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88 제 122 장 - 새로운 질서 =========================================================================
큐피 7층부터는 S급 몬스터가 등장한다.
3층, 4층, 5층, 6층까지는 중대형 몬스터가 주종이라면 7층부터는 대형 몬스터와 초대형 몬스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급 몬스터라면 과연 어떤 몬스터가 나타날까? 발록, 베히모스, 크라켄, 리바이탄, 드래곤 같은 것이 막 나오는 건가?’
소울은 어떤 S급 몬스터가 나올지 무척 궁금했다.
또한 S급 몬스터는 얼마나 강할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전투력이 검증이 되지 않은 파이랑을 데리고 7층의 게이트를 마구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일단은 S급 몬스터가 나오는 게이트 중 가장 약한 몬스터가 나온다는 게이트 한 곳을 들어가 그의 능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파이랑, 너의 실전테스트는 여기가 좋겠다.”
“전 어디라도 상관없어요.”
파이랑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소울은 진한 남색의 물결이 찰랑대는 게이트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좋아. 그럼 이곳으로 가자.”
“네, 마스터.”
소울은 파이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게이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팟!
게이트를 통과하자 눈 깜빡할 사이에 세상이 바뀌어져 있었다.
몇 번을 경험해도 신기한 생각이 든다.
“여긴 뭐죠?”
“글쎄, 보기에는 황무지 같기도 하고 무슨 강철지대 같기도 하네.”
딱히 뭐라고 꼬집어서 정의를 내리기 곤란하게 생긴 지형을 보며 소울은 잠시 턱을 쓰다듬었다.
일단 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다.
눈앞에 펼쳐진 대지는 넓고 광활하다.
그리고 그 광활한 대지는 차가운 금속 빛으로 가득했다.
‘이게 진짜 금속이 분명하다면 그냥 광산을 차리면 좋겠군. 가만 그러고 보니 이거 노천광산이잖아?’
소울은 큰 기대를, 파이랑은 호기심을 가득채운 눈빛으로 신전계단을 내려왔다.
강철로 만들어진 요새를 빠져 나오자 파이랑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바닥을 툭툭 쳐보더니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텅텅!
“바닥이 쇠네요.”
“그렇구나. 바닥이 쇠구나.”
혹시 뭐라도 대단한 것을 발견한 줄 알았더니……. 뭐라고? 쇠라고?
소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주변이 온통 철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장소였다.
“이곳은 어디죠?”
“흐음, 이곳이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곳에서 어떤 몬스터가 나오느냐가 중요하지.”
“이런 곳에도 과연 몬스터가 존재할까요?”
“뭔가 있으니까 큐피 안에 이렇게 게이트를 만들어뒀겠지. 거기에다 이 게이트는 7층에 있잖아. 그건 뭐가 튀어나와도 최소한 A급 이상의 몬스터가 나온다는 얘기야.”
“A급 몬스터면 얼마나 강하죠?”
“그건 직접 겪어보면 알 수 있겠지.”
소울은 굳이 이곳이 S급 몬스터가 나올 수 있는 S급 몬스터 사냥터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소환수들을 몽땅 소환했다.
[까뮤, 본, 푸티나, 렉시 소환!]
파이랑은 소울이 소환한 그의 소환수들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참 신기하네요.”
“난 네가 가진 능력이 더 신기해.”
소울은 호기심을 느끼는 파이랑을 뒤로 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머리 위로 까뮤와 렉시가 떠오르고 본과 푸티나도 소울의 뒤를 쫓았다.
“같이 가요.”
파이랑은 그 모습에 길이라도 잃어버릴까 싶은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등급이 오른 소울의 소환수들은 이제 그 모습이 크게 변해있었다.
S+급으로 성장한 까뮤는 이제 경국지색의 아름다운 미녀가 됐다.
그러나 여신의 포스를 내뿜고 있는 까뮤의 눈부신 미모는 여전히 소울과 그의 소환수들에게만 보였다.
선녀의 날개옷처럼 하늘거리는 얇은 망사를 입은 까뮤가 허공에서 유영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명화(名畫)이자 영화의 명장면이다.
소울의 뒤에서 얌전히 걸어가는 푸티나도 S급으로 올라서자 겉모습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새하얀 얼굴은 인형처럼 작고 예뻐졌고, 몸매는 완연한 S라인의 글래머인 동구권의 미녀들처럼 매력적이다.
