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3-3. 행동 개시 (11)
"에라이 시발!!"
먹통이 된 무전기는 아무리 만지작거려봐도 신호가 돌아오지 않았다. V는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치며 이어폰을 귀에서 뽑아 집어던져버렸다. 보안 장치나 비상 연락 수단도 멀쩡한 게 없었다. 대체 어느 틈에 망가뜨려둔 거지? 침입자는 용의주도하게 V와 그의 이리들을 고립시켜 제거할 계획을 세워놨음이 분명했다.
"쉘이 당했는데 맥도 아까부터 연락이 안 닿아. 론하고 반 이 새끼들은 뭐 말이 통하는 애들도 아니고... 안 좋아, 안 좋아, 시발 이건 존나 안 좋다고!"
V는 초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같은 자리를 빙빙 돌았다. 머리가 도무지 돌아가지 않았다.
"야 니들! 고치려면 아직 멀었어?! 빨리 어떻게 좀 해봐!"
V는 괜히 정비사들을 들볶으며 재촉했다. 하지만 이 정비사들은 부지런한 기계공들이 아니라, 그저 우므나티아의 청소부들을 수입해서 정비소에 가둬놓고 부려먹는 것일 뿐이라 이런 돌발상황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들은 옆에서 V가 무어라 짜증을 내건 표정에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하던 작업만 묵묵히 했다.
"씨...! 이게 다 그 망할 더벅머리 NPC 때문이야! 개자식...! 대체 왜 이렇게까지 남의 사업에 재뿌리고 다니는 거야?! 혼자서 조직을 상대로 어디까지 깝칠 수 있을 거 같아?!"
침을 튀겨대며 화를 내던 V는 재떨이에 꺾어둔 시가 담배를 홧김에 집어던지고 외투를 걸쳐입었다. 그는 정비소 시설의 뒷문 통로로 향하는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여긴 무전기고 뭐고 전부 다 먹통이니까 빨리 병원으로 가서 모두에게 알려야 해. 그 NPC 놈이 뭘 노리는 건지는 몰라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선은 이미 놈이 제 발로 넘었어. 우리 선에서 안 되면 조직에 손을 벌려서라도 처리해야 해. 알아들어?!"
"...."
정비사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수상한 수술을 받아서 목이나 혀가 망가진 탓인지, 아니면 조잡한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 칵테일을 과음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들은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하지를 못했다.
"니들 시발 밥버러지로 찍혀서 패티 되기 싫으면 빨리 보안시설들 고쳐놓고, 복구되는대로 애들한테 연락 넣어. 알겠냐?"
정비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거 따지고 있을 여유 따위 없었다. V는 엘레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뛰쳐들듯이 탑승해서는 닫힘 버튼을 마구 연타했다.
"시발 빨리 좀 닫혀!!"
덜커덩 끼이익!! 명색이 정비소로 쓰는 건물인데 정작 엘레베이터 정비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녹슬어 뻑뻑해진 엘레베이터 문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터벅터벅. 엘레베이터가 내려가고나자 V가 자리를 비키길 기다리고 있던 어느 침입자의 낯선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비사들은 작업을 멈추고 침입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멀쩡한 조명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어둑어둑한 복도 한 구석에서 검은 실루엣이 어슴푸레하게 아른거렸다. 찰나의 순간 황금색 안광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듯 했지만 정비사들은 그런 걸 기이하게 여길 만큼 온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였다.
터벅터벅. 복도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난 실루엣이 조명이 비추는 아래로 나아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루나칼립스 학원의 지도원 복장과 NPC의 복식 중 일부, 그리고 새카만 제복이 서로 적당히 타협보며 공존하는 옷차림을 한 사내였다.
정비사들은 말없이 침입자를 응시했다. 입은 가만히 있고, 눈도 맥없이 풀려있어도 손은 곧장 연장을 내려놓고 무기를 챙겨들었다. 그들 앞에 홀로 선 침입자... 에반 플루토는 정비사들 못지 않게 무감정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앞을 막지 마라. 날 방관한다면 너희는 특별히 부외자로 여기고 못본 체 해주겠다."
에반은 그렇게 말하고는 엘레베이터 문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 그러나 정비사들은 에반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의 앞을 막았다. 그들 중 한 정비사가 자신의 한쪽 팔을 감싸고 있던 보호구를 벗었다. 보호구를 벗긴 그 팔은 사람의 피부가 덮여있지 않고, 흉측하고 붉은 살덩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오염생물이었다.
