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85화 (485/492)

00485  제 122 장 - 새로운 질서  =========================================================================

“먼저 개성큐브에 머천넷을 연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대가를 받고 한 것이니 제게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대가를 지불해서 마스터가 싫다고 하면 개성큐브가 개성큐피가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번 일로 제 실적이 크게 올라 적지 않은 보너스를 받게 됐습니다. 모두 마스터의 덕분입니다.”

“하하하, 축하합니다.”

콤파냐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잘 긁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울은 콤파냐의 말을 들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친절하지만 권위적이던 소울넷의 프란시스코와는 비교가 되는 사람이다.

물론 그래서 지금 소울넷이 소울에게 물을 먹고 있지만 말이다.

“머천넷에서 보낸 제안을 생각해봤습니다.”

“벌써 마음의 결정을 하셨군요?”

“네, 그렇습니다. 일단 평양코어 사용권은 머천넷을 메인으로 결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콤파냐가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하지만 소울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그를 말렸다.

“아직 제 얘기가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평양코어 보조 사용자로 소울넷의 하부 네트워크인 에센스넷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니까 평양피라미드가 아니라 평양큐피가 되는 것입니다. 이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소울의 마음은 머천넷으로 많이 기울였지만 그렇다고 소울넷을 버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에센스넷만 하더라도 소울넷이 운영하는 하부 네트워크의 하나가 아닌가?

이것 하나만 봐도 소울넷은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네트워크임이 분명했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이미 개성큐피가 있는 상태에서 피라미드 시스템이 들어오면 운영자와 유저 양쪽에 큰 혼란이 올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평양큐피가 되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콤파냐는 소울이 조금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자, 모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콤파냐는 조금도 서두루지 않았다.

급격한 변화는 후유증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가랑잎에 옷 젖듯이, 조금씩 바꿔 나가면 된다.

이미 머천넷 입장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평양코어의 메인은 머천넷이니 평양큐피에 연결될 차원과 세계는 가급적 저희가 원하는 쪽으로 선택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소울의 단호한 대답에 콤파냐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평양큐피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다 문뜩 소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참, 지구에 연결된 다른 차원의 균열(코어) 처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천 개 이상의 코어를 처리하려면 저희 쪽에서도 조금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군요.”

“왜 그러십니까? 혹시 급하게 처리해야할 코어가 있으십니까?”

“다른 곳은 몰라도 제가 살고 있는 나라 안의 차원의 균열은 모두 제거하고 싶습니다.”

“몇 개 정도는 당장 해결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요? 그럼 한반도에 있는 것만 당장 해결하도록 하죠?”

“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즉시 준비시키겠습니다. 15분 내로 코어 컨트롤 디바이스가 담긴 쉬프트 비히클(vehicle)을 개성큐피를 통해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콤파냐의 적극적인 자세로 인해 소울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되자 기분이 좋았다.

인류를 위협하는 차원의 균열, 즉 몬스터필드는 대한민국의 대도시 인근에 아직도 8개나 존재했다.

함흥, 평양, 인천, 대전, 광주, 울산, 부산, 대구!

이들 몬스터필드를 통해 몬스터웨이브가 일어나면 언제든지 대량살상으로 이어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소울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동생이 살아가는 이 땅에 이런 위험한 장소를 그냥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콤파냐를 설득해서 한반도 내의 몬스터필드 안의 코어를 즉시 획득하려고 하는 것이다.

몬스터필드가 큐피로 바뀌기만 해도 사람들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

물론 큐피가 100% 안전하다는 말은 아니다.

매년 일정량의 몬스터를 잡지 않는다면 큐피가 열리고 몬스터웨이브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큐피의 겉 표면을 보면 언제 몬스터웨이브가 일어날지 금방 알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이 눈으로 보고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몬스터를 적당량 잡는다면 큐피를 통한 몬스터웨이브는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도 된다.

“마스터, 한반도 내의 몬스터필드를 정리하시면서 얻게 되는 코어는 어떻게 사용하실 예정이십니까?”

“으음, 평양큐피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싶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마스터의 뜻에 따라 준비해놓겠습니다.”

콤파냐는 소울의 말에 볼이 푸들푸들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안면관리에 능한 콤파냐도 이런 기쁨은 숨기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소울은 콤파냐와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며 후속조치를 의논했다.

* * * * *

하늘에 뜬 두 개의 하얗고 붉은 달빛이 요요롭게 빛나고 있다.

달빛에 물든 하얀 구름과 붉은 구름이 그로테스크한 느낌으로 섞인 채 몽실 거린다.

언덕 꼭대기 서 있는 사내의 망토가 쉴 새 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차갑게 얼려버릴 것 같은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그의 동공이 불에 타는 것처럼 이글거린다.

광활한 평원에는 수없이 많은 횃불들이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횃불사이로 보이는 것은 수십 명이 한 번에 들어가도 남을만한 커다란 군막이다.

이렇게 많은 군막들이 대평원을 가득 채울 정도라면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모여 있는 것일까?

수십 만, 수백 만, 아니면 수천 만?

아직 대평원은 배가 부르지 않은 것 같다.

대평원의 바깥에서부터 안쪽으로 횃불의 행렬은 끝도 없이 밀려들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군사를 먹어치워야 만족을 할 것인가?

쐐애애액!

쿵!

그때였다.

하늘에서 로브를 입은 자가 빠르게 날아오더니 언덕 위에 내려섰다.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망토의 사내가 날아서 도착한 로브의 사내에게 고개를 숙인다.

“꽤 모았군.”

“아직 어림도 없습니다.”

“이번에는 제법 독하게 마음을 먹은 모양이군.”