예전의 그 작고 귀엽던 새끼 곰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본은 스켈레톤 프린스가 되자 일국의 왕자처럼 화려하고 멋진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의 고결해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에는 강한 카리스마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렉시도 A+급이 되자 덩치가 대형 전투기만큼 커지며 크게 성장했다.
붉은 몸체는 진짜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나마 소울의 명령에 의해 그 모습이 반쯤 투명하게 변해 쉽게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나도 이곳이 처음이라 그냥 한번 둘러보는 거야.”
“그러시구나.”
파이랑은 걷는 게 좀 지루해졌는지 입이 조금 앞으로 튀어 나왔다.
“저기 앞에 보이는 언덕 위 까지만 올라가자.”
“네.”
소울의 말에 파이랑의 입술이 쏙 들어갔다.
참으로 단순하게 반응하는 파이랑이었다.
[주인님, 언덕 너머에 아이언 골렘이 보여요.]
[골렘?]
[네, 언덕 위로 올라가시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까뮤의 말에 소울은 즉시 언덕을 향해 쏘아진 화살처럼 달려 올라갔다.
그러자 놀란 파이랑이 허겁지겁 소울의 뒤를 쫓아왔다.
“우와! 골렘 밭이다.”
“오오오, 이것이 전설에 나오는 그 아이언 골렘! 맞죠?”
“응, 아이언 골렘이 확실하네.”
언덕 너머를 쳐다보는 소울과 파이랑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고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차가운 금속으로 이어진 광활한 대지에는 단단한 쇠로 이뤄진 커다란 덩치를 가진 아이언 골렘 수백, 아니 수천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쿵쿵 쿵쿵쿵!
움직일 때마다 마치 대지가 진동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느긋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아이언 골렘의 박력 있는 모습을 보자 소울과 파이랑은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집채만 한 아이언 골렘들이 수두룩하네요.”
“자세히 살펴보면 더 큰 놈도 많다.”
“와! 저놈은 빌딩만 하네요.”
파이랑과 소울은 경쟁적으로 아이언 골렘의 크기를 비교했다.
그러다 자신들이 이곳에 왜 왔는지를 생각해내고는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먼저 제일 가까이 있는 놈 하나를 유인해서 잡아보자.”
“네.”
“아이언 고렘을 유인하는 것은 내가하지.”
“네.”
소울은 머천넷을 통해 이번에 새로 장만한 S급 활인 사릉가를 꺼내들었다.
파이랑은 소울의 말을 명령으로 알아듣고는 두 다리를 좌우로 벌리고 섰다.
두 주먹을 불끈 쥐더니, 소울이 사릉가로 겨냥하고 있는 불곰만한 아이언 골렘을 노려봤다.
태양신 비슈누의 빛의 활이라는 사릉가는 기본적으로 화살이 필요 없었다.
그저 시위를 당기기만 해도 빛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저절로 나타나 손에 잡혔다.
핑!
번쩍!
사릉가의 시위를 놓는 순간 이미 빛의 화살은 아이언 골렘의 가슴에 박혀들었다.
하지만 쇠꼬챙이를 찔러서 뚫어놓은 듯한 빛의 화살의 구멍은 금세 물에 잠기듯 사라졌다.
바닥에 있는 금속들이 마치 살아있는 물처럼 아이언 골렘의 다리를 타고 올라오더니 구멍 난 가슴속을 순식간에 메워버린 것이다.
소울은 사릉가에서 발사된 빛의 화살의 엄청난 속도에 놀랐다.
그리고 아이언 골렘의 빠른 회복력에 다시 한 번 놀라야했다.
그러나 사릉가를 손에 든 소울의 노력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니다.
빛의 화살에 의해 살짝 몸이 흔들렸던 아이언 골렘 한 마리가 소울을 향해 질주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쿠쿵 쿠쿵 쿠쿵 쿠쿵…….
커다란 덩치의 아이언 골렘이 달려오자 땅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파이랑은 한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중력장을 펼쳤다.
우웅! 쿠궁 쿵!
아이언 골렘은 갑자기 몸이 엄청 무거워지고 위에서 아래로 뭔가가 짓누르는 느낌에 크게 당황했다.
달려오던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더니 결국 힘에 겨운 듯 땅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웅아아아아!
아이언 골렘이 포효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질러댔다.
