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2-1. 얕은 잠 (2) (43/88)


  • 〈 43화 〉2-1. 얕은 잠 (2)

    잠들지도, 눈뜨지도 못할 얕은 잠에 허우적거리다 보면 온갖 꼴사나운 꿈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비참하게 그루잠을 청한지도 벌써 몇 번째인지 헤아릴 방도가 없다.


    드넓은 도시에 우뚝 선 마천루들이 모두 네게 고개를 조아리던 때를 기억하나? 높은 산도, 깊은 바다도 네 위광에 굴복하던 때가 생각나나? 그러나 내 오랜 친구여, 너를 경외하고 두려워하던 것들은 모두 너를 소유했다. 그렇게  줌의 호흡도, 한 번의 박동도 더 이상 네 것이 아니게 됐어. 그리고 가엾은  친구여, 이 모든 것이 다 그녀의 뜻이였지.


    마침내 너는 날개를 달았고 염원하던 자유의 몸이 되어 밑으로 한없이 밑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달은, 잔인한 달은 너를 다시 끌어올려 미완의 영광을 재건하자 하는구나. 이제 너는 어떻게 할 것이니? 다시  번 그 품에 안겨 못 다한 낙원을 마저 만들어나갈까? 아니면 네가 빚은 진흙 속에서 길이길이 잠들고 싶니?

    잊기 싫은 목소리가 서글프게 귓가를 떠돌며 그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지만 애써 외면한다. 어차피 대답해봤자 잠꼬대밖에  되겠냐만은.

    잠을 많이 잔다면 그만큼 오늘에 덜 충실할 수 있다. 게다가 잘만 한다면 꿈에서라도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미 날숨 보다도 후회를 더 많이 뱉게 된 그는 오늘에 덜 충실하려고 눈을 감을 때 마다 저주스러운 어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아가기도, 돌이키기도 싫은 권태의 진공속을 떠돌다보면 불친절한 내일은 기어코 밝아온다.

    "NPC 안에 있지? 잠깐 나와봐."


    똑똑! 재촉하듯이 문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무래도 불친절한 내일이 밝아오기도 전에 한발 앞서 그를 깨워주려는 친절한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꽤나 야무진 소녀의 명랑하고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다. 덕분에 귓가에 맴돌던 서글픈 울림이 씻겨나갔다.

    "중요한 부탁이 있어서 그러니까 어서 나와봐. 이봐, 안 들리는 거야?"


    아닌 밤중에 봉창 두드리는 불청객을 환대한다고 해서 자다가 떡이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는 깊이 잠들어 듣지 못하는  하기로 했다. 계속 무시하면 지쳐 돌아가겠지.

    철컥! 끼이익! 잠긴 문을 따버리고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보아하니 상대는 마음먹은 이상 쉽사리 물러나지 않는 끈기와 행동력을 갖춘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빨리 일어나! 사실 깨있는데 자는  하는  맞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미덕을 좋은 데에 쓰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 모양이다.

    "하아... 진짜."

    NPC 에반 플루토는 깊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자리에서 일어난 에반은 멋대로 자신의 숙소에 침범한 불청객을 흘겨봤다. 어찌나 부지런한지 이 이른 새벽부터 윤기 나게 머리 손질을 마치고 화장까지 어여쁘게 해둔 슈나 콜테르가 새침한 표정으로 에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 야트막한 그림자 장막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한창 자는 사람 방 문을 따고 멋대로 쳐들어오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 그러라고 있는 유물이 아닐 텐데?"


    "열어주질 않으니 어쩔  없잖아."

    "뭘 어쩔 수가 없어? 방해하지 말고 곱게 돌아가야지."


    "그치만 중요한 용건이 있단 말이다."


    "뭔데?"

    슈나는 머리장신구 두 개를 꺼내서 에반에게 보여줬다. 하나는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하고도 사치스러운 장신구였고, 다른 하나는 청초한 느낌을 강조하는 꽃 모양 장식이 달려있었다.

    "어떤 거 같아?"

    슈나는 대체  기대하는 건지 두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기까지 하며 에반을 쳐다봤지만, 장신구 따위야 새벽에 벌떡 일어나야  정도로 중요한 용건과는 하등 상관 없었기에 에반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뭐가?"


    "네가 봤을 땐 둘 중에 어떤 게 나하고 잘 어울리는  같냐는 말이다."

    "나가!!"

    에반은 두 장신구를 요리조리 비교해보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슈나를 가차없이 내쫓았다. 그리고는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복도에 서있는 슈나에게 말했다.


