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1화 〉3-3. 행동 개시 (5) (81/88)



〈 81화 〉3-3. 행동 개시 (5)

라쿠이르 산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공장에서는 고탄소 고분자 수용성 마력용해제, 업계 은어로 백설탕이라 불리는 물질이 무허가 생산되고 있었다. 공장의 중장비들이 뜨거운 증기를 뿜어댈 때마다 머리를 어질거리게 만드는 아지랑이들이 아른아른 피어올랐다.

그 아지랑이 틈새를 변변찮은 보호 장비 없이 돌아다니며 노역 중인 시궁쥐떼들의 얼굴에서는 도저히 표정이나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시궁쥐라기 보다는 일개미라 불러야 맞을 지경이었다.

치이잉! 공장의 문이 열리고 못 보던 시궁쥐 무리가 울상지으며 끌려들어왔다. 마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열악한 환경에서 장기간 혹사당하느라 이미 영혼 다 빠진 얼굴이 된 시궁쥐들과는 달리, 새로 들어온 시궁쥐들은 자신들이 어떤 연옥에 갇히게 될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지 절망감이 생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멍때리지 말고 빨리 빨리 들어가서 작업 시작해!"

백설탕 공장의 작업 관리반장이 호통치자 새로  시궁쥐들이 공장 안으로 몰려들어갔다. 그 광경을 본 시궁쥐들이 혀를 차며 말했다.

"신입이 들어왔어. 딱한 놈들 같으니라고. 이곳은 지옥인데."

"이번 놈들은 얼마나 버틸려나."

"처음에야 엄살 피우겠지. 그러다 비실비실해서 도움 안 되는 동료 몇 놈 갈려나가는 거 보면 이제 허리가 숙여지겠지."

"잠깐만... 저기 저 덩치는 왠지 낯이 익은데?"

"그러게. 얼굴에  흉터도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인데..."

눈에 띄게 큰 거구 장신과 인상 험악한 얼굴에  선명한 칼자국은 분명 흉터쥐 우두머리였다. 흉터쥐 우두머리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공장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잠깐! 저거 우리 두목이잖아!"

그를 알아본 시궁쥐들이 피로를 잊을 정도로 놀라서 한 걸음에 달려갔다.

"정말이다! 정말로 우리 두목이여!!"

놀란 건 흉터쥐 우두머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의 몰골에 경악했다.

"니들 꼴이 이게 뭐야?! 얼굴 알아보는데 한참 걸려서 '얘넨 뭔데 아는 척인가' 했잖아! 아니 대체 니들 못 본 사이에 뭔 일이 있었냐?!"

"두목 여기는 사람 쥐어짜는 곳이야. 짤 만큼 짜서 더 나오는 것도 없다 싶으면 갈려나가고."

"시벌..."

"두목 오해하덜 말어. 쥐어짠다느니, 갈려나가느니 그거  그만큼 지랄맞게 힘들다는 뜻이 아녀. 말 그대로 여긴 사람 쥐어짜고, 갈려나간다니께!"

“아니  얼마나 쥐어짜대면 허우대 튼실하던 놈들이 뼉다구만 남았냐?”

“우리 아녀. 폴이랑 알렉이  색깔 변하니깐 끌려가더니…”

“끌려가더니? 끌려가더니 뭐?”

“아 여태 말했잖어, 여긴 사람 쥐어짠다고! 피를 쫙 뽑아간데잖여!”

“뭐?! 피를 뽑아가?! 그래서 걔들 지금 어딨는데?! 설마 죽었어?!”

“어찌저찌 죽지는 않었는데 까딱하면 꼴까닥 숨 넘어가기 직전까지 갔지.”

“근데 안 그래도 오징어 같아서 못난 쌍판떼기였는데 아주 그냥 마른 오징어가 돼서는 왔다는겨!”

"갈퀴날들 이 씹새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래도 이제 우린 살았어. 아, 두목이 우릴 잊지 않고 이렇게 왔잖아!"

"역시 두목이야, 우릴 여기서 꺼내주러 왔구나!"

"아니, 나도 끌려왔다."

"잉...?"

농담할 컨디션 아니니 그러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흉터쥐 우두머리는 비통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기껏 생겨난 희망이 바로 꺾여버린 충격이 꽤나 컸는지, 아니면 믿었던 두목마저 이런 곳에 갇혀서 비통했는지, 시궁쥐들이 괴로운 표정을 했다.

"아니 이게 당최 머선 일이여! 금방 갈퀴날들헌티 인정 받고 떡하니 이리가  거라고 두목 분명 말했잖혀! 이제 이리가 되서 우리를 다 꺼내주러 왔잖어!"

