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86 제 122 장 - 새로운 질서 =========================================================================
“일반인을 능력자로 만든다고 전부 진짜 능력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 F급 능력자까지는 헌터라는 이름으로 능력자와 역할을 분리시키도록 하세요. 소울 시큐리티와 소울 포스에서 이들을 받아들이면 큰 문제없이 잘 돌아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소형전술차가 개성큐피 앞에 서자 소울과 나인권은 차에서 내렸다.
“난 개성큐피 안에서 볼 일이 있습니다.”
“저도 개성큐피에서 볼 일이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같이 들어가죠.”
소울과 나인권이 나란히 개성큐피 안으로 들어갔다.
나인권이 4층으로 올라가자 소울은 일부러 1층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도우미를 통해 확인한 결과 머천넷의 콤파냐가 보낸 ‘코어 컨트롤 디바이스’가 담긴 ‘쉬프트 비히클’이 도착해있었다.
거대한 창고 안에 들어가자 불이 자동으로 들어왔다.
창고의 중앙에 은빛으로 빛나는 타원형의 물체들이 보였다.
콤파냐가 보낸 쉬프트 비히클들이다.
소울이 가까이 다가가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쉬프트 비히클부터 몸체에서 푸른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원을 확인하겠습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허락한다.”
타원형의 본체에서 붉은 빛이 퍼져 나오더니 소울의 몸을 빠르게 스캔했다.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이소울 마스터는 SV-1, SV-2, SV-3, SV-4, SV-5 의 임시 마스터이십니다. 명령대기 상태에 들어갑니다.”
“코어는 어떻게 획득하지?”
“정확한 위치만 알려주시면 저희가 알아서 직접 코어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거 잘 됐네.”
소울은 지체 없이 까뮤를 불러 SV-1에서 SV-5까지 쉬프트 비히클 다섯 대를 아공간에 담았다.
그리고는 개성큐피 밖으로 나가 대기하고 있는 소형전술차를 탔다.
“벌써 다녀오셨어요?”
“응, 개성지부로 가자.”
“네, 마스터.”
실비아는 소울이 너무 빨리 돌아오자 의아한 표정을 하더니 이내 소형전술차를 몰아 개성지부로 향했다.
개성지부에 도착한 소울은 별관 창고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까뮤를 불렀다.
[까뮤, SV-1 과 SV-2 를 꺼내라.]
[네, 주인님.]
까뮤가 쉬프트 비히클 두 대를 꺼내자, 소울은 SV-1 과 SV-2 에게 다가가 광주필드와 대구필드의 위치를 차례로 입력시켰다.
인천, 대전, 울산, 부산에도 몬스터필드가 있었지만 그는 굳이 광주와 대구를 선택했다.
인천필드를 없애면 괜히 중국의 몬스터필드가 없어질 것 같고, 부산필드를 없애면 일본의 몬스터필드가 없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괜히 공짜로 남 좋은 일 시켜줄 일은 없었다.
“SV-1, SV-2, 위치 확인했으면 즉시 출발해서 코어를 회수해라.”
“네, 마스터! 광주필드의 코어를 회수하러 출발하겠습니다.”
“네, 마스터! 대구필드의 코어를 회수하러 출발하겠습니다.”
스팟! 스팟!
쉬프트 비히클 두 대는 놀랍게도 그 자리에서 텔레포트를 해서 사라졌다.
소울은 SV-1과 SV-2가 각각 광주필드와 대구필드에서 코어를 회수하다가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 부서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게 전부 기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쉬프트 비히클을 제대로 무장시키면 이거 어지간한 몬스터는 다 작살나겠는데……. 나중에 콤파냐에게 한 대만 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소울은 별관 창고를 나와 별관 스위트룸으로 이동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마스터!”
소울은 누가 자신을 찾아왔나 싶어 고개를 돌리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문 앞에 유정아가 보였던 것이다.
“뭐야? 약속한 것 잊었어?”
“아! 미안. 내가 깜빡했네.”
“너무하는 것 아니야? 요새 나를 너무 내버려두네?”
“하하하, 미안하다고 했잖아. 정말 반성하고 있다고.”
소울은 얼른 유정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꽉 끌어안고는 입술에 키스를 했다.
유정아는 살짝 앙탈을 하는 것 같더니 어느새 화가 풀렸는지 그와 설왕설래(舌往舌來)를 나누며 허리를 두 손으로 꼭 감쌌다.