    "잘 들어라. 이제 앞으로는 진짜 중요한 일이 아니면 내 근무 시간 아닐 때 여기 찾아오지 마. 내가 말하는 진짜 중요한 일이라는 건 어디 불이 났거나, 누가 쓰러져 있거나, 겁나 큰 쥐나 벌레가  안에 돌아다니고 있는 걸 말하는 거다. 알겠냐? 이제 남의 사생활 좀 그만 방해하고!"

    쾅!! 에반은 문을 닫아버렸다.


    "자, 잠깐만! 그럼 어느 쪽이  어울리는지만 말해줘! 어제 백화점에서 한참 고민하고서 샀단 말이다!"

    슈나가 문을 똑똑똑 두드리면서 말했지만 매정하게 잠긴 문 너머에서는  이상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슈나가 또 유물의 힘으로 문을 따지 못하도록 술식까지 쳐져 있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슈나는 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씩씩대다가 돌아갔다.

    하지만 돌아갔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났다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 근무 시간 아닐 때 찾아오지 말라는 건 반대로 말하자면 근무 시간 동안이라면 그녀가 찾아올 때마다 일일이 상대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래 봤자 뭐 얼마나 찾아오겠나 싶어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다시 잠을 청한 에반이였으나 그 날 오후 방과후...

    "NPC 안에 있지? 잠깐 나와봐."


    "저기, 지금 바빠? 설마 날 거절해야 할 정도로 그 잡무가 중요하지는 않겠지?"

    "한가해 보이네? 잠시  부탁  들어줘야겠어."


    "이봐, NPC. 네가 그렇게 잡지식이 많다며? 내 레포트 검토  해줬으면 하는데. 뭐, 내가 공들여 썼으니 보나마나 완벽할 거야. 감탄해도 어쩔 수 없지."

    "이, 이게 뭐야?! 내 레포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온통 빨간색이라 보기 흉하잖아! 응? 빨간색으로 밑줄 그은 곳은 전부 오류라고? 그, 그럴 리가! 으으... 기다려 봐!  고쳐올 테니까 두고 보라고!"

    "아, 있다! 찾아 다녔단 말이다. 결국 머리 장신구는 이거로 하기로 했는데 어떤  같아? 이게 더 어울려?"

    "NPC 거기 있지? 잠깐 나  봐봐."


    "이봐, NPC."


    "어이, NPC."

    "NPC 안에 있..."

    "너!! 대체 하루에 몇 번을 사람 귀찮게 하는 거야?!"


    참다 못한 에반이 또 자신의 숙소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슈나에게 버럭 소리쳤다. 그런데 정작 슈나는 그가  짜증을 내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나를 상대하는 게 귀찮다는 말이야?"


    “당연한 걸 물어보고 있어.”


    “뭐?!”


    “와, 진심으로 충격 받은 얼굴이네? 내숭이 아니었다는  놀랍다. 하여간…”


    에반은 낮잠 자기에는 글렀으니 체념하고 일어나서 슈나를 내려다봤다. 슈나는 자신이 귀찮다는 에반의 한 마디에 어지간히 빈정이 상했는지 새초롬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 내밀고는 에반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뭐 때문에 왔어?”


    “팬케이크 하나 만들어줘.”

    “그럼 그렇지…”

    “그 표정을 보니 또 내쫓을 거지? 됐어, 내가 알아서 나갈 테니까.”

    “따라와.”


    “응?”


    “따라 오라고. 기숙사 식당은 그쪽 아니잖아.”

    에반이 툴툴대고 외투를 걸치자 슈나의 표정이 방긋하게 폈다. 식당으로 향하는 에반의 뒤를 슈나가 따라붙었다. 조식 시간도 아니라 기숙사 식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에반은 설거지 이외에는 용무가 없을 줄 알았던 주방에 들어와서 식자재 보관용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놀랍게도 필요한 재료가 다 있네. 딱 하나 빼고.”

    “딱 하나? 중요한 재료야?”

    “아니, 없어도 전혀 상관은 없는데 있으면 확실히 맛이 살아나.”


    “뭔데? 말만 해. 내가 특별히 구해다 주도록 하지.”


    “여장변태.”

    “여장… 뭐?”

    “여장변태. 가끔 학원에 돌아다니는데 잡아올래? 제과 제빵에 일가견이 있다니까 나보다는 더 잘하겠지.”

    “뭐라는 거야?!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빨리 팬케이크나 만들어줘!”

    “어휴… 기다려봐.”


