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1화 (1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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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어담는 인공지능(2)

첫 번째로는 주식 단타.

‘일단 단타로 돈을 불려야겠어.’

요즘 증권이나 투자자들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주식을 거래한다. 단타 특성상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이걸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편하기 때문이다.

일명 알고리즘 트레이딩.

주식 매매를 위해 필요한 네 가지 기술, 경험, 노하우, 정보를 머신 러닝으로 빅데이터를 학습시킨 다음 주식 매매에 활용하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사람이 할 수 없는 속도와 주기를 바탕으로 매매를 지속할 수 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거래할 수 있으며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정확하게 기업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건 일반 인공지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캐리온이 누군가.

현존하는 최고의 강인공지능이자 인간을 초월한 성능을 가진 나의 역작이다.

캐리온에게 과거의 빅데이터를 학습시킨 다음 자동으로 트레이딩을 시키면 된다.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전문가보다 더 노련하게 투자를 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단타로는 부족해.’

주식의 일일 가격 변동률은 높지 않다. 물론 코인 같은 가상화폐야 가격의 변동 폭이 크니 잘 노리면 하루에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겠지만, 나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봐서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필수.

바이러스가 한국에 상륙하기까지 내게 남은 시간은 고작 두 달뿐.

두 달 동안 최대한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이 바로 종목 투자.

좋은 종목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빠르게 알아내고 적절한 종목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겠지.

뭐, 캐리온이 있으니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걱정 없다.

캐리온에게 맡기기만 하면 회사의 내부자들만 알 수 있는 정보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주식 종목 속에서 유의미한 종목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고민했다.

‘단기간에 크게 변동할 수 있는 종목이라.’

고민 끝에 게임 관련주와 제약바이오 주식을 선정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때 가격이 크게 오르는 종목이니만큼 변동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 바이오의 경우 저평가되어 있다가 신약 개발을 터뜨려서 한 방에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경우가 많다.

“캐리온. 게임과 제약 바이오 관련주의 동향을 체크하고, 특이점이 있으면 분석해서 리포트 보내줘.”

[알겠습니다.]

캐리온에게 조사를 시킨 후, 나는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최신형 모니터 여덟 대가 연결된 나만의 작업실.

연구소장으로 있을 때보다는 못한 환경이었지만 프로그램 개발 같은 간단한(?) 작업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오랜만에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내 역작 캐리온이 마지막 프로그램이었고, 그 이후에는 캐리온 관리와 생물학 무기 프로젝트에만 몰두했다.

이렇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먼저 증권사에서 제공해주는 트레이딩 API를 받고 오픈소스 사이트에서 소스를 따왔다.

트레이딩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니 구조부터 파악하자는 심산이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데이터를 모아 알고리즘 구조를 파악한 다음, 나만의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흘 밤낮이 흘렀다.

직원들은 내가 사장실에 틀어박혀서 뭘 하나 궁금해했고, 커피잔과 담배꽁초가 책상에 수북이 쌓일 때쯤 프로그램의 기초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 캐리온 또한 조사를 마쳤다.

[게임, 제약 바이오 관련주에 대한 조사를 마쳤습니다.]

컴퓨터로 엄청난 양의 자료가 쏟아졌다.

···또 일이 늘었군.

[이건우 님의 바이오 리듬이 불안정합니다. 휴식을 권고합니다.]

휴식이 필요한 나와 달리 캐리온은 쌩쌩하기만 했다.

“고마워. 이 프로그램 마무리를 부탁해.”

뼈대는 내가 세웠으니 캐리온이 살을 채우고 가다듬을 차례이다.

나는 프로그래밍의 마무리를 캐리온에게 맡긴 다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소파에 잠시 누웠다. 그리고 그때 윤단아가 회사로 찾아왔다.

*

오늘도 윤단아는 무척이나 깔끔했다.

잔머리 하나 없이 깔끔하게 올린 머리와 골반에 딱 달라붙는 펜슬 스커트는 그녀의 빈틈없는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사장실에 자욱하게 깔린 담배 연기를 맡는 순간 그녀의 빈틈없는 표정에 균열이 생겼다.