“그보다는 이번 작전으로 인해 역풍을 맞는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망토를 나부끼는 사내의 걱정 어린 말투에 로브의 사내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쳐다봤다.

“인과율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30%의 피해는 감수할 생각입니다.”

“들어가자마자 문이 닫힐 수도 있다.”

“단계적으로 밀어 넣으면 됩니다.”

“마나역장이 생길 수도 있어.”

“힘으로 밀어붙이면 됩니다.”

“상상도 하지 못할 디버프가 광범위하게 펼쳐지기라도 하면 전멸을 당할 수도 있는데?”

“복수를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맞다. 하지만 대계는 실패해서는 안 된다.”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망토의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결단을 종용했다.

로브의 사내는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대계는 이미 시작됐다.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성공하게 될 것이다.”

“제 마음은 약해지지 않습니다.”

“그럼 됐다. 약속된 날짜에 12개의 행성에서 동시에 밀고 들어간다.”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나도 그날을 기대하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로브의 사내는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펑 퍼펑!

허공을 발로 몇 번 차자 파동성이 터져 나오며 그의 몸이 하늘 높이 날아 구름 속으로 사라져갔다.

망토의 사내가 몸을 세우고 로브의 사내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복수의 시작인가? 아니면 파멸의 시작인가? 크하하하하!”

서릿발 같은 차가운 웃음이 주변을 꽁꽁 얼려갔다.

시퍼런 살기로 가득 찬 광망이 눈에서 번쩍거린다.

하얗고 붉은 달빛만이 겁도 없이 그의 창백한 얼굴에 내려앉아 살며시 어루만지고 있다.

* * * * *

“마스터!”

별관을 나오자마자 귀청이 터질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국정현과 나인권의 모습이 보인다.

“좀 작게 부르세요. 귀청 터지는 줄 알았잖아요.”

“죄송합니다.”

나인권은 소울의 핀잔에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를 했다.

그러자 국정현이 낮게 혀를 차며 소울의 옆으로 다가왔다.

“마스터,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큰일 났습니다. 평양필드와 함흥필드가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소울은 국정현의 말에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갔다.

“평양필드가 그냥 사라지기만 했습니까?”

“아닙니다. 평양필드 자리에 개성큐피와 똑같이 생긴 큐피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으음, 잘 됐군요.”

“혹시 이게 마스터와 무슨 관계라도 있습니까?”

“일단 개성큐피로 가면서 얘기를 나누죠?”

“네, 마스터.”

굳이 국정현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던 소울은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

국정현과 나인권이 그를 놓칠세라 얼른 그의 뒤를 쫓아왔다.

“개성지부 본관 앞에 소형전술차를 준비시켜 놓았습니다.”

“그럼 그리로 가죠.”

“마스터, 평양필드에 큐피가 나타나면서 사라진 것은 평양필드와 함흥필드 만이 아닙니다.”

“그럼요?”

“중국의 단동필드도 사라졌습니다.”

“그래요?”

“지금 뉴스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소울은 개성큐브가 나타나면서 강남필드가 사라진 것을 기억하곤 대충 어떤 식으로 몬스터필드가 운영됐는지 짐작이 갔다.

‘코어 하나당 몬스터필드를 3개씩 열어서 사용했나보구나. 그러니 평양필드가 사라지고 큐피가 나타나자 함흠필드와 단둥필드가 없어졌지. 그렇다면 한반도에 남아있는 6개의 몬스터필드도 코어 2개만 확보하면 다 없어지는 건가?’

소울은 자신의 생각이 맞을 것이라 확신했다.

“고구려 길드의 고종석 마스터가 아주 좋아했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당장 들어갈 수가 없으니 좀 답답한 모양입니다.”

“성질 되게 급하네요. 어련히 때가 되면 못 들어갈까 봐 그런 답니까?”

“스포츠카를 선물 받았는데 아직 열쇠가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흐음, 비유가 참 그럴듯하네요. 하긴 나라도 좀 답답했겠어요.”

국정현은 소울의 옆으로 다가와 그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고구려 길드와의 약속대로 평양큐피는 고구려 길드와 서머너즈 길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겁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좀 아깝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 큐피가 두 개는 더 생길 테니까요.”

“네?”

소울은 국정현이 놀라는 걸 보고는 얼른 소형전술차에 올라탔다.

“국정현 사무총장은 따라오지 마시고 그냥 하던 일 보세요.”

“네.”

국정현은 소울을 따라가서 궁금증을 꼭 풀고 싶었지만 소울이 노골적으로 거부를 하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했다.

“마스터, 어서 오세요.”

“실비아, 여기 있었군.”

소울이 탄 소형전술차는 실비아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한가하신 마스터 때문에 제가 요새 이렇게 운전까지 하고 있네요.”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혹시 세곡동 길드 본사로 가고 싶어서 그래?”

“네에? 아니에요. 절대 그건 아니에요. 무슨 농담을 그렇게 살벌하게 받아요?”

실비아는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고는 정색을 했다.

나인권이 조수석에 타자 소형전술차는 바로 출발을 했다.

걸어서 10분도 안 걸릴 가까운 곳이니 소형전술차로는 정말 금방이었다.

“서머너즈 길드가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울 디펜스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미리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소울 디펜스를 서머너즈 길드에서 분리시켜 소울 디펜스 길드, 소울 시큐리티, 소울 포스로 각각 독립시킬 생각입니다. 또한 일반인들에게 기회를 줘서 능력자를 만들고 소울디펜스 길드로 집어넣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겠는데요?”

“장기적으로 서머너즈 길드는 소수정예화 시킬 생각이고 소울 디펜스는 서머너즈 길드의 하위 길드 역할을 맡길 생각입니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이루어지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연참입니다. 아낌없이 추천 쾅~쾅! 찍어주세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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