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와 윤단아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마주 잡았다.

*

현재 윤단아는 대형 스트리머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지난번 내 스캔들이 터졌을 때 진상을 밝히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김우영 자살 사건 때 전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그때 유입된 구독자만 하더라고 백만 명을 훌쩍 넘는다. 대부분의 팬들도 그때 유입된 사람들인 만큼, 지금의 윤단아는 이지훈과 이정혁이 키워준 거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오늘은 윤단아가 동영상을 업로드하기로 한 날.

나는 오랜만에 집으로 찾아갔다. 사직서를 내자마자 뛰쳐나왔으니 벌써 한 달만인가.

회사에 가봤자 안 만나줄 게 뻔해서 그냥 바로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는 내 손에는 이지훈의 얼굴이 나온 사진 한 장이 들려있었다.

“아버지가 이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하셔야 하는데.”

나는 피우던 담배를 끄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협상을 하러 가볼까.”

그리고 내 입에는 어느새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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