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8화 (18/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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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내가 이건우의 몸에 들어간 후, 캐리온을 가장 많이 활용한 분야는 투자였다.

또한 캐리온은 지금까지 내가 명령하지 않아도 네트워크를 휘저으며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들을 끊임없이 축적해왔다.

그렇게 캐리온이 쌓아온 데이터들은 어느새 나름의 빅데이터화가 되어, 단순히 주식이나 파생상품의 예측뿐만 아니라,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크립토 시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크립토 시장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왜냐하면 암호화폐는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화폐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암호화폐의 경우 가격 변동률이 굉장히 높지만,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단타로도 충분히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이미 시총 800조가 넘는 거대한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였으며, 비트코인의 무서운 성장세에 힘입어 다른 암호화폐도 하나둘씩 그 규모를 늘려가고 있었다.

캐리온이 추천한 코인도 그런 코인 중 하나였다.

[시바코인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시바코인?”

처음 들어보는 코인의 이름에 검색을 해보니 시바견 얼굴이 그려져 있는 코인이 나왔다.

귀여운 댕댕이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시바코인은 화폐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장난으로 만들어진 암호화폐이다.

진짜 화폐처럼 거래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트코인과는 달리, 암호화폐 시장을 풍자하기 위해서 만든 실험용 화폐인데, 재미있는 것은 공급 정책이 무제한이라는 것이다.

공급량이 많으면 가격은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당연하게도 시바코인의 가격은 무척 저렴하다.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의 가격과 비교하자면 1/1000도 안 되는 수준인 200원 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다.

그것도 얼마 전 200원대로 오른 것이지, 발행 초기에만 해도 5원, 10원 하고 있었으며 개발자도 시바코인이 돈벌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그런데 캐리온이 왜 이런 코인을 나에게 추천해줬냐고?

[일론 머스크가 작년부터 꾸준히 시바코인에 관심을 보입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라는 거물에 의해 시바코인이 떡상할 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의 CEO이며, 세계 제일의 부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작년부터 시바코인에 관심을 가지며 트윗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 번이라면 그냥 흥미라고 볼 수 있지만, 시바코인과 관련된 트윗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심지어 미국 예능에 나가서 시바코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시바코인의 가치는 폭등하기 시작했고, 10원에 머물던 시세가 20배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저 그런 코인이 되어 폐지되었을 시바코인이, 지금까지 거래가 되는 이유는 전적으로 일론 머스크에게 있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는 시바코인을 더욱 떡상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가 시바코인으로 테슬라 결제를 허용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테슬라가 암호화폐를 결제 시스템에 도입한다고? 확실해?”

[확실한 경로로 입수한 정보입니다. 이 주 전에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트위터에 테슬라가 시바코인을 받아들이면 좋겠냐는 투표를 올렸습니다.]

[물론 해당 트윗이 올라간 후 시바코인의 시세가 67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

역시 일론 머스크. 괴짜 천재라더니 행보가 심상치 않다.

[그리고 얼마 전 물밑으로 테슬라의 지하 네트워크에 접속한 결과, 실제로도 테슬라 내부에서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메타(META)에 대한 규제를 생각했을 때, 일론 머스크의 행보는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왜 일론 머스크는 시바코인을 선택한 것일까? 나는 캐리온이 정리해 준 자료를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암호화폐는 국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자산이다. 미국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피하려는 방법으로 선택될 만큼.

그럼 어째서 기업이 나서서 그 훌륭한 암호화폐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일까?

바로 미국 정부에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얼마 전 메타가 암호화폐 사업을 하려고 했었는데, 미국이 정부에서 그것을 막았었다.

규제법을 제정하여 메타의 사업에 철퇴를 내리친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일론 머스크는 앗 뜨거라 했겠지.

친구가 직접 암호화폐 사업을 하려다 망했는데, 선뜻 발을 들이밀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암호화폐가 가진 장점들을 이대로 포기하기는 너무 아까울 것이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시중에 나온 암호화폐를 쓰면 되지.’

먼저 암호화폐 중 가장 유명한 건 비트코인.

하지만 비트코인은 전송속도도 느리고 수수료도 커서 불편하다. 그리고 워낙 규모가 크기에 일론 머스크가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속도도 빠르고 수수료도 낮은 데다, 버려질 대로 버려진 시바코인을 쓴다면?

금융시스템의 문제도 피하고, 미국의 규제도 피하고, 화폐 가치 하락도 방어할 수 있다. 와우!

오히려 미리 시바코인을 선점하고 시세 차익을 이용한 이득을 생각할 수 있겠지.

모르긴 몰라도 일론 머스크도 아마 시바코인에 무진장 많이 투자했을 것이다.

물론 시바코인의 공급량이 무제한이라서 가격 변동성이 크지만, 일론 머스크쯤 되는 사람이면 그 문제는 알아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이 정보를 가지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이게 웬 떡이냐.”