"미안하게 됐다. 나도 그 동안 폐공장에서 하빠리짓만 계속 하다가 폐공장 문 닫아서 여기로 끌려왔어. 내가 순진해 빠졌지... 승진 따위는 없었어. 처음부터 쥐새끼는 이리가 될 수 없다고. 너나 나나 갈퀴날들 입장에서는 그냥 똑같이 쓰다 버릴 쥐새끼들이였을 뿐이야."

"그,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거의 살려달라는 거나 다르지 않은 애처로운 물음이었다. 걱정 말라고 큰소리 치기에는 대책이 없었고, 괜찮을 거라고 다독이기에는 이곳엔 괜찮은 요소라고는 정말로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흉터쥐 우두머리가 최선의 대답을 고르기도 전에 작업반장이 호통쳤다.

"빨리 빨리들 움직여! 그래가지고 할당량 채울 수 있겠나?! 거기 니들은 모여서 뭐하는 거야?!"

"윽! 두목 일단 따라와! 저  악독한 놈이 눈깔 흘기는 동안에는 걸리지 않는 게 상책이여! 우리 애들도 저놈 눈에 잘못 띄었다가 아주 뚜드려맞고 일감도 덤터기 썼지 뭐야!"

"뭐라고?!  쳐죽일 놈을...!"

"두목, 안 돼! 꿈도 꾸덜 말어! 저놈이 작정하고 갈퀴날들헌테 일러바치면 바로 헌혈하고 미트볼 되는겨! 퍼뜩 이쪽으로 와!"

흉터쥐 우두머리는 부하들의 손에 이끌려서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끝까지 작업반장을 노려봤다. 흉터가 선명한 험상궂은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를 눈치 챈 작업반장이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확성기에 대고 말했다.

"다들 들어라! 오늘은 쓸모없는 공장에서 밥만 축내던 쥐새끼들이 무더기로 들어왔다."

"저 새끼가..."

"신입이 잔뜩 들어왔으니 오늘부터 할당량을 늘린다. 그렇게 알아들 두고 빨리 빨리 일해!!"

"뭐, 뭐야!"

"안 그래도 3시간 잘까말까인데 더 늘린다고?!"

몸이 고되면 약간의 이간질만으로 의리건 우정이건 결속이 허물어지기 쉬워진다. 어차피 기사단의 후원금이 말라버리고, 맥스패티 직영점의 인육 거래 수입도 끊어져 버렸으니 백설탕 생산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쏙 빼고 이렇게 남탓으로 돌려놓으면 서로 싸워대니 반란 일으킬 걱정도 덜 수 있고, 신입들의 반항심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작업반장은 비열하게 웃으며 공장밖으로 나갔다.

"이런 썩을...!"

작업반장이 나가자 몇몇 시궁쥐들이 악에 받친 눈길로 흉터쥐 우두머리를 노려봤다. 흉터쥐 우두머리가 무시하려 하자 그들 중 하나가 소리쳤다.

"야 이 새꺄! 니가 눈깔 부라려서 우리 일이 늘었잖아! 신입이면 닥치고 눈치나 살살 볼 것이지 왜 개기고 지랄해서는... 뜨헉?!"

빡!! 옆에서 일하던 다른 시궁쥐가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또 다른 시궁쥐들도 몰려와서는 연장을 들이밀며 언성 올렸다. 흉터쥐 우두머리에게 화를 내던 시궁쥐들은 같이 화내줄 거라고 생각했던 동료들이 몰려와서 린치하자 크게 당황했다.

"이놈 쌔끼들이 어딜 우덜 두목한테 말을 그따구로 해?! 엉?!"

"두, 두목...?  사람이 형님의 두목이라고요?"

"형님은 시벌! 찐 형님이 왔는데 날더러 형님이라 하면 족보 꼬이잖어! 퍼뜩 가서 인사  박나!"

"아 우덜 형님의 두목이면 그게 우덜 두목이지요. 죄송함다 두목, 몰라뵀습니다 두목!"

너 때문에 일이 늘었다며 흉터쥐 우두머리에게 역정을 부리던 몇몇 시궁쥐들이 바로 태도를 고치고 고개를 숙였다. 작업반장이 몰랐던 사실이지만, 이 공장에 있는 시궁쥐들은 거의 대다수가 흉터쥐 우두머리의 밑에 있다가 보직이 갈려 떨어진 무리다. 나머지 시궁쥐들도 뒷골목을 전전한 경험이 더 많은 흉터쥐 무리들이 백설탕 공장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 요령을 찾아내자 바로 그들 밑으로 흡수됐다.