유정아의 화를 풀어주려고 그녀를 끌어안았던 소울은 막상 진한 프렌치 키스가 오가자 급격히 발동이 걸렸다.
문제는 빠르게 달궈지고 있는 것이 소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정아는 어느새 달착지근한 신음소리를 내며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보고 싶었어.”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소울은 유정아와 키스를 하는 것이 참 좋고도 낯설었다.
유정아에게는 사흘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소울에게는 두 달도 넘는 시간인지라 그녀가 많이 보고 싶기도 하고 많이 고프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소울은 결단을 내렸다.
[까뮤, 문단속하고 별관 출입을 통제해.]
[네, 주인님.]
까뮤의 목소리가 뭔가 살짝 아쉽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스위트룸의 문이 닫히자 소울은 공주님 안기로 유정아를 번쩍 들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 문이 닫히고 한참동안 두 사람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별관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 * * * *
‘대한민국의 모든 몬스터필드가 사라지다!’
‘평양, 광주, 대구에 큐피(큐브·피라미드)가 등장.’
‘한반도는 축제의 분위기로!’
‘몬스터필드가 사라진 중국 단동, 축제가 벌어지다.’
‘세계는 지금 충격과 경악에 휩싸였다.’
‘세계 능력자협회, 조사에 착수.’
‘유엔, 특수조사팀 파견.’
‘대한민국 능력개발청, 서머너즈 길드의 큐피 운영권 인정.’
‘대한민국 능력자협회, 서너머즈 길드의 큐피 운영은 당연하다.’
‘377 길드, 능력개발청과 능력자협회의 시책에 강력 반발.’
‘고구려 길드가 빠진 277 길드, 대한민국 능력자협회 탈퇴결의.’
‘대한민국 능력자협회, 277길드 탈퇴하면 수용하겠다.’
‘큐피는 아무나 들어가나? 서머너즈 길드원만 출입가능.’
‘능력개발청, 고구려 길드의 평양큐피 운영권 일부 인정.’
‘이제 고구려 길드원도 큐피 들어간다.’
‘개성과 평양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진다.’
‘277 길드, 탈퇴결의는 유효한가?’
‘말을 아끼는 277 길드, 사실은 서머너즈 길드와 물밑 작업 중?’
‘서머너즈 길드, 일반인에게 큐피를 개방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큐피에 들어갈 수 있다.’
‘광주큐피와 대구큐피, 언제 열리는가?’
‘큐피 개방은 혹시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의 고유권한?’
‘서머너즈 길드, 큐피 독점 이대로 좋은가?’
‘서머너즈 길드 이소울 마스터, 그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몬스터필드의 소멸은 전 지구적으로 엄청난 선풍을 일으켰다.
그 뒤에 나타난 큐피의 등장은 세계 각국의 정부를 일제히 긴장시켰다.
몬스터필드의 소멸은 인류의 안녕에 꼭 필요했고 큐피의 존재여부는 그 나라의 미래를 밝게 비춰주는 먹거리로 인식됐던 것이다.
아직까지는 대한민국, 아니 한반도 인근에 국한해서 일어나는 일에 불과하다지만 이런 일이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정재계의 거물들과 첩보원은 모두 대한민국으로 몰려들었다.
세계가 경악하고 충격에 빠진 만큼, 대한민국에서도 큰 놀라움에 빠졌다.
매일 TV에는 자칭 전문가라 칭하는 자들이 나타나 몬스터필드의 소멸에 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씨불여대며 열을 올렸다.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개나 소나 다 나와서 자기 생각을 지껄여대는 것이다.
시청자가 자기 생각이 없으면 이런 소리를 진실인줄 알고 믿게 된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더욱 큰 이슈는 몬스터필드의 소멸이 아니라 큐피의 등장이었다.
개성큐피와 평양큐피 안을 마음껏 출입하며 신나게 사냥을 하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와 고구려 길드는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었다.
큐피 안에서 얻은 마석과 몬스터 부산물이 일반 몬스터필드에서 얻은 것과는 차원이 달랐고 효율도 무척 높아 다른 길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반도에 몬스터필드가 없어지자 대한민국 능력자협회 소속 길드들은 사냥을 할 장소를 찾지 못해 그저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이로 인해 서머너즈 길드원과 고구려 길드원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게 마련이다.
