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1-4. 체스보드 (7) (32/88)


  • 〈 32화 〉1-4. 체스보드 (7)

    유리아 릴리스가 자치활동실에 들어오자 의석에 앉은 학생들과 단상 위에  학생회 임원들이 서로를 노려 보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훅 느껴지는 냉랭한 분위기에 유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단상에 올라가자 학생회 임원  하나가 유리아에게 상황을 대략적으로 전달했고, 보고를 들은 유리아는 학생들 앞에서 마이크를 켰다.


    "학생회장 유리아 릴리스입니다. 다들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모여주셨으니, 최대한 시간을 뺏지 않도록 지체 없이 청문회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리아가 개회사를 읊었지만 의석과 참관석에는 형식적으로라도 박수 등의 반응을 보여주는 이가 없었다. 불편할 정도로 조용한 침묵이 잠시 흘렀다. 의석에는 학생회를 대상으로 청문회 소집을 요구한 귀족 학생들이 앉아있었고, 참관석에는 신문 동아리, 잡지 동아리, 학군단 등 여려 동아리의 부원들이 취재를 위해 모여있었다. 단순히 청문회를 구경하기 위해 참관한 학생도 있었다.


    의석에 앉아있던 한 여학생이 일어났다. 그녀가 일어나자 정열적인 색을 뽐내며 찰랑거리는 장밋빛 적발과 루비와 같이 빛나는 와인빛 적안이 회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상한 표정으로 붉은 머릿결을 쓸어 넘기고 단상 위의 유리아를 노려보는 그녀는  학생회 부회장 로제였다. 발언자 의석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힐에서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가 났다. 그녀가 발언자 의석에 서서 마이크를 잡자 단상 위에서 학생회 부회장이 그녀를 향해 비아냥거렸다.

    “앉은 자리가 바뀌니 청문회도 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셨나 봅니다. 선대 학생회장의 초임, 재임 합쳐서 1년 반이 넘어가는 임기 동안 전 학생회가 청문회 소집에 응했던 건 고작  번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학생회는 이번 달에만 벌써 네 번째 청문회를 하고 있군요. 당신들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는지 실로 의심이 됩니다.”

    “저는 지금 이전 학생회의 부회장이 아닌 그저 루나칼립스의 학생들 중 한 명의 입장에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더 이상 학원에 없는 선대 학생회장의 청문회 횟수를 지금의 저에게 따지는 것은 이 청문회 자리의 취지에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로제는 부회장의 비아냥에 넘어가지 않고 그렇게 선을 그었다.


    “부회장 아이리스, 진행자인 제게서 발언권을 획득하고 나서 발언을 하십시오.”

    “네, 회장님.”

    “로제 양, 발언하십시오.”


    “사실 이 청문회 자리를 마련해서 학생회장 유리아 릴리스 씨에게 답변을 듣고자 하는 사항은 어제 오후에 있었던 월요 조례 때 해명을 요구하려 했었던 부분입니다만, 그 질문의 내용이 조례의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묻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보류하고 이렇게 청문회를 요청했습니다.”

    “네, 어떤 부분에서 저의 해명이 부족했던 것입니까?”

    “지난 토요일. 학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그 날 누르워 뒷골목에서 이리들의 시신이 발견 됐습니다. 발견  시신은 셋. 그 중에 하나는 팔을 잘린 채 총살 당했는데 정황상 동료 이리들에게 처분된 것으로 추정 되지만, 나머지 둘은 뒷골목 심층부, 그것도 폐사한 오염생물의 유해에서 반쯤 소화된 채로 발견 됐습니다.”

    로제가 언론과 전달자들의 보도 내용을 발췌해둔 걸 읽으며 말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무기들과 총살당한 시신에서 발견된 쪽지, 이에 따른 이리들의 시간대별 예상 동선이 여러 증언과 맞아떨어진다는 점 등을 근거로 뒷골목에서 발견된 시신들은 지난 토요일 학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들과 동일인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로제가 다 읽은 초록(抄錄)을 내려놓으며 유리아를 응시했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유리아 릴리스를 봤다는 증언들도 상당수 확인됐고요.”

    “…….”


