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79화 (479/492)

00479  제 120 장 -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

그는 실비아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럼 휴가 줄게. 좀 놀다가 와. 그동안 수고 많았어.”

“정말요?”

“그래.”

소울은 그렇게 실비아에게 휴가라는 미끼를 던지고 쌩하니 빠져나왔다.

“마스터, 일단 2층 회의실로 가야합니다.”

“오케이.”

나인권이 소울 앞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 2층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국정현과 김영신, 유정아와 금소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소울의 모습이 보이자 모두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마스터!”

“아니 어디 갔다 이제 오십니까?”

“그동안 어디서 놀다가 이제 오는 거예요?”

“마스터, 걱정했잖아요? 히잉!”

각각 다른 네 마디의 말에 소울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여러분을 다시 보게 되니 정말 반갑네요.”

소울은 국정현에게 다가가 그를 격하게 포옹했다.

갑자기 소울이 자신을 껴안자 국정현은 입을 살짝 벌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옆에 서있는 김영신도 꼭 안아줬다.

그도 얼떨결에 마주 포옹을 하며 등을 두드렸지만 표정은 국정현 못지않았다.

국정현과 김영신은 서로 시선을 한번 교환하더니 아무 말도 못하고 소울을 수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에는 유정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어? 나, 나도…….”

유정아는 소울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도무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꼭 껴안는 소울의 행동이 마냥 싫거나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품에 안겨있는 느낌이 뭔가 묘하게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졌다.

소울은 복잡한 심정으로 변해가는 유정아의 엉덩이를 아무도 모르게 몇 번 토닥거리고는 금소희에게 다가갔다.

금소희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소울이 다가와 안기도 전에 폴짝 뛰어 그의 품속으로 폭 안겨들었다.

한쪽 다리를 들고 입술을 내미는 모습에 순간 미친 척 하고 팍 사고를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유정아의 얼굴을 봐서 옆으로 고개를 피하며 그녀를 꼭 안아줬다.

잔뜩 실망한 금소희의 눈을 뒤로 하고 소울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이틀 동안 바람 좀 쐬고 왔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네요. 다들 걱정해주신 덕분인 것 같습니다.”

“으음. 그랬군요.”

“잘됐어요.”

그의 말을 들은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은 소울의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말에 반색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곳 회의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소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울의 말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일단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

“네, 마스터.”

모두 자리에 앉고 나자 회의실의 분위기는 금세 진지해졌다.

나인권 정보부장은 소울의 눈치를 한번 보더니 곧바로 당장 급한 사안인 고구려 길드의 코어 탐사 얘기부터 꺼냈다.

“지금 영빈관에는 고구려 길드의 고종석 길드마스터와 간부들이 마스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0분 후에 가겠다고 연락하세요.”

“네, 마스터.”

코어 탐사 성공에 대한 열쇠는 전적으로 소울이 쥐고 있다.

아무리 자신들끼리 회의를 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최종결정자이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인 소울이 나서자 안건은 바로 처리됐다.

나인권 정보부장은 곧바로 밖으로 나가 부관을 시켜 소울의 명령을 영빈관으로 전달했다.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것에 대한 우리 서머너즈 길드의 공식적인 입장이 필요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한민국은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지 않았습니까?”

국정현의 말에 소울이 의문을 발하자 김영신이 국정현을 대신해 답했다.

“국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머너즈 길드 해외지부가 있는 국가의 문제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

소울은 그제야 국정현의 하는 말뜻을 이해했다.

국정현이 김영신에게 고맙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마저 얘기를 했다.

“얼마 전까지 이번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로 인한 인명피해는 비공식 집계로 7억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7억 명이라는 숫자는 이미 공식집계를 넘어섰고 다시 비공식 집계로 10억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럼 지구의 인구가 현재 얼마나 줄었단 말입니까?”

“차원의 균열이 생기기 전, 세계 인구는 73억 명이었습니다. 지금은 60억 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있기 전까지 3억 명의 인명피해가 있다고 한다면 이번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에서만 무려 10억 명이 죽었다는 말이 됩니다.”

“이거 피해가 아주 심각하군요.”

소울은 국정현의 말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국정현이 제시한 숫자가 어디서 가져온 통계인지는 모르지만 73억 명 중에 13억 명이 죽었다는 것은 엄청난 인명피해였다.

세계대전을 벌여도 그정도로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도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럼 인명피해가 더 늘어나겠군요.”

“그렇습니다. 최악의 피해를 입은 인구대국 중국을 비롯해서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등은 중대형 몬스터들로 인해 피해가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직 대 몬스터 장벽을 복구하지 못한 건가요?”

“이미 너무 많은 중대형 몬스터들이 빠져나와 대 몬스터 장벽을 복구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자국의 피해상황을 숨기기만 급급한지라 제대로 된 인명피해 집계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피해를 적극적으로 알려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도 이 위기를 극복할까 말까한 판국에 나라의 체면을 위한답시고 오히려 언론을 통제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지금 나라 자체가 붕괴되게 생겼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중국과 인도의 참상은 현재 자국의 네티즌들에 의해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말에 의하면 중국과 인도의 주요 대도시는 이미 지옥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서머너즈 길드 중국 지부와 인도 지부는 현재 어떤 상태입니까?”

