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10화 (1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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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어담는 인공지능(1)

연봉 협상이 끝나고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해졌다. 나는 실무를 담당하는 황민혁 차장과 이준호 과장을 불러서 회의에 들어갔다.

KW 코퍼레이션에 소속된 아티스트는 세 명이다.

내가 데리고 온 크리에이터인 윤단아.

필승 기획 소속 가수로 있던 박세나.

배우 지망 연습생인 장원준.

먼저 윤단아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내가 사장이 됐으니 윤단아를 관리하는 업무도 아래 직원에게 맡겨야 한다.

“차장님. 크리에이터를 관리해본 경험은 있으신가요?”

“네. 예전에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닐 때 관리해본 적 있습니다.”

“그럼 잘됐네요. 윤단아 씨는 차장님이 매니징해주세요.”

“따로 주의할 점이 있습니까?”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고집이 있는 편입니다. 그러니 일할 때 아티스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세요. 그것 때문에 저희와 계약한 거거든요. 지금 뉴튜브에 새로운 코너를 기획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자료는 제가 넘겨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그다음 소속 가수인 박세나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박세나 씨는 저희와 계속하겠답니까?”

박세나. 예명 세나는 원래는 ‘블루벨벳’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리더였다.

당연히 그룹은 망하고 리더인 세나만 남아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21살에 데뷔해서 무명으로 활동한 지 5년 차.

벌써 26살로 연예계에서는 다시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있는 나이였다.

지방 축제 같은 행사 위주로 돌고 있는데, 필승 기획에서는 정산도 제대로 안 해줘서 생활고를 겪었다가 이번에 내가 한꺼번에 정산을 해줬다.

“네. 다시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무명인만큼 인지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자료를 보니 솔로 1집을 내고 2년이나 쉬었더군요.”

블루벨벳으로 싱글 하나, 앨범 하나를 내고 해체된 후, 솔로로 싱글 1집을 내었다. 이후에는 기존의 곡들로 행사를 뛰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예. 인기도 없는 데다 아무래도 곡을 받는 데에도 돈이 만만치 않게 들다보니··· 전 사장님이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당장은 박세나가 지방에 행사를 뛰러 가 있어서 직접 만나지는 못 했지만 활동 영상으로 대략적인 실력은 파악한 상태이다.

물론 내가 아니라 캐리온이 분석해줬다.

캐리온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댄스를 하면서 안정적인 보컬을 소화할 수 있는 댄스 가수로서 실력 자체는 괜찮다는 평가였다.

실력이 없다면 모를까, 실력도 있고 열정도 있는데 마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곡은 제가 어떻게든 받아오겠습니다. 차장님과 과장님은 세나 씨를 어떻게든 띄울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주세요.”

“알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을 하는 황민혁 차장의 눈빛에 열기가 맴돌았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나 보다. 나는 그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에···그리고 배우 지망생이 있군요.”

배우 지망생 19살 장원준. 별다른 프로필은 없다.

소속 가수도 방치하는 판국에 연습생은 어련히 잘 케어했을까마는,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장원준 씨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내 질문에 두 사람은 눈을 데굴데굴거리더니 이준호 과장이 말했다.

“장원준 씨는 요즘 열심히 연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정상적인 대답이 나와서 나는 조금 놀랐다.

“연기 연습이요? 어떤 학원에 다니고 있나요?”

그러자 이준호 과장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그게, 유 선생이라고···.”

“네?”

“유, 유튜브를 보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잠깐 정적이 흐른 후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아니, 잠깐만요. 그럼 가수도 보컬 트레이닝을 안 받고 있나요?”

내 물음에 차장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럴 돈이 어딨습니까. 그냥 코인 노래방 가서 연습이나 하는 정도이죠.”

코, 코인 노래방···.

나는 이 회사의 근본 없음에 황망해졌다. 괜히 좆소기업이라고 하는 건 아니구나.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제 이름 팔아서라도 최고의 연기 선생님과 보컬 트레이너를 붙여 주세요. 돈은 얼마가 들든지 상관하지 말고요.”

그러자 황민혁 차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발품을 팔아서 최고로 모셔오겠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까지 하기로 하죠.”

나는 서류를 챙겨서 나가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서 물었다.

“그런데 소속 가수가 한 명밖에 없는데 어떻게 수익이 났습니까?”

이제 더이상 숨길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황민혁 차장이 말했다.

“전 사장님 친척이 다른 사업을 하셔서 그쪽 일도 맡았습니다.”

“다른 사업이요?”

“네. 무역업도 같이 했습니다.”

“···아, 무역.”

필승 기획. 여러모로 대단한 곳이었다.

*

회의가 끝나고 나는 사장실에 들어왔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장실에 어울리지 않은, 여덟 대의 모니터와 값비싼 컴퓨터 장비가 나를 반겼다.

마음 같아서야 어디 지방에 전용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싶었지만, 그건 수천억이 들어가는 일이니 아직은 무리였다.

그래도 회사 인수 금액을 후려친 덕분에 자금에 여유가 있었고 캐리온에게 고성능의 서버실을 제공해주었다. 덕분에 집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것보다는 백만 배쯤 나아진 환경이 갖춰졌다.

