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75화 (475/492)

00475  제 119 장 - 지하수맥  =========================================================================

“여긴 어디에요?”

“저거 안보여?”

“대장벽이네요?”

카렌은 기지개를 펴다가 놀란 듯 입을 딱 벌렸다.

하지만 이내 그런가 보다 하고는 아직도 잠이 깨지 않았는지 눈을 비볐다.

큼직한 네 개의 배낭을 내려놓자 마차는 곧바로 되돌아갔다.

“일단 대장벽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위에서 점심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소울이 마틴의 말에 동의하자 카렌과 알렉스는 두 말 않고 마틴의 뒤를 따라갔다.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산길을 간신히 타고 오르자 이번에는 절벽이 보였다.

하지만 마틴은 신기하게도 간신히 한 사람이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오솔길을 잘도 찾아내어 올라갔다.

“아!”

절벽의 정상에 서자 카렌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양쪽으로 거대한 북부 대장벽이 서 있는 것이 보이고 전면에는 숲의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소울이 봐도 경관 그 자체는 정말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밧줄이 없으면 곤란합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죠?”

“좋아. 그렇게 하자.”

북부대산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녹음이 우거진 절벽 위에 앉아 멋진 경치를 보니 절로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생기는 느낌이다.

[까뮤, 스프 좀 끓여줘!]

[네, 주인님.]

마틴이 냄비에 물을 붓고 스프가루와 고기가루 그리고 채소를 집어넣자 까뮤가 단숨에 냄비를 빨갛게 달궜다.

물이 보글보글 끓자 마틴은 긴 국자로 열심히 젓다가 간을 봤다.

소금과 후추를 조금 넣고는 고개를 끄덕이자 카렌이 그릇을 가지고 왔다.

배낭에서 부드러운 빵을 꺼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프가 담긴 그릇을 하나씩 받자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시작이 반찬이라고 빵과 스프밖에 없는 식사지만 절벽 위에서 먹는 운치가 양념으로 곁들여져 냄비에 가득했던 스프는 금세 동이 났다.

“이거 저택에서 먹는 스프보다 더 맛있네요?”

“야외에서 먹는 거라서 그런가 봐요.”

키는 제일 작은 드워프지만 먹는 것은 남보다 세배는 더 먹는 알렉스다.

냄비 안의 스프도 알렉스가 대부분 다 먹었다.

소울과 마틴이 두 그릇씩 먹고 카렌이 한 그릇을 먹었으니 알렉스가 최소한 열 그릇은 먹은 셈이다.

앞으로 저 큰 배통을 어떻게 채우면서 가야할지 걱정이다.

점심식사가 끝나자 그들은 짐을 챙기고 절벽의 끝으로 갔다.

커다란 나무 밑동에 긴 밧줄을 단단히 묶고 절벽 아래로 늘어뜨렸다.

제일 먼저 밧줄을 잡고 내려간 것은 마틴이다.

그는 허리로 밧줄을 한 바퀴 돌리고 줄을 빠르게 풀면서 마치 곡예를 하듯이 껑충껑충 뛰어서 내려갔다.

순식간에 바닥에 내려선 마틴이 밧줄을 흔들자 소울과 알렉스는 밧줄을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짐을 밧줄에 묶어 차례로 내려 보냈다.

짐이 모두 내려가자 알렉스가 마틴이 하는 것처럼 밧줄을 허리에 묶고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짧은 다리로 인해 마틴처럼 멋지게 곡예를 하듯 내려가지는 못했지만 제법 빠르게 줄을 풀면서 내려갔다.

알렉스가 절벽 바닥에 도착하자 다음은 카렌이 밧줄을 잡았다.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제 정령이 도와준다고 했어요.”

“조심해서 내려가라.”

“네.”

자신을 걱정해 주는 소울의 말에 카렌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밧줄을 풀면서 아래로 내려가자 카렌의 정령 놈이 그녀를 도와 발이 닫는 곳에 디딤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보였다. 정령의 도움을 받은 카렌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소울은 밧줄을 허리에 한번 돌렸다. 그리고 껑충껑충 뛰듯이 절벽을 타고 아래로 빠르게 내려갔다.

모두 절벽 아래로 내려오자 그들은 각자 자신의 짐을 메고 출발준비를 했다.

“지금부터 북부대산맥 안으로 들어갑니다. 선두는 제가 서겠습니다.”

마틴의 말에 소울은 알렉스와 카렌을 차례대로 쳐다봤다.

“알렉스가 두 번째야. 그 뒤를 카렌이 선다.”

