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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 〉3-1. 다소 거친 방식 (9) (63/88)


  • 〈 63화 〉3-1. 다소 거친 방식 (9)

    미행 끝에 도착한 맥스패티라는 곳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휴게음식점이였다. 성의 없는 인테리어에, 청소 상태도 불량하다는  외에는 딱히 지적할 만한 구석이 없는 허름한 햄버거 가게일 뿐이었다. 아무리 봐도 뇌파 분석 파일이 필요할 만한 장소로는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넓군요."


    "이런 산길 한복판에 이 정도 규모의 드라이브 휴게점이라니 생뚱맞잖아? 햄버거 말고 다른 장사가 뒤에 있다고 봐야지."

    에반 플루토와 아라한은 가게의 가장 구석탱이 자리에 앉아서 목소리를 낮추고 대화를 나눴다.


    "저기 있네."

    에반이 눈짓하는 쪽을 보자 그곳에는 V 하우스의 관리자 둘이 있었다. 맥스패티의 종업원들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고,  관리자는 대강 인사를 받아준 뒤 관계자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갔다.

    "지도원 님, 혹시 아까 그 도청 장치 써볼  있을까요?"


    "안 그래도 그러려던 참이다. 누구 안 오나  살펴봐 줘."


    에반은 볼펜형 녹음기를 꺼내서 음량을 작게 줄이고는 고개를 숙이고서 귀를 가져다 댔다. 아라한도 주변에 누가 다가오지 않나 흐름을 살피는 한편 녹음기에 귀를 기울였다. 잡음 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다."

    "점장님 어서오시고. 아니, 표정이 왜 그래? 오자마자 왜 이렇게 죽상이야?"

    "아, 가는 곳마다 꼴받게 하잖아 시팔."

    "또 뭔데?"

    "갑자기 센서  바꿔달라고 연락와서 귀찮아 죽겠는데 가니까 사감대린지 뭔지가 지랄치고, 싸가지 없는 귀족 계집이  지랄치고, 공장에서는 쥐새끼들도 지랄치고... 오늘 무슨 날인가봐. 아 몰라 짜증나!"


    "워, 워. 진정 좀 하게 햄버거 하나 먹을래?"

    "너나 쳐먹어! 줄 게 따로 있지."

    "흐흐흐!"


    "민찌는 얼마나 갈아뒀어?"

    "30쯤 쳤다."

    "아직 절반밖에  되잖아."


    "갑자기 60으로 늘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그러면서 곧바로 또 통으로 60을 쳐야하잖아? 이건 뭐 노오오력 해서  게 아니라 시팔 물리적으로 무리야."

    "설탕 쪽을  돌려서 메꿔야 한다고 켄한테 얘기야 했지. 근데 켄  새끼 이미 눈돌아가고  꿰인지 오래야. 내가 말해봐야 뭐 씨알이라도 먹히겠냐고."

    "하아... 죽을 맛이다. 갈퀴날들  씹새들 밑에서 일 받지 말아야 했는데."


    "예전에만 해도 돈 많이 준다고 좋아하던 주제에."


    "아 그때랑 비교해 보면 일이 얼마나 늘었냐? 일이 늘면 돈도 더 주던가 해야지. 돈은 그대로인데 일은 계속 느니까 수지가  맞지."

    "이게  게을러빠진 기사단 놈들 때문이야. 밥버러지 새끼들."

    "하아... 라쿠이르 같은 시골 동네라면 한가하게 지낼  있을 줄 알았는데, 갈퀴날들 이 새끼들 요즘 하는  보면 차라리 우므나티아로 돌아가는 게 나을 지경이야."

    "갈퀴날들 욕하기에는 걔들도 V인가 뭔가 하는 놈이 까라는대로 까야하는 처지잖아. 대체 무슨 연구를 그렇게 돕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끝나는대로 계약 마무리짓고 갈퀴날들 하고는 영영 손절치자고."