    내가 왜 느닷없이 아무도 없는 기숙사 식당에서 얘를 앉혀놓고 팬케이크나 만들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했지만 여기선 의문을 가지면 지는 거다. 에반은 가루가 담긴 볼에 계란을 투척하고서 열심히 휘저어 반죽을 일으켰다.


    “그래서 무슨 팬케이크가 먹고 싶은데?”

    “무슨 팬케이크냐니? 팬케이크는 그냥 팬케이크지.”

    “종류가 다양하잖아. 흔히들 서민층에서 아침 식사로 먹는 평범한 펜케이크는 중부식, 여기에 크림으로 탑을 쌓고 과일을 곁들이면 북부식, 버터와 곡식가루만 쓰는 투박한 남부식, 올리브 넣고 두껍게 구워서 토마토 스튜에 적셔먹는 이스티아식.”

    “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는데.”

    “제국 밖으로 나가면 더 많아. 설국만 해도 널찍하고 얇게 구워서 돌돌 말거나, 반대로 작지만 두껍게 만들거나, 치즈 넣고 튀기는 등 땅덩이 큰 만큼이나 형태가 다양하고, 사이에 팥소를 두고 포개어 만드는 동방식 팬케이크는 제국에서도 꽤 유명하고.”


    “아그루스 바깥 나라들도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어?”


    “그건 또 뭔 무식한 소리야? 그럼 제국만 농사를 짓겠니?”


    “모, 몰라 그런 건! 내가 먹었던 건 평범하게 시럽 뿌린 동그란 팬케이크였어.”

    “그럼 그렇게 해주면 되는 거지? 미리 말해두는데 품평은 안 받을 테니 불평하지 마라.”

    “아, 알았어! 유리아한테는 그렇게 잘해주면서 나한테는 왜 까칠한 거야?”

    유리아는 적어도 예의범절이라는 게 있어서 남의 방에 시도 때도 없이 막 쳐들어오지는 않아요 이 아가씨야. 에반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따져봤자 피곤하기 밖에 더 하겠는가?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한들 반항심리만 자극할 뿐이니 처음에는 적당히 만족할 때까지 상대해주다가 선을 하나씩 그어서 넘어오면 불이익이 온다는 걸 천천히 학습시켜야지.


    “자, 됐다.”

    에반은 접시 위에 겹겹이 쌓은 팬케이크에 시럽을 끼얹고 슈나에게 내어줬다.

    “흐음~ 모양은 제법이잖아?”


    팬케이크를 앞에 둔 슈나는 공작가의 체면이라는  있으니 도도한 척하려 해도 입꼬리가 헤실헤실거리는 걸 숨길 수 없었다. 유리아나 로제와는 달리 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나쁘게 말하면 나사가 좀 빠진 아가씨였다.


    “맛있냐?”

    “음음.  나쁘지 않네. 이 정도면 칭찬해줄 만 해.”


    입가에 시럽을 묻히고 헤벌쭉한 얼굴로 그런 말 해봐야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저렇게 좋다고 먹어주는 모습을 보니 짜증낼 기분이 한결 풀린 에반이었다.


    “원래 이런 건 내 직무가 아니야. 이번  번만 내 개인 여가 시간을 할애해주는 거다.”


    “NPC에게 맡기면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다면서?”

    “그건 그냥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문구지 학생들 공용 시종으로 편한대로 부리라는 뜻이 아니다. 그리고 말이야,  자꾸 나 부를 때 NPC, NPC 이러고 부르는데 일단은 나 여기 지도원이거든? 그에 맞는 호칭과 대우를 좀 해줬으면 하는데.”

    “음… 알겠어. 그럼  전부 관두고  시종이 되면 되겠네."

    "아니 알겠다며? 대체 뭘 어떻게 알아들었길래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데?"

    "NPC가 됐건, 이곳의 지도원이 됐건 내 시종이 되는 쪽이 훨씬 더 좋을 텐데.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잖아?"

    "몰라. 싫어."


    "콜테르 공작가의 총애를 누릴 기회를 마다하겠다고?"


    "난 그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운 총애도 질리도록 받아봤다."

    "콜테르 공작가 보다도 훨씬 더라고? 그럼 휴영(虧盈)의 공작가? 아니면 설마 황제 폐하?!"

    "아니. 넌 상상도 못할 걸? 아무튼 그런 건 이제 지겨워. 그러니 날 그냥 내버려둬."


    "싫어. 꼭 생각을 바꾸게 만들겠어."

