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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1-3. 위험한 우등생들 (5) (19/88)



〈 19화 〉1-3. 위험한 우등생들 (5)

아그루스 제국이 아무리 부강하더라 한들 결국 하늘 아래, 땅 위에, 사람 모여 사는 곳이고, 작은 마을부터 강대 제국까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디든 같은 문제점을 갖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 문화와 시대에 구애 받지 않는 가장 보편적인 문제점을 꼽으라면 단연 계층간의 양극화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가 부유하고 존귀한 반면 누군가는 빈곤하고 미천하다. 존귀한 자는 존귀한 자들과 어울리고, 미천한 자는 미천한 자들끼리 모여 산다. ‘달은 달끼리, 날개는 날개끼리, 진흙은 진흙끼리’. 아그루스 제국의  오래된 격언은 달과 날개에 해당하는 자들에겐 긍지의 의미로, 진흙에 해당하는 이들에겐 자조적인 의미로 모든 계층의 시민들 입을 오래도록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결되지 못한, 해결하지 않기로 한 고질적인 문제는 언제부턴가 질서가 되었고, 질서를 깨고자 하는 시도는 죄악이 되었다.


“하아… 하아…”


뒷골목을 헤매며 발걸음을 재촉하느라 숨이 차오른 유리아 릴리스가 호흡을 골랐다. 그러는 동안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꿍꿍이를 가지고 그녀를 쫓아오는 무리가 있었다. 감히 진흙에 있는 자들이 질서를 어기고 날개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이다. 이는 위계 질서에 엄격한 사회인 아그루스 제국에서 결코 용납될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진흙 중에서도 진흙들이 모인, 그야말로 제국의 하수도 사회인 뒷골목은 기사단에게 조차 외면당하기에 무슨 일이 생겨도 즉각 도움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아그루스 제국의 많고 많은 뒷골목들이 지역에 따라 저마다의 규칙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도 딱 하나의 규칙만큼은 모든 뒷골목들에 통용 되는데 그것은 바로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다.


유리아가 수많은 추적자들을 피해 다니는 동안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과 마주쳤지만 모두가 그녀와 엮이지 않기 위해 눈을 돌리고  본 체했다. 마법학원 학생은 절대 물지 않는  라쿠이르 뒷골목의 규칙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물지 않는다는 말일 뿐, 도와주고 지켜줘야 한다는 내용은 규칙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저기 있다! 잡아!!"


이제 시궁쥐들은 미행할 생각도 없어졌는지 큰소리로 외치며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유리아는 황급히 골목을 꺾어들어갔지만 그곳은 장벽처럼 쌓인 채 방치된 쓰레기 더미가 통행로를 완전히 막아놔서 막다른 길이었다.

우회할 만한 다른 틈은 보이지 않았고 담을 훌쩍 넘어갈 운동신경도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유리아를 뒤쫓아  시궁쥐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밀려들어와 유리아를 가로막았다.

"아가씨, 이제 그만하지? 요리조리 도망다녀봤자 뒷골목은 우리들 안방이야."


"죽이라는 지령은 없었으니까 순순히 따라오면 아픈 꼴은 안 당할지도 몰라. 괜히 서로 일을 번거롭게 하지 말자고."


"....."


유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하며 물러섰다. 참을성 없는 시궁쥐 몇 명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애새끼여도 마법사니까 수작질 부리기 전에 일단 잡고 봐!"


"야 이 새꺄 힘으로 억지 쓰려다  다치게 만들면 진짜 죽여버린다?!"

시궁쥐  명이 유리아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들의 손길은 유리아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을 헤맸다. 마치 허공에 영사된 형태 없는 홀로그램을 만지려 하는 것처럼 유리아의 몸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뭐, 뭐야?!"


무덤덤한 표정으로 시궁쥐들을 둘러보던 유리아의 형체가 점차 흐릿해지더니 곧 사라져버렸다. 자신의 정신이 마력에 간섭받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  챌 정도로 미숙한 상대라면 이런 간단한 트릭으로도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유리아는 놀라 우왕좌왕하는 시궁쥐 무리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며 어느 낡은 복합 상가 건물의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문을 열고 상가 안으로 들어가자 식당과 식료품 가게, 옷가게 등 허름한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유리아는 가게 사이의 복도를 가로질러서 건물 반대편 후문으로 나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복도 한 가운데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사람 하나가 신경 쓰였다.