    “이 부분에 대해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대체  유리아 릴리스는 뒷골목에 있었던 것인가? 대체 왜 학원에 침입해서 총기 난사를 벌이던 이리들이  뒷골목으로 자리를 옮긴 것인가? 유리아 릴리스는 뒷골목에서 이리들과 접촉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그리고  이리들의 죽음에는 어떤 내막이 있었나. 이에 대해 당사자인 유리아 릴리스의 해명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당사자라는 단어의 뜻에 대해서 저와 로제 양이 이해하고 있는 게 서로 다른가 봅니다. 그 자리에 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당사자가 되는 겁니까?”

    “그럼 전적으로 우연이라 주장하시는 겁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뒷골목에서 봤다는 점만 해도 대체 무슨 용건이 있다고 거길 갔는지가 궁금해질 법한데, 하물며 그곳에서 그 날 그 시각에 총기 난사 사건 범인들이 발견됐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있습니다.”

    “저를 의심하신단 말이죠? 무슨 혐의로요?”

    “무슨 혐의를 씌우려는 게 아니라,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들을 다 짚어두고 이에 대한 학생회의 공개적인 해명을 통해 오해를 풀기 위함이잖습니까? 가령 방금 제가 의문을 제기한 부분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리들의 용건이 유리아 릴리스 씨를 찾기 위해서라고 가정하면 그들이 왜 학원에서 총기를 난사하다 말고 뒷골목으로 향했는지 설명이 됩니다.”


    "회장님, 반론할 발언권을 허락해 주세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비약입니다. 저렇게 빈약한 추론을 억지로 끼워 맞춰서 회장님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하는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이리스, 진정하십시오. 아직 로제 측의 발언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부회장 아이리스는 애써 분을 삼키며 자리에 도로 앉았다. 로제가 발언을 마저 이어갔다.

    "한 가지 더. 총기 난사 사건 발생 당시에 학원에서 위험에 처했던 이는 유학생회의 동방 측 대표 아라한이였습니다. 그리고 누르워의 뒷골목은 그녀가 이끄는 패거리가 점거하고 있죠. 이를 바탕으로 도출해보면 유리아 릴리스 씨와 아라한 사이에는 어떠한 비공식적인 연결 관계가 있음을 유추해 볼  있습니다."


    "선 넘네... 발언권을 받았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막 던지는 거야?!"

    흥분한 아이리스가 쾅쾅 소리가 나게 책상을 치며 성질을 냈다. 참관석에 앉은 이들도 로제의 발언에 웅성거렸다. 신문 동아리 학생들이 무언가를 끄적이는 펜 움직임이 빨라졌다. 유리아는 소란스러워진 참관석과 학생회를 정숙시켰다. 로제가 계속해서 발언했다.


    "아라한이 총기 사격에 휘말린 이유는 이리들이 유리아 릴리스 씨에게 향하는 걸 막기 위해 제지하다가 이리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며, 유리아 릴리스 씨가 뒷골목으로 간 것도 동방인 패거리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설명이 됩니다. 충분히 가정해  수 있는 가능성이지 결코 비약이 아닙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해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뒷골목에서 절 봤다는 증언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무슨 용건이 있어서 뒷골목에 갔던 게 아니고, 그 용건이 총기 난사범 이리들과 관련된 건 더더욱 아닙니다. 그때 당시의  쫓기고 있던 겁니다. 이리들과 그들이 거느리는 시궁쥐들에게 말이죠.”

    “쫓겼다라. 어떤 이유로요?”

    “그걸 저한테 물으시는 이유가 무엇이죠? 쫓던 가해자를 취조해야지, 쫓기던 피해자에게  쫓겼냐고 해명을 요구하시는 겁니까?”


    “아뇨 저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 뭔가 짚이는 부분이 있으실 테니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차원에서 당사자라는 표현을 썼던 겁니다.”

    “짚이는 부분이라면 한둘이 아니죠. 학원 밖에서의 저는 백화 상회 회장의 외동딸이자 유력한 차기 회장입니다. 적을  일도, 척을 질 일도 일일이 다 세지도 못할 만큼 많습니다. 모르실 분도 아니고 아실 만큼 아시는 분이 왜 직접적인 위협을 당한 피해자인 저를 자꾸 가상의 흑막과 엮으려 드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가 음모론으로 유리아 릴리스씨를 모함하고 있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예, 의심하는 겁니다."


    "어엇...?"


    여기서는 흐름상 '의심이라니 그런 게 아니라' 라고 시작하는 게 보통이고 로제 역시 그런 반응을 노렸는데 예상치 못하게 직구로 받아치기를 당하자 로제가 잠시 움찔했다.