    "하아... 맘대로 하셔요. 뭐 내가 말린다고 안 하겠냐?"


    유리아, 루밀리에 이어 슈나인가. 에반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찬찬히 떠올렸다. 그러나 유리아는 나름 얘기가 통하는 편이고, 루밀리는 보기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그 둘은 더 나은 학원을 만들기 위해서 에반에게 잔소리 하는 타입이다.

    그러나 슈나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에반을 귀찮게 쫓아다니고 있고, 그걸로도 모자라 계속해서 자신의 신분을 부각시켜 일방적인 관계를 맺고 입장상 우위를 점하려 한다. 그러니 귀엽게 봐주려고 해도 도저히 귀엽게 볼 수가...

    "맛있다. 프라우드의 케이크보다 맛있어... 앗?! 흐흠! 썩 나쁘지 않은 솜씨구나!"


    있을 수도. 영지에서 공주님 노릇하며 자란 귀족 아가씨인데 이 정도면 그래도 귀여울지도. 입가에 시럽이나 닦으라고 티슈를 건네주자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체면 차리느라 허둥댔다.


    "궁금한 게 있는데  갑자기 팬케이크냐?"


    "예전에 시녀들이 만들어먹던  보고 궁금해서 하나 받아서 맛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저급한 음식을 입에 닿게 했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시녀들을 무척이나 혼냈었지. 대신 고급 케이크를 잔뜩 준비해주셨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도 그저 팬케이크가 먹고 싶었어."

    "누르워에 가면 파는 곳 많지 않아?"

    "찾아봤지만 고급 케이크밖에  팔아."


    "하긴 그러겠다.  고객층을 생각해보면."


    "팔지도 않고, 만드는 법도 모르겠고... 그래서 달리 부탁해볼만한 곳이 없었어."


    "그렇게 된 거였나. 팬케이크라. 지금까지 여기서 받아본 요청중에 가장 느닷없긴 했지만,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내 직무와 전혀 동떨어진 것도 아니였네."


    슈나는 거의 다먹은 접시 밑바닥의 시럽을 포크로 긁으며 조심스럽게 화제를 바꿔 말을 꺼냈다.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


    "뭔데?"

    "실은... 요즘 잠을 제대로  자고 있어."

    "아 그러냐? 사실 나도야."


    "정말?"

    "그래. 너 때문에."

    "으윽?! 아, 아무튼! 이게 다 그 바보같은 뚜뚜 상자 때문이라고!"


    "뚜... 뭐 때문이라고?"

    슈나는 가방을 주섬주섬 거리더니 무언가를 하나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놨다. 크기는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고 생김새만 봐서는 용도를 모를 기계 장치였다. 에반은 장치를 여기저기 살펴봤지만 본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보아하니 뭔가 신호를 발산하는 주파 생성기 같은데. 무얼 위한 신호인지는 얘랑 짝을 이루는 수신기를 봐야 알겠지."


    "수신기는 없어."


    "없다고? 그럼 발신기만 둬서 뭐해?"

    "수신기는 사람이야. 정확히는 사람의 뇌라고 해야겠지."

    "무서운 소리를 참 담담하게 하고 있네. 이런 수상한 물건을 어디서 얻었어?"

    "나눠줬어. 시험삼아 사용해 보라고."


    "뭐 집중력 향상이나 수면질 개선 그런 효과인가?"

    "맞아. 똑똑하네. 그치만 나는 그런 허무맹랑한 거 안 믿거든? 근데 우리 기숙사 애들은 죄다 이게 좋다면서 쓰고 있단 말이야. 밤마다 이 바보같은 뚜뚜 상자가 머리맡에서 뚜-뚜- 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자겠어!"

    "너는 이거  써본 거지?"

    "말했잖아. 나는 마법과 과학의 조화 같은 허무맹랑한 이론은  믿는다고. 나눠줘서 얼떨결에 받기는 했지만 전원도  켜봤어."

    "그럼 잠시 내가 받을  있을까? 좀 알아보도록  테니."


    에반의 말에 슈나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기계 장치 때문에 어지간히도 생활에 지장을 받은 모양이다.

    "그럼 꼭 부탁할께! 이게 쓸모없다는 것만 밝혀낼  있다면, 아니면 이게 사실 위험하다는 걸 모두가 알게된다면 이제 밤마다 그 뚜뚜 소리도 안녕이겠지."


    "맡겨두라고."

    에반은 슈나에게 받은 기계 장치를 잘 챙겼다. 무엇을 위해서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분명 나중을 위한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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