상인도 아니고, 손님도 아닌 것이 유리아와 눈 마주치지 않으려고 딴청을 피우며 슬쩍 서있으니 딱 봐도 수상했지만, 유리아는 모른 척 하고 지나갔다. 그렇게 유리아가  사람을 지나쳐 가는 그 순간


휙!!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유리아를 덮쳤다. 하지만 미리 경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리아는 대책도 없이 맨몸으로 마법사를 붙잡으려 한 그를 바로 응징했다.

파칫!


"끄아악?!!"

유리아가 만들어 낸 노이즈가 의식을 뒤흔들자 내성이 없는 시궁쥐는 저항할 생각도 못하고 머리를 감싸쥐며 쓰러졌다.

"방금 무슨 소리지?!"

"저기 위층이다!"


비명 소리를 들은 동료들이 몰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오자 유리아도 황급히 자리를 떴다. 발각되기 전에 복도를 가로질러 후문으로 나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상가 건물 뒤쪽으로 빠져나가는  포기하고 쪽문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쪽문으로 빠져나와서 길목 뒤쪽으로 가니 그곳에는 시궁쥐들이 없었다. 최대한 가쁜 숨을 진정시키니 의문을 품을 정도의 여유가 머릿속에 생겼다.


대체 뭘까? 수가 많아도 이상할 정도로 많다. 이 많은 인원이 협동하여 몰려다니는 점이나, 주변에 포진해 있는 배치를 보니 지금 그녀를 쫓고 있는 시궁쥐들은 분명 모두 한 패거리라고 추정할  있다. 옷차림이나 행동거지로 보아 이곳 뒷골목의 원래 거주민은 아닐 것이다. 거주민이라면 누가 무슨 제안을 한들 이렇게 단체로 작당하여 뒷골목의 규칙을 어길 이유가 없다. 그것도 유리아 씩이나 되는 상류층을 무는 하이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말이다.


사실 이들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 유리아를 노리는지 그 목적이 중요할 뿐. 유리아는 짚이는 대로 전부 떠올려 본다.

백화 상회를 겨냥한 테러? 백화 상회와 유착 관계인 귀족들의 토사구팽? 백화 상회 그룹 내의 뒷공작? 아니면 정말 단순히 부자들에 대한 원한? 아니면 설마 유리아가 가진...

"아니야. 그것 만큼은 안 돼... 그건 백화 상회 내에서도 극비 사항이니까."

유리아가 시궁쥐들에게 포위되어 위협 당하던 때보다도 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

유리아는 살아있는 새의 날개짓으로는 불가능한 부자연스러운 궤도로 공중을 배회하는 까마귀들을 발견했다. 그 중 하나가 유리아를 발견하자 빠른 속도로 하강에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가까이서 보니 역시  까마귀는 살아있는 새가 아니라 아티팩트로 생성하고 조종하는 마력 덩어리였다. 정찰 및 수색에 사용되는 아티팩트를 불법으로 개조한 것이다.


"까악! 깍!"


파칙! 유리아는 강한 출력의 악성 이명을 일으켜 신속히 까마귀를 제거했다. 다행히 늦기 전에 빠르게 소멸시켜서 술자에게 발각되지는 않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곧 갑작스러운 신호 소실을 감지한 다른 까마귀들이 방향을 틀어 이 주변을 정찰할 것이다.

"아티팩트..."

유리아가 예상했던대로, 그리고 우려했던대로 이 시궁쥐들은 그냥 떼지어서 몰려다니는 게 아니라 '이리'의 통솔을 따르고 있다. 단순히 시궁쥐들이 뭐  갈취해 보려는 수작이 아니라 교활한 이리의 계획된 범행이라면 사안은 더 심각해진다.


뒷골목을 빠져나가 큰길에 발을 들이면 시궁쥐들도  이상 공공연히 말썽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유리아가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숨기고 다니려고 하는데...

피잉! 갑자기 나타난 투명한 격벽이 골목을 완전히 봉쇄하며 유리아를 가로막았다. 마력 필드로 된 역장이었다. 아무래도 수색용 까마귀의 신호가 끊어진  확인한 술자가 그 주변을 중심으로 미리 설치해둔 역장을 원격 발동시키는 모양이었다.