    "당신들이 절 의심하는 게 합리적인 의심인데 제가 그 의심의 의도를 의심하는 건 불합리합니까?"


    "그런 합리성 여부를 따지는 건 지금 의논할 사항이 아닌  같습니다."


    "그리고 저와 동방 유학생회 사이에 물밑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셨습니다만, 동방 유학생들은 절 싫어합니다. 몹시도요.  역시 동방 유학생들이 어렵습니다. 그들은 루나칼립스의 공동체 연대에 동참하길 적극 거부하고, 학원의 커리큘럼에도 비협조적이며, 방과후에 모여서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다니는지 수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매점을 점거해서 딸기우유가 입고되는 즉시 다 쓸어담습니다."

    "딸기우유는 좀 화날만 하군요... 아무튼 유학생회가 아무리 반감을 갖고 있더라도 어차피 그들은 아라한과 절대적인 상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아라한 한 사람하고만 손 잡으면 나머지 유학생들은 다 딸려오니 간단한 부분이죠."

    "거기에 대해서 제 입장을 표명하자면, '그럴 리가 없다' 보다도 더 강한 부정이 '뭐하러 굳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뭐하러 굳이 그런 불편한 유착 관계를 맺고 또 비밀스럽게 유지합니까?"

    "얻는 건 확실히 있잖아요? 저와 사이가 나쁜 동방 유학생들을 이용해서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적극적으로 저를 견제할 수 있으니 말이죠."


    "제가 당신을 견제한다고요? 로제 양, 뭔가 오해하시는 거 같은데 저는 당신에게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습니다."


    "뭐, 뭐라고요?!"

    로제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울컥했다. 속이  시원했는지 아이리스가 꼬소하다는 표정으로 키득거렸다.


    "만약 의문을 제기하는 쪽에서 자기들이 듣고 싶은 답을 따로 정해뒀거나 내리고 싶은 결론을 따로 내려둔 상태라면, 제가 어떤 해명을 내놓는다 한들 무의미다고 사료됩니다. 그러니 당신들의 추측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의심에 제가 일일이 해명하느니, 수사 당국의 수사 결과를 확인하시고 결과가 미심쩍으면 수사관들에게 문의하시는 쪽이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사건의 피해자에게 사건의 내막을 밝히라는 요구는 앞뒤가 안 맞습니다. 내막을 밝히는 건 수사관들이 할 일이죠."

    아이리스도 목소리를 보태서 밀어붙였다. 반박할 빈틈이 보이지 않았기에 로제는 일단 한발짝 물러섰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말씀하신대로 총기 난사 사건과 뒷골목에서 발생한 일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학생회 측에 해명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 가지 더 신경 쓰이는 점이 있습니다."

    "후우... 말씀 하십시오."

    "학생회의 공약이였던 기숙사 증축과 강당 리모델링을 위한 예산으로 고용한 NPC에 대한 건 이 자리에 계신 모두가 다 알고 계시겠죠?  불친절하고 불성실한 남자 지도원 말입니다."


    "학생복지를 위한 신규 지도원 배치는 학생회의 결정이 아니라고 이미 수 차례 말씀 드렸습니다. 교무부도, 행정부도 아닌 시리우스 이사장께서 직접 결정한 사안이라 '선대 학생회장의 역량이였더라면 충분히 번복시킬 수 있었다' 라는 주장도 안 통합니다."

    "아뇨, 저는 지금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본래  NPC의 역할은 학원 내의 비상 상황에 대처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리들이 버젓이 학원을 활보하고, 학원 한복판에서 총기 난사를 저지르는 동안  NPC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로제는 신문 동아리 학생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그 학생이 화면에 어느 사진을 띄어올렸다. 화면에 큼지막하게 나타난 사진은 누르워 거리에 함께 있는 에반 플루토와 유리아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초콜렛 가게 앞에 둘이 나란히 서있는 사진, 민트초코를 떠넘기느라 둘이서 옥신각신하는 사진, 그리고 천설당으로 향하느라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서는 모습까지.


    사진을 본 참관석은 물론 학생회의 임원들도 크게 술렁거렸다. 아이리스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유리아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이건 모함이에요. 이들은 지금 악의적으로 합성된 사진을 가지고 회장님을 조롱하고 있어요. 그렇죠? 제 말이 맞죠 회장님?"


    "이 사진들은... 조작이나 합성된 사진이 아닙니다."

    "회장님?!"