물론 그래봤자 다같이 사이좋게 백설탕 공장에 갇혀서 착취당하게 된 형국에 두목님이니 형님이니 어깨에 힘주고 꺼드럭대봐야 우스운 노릇일 뿐이다. 흉터쥐 우두머리는 일단 폐공장에서 자신을 따라 끌려온 시궁쥐들을 진정시키고, 백설탕 공장의 시궁쥐들과  얘기를 나눠서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흐흐... 두목은 그래도 멀쩡해 보이네요. 오우 이 근육들 다 그대로 잘 붙어있어서 다행임다."

비쩍 마르고 창백해진 시궁쥐 하나가 그에게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 모습을  흉터쥐 우두머리는 충격을 넘어서 심란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시발, 너 설마 조니냐?!"

"흐흐!"

"흐흐는 뭔 염병할 놈의 흐흐야?! 그 꼴에 지금 웃음이 나와?! 허구헌 날 쇠질하면서 맛대가리 없는 단백질 가루 처먹던 근육돼지 새끼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피골이 상접하냐?!"

"흐흐... 근손실 오지게 왔슴다. 흐..."

웃는  웃는 게 아니였다. 정신이 제대로 붙어있는지도 의심이  지경이었다.  따가울 정도로 호탕하던 웃음소리는 이제 허파에 바람이 다 빠졌는지 맥없는 흐흐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잠깐만. 조니 너 눈이 왜 그래?"

흉터쥐 우두머리가 조니의 눈을 보니 그의 눈동자는 어두침침한 공장에서도 살짝 형광빛이 감도는 야광색으로 어슴푸레 빛을 내고 있었다. 그걸 눈치 챈 다른 시궁쥐들이 기겁을 해서는 조니의 고개를 눌러 숙이게 했다.

"조니! 너 미쳤어?! 눈 색깔 변하면 무조건 숨어다니라고 했잖아! 그러다 놈들한테 걸리면 너도 끌려가서 피 뽑힌다고!"

"어어? 그새 또 눈 색깔 바뀌었어? 그치만 두목이 왔는데 인사 정도는 해야지. 흐흐."

"니들 그게 무슨 말이야? 얘 대체 왜 이렇게 됐는데? 끌려가서 피를 뽑힌다는 건 또 무슨 소리야?"

"여기서 오래 일하다 보면 가끔 눈이 요렇게 푸르딩딩하게 변하는 애들이 있어. 그런 애들은 작업반장이 발견하면 어디론가 끌고 가. 돌아올 때는 피를 쫙 빨려서 거의 송장 직전이 되서 온다고."

"어제는 론이 끌려갔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마! 두목 앞에서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튼 두목 여기는 미쳤어! 원래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는데 갈퀴날들이 갑자기 백설탕을 미친듯이 뽑아대면서 다들 죽어가고 있어."

"다른 돈줄이 끊어져서다. 나도 내가 있던 공장이 털려서 여기로 왔어. 근데 그 햄버거 가게도 개작살 나고, 뒷돈 대주던 기사단도 물어뜯겨서 설탕으로 어떻게든 매꾸려고  발악 하는 거야."

"두목마저 여기 와버리면 이제 누가 우릴 여기서 꺼내주지?"

"갈퀴날들이 완전히 망해야 여기서 나가든 말든 하겠지... 잠깐? 갈퀴날들이 완전히 망한다면...?"

흉터쥐 우두머리의 머릿속에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때 굳게 잠긴 공장 문이 열리더니 공장 작업 관리자 두 명이  늘어진 시궁쥐 하나를 질질 끌고 들어왔다. 그들은 자력으로 서있지도 못하는 시궁쥐를 휙 내팽겨치고는 밖으로 다시 나가버렸다. 시궁쥐 몇 명이 버려진 그 시궁쥐에게 다가가더니 소리쳤다.

"론이야! 론이 돌아왔어!"

그 소리에 다른 시궁쥐들도 쓰러진 론에게 몰려들어 그의 상태를 살폈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숨은 붙어있었다.

"빨리 물! 누가 얘한테  좀 먹여!"

"우리 마실 것도 없어. 우물세 올랐다면서 물도 조금 준다고. 대책 없이  마셨다가는 우리까지 못 버텨. 멀쩡한 사람이라도 어떻게든 할당량을 채워야 해."

"맑아보인다고 기계에 들어가는 공업용수 쳐마시지 못하게 해. 그거 마셨다가는 적어도 삼일은 설사하다가 탈수로 뒤지니까."