“다행히 미리 철저히 대비하라는 마스터의 명령으로 인해 큰 피해는 없다고 합니다.”

“으음.”

소울은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됐다.

자국의 중대형 몬스터를 방치하고 안전을 확보하라고 말할 수도 없고 반대로 나라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중대형 몬스터는 몇 마리만 몰려있어도 잡기가 쉽지 않다.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일어날 것이다.

잠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소울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서머너즈 길드 지부를 중심으로 먼저 안전지대를 확보하라고 하세요.”

“그건 나중에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로 피해가 극심한 나라의 정부들은 서머너즈 길드 지부가 당장 적극적으로 중대형 몬스터를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고 했습니다. 먼저 우리 해외지부가 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자구책부터 마련하고 난 다음에 무리하지 말고 도와주라고 하세요.”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는 먼저 내 말이 산 뒤에 상대방의 말을 잡을 수 있다는 바둑의 격언이다. 자신의 말의 생사를 돌보지 않고 무리하게 공격해 들어가다 역습당하거나 퇴로를 차단당해 대마를 죽이는 우(愚)를 경계하는 교훈으로 자주 사용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 명령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국정현은 비록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자신을 먼저 지켜야한다는 소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참, 파나마의 S급 능력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서머너즈 길드에 정식으로 합류했습니다. 당장은 파나마에서 일어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해 현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만 곧 한국으로 들어와 마스터를 만나게 조치를 해놓았습니다.”

“잘됐군요. 능력이 뭡니까?”

“파이랑의 고유능력은 중력입니다. 그런데 공간붕괴라는 사기급 스킬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중력이면 몬스터 사냥에 도움이 많이 되겠네요. 그리고 공간붕괴라……. 쉽게 상상이 가지 않네요.”

다들 소울의 심정에 동의를 하는지 모두 호기심에 찬 눈빛을 빛냈다.

어찌됐던 S급 능력자 파이랑을 영입하는데 성공했으니 서머너즈 길드는 이제 두 명의 S급 능력자를 보유한 막강한 전력을 가진 길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S급 능력자는 파이랑이 유일했다.

서머너즈 길드는 공식적으로 파이랑 S급 능력자를 보유한 최초의 길드로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시간이 되자 소울은 회의에 참석한 인원 전부를 데리고 1층에 마련된 영빈관으로 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고종석이 번개처럼 소울을 향해 튀어왔다. 그리고는 버럭 화를 내듯이 소리쳤다.

“이소울 마스터!”

“고종석 마스터, 안녕하세요?”

“아니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듭니까? 혹시 우리를 피하는 겁니까?”

소울은 고종석의 반응에 웃음을 흘렸다.

“네에? 하하하하! 그렇게 오해를 하셨군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절대 그건 아닙니다. 제가 이틀 동안 개인적인 일로 길드에도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고종석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소울은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 떳떳했다.

잠시 서로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하지만 소울의 당당한 눈빛에 고종석은 슬그머니 자신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그나저나 벌써 한 건 하신 겁니까?”

“운이 좋았습니다. 우리 길드에 은신스킬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해왔습니다.”

고종석은 눈빛을 빛내며 소울에게 마치 자랑을 하듯 말했다.

그는 천천히 눈에 힘을 풀며 방금 언성을 높인 것을 후회라도 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춰갔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약속은 확실한 거죠?”

“당연하죠. 그리고 저 말고 이런 약속을 할 만 한 자가 세상에 또 있습니까?”

그제야 고종석은 자신이 결코 갑의 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순간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오르고, 몸이 살짝 굽어지는 비즈니스 모드로 전환됐다.

“방금 제 목소리가 좀 컸죠? 이소울 마스터를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니 반가워서 그런 겁니다.”

“아! 그래요? 전 생각보다 격렬한 반응을 보이시기에 저와 아주 연을 끊으려고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하! 그럴 리가 있습니까? 고구려 길드와 서머너즈 길드는 이제 한 몸이나 다름없는 동맹 길드가 아닙니까?”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울과 고종석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모든 것은 약속대로 해주실 줄 믿고 맡기겠습니다.”

“네, 믿으세요. 믿으면 복이옵니다.”

소울의 확신에 찬 말에 고종석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원하신다면 우리 길드의 고문변호사를 불러 계약서라도 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그깟 종이장보다 전 이소울 마스터의 천금보다 무거운 한마디 말을 더 믿습니다.”

“하하하! 이거 너무 황송한데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절 믿어주셔서 결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종석은 소울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품속에서 봉투하나를 꺼내 넘겼다.

소울은 바로 봉투를 열어 확인했다.

봉투 안에는 평양필드 안으로 들어가 차원의 균열 중심부에서 코어의 존재를 확인하고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 데이터가 들어있었다.

“진본이군요.”

소울은 사진과 동영상을 틀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본은 따로 보관중입니다.”

“빠르면 며칠 안에, 늦어도 이주일 안에는 약속했던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본은 큐브가 만들어진 이후에 폐기해주세요. 뭐 그때가 되면 진본이나 사본이나 더 이상 필요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소울은 고종석을 비롯한 고구려 길드의 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그들의 과감한 결정과 빠른 일처리를 칭찬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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