동시에 두 눈에서 진한 남색의 빛이 솟구쳤다.
그러자 아이언 골렘은 다시 벌떡 몸을 세울 수 있었다.
“어라?”
파이랑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아이언 골렘의 힘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몇 배는 더 강력했던 것이다.
파이랑은 열이 받았는지 이번에는 두 손을 들더니 위에서 아래로 세차게 내리눌렀다.
우웅 쿵!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바짝 들어 세우던 아이언 골렘의 몸이 파이랑의 중력장에 납작 눌려 쓰러졌다.
파이랑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점점 더 강하게 내리누르자 아이언 골렘의 몸에 균열이 생겨나더니 이내 거미줄처럼 쫙쫙 갈라져 부서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언 골렘의 몸이 부서지는 순간, 곧바로 바닥에서 금속들이 밀려와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갔다.
“이게 아직도 버티고 있네?”
파이랑은 진짜 화가 났다.
마스터 앞에서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아이언 골렘이 초를 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천천히 하지만 강하게 오므렸다.
그러자 쇠가 갈리고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아이언 골렘의 몸체가 한꺼번에 찌그러지더니 부서져 내렸다.
우웅웅 우우웅! 콰드드득 콰드드득 카카캉!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의해 물엿처럼 짓눌린 아이언 골렘은 박살나다 못해 산산이 부서졌다.
부서지면 바닥에서 금속이 밀려와 채워지기를 반복하던 아이언 골렘도 몸 전체가 한꺼번에 짓눌리는 충격에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골렘의 핵이 파괴되자 아이언 골렘은 원래의 쇠 부스러기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뜨거운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는 파이랑을 향해 소울은 어쩔 수 없이 칭찬을 던져줘야했다.
“파이랑, 참 잘했다.”
“헤헤, 보통이죠. 뭐.”
파이랑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쫙 펴고 턱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흘렀다.
파이랑은 지금 자신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전력을 다한 것 같지는 않지만, 땀을 흘리는 것을 보니 나름 애를 썼군. 파이랑은 S급 능력자가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힘을 완전하게 컨트롤하지는 못하고 있어. 역시 경험부족인가?’
소울은 파이랑의 상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파이랑, 한 마리 더 잡을 수 있겠어?”
“물론이죠.”
파이랑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호기롭게 말했다.
소울은 파이랑의 대답에 바로 사릉가를 들어 아까보다 조금 더 큰 아이언 골렘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핑!
번쩍!
이번에는 아이언 골렘의 어깨에 구멍이 뚫렸다가 빠르게 메꿔졌다.
당연히 어그로가 끌린 아이언 골렘은 소울을 향해 달려왔다.
“이번에는 공간붕괴 스킬을 한번 보여줘.”
“네? 그건 힘이 좀 많이 드는데요?”
“할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당연히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스킬을 쓰고 나면 바로 탈진해버려요.”
“괜찮아. 내가 파이랑을 안전하게 지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스킬을 써봐.”
“네, 그럼 믿고 쓸게요.”
파이랑은 고개를 크게 위에서 아래로 끄덕이더니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달려오는 아이언 골렘을 향해 정신을 집중하더니 한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공간붕괴!”
사라라라랑!
파이랑이 작게 중얼거리는 순간, 놀랍게도 달려오던 아이언 골렘의 거대한 동체가 마치 스러지는 모래처럼 변해 허공에 휘날리듯 사라져갔다.
‘대단하구나. 이건 정말 결전(決戰)병기, 아니 궁극의 필살기네.’
소울은 절로 감탄해마지 않았다.
파이랑이 놀란 소울의 얼굴을 확인하자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두 다리가 비 맞은 개처럼 마구 흔들리고 몸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니 꽤나 지친모양이다.
“본, 파이랑을 부축해라.”
“예스, 마이로드.”
소울의 명령에 본이 즉시 파이랑에게 다가와 부축을 하자 파이랑은 뭔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쁜 푸티나도 있는데 왜 하필 본을 붙여 주냐?’는 항의를 하는 것만 같았다.
파이랑의 그 격렬한 눈빛에 소울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파이랑, 큐피로 먼저 돌아가 있어.”
“네, 마스터.”
“본, 파이랑을 게이트 입구까지 데려다줘.”
“예스, 마이로드.”
본은 소울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더니 악어 입을 만들어 본 페가수스와 해골전투마를 소환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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