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78화 (478/492)

00478  제 120 장 -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

[까뮤, 소환해제! 본, 소환!]

[마이로드!]

[적의 공격을 막아라!]

소울의 다급한 음성에 본은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즉시 악어 입을 벌려 뼈 뭉치를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카라락 카라락 카라라라라라라!

그의 입을 따라 소울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온 뼈 뭉치들은 허공에서 스켈레톤 기병대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방패부터 꺼내 바깥쪽으로 펼쳐나갔다.

까드득 까드득 촤라라라라락!

뼈와 뼈들이 순식간에 맞춰지며 반구(半球)체(體)의 모양으로 소울을 감싸 보호하는 모습은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경이로웠다.

콰콰콰콰쾅 쾅쾅쾅!

퍼퍼펑 퍼퍼펑 퍼퍼퍼펑!

꽈르릉 꽈르르릉!

팡팡팡 팡팡팡팡!

그때, 프로이드를 비롯한 히어로들의 혼신을 다한 공격이 쏟아져 내렸다.

본은 이들의 공격을 막느라 미친 듯이 대검과 방패를 휘둘렀다.

스켈레톤 기병대도 소울을 향해 쏟아지는 히어로들의 공격을 방패와 자신의 몸을 이용해 육탄으로, 아니 골탄으로 방어했다.

동굴이 지진이라도 난 듯, 무너질 듯 흔들렸다.

소울을 중심으로 일대는 타고, 얼고, 자르고, 갈린 흔적이 가득했다.

소울의 진로를 막으려던 뱀파이더 한 부대가 히어로의 공격에 휩쓸려 잿더미로 변해 사라져갔다.

“커억!”

소울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피를 게워냈다.

어느새 자신의 가슴 한복판에 새파랗게 빛나는 얼음창이 튀어나와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본 쉴드’의 한쪽에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마이로드!]

[주인님!]

놀란 본과 마틴이 소울의 뇌리에 천둥이 치는 것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어느새 마틴과 마블은 혈투를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틴, 즉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 카렌과 알렉스를 보호해!]

[주인님!]

마틴은 참담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이건 명령이다. 다시 올 테니까 걱정 말고 카렌과 알렉스를 보호해라.]

[네, 주인님.]

마틴은 소울이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히어로라는 것을 깨닫자 즉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이 허공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피의 권능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빠져나간 것이다.

“프로이드, 재칼, 니체, 하이들러, 오마하! 너희들의 성의는 잊지 않으마.”

“당장 죽을 놈이 말이 많다.”

프로이드가 연신 피를 게워내는 소울을 쳐다보며 한껏 비웃었다.

소울은 고개를 돌려 마블을 쳐다봤다.

핏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의 마블은 지독히도 미남이었다.

얼핏 보니 엘프보다 훨씬 더 잘생긴 것 같았다.

그게 자신을 공격한 원한보다 더욱 화가 났다.

“마블,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너한테 특별히 유감은 없었다. 이건 비즈니스니까.”

소울은 마블의 말에 그가 같은 진혈의 뱀파이어인 딜란의 복수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마나석과 젬스톤을 노리고 왔다는 것을 알게됐다.

[본!]

[예스, 마이로드.]

[여기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다. 할 수 있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이 동굴이 무너져 내릴 겁니다. 주인님도 결코 무사할 수 없습니다.]

[난 괜찮아! 단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모두 죽여 버려!]

[예스, 마이로드.]

소울이 입가에 피를 닦으며 소름끼치는 살기를 발하자 본은 즉시 그의 명령을 수행했다. 그에게 있어서 소울의 말은 삶의 근거이자 지상명령이었기 때문이다.

본이 두 팔을 좌우로 벌리자 소울을 중심으로 반 구체의 형태로 감싸고 있던 본 쉴드가 그대로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뼈가 날아갔다.

놀란 히어로들과 뱀파이어들이 급히 뼈를 막거나 피했다.

하지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는 것을 보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것은 본이 하려고 하는 다음 행동을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았다.

“본 아토믹 익스플로전!”

본이 눈을 감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소울의 귓가에 들려왔다.

순간 본의 몸이 새하얗게 빛나더니 이내 동굴 전체를 하얗게 물들여갔다.