    "그래. 갈퀴날들 손절치자마자 켄 이 빌어먹을 새끼도 좀 때려줘야지."

    "그럼 마저 뺑이들 쳐라."

    "다시 공장으로 가는 거냐?"

    "그래. 으으!  내장 냄새가 진동하는 곳으로 다시 들어가야 해."


    V 하우스의 관리자들이 다시 나오려는  들은 에반이 녹음기를 끄고 주머니에 숨겨넣었다. 그러고 눈에 안 띄게 딴청을 피우고 있는데 맥스패티의 점원 하나가 주문을 받으러 다가왔다.


    "뭐 드시겠어요?"


    서비스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무성의한 말투였다. 에반과 아라한은 무언가를 먹을 생각이 없었기에, 특히나 이런 곳에서 나오는 음식을 입에 대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간단하게 주문하기로 했다.

    "감자는 이미 지겹게 먹었으니 감자튀김 말고 음... 그래. 난 치즈스틱."


    "저는 달걀 부침으로 하겠습니다."


    "계란 프라이, 치즈스틱, 그리고....?"

    "....."


    ".... 아, 이상입니다."


    "...?"

    점원은 '뭐하는 새끼들이지' 하는 표정으로 잠시 쳐다보다가 말했다.


    "저희 사이드 메뉴만 따로 주문은  되시고요, 메인 디쉬 하나 이상은 시키셔야 해요."


    "그럼 맥스콤보 세트로."

    "맥스콤보 세트, 계란 프라이에, 치즈스틱 맞으시죠?"

    점원은 종이에 주문을 끄적끄적 적고는 휙 가버렸다.


    "누가 저분에게 영업용 미소를 가르쳐줘야 겠군요."

    "영업할 생각이 없는 놈들한테 그런 거 가르쳐  봤자 뭐하나."


    "설마 주문한 햄버거를 진짜 드실 생각이신지요?"

    "쉿! 나왔다!"


    잠시  두 관리자가 제한구역에서 나왔다.  관리자 중  사람은 맥스패티의 점장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관리자가 점장 유니폼을 입은 다른 관리자에게 손 흔들어 인사했다.


    "그럼 고생 해. 설탕 쪽 애들은 내가 한 번 더 닥달해  테니까."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관리자는 맥스패티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돌아가기 위해 탑승한 차는 지금까지 타고  승용차가 아니라 커다란 화물차였다. 화물칸에 맥스패티의 회사 광고가 그려져 있는 대형 화물차에 관리자와 다른 운전자  명이 올라탔다. 이윽고 화물차에 시동이 걸렸다. 유리창을 통해 지켜보던 아라한이 말했다.


    "아까 전에 말하던 공장이라는 곳으로 가는 길이겠죠?"


    "그렇겠지. 그러니 한, 지금부터는 역할 분담이다."

    "역할 분담이요?"


    "관리자 둘이 찢어졌으니 우리도 찢어져야지. 내가 저 화물차를 추적할 테니, 네가 여기를 털래?"

    "아니요. 제가 화물차를 추적하고 공장의 위치까지 알아내도록 하죠."

    "쫓아갈 수 있겠어? 추적 장치도 없고, 도청 장치는 저 점장 옷 입은 관리자한테 붙어 있어. 애초에  운전은 할 줄 아나?"

    "걱정 마세요. 제게는 제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습니다."

    아라한이 싱긋 웃어보이며 고개를 까딱했다. 눈썰미 나쁜 사람은 발견 못하거나, 봐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겠지만, 화물차의  구석에는 아라한이 흠집을 내서 새겨놓은 의미불명의 문자가 있었다.

    "인주(印呪)인가. 화장실 간다고 해놓고서는 어디로 새나 했더니 저런 장난을 쳐놨구나."