"저리 비켜봐."

흉터쥐 우두머리가 다가와서 론의 상태를 살펴봤다. 론은 초점이 맞지도 않는 눈으로 흉터쥐 우두머리를 발견하더니 무어라 목소리 냈다.

"헛것이 다 보여... 두목이 보이는데."

"헛것 아니다. 진짜 니 두목이다."

론은 힘이 제대로 실리지도 않는 눈을 꿈뻑거렸다.

"허허! 두목이 우릴 잊지 않고 꺼내주러 왔구나. 시팔 하루만 일찍 와주지  죽겄어..."

"꺼내주러  게 아녀. 두목도 갇혔..."

흉터쥐 우두머리는 옆에서 말하던 시궁쥐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 이 빌어먹을 곳에서 당장 나가자."

"두목? 여기서 나간다고? 어떻게?"

"방법을 찾아야 해. 어떻게든."

"미친 소리야! 두목이 여길 몰라서 그래. 나가려고 반항했다가 실패하면 바로 미트볼 된다고! 산채로 분쇄기 들어가고 싶어?"

"그건 여기 계속 있어도 마찬가지야. 여기서 버텨봤자 몸만 다 망가지고 쓸모 없어지면 바로 수제 버거 패티행이야. 조금이라도 체력이 있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흉터쥐 우두머리가 어떻게든 궁리해보고 있는데 공장 문이 열렸다. 작업 관리자 둘이 들어오자 시궁쥐들은 부리나케 흩어져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흉터쥐 우두머리도 쥐들 틈에 섞여서 일하는 시늉을 하면서 작업 관리자들의 이야기를 훔쳐들었다.

"이리들은 다 어디로 가고 전달자들만 설치고 있지?"

"윗선 중에서 V라는 작자가 지금 한바탕 전쟁판을 벌일 각오를 했다더만."

"전쟁? 누구하고?"

"몰라. 듣기로는 맥스패티 직영점이랑 다진 고기 공장을 털어버린 장본인이던데. 병원에서 협상 좀 해보고 파토나면 바로 죽여버릴 거라더만. 물론 파토 안 나도 볼일 다 끝나면 괘씸죄 얹어서 갈갈이 찢어 죽여버리겠지. 그래서 이리들 몇몇은 병원으로 빠지고, 또 몇몇은 우므나티아에서 발품 파는 중이다."

"이리들도 없는데 거미들이 여길 치면 어떡하지?"

"그래서 전달자들이 있잖아. 공장 한 곳이 물리면 바로 정보 날려서 나머지는 짐싸고 째버리게."

"아 그래서 물린 곳이 하필 바로 여기면 어떡하냐고?"

"몰라 뒤지기 싫으면 거미 앞에서 즙짜고 빌어보던가."

'이리들이 여기에는 없다고...?'

작업 관리자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유심히 듣던 흉터쥐 우두머리가 가까이에 있는 기계 장비에 향하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하이고!! 이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잘못 만졌나, 오매 오매 오매?! 이거 왜 이래?!"

흉터쥐 우두머리가 기계를 붙잡고 호들갑 떨자 시궁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작업 관리자들은 쥐들에게 호통쳤다.

"뭘 구경났어! 오늘치 할당량 채울 자신 있어?! 빨리 일이나 쳐해!"

시궁쥐들에게 호통친 작업 관리자들이 흉터쥐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

"너 뭐야? 뭔데 난리야?"

"요, 요 고철 깡통이 갑자기 이상합니다! 막 시끄러운 소리도 나고!"

작업 관리자들이 계기판과 작동 상태를 살펴봤지만 아무 이상 없었다.

"어이, 신입. 지금 장난치냐?"

"아, 아니요 진짜로 이상해요! 분명히 이거 고장났어요  보셔요들!"

"하아... 고장은 니 눈깔이 났겠지. 어디서 이런 폐급이 기어들어왔..."

푸샤아아악!! 흉터쥐 우두머리가 압력 밸브를 확 틀어버리자 고압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악?!!"

방심하던 작업 관리자가 기계에서 나온 뜨거운 증기에 휩싸여 소리쳤다. 흉터쥐 우두머리는 증기 때문에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비명 지르는 그를 걷어차 쓰러뜨리고 쇠막대기를 휘둘러 다른 관리자도 후려쳤다.

"으윽?!!"

빡! 빠각!! 쓰러진 작업 관리자를 쇠막대기로 몇  더 때려줘서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그때 소리를 듣고  다른 작업 관리자들이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거기 너 뭐야?! 지금 무슨 짓을... 으윽?!"