유리아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악성 이명을 일으켜 역장을 구성하는 마력을 오염시켰다. 역장을 왜곡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어디까지나 술자의 통제를 끊어서 마음대로 다시 열고 닫지 못하게 했을 뿐 역장의 제어권을 뺏거나 아예 소멸시킬 수는 없었다. 결국 길은 여전히 막힌 그대로였고, 유리아의 능력으로는 뚫고 지나갈 수 없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이리는 역장 생성 아티팩트를 이용해 유리아가 큰길로 빠져나갈 수 있는 퇴로를 차근차근 봉쇄하고 있을 것이다. 더 궁지에 몰리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가야만 한다.

"분명  근처라고 했어!"


"시팔 곱게 좀 잡히지 이게  좃뺑이냐?"


시궁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아는 뛰기 시작했다.


"야, 저기 있다!"

"잡아!!"

구두굽 높이가 어느 정도 있어서 뛰기 불편했고, 원래 체육에 능하지는 않은지라 달리기로 추격을 따돌리기는 무리였다. 심지어 뒷골목 생활에 익숙한 시궁쥐들은 복잡하게 얽힌 상가와 주택의 천장을 타고 파쿠르까지 하면서 여기저기서 유리아를 쫓았다.

제법 넓직한 길로 나온 유리아가 가게 사이를 지나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피잉!! 또 다시 솟아난 역장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고 막다른 곳에 몰린 그녀 뒤로는 무수한 시궁쥐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드디어 잡았네 시팔...!"


"여기는 보는 눈도 많으니까 빨리 거점으로 끌고 가자고."


"어이, 아가씨. 좋은 말로 하는 건 마지막이니까 수작질 그만 부리고 그냥 곱게 따라와."

 아까와 같은 트릭을 쓰더라도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많아서 빠져나갈 틈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 자체를 타개하지 않는다면 좁혀지는 포위망 안에서 아무리 속임수로 빠져나가고 도망다녀도 금방 따라잡힐 것이다.

"...."

유리아의 마법은 확실히 대인전에 효과적인 능력이지만, 정신 작용 마법인 만큼 사용자 본인에게 끼치는 악영향 또한 크다는 결점이 있다. 그렇기에 유리아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는 자신의 마법을 쓰는 걸 꺼린다. 루나칼립스 고등부 1학년 공식 서열 1위인 유리아에게 시궁쥐 몇 명 무력화시키는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마법을 쓰느라 힘이 빠진 상태에서 이리에게 습격당하면 대응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리아는 최대한 도망치기만 해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몰린 이상 강행돌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보였다. 유리아는 입술을 살짝 물고 노이즈를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야!! 니네들!!"


뒤쪽에서 우렁차고도 야무진 목소리가 들려오자 시궁쥐들이 뒤돌아봤다. 그곳에는 눈쌓인 산마루처럼 새하얀 은발이 인상적인 작은 소년 하나가 열받은 표정으로 서서 씩씩 거리며 시궁쥐 패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못보던 놈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길래 신경 쓰여서 뒤를 좀 밟아봤더니만... 니네들 지금 유리아한테 뭐하는 짓이야?!"


"넌 뭐야? 뭐하는 놈이냐?"


"빵집에 밀가루 배달하던 길이다."


"아 그럼 밀가루 들고 마저 빵집이나 가. 괜히 여자애 보는 앞이라고 모양 잡다가 먼지나게 쳐맞지 말...."

빠각! 배달부 소년은 들고 있던 밀가루 봉지로 시궁쥐의 얼굴을 후려쳤다. 퍽하고 호쾌한 효과음과 함께 종이로 된 봉지가 터지자 밀가루가 사방팔방 튀며 시궁쥐의 얼굴을 우스꽝스러운 흰색으로 만들었다. 가루 때문에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하는 시궁쥐에게 소년이 주먹을 휘두르자 맞은 얼굴에서 하얀 분진이 피어올랐다. 작은 체격에 비해 꽉찬 주먹을 가진 소년이 시궁쥐를 때려눕히며 말했다.

"먼지나게 쳐맞는다는 건 이런 걸 말하나?"