그리고 서버의 확충은 캐리온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가장 먼저 중단된 생물학 무기 프로젝트 연구를 개시했다.

북경은 지금 암암리에 미확인 바이러스가 퍼져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진으로 불리다가, 바로 어제 북경 보건당국이 감염병의 첫 사례를 보고했다.

“북경 미확인 바이러스의 추이를 반영해서 확산 시뮬레이션을 돌려봐.”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matics)는 감염병 예측 시뮬레이션을 가지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건 2009년에 유행한 신종플루를 예측한 것인데, 당시에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초기 감염자 수, 유동인구 패턴, 마스크 사용률을 변수로 확진자 수를 예측해 그래프로 제공했다.

실무자들이 예측에 필요한 변수를 모두 수치로 입력해야 하는 초창기와 달리, 십 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은 더 발전했다.

캐리온은 지리학적 및 인구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빅데이터 정보를 레이어링해서 미확인 바이러스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물론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는 있었다. 중증 통제병 환자인 중국이 미확인 바이러스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기에 실측 자료가 부족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캐리온은 확산 초기, 즉 통제가 가장 미흡할 때부터 자료를 모으고 있었고 덕분에 가장 근접한 시뮬레이션 값을 도출할 수 있었다.

먼저 북경에서 퍼지는 국지적인 전염병이 어떻게 인접 국가(특히 한국)로 퍼지는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다음, 사회 및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도록 시켰다.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며칠이 지난 후 캐리온이 말했다.

[시뮬레이션을 마쳤습니다.]

동시에 방대한 양의 자료가 컴퓨터에 업로드됐다. 파일 하나를 클릭해보자 온갖 전문용어로 점철된 글이 나타났다.

“······.”

이게 말이야 방구야?

다시 말하지만 나는 시스템 개발자이다.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니라.

이걸 다 읽어보려면 며칠 밤은 꼬박 새워야 했겠지만 다행히 유능한 캐리온은 비전문가인 나를 위해서 핵심만 딱딱 짚어서 알려주었다.

[북경에서 발발한 신형 바이러스가 한국으로 확산될 확률입니다. 초기 감염자 수, 잠복기, 유동인구 패턴 등을 변수로 분석한 결과 빠르면 두 달 안으로 한국으로 퍼질 것입니다.]

나는 날짜를 확인했다. 11월 29일이다.

그러니까 내년 1월에는 한국에도 끔찍한 바이러스가 들어온다는 말이다.

[신형 바이러스의 주요 증상은 발열과 발진으로 두창 바이러스와 증상이 비슷합니다.]

[북경에 있는 빅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3~7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발현됩니다. 증상이 발현된 후 사망률은 30%에 달했습니다.]

“······.”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사망률 30%?

사상 최악의 독감이라고 불린 스페인 독감의 치사율이 10퍼센트이였는데,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 북경에서 발발한 바이러스는 그 세 배인 30퍼센트에 달한다.

···대륙은 도대체 뭘 만들어낸 거지?

*

캐리온이 내놓은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놀라웠다.

먼저 북경에서 발생한 미확인 바이러스는 두창 바이러스(천연두)의 변종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창 바이러스면 보통 큰일이 아닌데.”

두창 바이러스는 WHO에 의해 박멸됐다고 공표된 바가 있으며, 그에 따라 백신 접종도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면역력은 0에 수렴한다.

캐리온이 추정한 감염자는 최소 이십억 명. 세계 인구수의 25퍼센트에 달하는 수치이다.

마치 전염병을 끌고 다니는 묵시록의 청기사가 떠오를 만한 대재앙이었다.

[포스트 바이러스 산업 구도에 대한 보고입니다.]

미확인 바이러스의 시뮬레이션에 대한 브리핑이 끝난 후, 캐리온은 곧바로 바이러스의 전파에 따른 산업 구도 변동에 대한 보고를 이어갔다.

[먼저, 여행 레저 항공 산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캐리온의 설명을 들으면서 자료를 읽었다.

먼저 바이러스의 전파로 인해 각 국가 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게 될 것이 자명했다. 당연히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확 줄겠지.

여행을 하는 사람이 줄어듦에 따라 항공편을 이용하는 사람도 급감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항공인 한국항공조차 주가가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이외의 중소기업은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혜를 입을 종목입니다.]

팬데믹 수혜를 입을 종목은 대표적으로 바이오, 미디어, 물류 산업이 있다.

바이오산업의 경우 백신 기술과 감염병 확산 예측 경보 시스템, 그리고 비대면 원격 진료가 활성화될 것을 예측된다.

또 사람들이 밖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집 안에서 즐길 거리라고는 미디어밖에 없다. OTT산업이나 콘서트를 가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실감 중계 서비스, 3D 영상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물류 및 교통망이 확충될 수 있다. ICT 기반 물류정보 통합 플랫폼이나 배송용 자율주행 로봇 등이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나는 캐리온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투자 리스트 목록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 수중에 있는 돈은 대략 60억’

이건우가 가진 개인 재산과 할아버지가 건네주신 자금을 합하면 대략 그쯤 된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저 기업들에 투자할 수 없다.

설령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저 산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업계에서 지배적인 포지션을 잡을 수도 없다.

그럴 바에는 이 돈을 다른 방법으로 불리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 캐리온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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