    "장난이라니요. 사전 준비라고 해둬야죠. 지도원 님이 보여주신 게 있으니 저도 보고 배워서 바로바로 응용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라한이 품 안에서 손가락만한 크기의 통을 꺼내서는 안에 들어있던 가루를 손바닥 위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녀가  위의 가루를 후 하고 불자 가루들이 한곳에 뭉쳐 자그마한 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새는 창틀 앞에서 다시 가루로 흩어져 창문 틈으로 빠져나갔다가 밖으로 나와서 뭉쳐져 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새는 인주가 새겨진 화물차를 쫓아가서는 화물칸 안으로 쏙 들어가 숨어버렸다.

    아라한은 에반 쪽으로 시선을 힐긋 옮기며 말했다.

    "곤룡회의 방식은 다소 거칠 텐데 정말 제가 맡아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말했잖아. 다소 거친 방식으로 나갈 거라고. 내가  너를 지목했겠어?"


    "좋습니다. 섭섭하시지 않게 특별히 씩씩한 아이들로 부르죠."


    아라한은 주술이 걸려있어 누르스름한 부적 종이 한 장을 꺼내서는 무언가를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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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召喚 - 翩卽 慓到
     - 壹 - 虛雪
    腕 -  - 溟我, 雅仙, 潤曙
    徒 - 肆 - 空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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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한은 동방의 문자로 무언가를 휘갈겨 적은 부적을 식탁 의자 밑에 슬쩍 내려놓았다. 그러자 부적은 스르륵 혼자 공중에 떠서 날아가더니 문틈으로 빠져나갔다. 맥스패티 건물 밖으로 나온 부적은 허공에서 저절로 접혀서 종이학이 되더니 공중으로 날개짓해 솟아올랐다. 그리고는 하늘을 한 바퀴 맴돌다가 이내 쏜살같은 속도로 날아갔다.


    "여기 학원에서 거리가 꽤 되는데 애들이 무슨 수로 오냐?"


    "그 점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뒷골목에 차량을 요청하면 대절해  상인은 많을 테죠. 꼭 뒷골목이 아니더라도 라쿠이르의 동방인 사회에서 제 이름이 갖는 영향력은 제법 크다구요?"

    "너 이름 없잖아."


    "그 농담 꾸준히 미시네요?"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자 점원이 음식을 내어왔다.

    "주문하신 맥스패티 콤보세트에 치즈스틱이랑 계란 프라이요."

    음식을 올려놓은 점원은 맛있게 드세요 같은 상투적인 인삿말도 없이 휙 가버렸다. 에반은 자신이 주문한 햄버거를 살펴봤다. 그라인더로 갈은 통후추의 풍미가 살아있는 육즙 낭낭한 패티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숨 죽은 야채와 흐물흐물한 토마토는 선 넘지 않았나?

    "이게 콤보세트야? 콤보세트 말고 검버섯이라고 불러야 맞겠는데."

    에반은 싸구려 햄버거에 어울리는 싸구려 말장난과 함께 햄버거를 집어들었다. 그러자 볶아놓은지 오래되서 질척질척해진 양파볶음이 소스에 질척질척 뒤섞인 채 후두둑 흘러내렸다. 에반은 햄버거를 도로 내려놓았다.

    "돈을 준다 해도 못 먹겠는데."

    메인 디쉬가 이 모양이니 사이드 메뉴의 상태는 볼 것도 없었다. 치즈스틱은 해동이 제대로 안  상태로 대강 튀겨져서 전혀 늘어나지 않았고, 계란 프라이는 달궈진 기름에 대강 부쳐서 흰색이 아니라 갈색이였다.

    "나가란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쪽이 정설에 가깝겠네.  그래도 가장 필요한 건 상태가 멀쩡하니까."

    에반이 접시에 딸려온 포크 한 자루를 쥐며 말했다.


    "지도원 님? 그 포크로 무얼 하시려는 거죠?"


    "뭐하긴? 음식이 영 엉망이니까 정중하게 클레임 좀 걸고 와야지."

    "포크로요?"