캐리온이 몸값이 비싸서 그렇지 성능은 확실하다. 딱 필요할 때에 이렇게 고오급 투자 정보도 물어오고.

멋대로 오백억이나 가져다 쓴 것은 조금 배 아프기는 했지만, 시바코인이 대박이 난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다. 흐흐.

투자 방향이 정해졌으니 이제 구체적인 투자 계획만 짜면 된다.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확인했다.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유산을 합하면 일단 현금으로만 삼백억 가량 들고있다.

물론 마스크 공장을 인수 자금은 뺀 금액이다.

주식과 미술품을 팔 수는 없지만 그걸 담보로 대출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걸 담보로 잡으면 적어도 수백억은 우습게 나오겠지.

수백억의 대출을 받으면 이자가 어마어마하겠지만, 어차피 이번 투자는 단기로 치고 빠질 것이다.

2000%의 수익이 보장되어있는데 그 정도 이자는 낼 수 있다.

다음으로 나는 시바코인의 시세를 확인했다. 거래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대략 200원에서 300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내가 가진 돈을 다 풀면 시장에 나와있는 시바코인을 거의 다 쓸어 담는 수준이 된다.

현재 시바코인에서 가장 유명한 지갑은 DH5라는 놈인데,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367억의 시바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두 배 정도를 가지고 올 계획이다.

물론 한 아이디로 시바코인을 모두 매수하면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챌 게 뻔하니 캐리온에게 미리 계좌를 여러 개 만들어놓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캐리온. 마스크 공장을 인수할 금액만 남겨두고 전액 시바코인에 투자해.”

[알겠습니다.]

명령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캐리온이 매수 체결을 시작했다. 나는 마른세수를 했다.

‘내가 수백억을 코인에 쏟아붓는 날이 오다니.’

오십 억을 MC 소프트에 전액 투자했을 때만 해도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긴장감이 올라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캐리온은 투자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내가 할 일은 일론 머스크가 발표하기를 기다릴 뿐.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시바코인의 상용화를 발표하기만 한다면,

‘흐흐흐.’

내 시바코인은 화성까지 올라갈 것이다.

*

시바코인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난 후 나는 다음 사업 계획에 몰두했다.

먼저 미디어 쪽의 핵심은 스튜디오 라이언과의 계약이다. 이 부분은 다행히 할아버지가 도움을 주시기로 했다.

아직 우리 회사에 법무팀이 없기에 제일 그룹에서 나온 변호사들이 5년짜리 외주 계약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은 제약.

바이오 제약 산업은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구상하고 있는 마스크 공장도 제약 사업의 일부이다.

제약은 단순히 약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약국에 가보면 약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음료나 화장품, 보조제 등을 같이 파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제약 회사에서 만든 제품들이다.

일례로 동하제약은 박가스 음료를 파는 것에서 시작했고, 광서제약도 식품 브랜드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정도이다.

그리고 KW 코퍼레이션 산하의 KW 제약은 먼저 의약외품, 그러니까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취급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마스크 공장부터 지어야한다. 하지만 마스크 공장을 신축할 시간은 없다.

일단 공장을 짓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식약처에서 마스크 제조 기술을 인증받기 위해서 통상 3개월이 걸린다.

물론 말이 3개월이지, 정부에서 절차를 지키느라 일이 늦어지는 건 종종 있는 일이기에 최대 1년까지 걸린다고 보면 된다.

지금 캐리온의 예측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한 달 뒤에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마스크를 생산해야 한다.

그래서 마스크 기술을 가진 공장을 인수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캐리온은 적당한 마스크 공장을 물색했다.

[마스크 공장 인수 명단을 제출합니다.]

[이건우 님이 말씀하신 조건에 따라 총 다섯 곳을 추렸습니다.]

[그중에서 ‘JS생활건강’을 추천합니다.]

나는 캐리온이 추천해준 회사를 훑어보았다. JS생활건강은 화성에 있는 공장인데 딱 내가 관심있는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소독용 알코올과 손 소독제도 생산하네.”

[네. 그리고 후보 중 가장 큰 공장인 데다 주변에 여유 부지도 있어서 새로운 설비를 증축할 수 있습니다.]

입지도 수도권에 있고 규모도 딱 좋다.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빠르게 전국으로 용품들을 유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공장에 부채가 좀 있다는 것. 그것까지 떠안으려면 예산을 오버해야겠지만, 이 정도는 충당할 수 있는 범위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공장의 매입가를 후려치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JS생활건강에 대한 조사자료 맨 뒷장에 첨부문서가 붙어있다.

<기계설비 부풀려 비자금 조성>

<화성공장 리모델링 허위 계약>

이것 봐라. JS생활건강도 필승기획과 다를 게 없는 놈들이었구만.

마지막에 첨부된 서류는 JS생활건강이 지금까지 해온 비리를 쭉 뽑아온 것이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걸 가지고 얼마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

협박과 갈취는 어느새 내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가 되었다.

이제 이걸 가지고 얼마나 가격을 후려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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