"이... 좆만한 새끼가 지금 쪽수 차이도 안 보이나?"


"어차피 이 골목 애새끼 같은데 그냥 죽여버려도 상관 없지 않냐?"

도발이 제대로 먹혀 열받은 시궁쥐들이 타겟인 유리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소년을 해치려 했다. 소년은 흉기를 소지한  많은 괴한들을 상대로도 전혀 위축되거나 겁먹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일기당천이라도 할 기세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소년의 두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간 그때


"야  새끼들아! 적당히 좀  씨팔!! 어?!"

중년 남성 하나가 욕 한 바가지를 끼얹으며 난입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생선가게 사장이었다.


"댁은 또 뭔데 참견이야?!"

"어따대고 되려 큰소리야?!  잘했다고 이 씹새끼들이! 이상한 아티팩트로 길 쳐막아놓기나 하고, 떼지어서 깽판이나 치고 다니고! 다른 곳에서 왔으면 닥치고 눈치 삼일 봐야할  아냐?! 요즘 다른 뒷골목은 그런 기본적인 규칙도 없나?!"

"볼일 다 마치면 나갈 거니까 신경 끄셔! 댁이랑 좆도 상관 없잖아!"


"상관이 없기는 니미! 저 아가씨 마법학원의 학생이잖아! 니들은 볼일 다 보고 쏙 빠져나가고 우리만 수사관에게 죽어나가게 생겼는데, 시발 뭐 상관이 없어?!"

생선가게 사장이 버럭 소리치자 시궁쥐 중 하나가 흉기를 꺼내 위협했다.


"어이 아저씨, 다치기 싫으면 들어가 있어."


그러나 생선가게 사장은 자신을 향하는 흉기를 보고 코웃음을 치더니 가게에 있던 큼지막한 회칼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니들만 연장 쓰디? 야, 나와라 얘들아!!"

생선가게 안쪽에서 다른 남성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들은 참치나 대형어류의 발골 작업에 쓰는 커다란 칼을 들고 있었다. 주방 안에 있으면 별다른 문제가 될 게 없는 평범한 도구일 뿐이지만, 주방 밖으로 나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순간 밑도 끝도 없이 위험해지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생선가게에서 끝이 아니었다. 뒷골목의 다른 거주민들이 저마다 흉기가 될 수 있는 연장들을 챙겨서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혹여라도 마법학원 학생에게 뭔일 생겼다가는 우린 끝장이야! 수사관들이 빡쳤다가는 골목  구역이 그냥 사라져 버릴 거야!"

"계속 규칙을 어기게 뒀다가 하숙촌 구역의 동방인들 심기라도 건드리면.... 분명 보고만 있던 우리도 영 좋지 않아."

"당장 저 새끼들을 내쫓아버리자!"

소년의 용기가 의도치 않게 뒷골목 거주민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었다. 배달부 소년을 시작으로 생선가게가 나서자 불씨가 화르륵 번지듯이 여기 저기서 우르르 일어났다. 분명 다들 눈치를 살피면서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비록 소년을 도와준다거나, 유리아를 구한다는 선량한 취지가 아니라, 순전히 본인들이 살기 위한 이기심에서 비롯됐지만 아무렴 어떠랴? 지금  상황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했다.

"하 시발...!"

시궁쥐들이 예상치 못한 소요에 난감해했다. 생선가게 사장이 시궁쥐들에게 윽박 질렀다.

"느그들 이제 연장 믿고 깝칠래, 쪽수 믿고 깝칠래?"


"이 씨발...."


"야리기만 하지 말고 들어와 봐. 아 빨리 들어와!"


"씨...!!"

시궁쥐들은 이쯤 되자 원래 목적인 유리아를 잊기라도 했는지 뒷골목 거주민들과 패싸움을 벌였다. 사태가 커지자 당황한 유리아가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배달부 소년이 유리아의 손을 덥썩 잡아서 끌었다.

"유리아!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까!"

체온이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차디찬 손에 유리아는 섬칫 놀랐다. 멍하니 있다가 정신이 퍼뜩  유리아는 이대로 있다가 패싸움에 말려들거나 시궁쥐에게 쫓기기 전에 서둘러서 빠져나갔다.

'누구지?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유리아는 자신을 도와준 소년을 생각하면서 패싸움 현장에서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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