꾸르륵!! 촤아아악!! 팔에 심겨져 있던 오염생물이 보호구가 해제되자 쭉 늘어나서 에반을 향해 뻗어나갔다.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지자 그 몸집이 순식간에 몇 배는 불어나더니 커다란 주둥이를 쩍 벌렸다. 안에는 뾰족한 이빨이 빈틈없이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오염생물은 에반을 한입에 집어삼키고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한 몸을 쫙 압축시켰다.
푹!! 푸샥!! 파직!! 에반을 삼켜서 씹던 오염생물 덩어리가 물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터져버렸다. 팔이 잘려나간 정비사가 오염생물을 다시 재생시키려 했지만, 시들어서 말라 비틀어져 더는 재생되지 않았다.
숙주인 정비사의 목숨이 붙어있는 이상 영양분을 계속해서 공급받기 때문에 이론상 오염생물이 시들리 없다. 그러나 그 이론을 깨버리는 미지의 힘에 의해 오염생물의 생명 활동이 강제로 중단되어 버렸다.
저벅저벅. 자신을 집어삼킨 오염생물을 산산조각 내버린 에반은 아무일 없었던 마냥 다시 엘레베이터를 향해 직진했다. 파삭!! 그가 검은 장갑을 낀 손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그림자가 돌풍을 일으켜 정비사를 햘퀴고 지나갔다. 풀썩!! 에반의 발톱에 당한 정비사가 일격에 쓰러졌다.
탕! 탕! 또 다른 정비사가 에반을 향해 유탄을 발사했다. 유탄을 무시하고 갈길 가던 에반은 역겨운 녹색 매연이 시야를 뿌옇게 하는 걸 발견했다. 정비사가 쏜 유탄은 우므나티아의 화학폐기물을 가공해 만든 물건이었다. 보통 사람이였으면 숨을 들이마신 순간 폐에 물집이 잡히고 기관지 점막이 녹았을 것이다.
휙! 에반이 정비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멋모르고 유탄을 계속 난사하던 정비사와 에반의 위치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자신이 뿌려놓은 유해 물질의 안개 한복판에 놓인 정비사가 목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치이익!! 살벌한 소리와 함께 그의 피부가 새빨갛게 변하면서 겉부터 녹아내렸다. 피부와 호흡기부터 녹아내리면서 독극물이 몸 전체로 파고드는 동안에도 정비사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조용히 죽어갔다.
"....."
혼자 남은 마지막 정비사가 말없이 에반을 보다가 뒤돌아 내뺐다. 에반은 그런 정비사를 보내지 않고 뒤쫓았다.
"기회를 줄 때 도망쳤어야지."
에반이 도주하려던 정비사를 붙잡았다. 그런데 정비사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하는 대신 자신도 에반을 꽉 붙잡았다. 꿀럭 꿀럭! 꾸르르륵!! 정비사의 몸이 물을 꽉 채운 물풍선처럼 기형적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자폭?"
퍼엉!! 정비사의 몸이 폭발하며 유독 가스와 산성 액체를 주변에 끼얹었다. 프시시시!! 금속으로 된 물건들은 전부 산화되어 녹이 슬었고, 튼튼하지 않은 집기들과 유리로 된 모든 물건들은 폭발의 여파로 박살이 났다.
영거리에서 자폭에 휘말렸던 에반은 하마터면 옷이 더러워질 뻔했다고 불평하고는 발밑에 끈적거리는 액체를 밟으며 엘레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에반은 엘레베이터의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
"빨리 좀 내려가, 빨리! 아오 이 고물 엘레베이터!"
다급해진 V는 엘레베이터가 내려가는 시간마저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엘레베이터가 느리다고 체감되는 게 아니라, 외부의 간섭 때문에 실제로 엘레베이터가 느려졌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쉘..."
V는 자신의 곁을 지켜온 동료 이리들을 떠올렸다. 허밋 쉘, 패티 맥, 울프 론, 오거 반. 그들은 지금쯤 이 건물 안에서 침입자들과 싸우고 있다. V를 지키기 위해.
"안 됐지만, 니들이 여기서 죽거나 거미줄에 걸리는 일이 있더라도 난 살아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분명 이해해주겠지."
상황이 상황이니까 라는 자기합리화를 곱씹으며 V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노려봤다.