    유리아가 시인하자 아이리스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관석 역시 소란스러워진 건 매한가지였다. 신문 동아리 학생들이 무언가를 끄적이는 펜질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결정적인 유효타를 성공시킬  있게 됐다는 생각에 로제가 기세등등해져서 유리아를 몰아붙였다.


    "해명해주세요, 그날  NPC와 만나서 무엇을 하신 겁니까?"

    "이젠 하다못해 제 뒤를 캐는 겁니까? 이건 제 사생활입니다. 제가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청문회까지 열고 주말에 어디서 누구랑 뭘 했는지 해명해야겠습니까?"

    "학생회장 유리아 릴리스 씨. 루나칼립스의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 유지의 의무는 주말이라고 해서, 학원 밖이라고 해서 무효가 되는 게 아니라는 원칙 쯤이야 학생회장인 당신이 더 잘 알잖습니까? 묻는 말에 답해주세요. 저 NPC와 무슨 관계입니까?"

    "무슨 관계도 아닙니다. 그저 학생 대 지도원 사이일 뿐입니다."


    "학생 대 지도원 사이에 주말에 둘이 따로 만나서 누르워에서 시간을 보낸다고요? 대체 어느 지도원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져 있죠?"

    "면담을 요청하면 그에 응하여 주는 것도 지도원 직무의 일환이에요."

    그렇게 대답한 것은 유리아가 아니였다. 아이리스도 아니였고, 그 밖의 학생회의 임원도 아니였다. 참관석에 앉아서 청문회를 지켜보던 학생 중 하나가 말한 것이었다. 회중의 시선이 그 학생에게로 향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폭신해 보이면서도 아름다운 은발을 찰랑이는 아담한 소녀같은 체구에, 오로라 드리워진 별하늘을 담은 보석과도 같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참관인 프릴 루에리아입니다. 잠시 발언할 시간을 주세요."

    "말씀 하십시오."

    발언권을 얻은 프릴이 로제를 보며 말했다.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저 역시 지도원 에반 플루토 씨를 만났습니다. 유리아 양과 같은 용건으로요."


    "그, 그런?!"

    프릴의 말에 로제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는 지도원 님이 알고 계신 고대 문명에 대한 지식에 관심이 있어서  자세히 알고자 주말에 시간을 내서 지도원 님을 만났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지극히 개인적으로 만난 것이네요. 그러니 저도 로제 양의 말대로라면 루나칼립스의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배한 것이겠네요?"


    "아, 아닙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말이 아니라...!"

    "아니면 저 역시 학원 내 총기 난사 사건과 엮일 만한 합리적인 의심의 대상이겠네요?"

    "그렇지 않습니다..."


    프릴은 의석에 앉아있는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지금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알 권리 행사라고 생각하는듯 하지만, 제 눈에는 그냥 유리아 양을 괴롭히는 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야 정당한 권리라고 해도 지금 이건 정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사건의 해결과 재발 방지를 원한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결의 목소리입니다. 의심의 눈초리가 아니라요. 이상입니다."


    프릴이 자리에 앉자 유리아가 로제에게 물었다.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없습니다. 성의를 담은 답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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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문회를 마치고 의석과 참관석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모두 퇴장하고 나자 자치활동실에 남은 학생회 임원들이 피곤하다는 기색을 표하며 책상에 엎어졌다. 서기들은 청문회 기록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었고, 부회장 아이리스는 불만을 표하며 툴툴댔다.

    "하여간 재수없는 것들. 하루가 멀다하고 청문회 소집해댈 거면 하다못해 뒷정리라도 도와주던가."


    유리아는 말 없이 서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아이리스가 유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루에리아 양이 갑자기 저희를 도와준  의외였어요. 저희가 해명할 때는 끝까지 꼬투리 잡더만 같은 귀족인 루에리아 양이 한 마디 하니까 전부 꿀 먹은 벙어리 되던 게 참 볼만 했는데, 그쵸?"


    유리아는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는 아이리스에게 괜찮으니 걱정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

    "오늘도 다들 청문회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어요."

    "아닙니다. 고생은 회장님이 다 하셨죠. 회장님은 이제 숙소로 돌아가실 건가요?"

    "아뇨, 예정이 있습니다. 잠시 만나기로  사람이 있어서요..."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뵐게요. 푹 쉬셔요!"

    "네, 늘 고맙습니다."

    유리아는 학생회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만나기로 예정을 잡아둔 사람을 보러 장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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