“그럼 마스터는 후미에 서겠네요?”

“응.”

소울의 말에 알렉스가 마틴의 뒤에 섰다.

카렌이 알렉스 뒤에 서자 소울이 마지막 후미를 맡았다.

숲 안으로 들어가자 소울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생각보다 숲이 울창했던 것이다.

‘이 정도면 여기가 아마존 정글 속이라고 해도 믿겠구나. 이렇게 큰 거목들이 즐비하다니…….’

소울은 감탄만 하고 있지 않았다. 즉시 까뮤를 불러 일행의 안전을 도모했다.

[까뮤,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공중에서 몬스터나 괴수가 없는지 살펴봐줘!]

[네, 주인님.]

까뮤는 즉시 허공으로 떠올랐다.

지면에서 25m 쯤 올라가 반경 50m의 원을 그리면서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레이더라도 쏜 듯 숲 안의 상황이 까뮤에게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일단 근처에는 몬스터나 마수가 없어요.]

[고마워. 그럼 계속 부탁해.]

[네, 맡겨주세요.]

까뮤가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소울 일행은 숲속을 가로질러 빠르게 이동했다.

감각이 예민한 마틴이 거침없이 길을 잡고 알렉스가 간간히 지도를 보며 방향을 수정했다. 공중에서 까뮤가 몬스터나 마수들을 철저히 경계하자 그들의 이동속도는 평지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자 카렌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소환사가 되면서 건강한 성인보다 체력이 50%는 더 좋아진 카렌이지만, 숲속을 이동하는 것은 평지를 걷는 것보다 훨씬 체력이 더 많이 소모된다.

[까뮤, 카렌에게 힐을 써줘!]

[네, 주인님.]

까뮤가 카렌에게 힐을 쓰자 거의 동시에 그녀의 정령 운디네도 힐을 사용했다.

본의 아니게 힐을 두 방이나 맞은 카렌은 갑자기 피로가 싹 풀리고 힘이 났다.

카렌이 쌩쌩해지자 마틴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이동속도를 올렸다.

카렌은 그제야 일행의 이동속도가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

[마틴, 카렌의 짐을 네가 들어라.]

[네, 주인님.]

마틴은 바로 뒤돌아 다가오더니 카렌에게 짐을 빼앗다시피 받아갔다.

카렌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소울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그냥 입을 닫고 고개를 푹 숙였다.

“무리할 것 없어.”

“네.”

카렌은 앞으로 자신이 더 강해져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라면 분명히 소울에게 짐만 될 것이다.

그녀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짐을 들지 않아 몸이 가벼워진 카렌이 의지를 불태우며 분발하자 일행의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이제는 평지에서 속보로 걷듯 숲속을 헤치고 나갔다.

하지만 두 시간이 지나자 카렌의 체력은 다시 급격하게 떨어져갔다.

더 이상 힐을 써서 버틸 단계는 지난 것 같았다.

[마틴, 잠시 쉬었다가자.]

[네, 쉴만한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마틴은 커다란 거목으로 다가가더니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목의 꼭대기까지 올라간 마틴은 날카로운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마침 그의 눈에 작은 바위 언덕이 하나 보였다.

마틴은 나뭇가지를 타고 훌쩍 아래로 뛰어 내려와 이동방향을 오른쪽으로 조금 틀었다.

그러자 얼마 되지 않아 일행의 앞에 작은 바위 언덕이 나타났다.

그들은 커다란 두 개의 바위 사이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알렉스, 앞으로 얼마나 가야하지?”

“이 속도로 세 시간 이상 더 가야합니다.”

“그럼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가자.”

“네, 마스터.”

그동안 말은 안했지만 알렉스도 꽤나 지쳤는지 소울의 말에 반색을 했다.

마틴과 알렉스가 등에 지고 있는 배낭을 내려놓고 물병을 꺼내자 소울도 자신의 등에 지고 있는 배낭을 내려놓고 안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꺼냈다.

“비스킷이야. 물하고 먹어.”

“네, 고맙습니다.”

카렌은 소울이 내미는 비스킷을 마다하지 않았다.

입에 넣고 이빨로 조금씩 잘라서 오물거리면서 먹는 것을 보니 힘이 많이 드는 모양이었다.

소울은 마틴과 알렉스에게 비스킷을 나눠주면서 생각했다.

‘괜히 데리고 왔나? 아니지. 메시엘 행성에서 나는 히어로다. 소환사인 카렌과 멀리 떨어질 수는 없어. 그녀가 없이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야.’