소울은 본이 메시엘에서 그동안 모아왔던 모든 힘을 한 번에 폭발시키려는 것을 알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뭐, 뭐야?”

“이상하다.

“피해!”

“막아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히어로들과 진혈의 뱀파이어 마블이 일제히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 본의 몸에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화아악!

동시에 히어로와 뱀파이어들이 있는 근처는 물론 동굴 입구와 동굴 안쪽 깊숙이 날아간 뼈들이 본이 내뿜는 빛에 화답하듯 일제히 폭발적으로 빛을 쏟아냈다.

그리고…….

번쩍!

북부대산맥 한쪽 끝에서 하늘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솟구쳐 오르며 대폭발이 일어났다.

쾅!

우르릉 우르릉 꽈광!

마른하늘에 뇌성벽력이 치는 것 같은 강력한 폭발음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지하수맥이던 커다란 동굴의 입구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폭심에서 반경 1km 안이 통째로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움푹 꺼져버렸다.

주변은 지진이 난 듯 흔들거렸고 강력한 마나의 유동에 놀란 몬스터와 마수들은 급히 폭발 반경을 벗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북부대산맥의 몬스터와 마수의 영역을 뒤흔들고 먹이사슬까지 송두리째 바꿔버린 이번 폭발로 인해 북부대산맥에 인접한 왕국들은 한때 초비상에 걸려 잔뜩 긴장을 해야 했다.

그러나 아무도 누가, 왜, 어떻게 이런 폭발을 일으켰는지 알지 못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북부대산맥의 바람만이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번 사태의 진실을 다 알고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 * * * *

“으아악!”

소울은 온몸이 갈가리 찢기고 산산조각이 나는 고통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번쩍 눈을 떴다.

“허억, 허억, 허억!”

놀란 가슴에 가쁘게 숨을 쉬어대자 그제야 주변 환경이 겨우 눈에 들어왔다.

‘리콜펜타곤?’

메시엘 행성에서 죽는 것이 진짜로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죽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리콜펜타곤 안에 120만 포인트나 지불하고 구매한 로열형 리콜아바타는 보이지 않고 보급형 리콜아바타만 달랑 하나 눈에 들어왔다.

“니콜!”

소울은 리콜펜타곤의 도우미인 니콜을 불렀다.

“부르셨어요?”

“내 로열형 리콜아바타는 어디 갔어?”

“그건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완전히 박살나서 폐기조치 했어요.”

“제기랄, 120만 소울넷 포인트를 날려먹었군.”

소울은 니콜의 말에 ‘그냥 얌전히 죽어줄걸 그랬나?’ 하고 조금 후회했다. 하지만 지금쯤 자신의 리콜펜타곤에서 분통을 터트리며 광분하고 있을 프로이드, 재칼, 니체, 하이들러, 오마하 이렇게 다섯 히어로를 생각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울이 날려먹은 소울넷 포인트가 120만p이니 프로이드를 비롯한 다섯 히어로가 날려먹은 것도 각각 120만 소울넷 포인트 씩 총 600만 소울넷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자신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들도 아까워 죽으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가만, 이거 타격이 무지하게 크네. 단순히 로열형 리콜아바타 하나만 날려먹은 게 아니잖아? 그동안 쌓은 레벨도 다 날려먹은 거잖아?’

소울은 생각해보니 피해가 정말 극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역시 자신이 피해본 것 이상으로 그들도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자 꽤 위로가 됐다.

보급형 리콜아바타를 쳐다봤다.

저걸 타고 다시 메시엘로 갈까 생각하다 소울은 고개를 흔들었다.

로열형 리콜아바타가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박살나 폐기처분되면서 카렌과 자신, 소환사와 히어로의 관계는 끝이 났다.

마나석과 젬스톤 광산이 아깝기는 하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유희 중에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보급형 리콜아바타가 어떤 효율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서 최소한 로열형 리콜아바타가 아니라면 굳이 메시엘로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흐음, 그동안 충분히 잘 놀았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갈 때야.”

소울은 메시엘에서 만든 인연들을 생각했다.