빡!! 다른 시궁쥐들이 작업 관리자들의 뒤통수를 때려 쓰러뜨리고는 미처 반격하기도 전에 우르르르 몰려들어 몰매질을 했다. 난리통이 된 공장 안에 작업반장이 뒤늦게 뛰어들어왔지만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다.

"니들 다 뒤지고 싶어?!"

철컥!! 작업반장이 총을 꺼내서 겨누자 반란의 깃발을 휘두르며 진격할 기세던 시궁쥐들이 주춤하고 물러섰다. 작업반장이 이쪽 저쪽 총구를 돌리면서 위협했지만 흉터쥐 우두머리가 소리쳤다.

"뒤지기 싫으니까 이러는 거잖아 빡통아!!"

철컥! 작업반장이 흉터쥐 우두머리에게 총구를 향했다.

"어이 신입. 니가  난리통을 일으켰지? 햄버거 되고 싶어서 작정했나?!"

"햄버거 같은 소리하네, 이거나 쳐드시던가!"

깡!! 흉터쥐 우두머리는 부지깽이를 집어던지며 도발했다. 작업반장이 총을 쏘자 공장에 총성이 메아리쳤다. 흉터쥐 우두머리와 시궁쥐떼는 우르르 흩어지며 몸을 피했다. 작업반장은 도망치는 흉터쥐 우두머리를 집요하게 쫓았다.

탕! 탕! 작업반장은 흉터쥐 우두머리를 노리고 총을 쏴댔다. 우두머리는 드럼통 더미 뒤에 몸을 숨겼다. 총성이  차례  울리고 나자 구멍 난 드럼통에서 오염수가 줄줄 샜다. 백설탕을 만들고 생겨난 오염수였다.

"죽여버릴 거야!!"

작업반장은 엄폐물 뒤에 숨은 흉터쥐 우두머리를 사살하기 위해 총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으어어어어!!"

흉터쥐 우두머리는 우렁찬 기합과 함께 오염수로 가득한 드럼통 하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대로 앞에 끼얹듯 쏟아버리자 오염수를 뒤집어쓴 작업반장의 피부에서 마력 반응이 일어났다.

"끄아아아악!! 뜨, 뜨거워! 뜨거워! 내 몸이 타들어가!!"

작업반장은 온몸이 작열하는듯한 극렬한 환각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흉터쥐 우두머리는 빈 드럼통으로 작업반장을 후려쳐 쓰러뜨렸다. 그리고 그가 흘린 공장 카드키를 주웠다.

"여기서 나가야 해!!"

흉터쥐 우두머리가 앞장서서 잠긴 공장문을 열자 시궁쥐떼가 우르르 그의 뒤를 따랐다. 굳게 잠겨있던 공장을 빠져나오자 설탕 기계가 토하던 뜨거운 아지랑이가 닿지 않는 청량하고 맑은 공기가 그들을 반겼다.

"밖이야! 바깥이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어!"

그러나 자유를 만끽할 때가 아니였다. 그들을 발견한 몇몇 인물들이 재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전달자다!"

뒤쫓기에는 너무 늦었다. 지친 쥐떼들로는 위기를 감지한 전달자의 발걸음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 이제 전달자의 보고를 받은 윗선이 이리를 보내 행동을 취할 것이다.

"나온 건 좋은데 이제 어떡하죠 두목? 얼마 안 있으면 이리들이 와서 우리를 찢어버릴 텐데!"

"미트볼 기계는 안 돼, 미트볼 기계는  돼, 햄버거 패티가 되기 싫어!"

"이제 우린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까도 말했잖아. 갈퀴날들이 망해야 어디로 가든 말든 하지. 우리가 살려면 갈퀴날들이 완전히 망해야 해. 그래야 보복하러 쫓아오지도 못하지."

"아 우리가 무슨 수로 갈퀴날들을 망하게 하는디?"

"우리는 못해. 그러니까   있는 쪽으로 붙어야지."

"누가 할 수 있는데? 다른 이리들 조직 밑으로 기어들어가봤자 달라질 거 쥐뿔 없어.  나빠지면 나빠졌지 나아지겠어? 이리들 어차피 다 그놈이 그놈인데."

"이리가 아냐."

"그럼 설마 기사단이나 거미들한테 간다고?!"

"기사나 거미도 아냐."

"아 그럼 뭐하는 놈인데?!"

"놈이 아니다. 뭐하시는 분인데 라고 해라."

"어? 어... 뭐하시는 분인데?"

"있어... 아무튼 있어.  따라와. 늦기 전에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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