극도로 민감한 이익이 결부되자 국내의 길드들은 모두 힘을 합쳐 정부와 대한민국 능력자협회를 압박했다.
하지만 아무리 난리를 쳐도 정부와 능력자협회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일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소울이기 때문이다.
고구려 길드가 빠져서 377길드에서 277길드가 된 길드들은 정재계의 힘을 모아 서머너즈 길드를 압박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해산을 시킬 계획까지 세우며 일전불사의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능력자들의 생각은 길드의 입장과는 많이 달랐다.
능력자들은 소속 길드에서 탈퇴하고 서머너즈 길드나 고구려 길드에 들어가면 아무런 문제없이 큐피에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드의 간부나 권력욕이 있는 자라면 모를까, 몬스터를 사냥해서 돈을 벌기를 원하는 일반 능력자는 이런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극단으로 치닫는 길드와 함께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277 길드의 능력자들도 길드의 방침에 맞춰 서머너즈 길드와 고구려 길드를 욕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외국의 몬스터필드에 가서 몬스터를 사냥하자고 의욕을 북돋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뾰족한 수가 나지 않자 슬슬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길드에 탈퇴서를 제출하고는 사라져버렸다.
얼마 후, 서머너즈 길드와 고구려 길드에 가입한 전(前) 277 길드의 능력자들이 환한 얼굴로 개성큐피와 평양큐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자 더 이상 능력자들은 길드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그 다음은 당연히 능력자들의 길드 탈퇴러시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277 길드에서도 이렇게 탈퇴서를 제출하고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서머너즈 길드나 고구려 길드로 붙어버리는 능력자들을 법적 대응하여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몬스터필드가 깨끗하게 사라진 마당에 길드에 붙어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능력자들에게 부당한 처사라는 변호사들의 유권해석이 쏟아졌다.
또한 현재의 상태는 능력자들에게 있어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한 실업사태라는 여론도 비등했다.
결정적으로 능력개발청과 능력자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능력자가 길드를 선택해서 가입하고 탈퇴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라고 못을 박았다.
어떠한 이유로도 길드 탈퇴를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것으로 서머너즈 길드와 고구려 길드 대 277 길드의 승부는 끝나버렸다.
무엇보다 277 길드의 고위 능력자들이 한순간에 대거 서머너즈 길드로 옮겨가는 바람에 이제 예전의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더 이상 277 길드는 서머너즈 길드와 경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구려 길드의 김종석 마스터는 환하게 웃었다.
평양큐피가 생기고 난 후, 두 배 이상으로 길드의 전력이 급증했던 것이다.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 소울도 밝게 웃었다.
광주필드와 대구필드에서 각각 코어를 획득해 광주큐피와 대구큐피를 열었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서머너즈 길드는 277 길드의 고위 능력자를 비롯한 중상위 능력자의 90%를 영입했다. 중하위 능력자들도 거의 싹쓸이 수준으로 쓸어 담았다.
‘대한민국 길드대전’ 혹은 ‘2주 전쟁’ 이라고도 불리는 서머너즈 길드와 277 길드와의 분쟁은 이렇게 단 2주 만에 끝이 났다.
이렇게 277 길드와의 문제가 정리되자 나머지 중소길드에서는 서머너즈 길드에 머리를 바짝 숙였다. 일부는 하위 길드가 되길 자청하며 적극적인 구애를 해왔다.
대한민국 길드를 일통하다시피 한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 소울은 그제야 광주큐피와 대구큐피의 문을 활짝 열고 능력자들의 출입을 허가했다.
물론 서머너즈 길드와 고구려 길드의 길드원이 아닌, 중소길드의 능력자들과 일반 능력자들은 큐피를 출입할 때 반드시 입장료를 내야했다.
하지만 몬스터필드보다 훨씬 안전하고 효율이 높은 큐피에서의 몬스터 사냥은 입장료가 조금도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네 곳의 큐피는 연일 능력자들의 출입으로 인해 장사진을 벌였다. 개성큐피, 평양큐피, 광주큐피, 대구큐피는 능력자들을 효율적으로 분산시켰고 주변 상권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2주가 지나자, 서머너즈 길드는 18세 이상, 40세 이하의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녀를 대상으로 능력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큐피의 튜토리얼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반인에게도 능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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