마틴, 오웬, 카렌, 수지, 레이첼, 소냐, 세라, 루안…….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유희는 유희일 뿐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나중에 로열형 리콜아바타 아니 분신형 리콜아바타를 구하면 한번 들리도록 하자.’

자신이 마음먹은 생각이 얼마나 이루기 힘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에 주절거린 것 뿐이다.

소울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리콜펜타곤을 벗어나 지구로 돌아왔다.

팟!

리콜펜타곤에서 눈을 한번 깜빡거린 그는 자신이 어느새 개성큐브 4층에 도착한 것을 깨달았다.

참 믿을 수 없는 현상이다.

우주의 저편 너머에 있는 메시엘에서 이곳 지구로 오는데 이렇게 눈깜빡 할 사이에 이동을 할 수 있다니 말이다.

큐브 4층 호텔의 방안에서 창문을 통해 보는 광장은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들과 소울 디펜스 영업부 대원들로 인해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파티를 꾸리고, 공격대를 조직하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능력자들과 대원들의 모습에는 절로 의욕을 돋게 만드는 투지와 열정이 가득했다.

‘다들 활력이 넘치는구나. 예전에는 왜 이런 것이 내 눈에 뜨이지 않았을까?’

소울은 한참동안 멍하니 서서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들이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가족이군. 다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거야.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나도 가정을 이루고 살게 되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가족이 보고 싶어졌다.

아버지, 어머니, 소망과 소현!

그의 발걸음이 어느새 개성큐브 4층에 있는 호텔 방을 벗어나고 있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울의 눈가에 유정아의 모습이 언뜻 스쳐지나갔다.

“마스터!”

그때 누군가 자신을 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나인권 정보부장이다.

“나인권 부장!”

“여기 계셨군요. 이틀 동안 연락이 안 되서 다들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리콜펜타곤을 통해 메시엘로 접속하면 24:1의 시간비율을 가진다.

이곳에서 이틀을 보내면 메시엘에서는 48일을 보내는 셈이다.

메시엘에서 대충 두 달 정도를 보냈으니 이틀은 넘었고 사흘은 아직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자신이 엄청난 여행을 하고 온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혹시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요?”

“네, 그렇습니다. 고구려길드가 제대로 사고를 쳤습니다.”

“사고를 치다니요?”

“이틀 만에 평양필드 안으로 들어가 코어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왔습니다.”

“네에?”

듣고 보니 정말 대형 사고를 쳤다.

소울은 머릿속으로 엄청난 보상을 받았던 소울넷 코어 보고가 생각났다.

또다시 그때처럼 막대한 보상을 받을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엔 뭐를 달라고 하지?’

벌써부터 보상을 뭘 받을까 생각하는 소울에게 나인권 부장이 달라붙더니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마스터, 제발 좀 빨리 가시죠? 고종석 고구려 길드마스터가 지금 마스터 데리고 오라고 난리가 아닙니다.”

“아, 그래요? 그럼 빨리 가봅시다.”

자신이 준 정보를 믿고 과감하게 탐사팀을 꾸려 평양필드 안으로 들여보낸 고종석의 마음이 지금 어떨지 대충 이해가 갔다.

소울은 나인권을 따라 개성큐브를 나섰다.

큐브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소형전술차가 다가왔다.

두 사람은 소형전술차를 타고 서머너즈 길드 개성지부로 갔다.

서머너즈 길드 개성지부 본관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실비아가 소울을 보더니 총알처럼 달려왔다.

“마스터!”

“실비아!”

“아니 그동안 어디 가셨었어요?”

“개인적으로 볼일이 좀 있었다.”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고 가셔야지요?”

실비아는 막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원망하듯 말하고 있었다.

“아니 내가 왜?”

“왜라니요? 제가 누구에요? 마스터의 비서이자 경호원이잖아요?”

“그, 그렇지.”

잊고 있었다.

소울은 실비아의 존재를 까맣고 잊었다는 사실에 등골이 싸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얼굴 가죽이 두꺼운 소울은 실비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좀 쉬라고 피해줬는데 전혀 못 쉰 모양이네?”

“마스타가 사라졌는데 제가 어떻게 쉬어요?”

“그랬어?”

소울은 실비아가 앙탈을 부리듯 말하자 그녀가 돌연 귀여워졌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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