    "그럼 난 다녀올 테니까 너도 알아서 잘 해봐."


    에반은 포크  자루를 손에 쥐고 뇌파 센서가 든 수트 케이스를 챙겨서 스윽 일어났다. 그는 곧장 주방으로 향해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 안에는 앞치마나 주방 모자 같은 청결복을 찾아볼 수 없는 옷차림의 시궁쥐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은 포크를 들고 온 에반을 보자 인상을 찌푸리고 담배 연기를 뱉으면서 말했다.


    "어이. 여기는 주방이야. 화장실은 반대편."

    "여기가 주방인 걸 아는 놈들이 여기서 담배를 쳐피우나? 위생 관리를 이짝으로 해놓으면 누가 주방인 줄 알겠냐? 맨정신으로 봐도 화장실 같은데."


    "뭐, 뭐야??"


    에반은 바닥에 놓여있는 큰 통을 열어봤다. 피도  안 빠져서 시뻘건 고기더미에 파리들이 잔뜩 꼬여있었다. 그 고기는 돼지도, 소도, 닭도, 오리도, 양도, 토끼도 아니었다.

    "사람이다. 이럴 것 같았지. 역시 맥스패티 라쿠이르 직영점은 우므나티아 인육 업체들의 유통 땅굴망 겸 조세 피난처였나."

    에반은 한숨을 쉬며 인육이 든 통을 걷어차 넘어뜨렸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핏기가 흥건한 살점과 내장들이 후두둑 쏟아졌다. 열심히 손질해 놓은 고기가 바닥에 다 쏟아지자 열받은 시궁쥐들이 에반에게 소리 쳤다.


    "이 새끼가 처돌았나?! 반나절 걸려서 손질 다 해놨는데 시발!!"

    "안 그래도 할당량 늘어서 빠듯해 죽겠구만!! 넌 또  하는 새끼야?! 엉?!"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저기 점장님이 아시겠지."

    에반이 턱짓으로 가리킨 곳에는 점장 옷을 입은 관리자가 서있었다. 관리자는 시궁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썩은 표정으로 에반을 째려봤다.


    "내가 널 어떻게 안다는 거지?"

    "기억력이 나쁘시네, 우리 점장님. 내 명함까지 받아가 놓고서는."

    "명함...? 아아. 누구인가 했더니 그 거렁뱅이 NPC잖아?"

    "거렁뱅이가 아니라 S급 NPC다. 아니면 똑바로 사감대리님이라고 부르던가."

    "지랄도 때와 장소를 안 가리시네, 우리 사감대리님. 안 그래도 일이 밀려서 짜증 나는데 여기까지는 뭐하러 왔지? 아니 그보다 여긴 어떻게 알고  거야?"


    에반은 대답 대신 뇌파 센서가  수트 케이스를 들어올렸다. 수트 케이스를 본 관리자의 표정이 섬칫 굳었다. 탁! 에반이 바닥에 수트 케이스를 내려놓았다.

    "니들이 우리 기숙사 애기들한테 장난질 치는데 사감대리님이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나? 그렇게 됐으니, 몇 가지  물어보자."

    "야...."

    관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자 부엌에 있는 시궁쥐들이 연장을 쥐었다.

    "죽여버려. 가방은 꼭 되찾고."

    시궁쥐들이 에반을 둘러싸고 모여들었다.

    "저 새끼가 고기를 버려놨으니  새끼를 대신 저며서 통에다 채우면 되겠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시궁쥐 부엌칼을 에반의 복부에 겨누고 힘껏 찔렀다. 에반은 자신을 찌르기 위해 뻗어진 손목을 잡고 그대로 위로 올렸다. 그리고 훤히 드러난 겨드랑이에 포크를 깊숙히 꽂아넣었다.  상태로 올렸던 팔을 확! 내려서 포크가 더 깊은 곳의 힘줄과 혈관까지 파고들도록 했다.