“사장님, 왜 이렇게 연락이···콜록콜록. 아니 담배 연기가 뭐 이렇게···.”

그녀는 기침을 하며 황급하게 창문을 열러 달려갔다.

나는 한참을 콜록대는 윤단아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물었다.

“연락도 없이 여기는 갑자기 무슨 일이예요?”

윤단아는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하며 대답했다.

“연락이 없기는. 그동안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이건우 씨··· 아니, 사장님이 안 받았잖아요.”

“아 미안해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신경을 못 썼네.”

한 번 프로그래밍에 몰두하면 주변은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었다.

캐리온에게도 중요한 일이 아니면 알아서 처리하라고 해뒀기 때문에 알람이 오지 않았나 보다.

윤단아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소속 크리에이터에게 관심은 있는 거예요?”

나는 뜨끔 했지만 황급하게 둘러댔다.

“당연하죠. 앞으로 매니징 방향까지 다 생각해뒀습니다. 일단 자리를 좀 옮길까요?”

“그래요.”

아무리 환기를 시켜도 사흘 동안 방에 밴 담배 냄새가 빠지질 앉아서 결국 바로 앞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당이 떨어진 나는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프라푸치노를 시켰고, 윤단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윤단아가 먼저 물었다.

“회사는 어때요? 입지는 좋은 것 같은데.”

이번이 인수한 필승기획은 삼성역에 근처에 있는 작은 건물에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만은 어떤 회사에 꿀리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네, 마침 좋은 직원들이 있어서요. 사명은 제 이름을 따서 KW 코퍼레이션으로 지었어요.”

“미디어나 엔터가 아니라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제일 ENM에 몸을 담고 있었고, 마침 인수한 회사도 기획회사이다.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나갈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만 나는 고작 엔터테인먼트에만 머물 생각은 없다.

KW 코퍼레이션은 시스템이 존재하는 모든 영역을 건드리는 잡식 기업이 될 곳이다.

“사명이 중요한 건 아니지요. 윤단아 씨 케어는 확실하게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맙시다. 재판 준비는 잘 돼 가요?”

“네. 캐리 씨가 딱딱한 면이 있기는 해도 일은 잘 하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자료를 어떻게 찾아내는 건지···.”

재미교포 온캐리 변호사는 일을 척척 해내고 있었다

말투는 조금 딱딱하지만 일 처리는 잘 한다고 만족했으며, 특히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게 프로답다고 했다.

나보고 혹시 뒷조사를 맡긴 게 이 변호사냐고 물었을 때는 뜨끔했다.

어떻게 알았지. 역시 여자의 감은 날카롭다.

“캐리 변호사 덕분에 재판에서 무혐의가 아닌 무죄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재판이 끝나고 캐리 변호사에게 일을 맡길 수 있을까요?”

“뭐, 그건 어렵지 않은데 왜요? 이 재판 말고 또 변호사가 필요한 일이 있으신가요?”

윤단아가 방긋 웃었다.

“양소희 그년을 가만히 둘 순 없죠. 무고죄로 고소해서 민증에 빨간줄 좀 그어주려고요. 아, 참고로 저는 합의같은 건 안해요.”

여자가 한이 맺히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낀다더니. 윤단아의 웃음이 무척이나 무서웠다.

“그런데 캐리 씨 말로는 한국에 못 들어온다던데 그게 무슨 말이지요?”

“아”

깜박하고 있었다. 캐리온은 프로그램이니 당연히 법정에 출두할 수 없다.

이쪽 일을 맡아서 할 한국 변호사를 따로 선임해야 한다.

“캐리 씨가 워낙 유명한 변호사다 보니 미국에서 할 일이 많을 겁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이런 건 소속사가 있으니 편하네요.”

“이제 일 얘기로 넘어가지요. 윤단아 씨는 앞으로 우리 회사 차장님이 맡아줄 겁니다.”