소울은 비스킷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30분 쯤 쉬고 나자 카렌의 얼굴이 생기가 도는 것이 보였다.

“카렌, 앞으로 세 시간만 고생해라.”

“네.”

그의 말을 끝으로 그들은 휴식을 멈추고 다시 목적지로 출발했다.

그때 상공에서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까뮤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렸다.

[주인님, 2시 방향에 미노트 두 마리가 보입니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네, 이대로 계속 오면 아까 쉬었던 바위 언덕의 오른쪽을 지날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린 왼쪽으로 가야겠군.]

소울은 마틴을 불러서 까뮤가 한 얘기를 전해줬다.

그러자 곧바로 방향을 조금 왼쪽으로 꺾었다.

미노트 두 마리가 무서운 것은 아니다. 허나 목적이 몬스터 사냥이 아니니 최대한 싸우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몬스터와 마수들을 계속 회피하면서 숲속을 이동했다.

마틴은 긴장감 없이 숲을 묵묵히 헤치면서 나갔고 그 뒤를 따르는 알렉스는 계속 지도를 보면서 방향을 수정했다.

운디네와 까뮤는 지친 카렌에게 교대로 힐을 써서 그녀의 체력을 회복시켰다.

“허억, 허억!”

세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힐로 인한 체력회복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프거나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데 쓰는 힐은 몸을 어느 정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스태미나를 완전히 회복시켜주는 스태미나 포션의 역할은 할 수 없었다.

“얼마나 더 가야하지?”

“거의 다 왔습니다.”

“할 수 없군. 업혀라.”

알렉스의 말에 소울은 자신의 배낭을 앞으로 메고 카렌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괘, 괜찮아요.”

“너 때문에 이동속도가 확 떨어지는 것 안보여? 쓸데없는 소리 할 힘 있으면 업혀서 체력회복이나 해.”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은 없고, 빨리 업히기나 해.”

“네, 마스터.”

결국 카렌은 소울의 등에 업혔다.

그녀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갔다.

마틴은 카렌이 체력이 떨어져서 부끄러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울의 등에 업힌다는 생각에 부끄러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제 이동속도가 확실히 빨라지겠다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했다.

사사삭 사사삭 사사삭!

수풀을 스치는 소리를 울리며 마틴, 알렉스, 소울은 빠른 속도로 숲을 이동했다.

아까처럼 평지를 걷는 속도가 아니라 거의 뛰어가는 속도였다.

덕분에 10분도 되지 않아 그들은 일차목적지인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이런 진즉에 카렌을 업고 달리는 건데…….’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법이라고, 일차목적지에 다 와서 이렇게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

“이런 곳에 동굴이 다 있네요?”

“그러게 말이야.”

카렌은 소울의 등에서 내려오자 절벽 아래에 검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커다란 동굴을 쳐다보고는 신기해했다.

“지하수맥이 여기까지 연결되다가 지각변동으로 여기서 주저앉았나보군.”

“물이 완전히 말라있는 것을 보니 이동하는 것은 문제가 없겠습니다.”

“지도가 정확해서 다행이야.”

그들은 한마디씩 자신의 생각을 말하더니 지체 없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카렌이 그들의 뒤를 따라 빠르게 뛰어왔다.

“같이 가요.”

동굴 안으로 들어오자 소울과 카렌은 동굴의 커다란 크기와 길이에 놀랐다. 지름이 족히 30m 는 될 것 같은 동굴이 일직선으로 끝도 보이지 않게 쭉 뻗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곳을 통해 그렇게 많은 물이 흘러갔다고 생각하니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동굴 안이 그리 어둡지 않네요?”

“야광석 가루라도 붙어 있는 모양이네. 횃불은 준비했지?”

카렌의 말에 소울은 저녁과 야영을 생각했다.

“네,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횃불을 쓸 때가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이쯤에서 저녁을 먹고 야영을 할 준비를 하자.”

“네, 마스터.”

마틴과 알렉스는 소울의 명령에 즉시 동굴 밖으로 나가 땔감을 만들어 왔다.

그 사이 카렌은 저녁식사를 할 준비를 했다.

[까뮤,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혹시 몬스터나 마수가 사는지 확인해줘.]

[네, 마스터.]

까뮤는 즉시 일직선으로 쭉 뻗은 동굴 안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한참을 날아가도 동굴 안에는 몬스터나 마수가 있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주인님, 몬스터나 마수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 잘됐네. 그만 돌아와.]

[네.]

까뮤가 돌아오자 동굴 안은 모닥불로 인해 환하게 변해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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