"빨리 본진으로... 병원으로 가야만 해. 이보다 더 골치 아파지기 전에 그 놈을... 그 망할 NPC 놈을 어떻게든...!"
V가 눈을 부라리며 이를 갈았다. 그런데 지하 1층까지 내려가는 게 이렇게 오래 걸렸던가? V가 엘레베이터의 층수를 보니 여전히 2층이었다.
"아 왜 아직도 2층이냐고!! 빨리 쳐 내려가!"
V가 엘레베이터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치자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표시된 층수가 변했다. 2에서 3으로.
"뭐... 뭐야...?"
엘레베이터가 내려가다 말고 잠시 멈추더니 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고장이라도 났나 싶어서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봤지만, 엘레베이터는 지금까지 천천히 내려가던 속도와는 비교될 정도로, 그야말로 솟구칠 기세로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
[문이 열립니다]
안내음과 함께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정비사들을 모두 해치운 에반 플루토가 서있었다. V가 다급하게 닫힘 버튼을 연타했지만 엘레베이터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닫혀, 닫히라고, 시팔 왜, 왜 이러지... 오, 오지마 시발!!"
에반은 엘레베이터 안으로 유유히 걸어들어갔다. V가 헐레벌떡 구석으로 도망쳤다. 에반이 닫힘 버튼을 누르자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던 엘레베이터 문이 곧바로 닫혔다. 엘레베이터의 문이 닫힌 순간 '정상작동중' 이라는 초록색 글씨가 '고장수리중' 이라는 붉은색 글씨로 바뀌었다.
"너, 너, 너 이 새끼...! 날 건드린 이상 조직과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덥썩! 에반은 쥐뿔도 먹히지 않을 허세나 부리고 있는 V의 머리통을 움켜쥐고는 엘레베이터 벽에다 쳐박았다. 쨍강! 벽면에 붙어있는 거울이 깨지고, V가 풀썩 바닥에 쓰러져 나뒹굴었다. 에반은 쓰러진 V를 붙잡아 일으키고는 이번에는 반대편 거울에 쳐박아줬다.
쨍그랑!!
"크악!!"
털썩! V가 바닥에 뻗어버렸다. 맥없이 늘어져서 앓는 소리를 내는 V의 멱살을 붙잡아 들어올리자 그가 말했다.
"왜... 대체 시발 왜 날 이렇게까지 방해하는데...? 내가 너한테 무슨 원한 살 짓이라도 했냐고..."
"덜 맞았구나. 두 개밖에 없는 거울 다 깼는데 이번에는 뭘 깨부숴야 할까? 생각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이 쓸모 없는 머리가 좋으려나."
"으아아아악!! 자, 잠깐!! 아아아악!!"
에반이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으로 V의 양쪽 관자놀이를 꾹 누르자 V는 머리가 쪼개질 거 같은 고통에 비명 질렀다.
"자꾸 나더러 망할 NPC, 망할 NPC 그러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나 일단 사감대리거든? 니네 조직이 우리 애들한테 개짓거리를 하려 했잖아? 그런데 그래 놓고는 지금 나한테 왜 방해하냐고 따지고 있네?"
"끄아아악!!"
에반이 V의 머리를 쥐고 있던 손을 놓자 V가 바닥에 고개를 박고 신음했다.
"으으윽..."
"아직 안 끝났어."
"날 죽여봤자 아무것도 끝나지 않아."
"그러겠지. 나도 너같은 찌꺼기 하나 처리하자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야."
"뭐...?"
"니네 본진. 그 병원... 아니지 그 공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인형사. 그놈 제끼러 갈 거다."
"그, 그걸 어떻게...?"
"모를 줄 알았나? 사실 인형사 잡는 것도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이야. 그 다음으로는 V도 없애버려야지."
"나를 없애버려서 니가 얻는 게 뭐지?"
"뭔 헛소리야? V를 없앤다니까? 니가 아니라."
"헛소리는 니가 하고 있..."
"너 V 아니라는 것쯤이야 진작에 간파하고 있었다."
"무, 무슨...?!"
"뭘 놀라고 그래? 당연하잖아? 핵심 프로젝트를 쥐락펴락 하는 물주 양반이 일선에서 햄버거 가게 운영하랴 공장 관리하랴 바쁘게 발로 뛰겠어?"
"대단하군. 하지만 갈퀴날들을... 조직을 상대로 혼자서 맞서겠다 이 말이냐?"