윤단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사장님은요?”

“저는 다른 일도 해야지요. 황민혁 차장님이라고 유능하신 분이에요.”

“황민혁?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윤단아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물었다.

“황민혁이라면 MYP 엔터에 있던 실장님 아닌가요?”

이번에는 도리어 내가 놀랐다.

“아는 분입니까?”

“뭐, 이쪽에서는 유명하신 분이니까. 일로 몇 번 연락하기도 했어요. 아마 폰에 번호도 저장되어있을걸요?”

황민혁 차장. 내 생각보다 훨씬 유명한 사람이구나.

괜히 제일 ENM에서 스카우트해가려던 사람이 아니었다.

윤단아는 아까보다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황 실장님을 데려오다니 사장님도 능력이 좋으시네요. 그분이라면 믿고 갈 수 있죠.”

그때 윤단아가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런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제일 그룹 회장이 될 거예요?”

“푸웁”

나는 하마터면 먹던 커피를 뱉을 뻔했다. 아니, 이 여자는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야?

하지만 뭐, 내 행보를 보면 윤단아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아버지인 이정혁 사장은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제일 ENM을 나오면서 아버지의 울타리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같은 분야의 회사를 설립하여 경쟁하려고 한다.

누가 봐도 장남이 욕심을 내며 아버지를 견제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내 목표는 조금 다르다. 나는 제일ENM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글쎄요. 남이 먹던 밥에는 관심이 없어서 말입니다. 이왕 할 거면 KW 코퍼레이션의 회장이 돼야지요.”

윤단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게 더 매력 있네요.”

*

윤단아와 대화를 끝낸 후, 며칠 밤을 새서 너무 피곤했던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하루를 꼬박 자고 나서야 나는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어흐. 잘 잤다.”

겉보기만 재벌 3세에다 회사 사장님이지, 지금 나의 생활은 연구소에 있을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밤새워 연구하다가 간이침대에서 쪽잠 자고 일어난 다음 다시 연구하기.

그야말로 도돌이표 같은 생활이었지만, 다행히 캐리온이 있는 덕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나는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모니터 여덟 대 모두에 주식 차트가 올라와 있는데 자동으로 매도와 매수가 체결되고 있었다.

“뭐야. 벌써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다 만든 거야?”

[6시간 전에 완성했습니다.]

“그래 너 잘났다.”

캐리온의 능력은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될 정도로 감탄이 나왔다.

트레이딩 프로그램 구조를 뜯어보던 나는 정교한 수식에 감탄했다.

흔히 주식에서는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한다.

트레이더가 판에서 수십 년 굴러가며 얻은 노하우를, 캐리온은 빅데이터 학습을 통해 순식간에 습득하고 프로그램으로 녹여냈다.

내가 대충 짜놓은 얼개는 구멍을 찾아볼 수 없는 촘촘한 그물이 되어 나타났다.

또한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다.

한순간에도 수억이 왔다 갔다 하는 거래를 보자니 나도 가슴이 철렁 떨어질 때가 있는데, 캐리온은 정확한 시점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다만 주식에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할 때 5억 미만의 거래만 가능하다. 그래서 수익이 엄청나지는 않지만, 가상화폐의 경우는 좀 달랐다.

“와 벌써 이렇게 많이 벌었다고?”

[아직 실험 초기 단계입니다. 더 많은 경험치를 학습할수록 수익이 오를 수 있습니다.]

돈을 놓고 돈을 버는 격이라더니.

연구소에 있을 때는 체감할 수 없었던 돈이 눈앞에서 오가는 것을 보자 내가 재벌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앞으로는 이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돈을 만지게 되겠지?

“6시간마다 보고하고 북경 바이러스 상황도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줘.”

[알겠습니다.]

주식 단타는 캐리온에게 완전히 맡기고 나는 손을 뗐다. 이제는 다른 일에 집중할 차례이다.

나는 태블릿을 들고 캐리온이 정리한 자료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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