    "끄아아아아악!!!"

    겨드랑이의 예민한 부분이 찢어지는 감각에 시궁쥐가 칼을 놓치고 비명을 질렀다. 그 뒤로도 비명을 내질렀지만 에반이 포크를 뽑은 뒤 몇 군데 더 찔러주자 조용해졌다.


    "이...  새끼..!!"

    에반의 맞은 편에 서있던 시궁쥐가 커다란 부엌칼을 에반에게 집어던졌다. 에반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부엌칼을 포크로 가볍게 받아치자, 튕겨져나간 부엌칼이 다른 괴한의 복부에 꽂혔다.

    "우윽?!!"

    에반은 개수대에 쌓여있는 곰팡이 피고 딱딱한 치즈덩어리 하나를 집어들어서 배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는 괴한에게 던졌다. 치즈덩어리는 괴한의 복부에 꽂혀있는 칼손잡이에 정확히 명중해서 부엌칼을 더 깊숙한 곳까지 밀어넣었다.

    "어억.....?!! 어...어..."


    부엌칼은 날부분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뱃속을 찌르고 들어왔다. 괴한은 쇼크로 숨도 쉬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어이!!"

    가스레인지 쪽에 있던 시궁쥐가 에반을 불렀다. 에반이 소리가 난쪽을 보니 시궁쥐 한 명이 감자튀김을 튀길 때 쓰는 기름 냄비를 들고 있었다. 그는 에반이 자신쪽을 보자마자 에반의 얼굴에 대고 냄비를 휘둘렀다. 그러나 분명 냄비에 있던 기름이 마술처럼 사라졌다.

    "어어??"

    그는 텅빈 냄비를 들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했다. 에반이 그런 시궁쥐를 응시하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그 손동작을 보고 천장으로 고개를 올리자 뜨거운 기름이 떨어져 얼굴 위에 끼얹어졌다.


    "끄아아악!!! 으아아악!! 뜨... 뜨거워!! 아아아악!!!"

    그는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었다. 에반은 본인이 자초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를 내버려두고 앞으로 나아갔다.

    "오... 오지마... 저리가!!"

    혼자 남은 시궁쥐가 부들부들 떨면서 뒷걸음질 쳤다. 에반의 모습에 완전히 압도 당해서 전투 의지를 상실한 상태였다. 궁지에 몰린 시궁쥐는 일단 손에 잡히는대로 칼을 쥐어들고 에반에게 덤벼들었으나 자살 행위였다. 순식간에 급소에 구멍이 뚫려서 쓰러졌다.


    풀썩. 마지막 남은 시궁쥐가 쓰러지는 동시에 철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리자가 숨겨진 권총을 꺼내서 에반을 겨눴다.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려 하던 그때 에반은 주머니에서 녹음기 볼펜을 꺼내서 볼펜심이 나오는 버튼을 눌렀다. 딸깍 소리와 함께 관리자에게 붙여뒀던 도청 장치에서 마비 전류가 흘러나왔다.

    "끅...?!!"


    팔이 경직되자 총을 쥐지 못해 떨어뜨렸다. 그리고 온몸의 근육이 빠르게 굳어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에반이 볼펜심을 도로 집어넣자 전류가 멈췄지만 관리자는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저벅저벅. 에반이 천천히 다가오는 동안에도 관리자는 바닥에 쓰러진채 움찔움찔 몸을 비틀 뿐 도망칠 수 없었다.

    "이 정도 밑준비는 B급 NPC도  수 있는 잡기술이다. 이런 조무래기들 상대로 나같은 S급이 움직이게 하다니. 호화롭구나, 호화로워. 안 그래?"

    "저리... 가...!"

    가까이 다가온 에반이 드리운 그림자가 관리자를 덮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파르르 떨면서 말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원하는 거? 말했잖아."

    탁! 에반이 수트 케이스를 관리자의 눈앞에 내려놓았다.

    "뭐 좀 물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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