"오늘내일하는 일개 범죄조직 주제에 뭔 거대한 악의 세력이라도 되는 줄 알고 자빠졌냐? 말했잖아. 갈퀴날들 따위 시작에 불과해. 나는, 우리는 더 큰 사냥감을 노린다."
"그게 뭐지?"
에반은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대고 쉿 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너는 상상도 못할 거다."
"그게 뭐가 됐건... 이렇게 대놓고 이리들에게 원한 산 이상 너도 네 학생들도 앞으로 무사할 수 없어!"
"니 걱정이나 해라. 자기도 원한 살 짓 밥 먹듯이 해놓고서는."
파츳! 치치지지직! 에반이 그렇게 말하자 엘레베이터의 조명이 꺼졌다. 어두워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되자 V가 패닉에 빠져 엘레베이터 구석으로 기어가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에반은 어둠 속에서 V를 구타하지도, 처리하지도 않았다. 부들부들 떨던 V가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엘레베이터 조명에 불이 다시 들어와 있었고, 에반은 온데간데 없었다.
정신이 멍해진 V가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띵! 안내음 소리가 들려서 올려보니 엘레베이터가 지하 1층에 도착해 있었다.
"돼, 됐다!"
어째서 에반이 놓아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뒤도 안 돌아보고 병원으로 토껴야 한다. 가서 인형사에게 에반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걸 간파하고 있으니 조심해서 상대해야 한다고 주의줘야만 한다.
[문이 열립니다.]
끼이이익!! 낡은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험악한 풍경이 그를 맞이했다. 흉터쥐 우두머리와 그 부하 시궁쥐들이 모여서 V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빠 보이시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나? 햄버거라도 쳐먹으러?"
"시, 시발...!"
탁! 탁! 탁! V가 다급하게 닫힘 버튼을 연타했다. 이번에는 엘레베이터 문이 정상적으로 닫혔다. 그러나 낡아서 녹슨 엘레베이터 문은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아주 느릿느릿하게 닫혔다.
"빨리, 빨리 쳐 닫혀!!"
조급해진 V가 닫힘 버튼을 마구 두드렸다. 텁! 흉터쥐 우두머리가 엘레베이터 문을 양손으로 잡더니 닫히던 문을 힘으로 열어서 벌려버렸다. 까가각! 와장창!! 찌그러진 문은 더 이상 닫히지 않게 됐다.
"내려."
흉터쥐 우두머리가 한 마디 하자 V는 조용히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서 어두운 지하 주차장으로 나왔다. 나와보니 주차장 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궁쥐들이 몇 명 더 보였다.
"나한테 할 말 없나?"
흉터쥐 우두머리가 V에게 물었다. V는 잠시 생각하다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시발, 시발, 씨발, 이 씨이발!! 이 폐급 새끼가! 폐공장에서 손질도 제대로 못해서 설탕 공장 보내놨더니 조직을 상대로 통수나 치고!! 미트볼 되기 싫으면 당장 대가리 박아!!"
V가 흉터쥐 우두머리를 마구 걷어차고 때렸다. 우두머리는 다른 시궁쥐들과 잠시 시선을 주고받은 뒤 말했다.
"설탕 공장에서 내 부하들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
"대체 뭔 짓을 했길래 그 덩치 산만한 놈들이 건어물 마냥 됐냐고."
"흠! 흠흠! 그 뭐냐, 그래. 고생 좀 많았지. 특히 흉터 니가 애들 관리하랴, 손질하랴, 땜질하랴 특히나 고생했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승진이다. 특별 승진을 했으니 넌 이제 이리야. 아, 너 평소에 이리 되서 조직 차릴 거라고 말했잖아? 짜식, 꾸준히 노력하더니 결국은 결실을 맺는구나, 축하한다 야."
V는 흉터쥐 우두머리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고는 팔을 둘러 어깨동무를 했다.
"너 이제 이리니까 이리의 품격에 맞게 행동해야겠지, 그치? 이번에 니가 근로 환경 관련해서 좀 세게 나갔던 거는 내가 조직에 잘 말해둘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응?"
흉터쥐 우두머리는 시궁쥐들을 보고 딱 한 마디 했다.
"야."
시궁쥐들은 다들 그 한 글자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우르르 몰려들어 V에게 손을 뻗었다.
"자, 잠깐...?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