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71화 (471/492)

00471  제 118 장 - 그리즐리 웨이브  =========================================================================

소울도 그 소리에 놀라 얼른 성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살펴봤다.

일반 그리즐리 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거대한 그리즐리 한 마리가 손에 커다란 메이스를 들고는 원형의 요새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이놈이 그리즐리 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즐리 마법사의 죽음으로 격분한 그리즐리 킹의 분노가 하얀 연막 속으로 사라지는 스켈레톤 기병대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일이 요상하게 돌아가네. 본에게는 좀 위험하지만 방어전을 펴고 있는 제3요새의 병사들과 히어로들에게는 그리즐리의 공격을 꺾을 절호의 기회다.’

소울의 이런 생각이 당장 전투에 반영이라도 된 것처럼 전황이 급변했다.

그리즐리 킹과 그의 호위전사들이 일제히 하얀 안개가 껴있는 원형의 작은 요새를 향해 다가가자 당장 성벽을 공격하고 있는 그리즐리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세토라 사령관은 이런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성벽을 공격하고 있는 그리즐리들에게 맹렬한 반격을 가했다.

성벽 위에서 간신히 거점을 확보해 사수하던 그리즐리 결사대는 급격하게 증가된 압박으로 인해 점점 성벽 쪽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리즐리 결사대는 성벽 아래를 향해 포효를 지르며 돌격을 종용했다.

하지만 한번 꺾인 기세는 제3요새 병사들의 급격히 타오르는 전의로 인해 다시 회복될 줄 몰랐다.

[본, 힘들면 후퇴해도 좋다. 난동을 부리거나 후방교란을 해주면 더욱 좋고.]

[예스, 마이로드.]

본은 소울의 명령에 즉시 작전을 바꿨다.

그리즐리 킹과 그의 호위전사들을 연막 안으로 끌어들여 가둬놓고 스켈레톤 기병대를 밖으로 내보내 성벽을 공격하는 그리즐리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이다.

쿠와앙 쿠화아앙 쿠아앙!

본과 그리즐리 언데드 병사들은 그리즐리 킹과 호위전사들이 연막 안으로 들어오자 원형의 요새 안으로 끌어들여 포위공격을 시작했다.

스켈레톤 기병대는 반대로 원형의 요새를 나가 성벽 주변을 질주하며 그리즐리들을 참살했다.

수천 명이 방어전에 참여하고 있는 제3요새의 위기는 이렇게 백여 명에 불과한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의 활약으로 일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마틴, 오웬, 기회다. 다 쓸어버려!”

“네, 마스터.”

“예, 형님.”

“포리너스는 성벽 위에 올라온 그리즐리부터 처리해!”

“네, 마스터!”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의 움직임에 맞춰 소울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마틴과 오웬 그리고 포리너스를 동원해 성벽 중앙에 보이는 모든 그리즐리들을 처리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직접 성벽 위로 달려가 세로 성벽을 뛰어 넘었다.

그는 세로 성벽 중앙에 나 있는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양쪽 옆의 매끄러운 경사를 이용해 본처럼 미끄러져 내려갔다.

치이이이이익!

전투화의 밑창과 돌로 된 경사가 마찰하면서 뭔가를 태우는 소리를 냈다.

이 상태로 계속 내려가면 아마 발바닥에서 불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타앗!

휘이익! 착!

치이이이이익!

세로 성벽 중간에 떨어진 바닥은 허공으로 가볍게 점프를 하는 것으로 간단히 뛰어 넘었다.

그리고 소울의 모습은 곧 연막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뒤를 이어 마틴이 성벽을 뛰어 넘었다.

급한 대로 그리즐리 몇 놈을 처치하고 나자 오웬과 포리너스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판단되어 소울을 쫓아가기로 한 것이다.

마틴은 우아하게 세로 성벽의 바닥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 역시 연막 속으로 스며들었다.

쿠와아앙 쿠화아앙 쿠히이잉!

연막 속은 치열한 난전의 세계였다.

그리즐리 킹과 그의 호위전사들이 본과 그리즐리 언데드 병사와 숨바꼭질을 해대며 살벌하게 싸워대고 있었다.

기본적인 전투력과 숫자는 그리즐리 킹과 호위전사들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본이 친 하얀 연막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그들은 가지고 있는 100%의 전투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즐리 언데드 병사들은 빠르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퍼퍼퍽 퍽퍽퍽!

우두두둑 우두둑!

철썩 끼이이익!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연막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청각뿐이다.

하지만 그 청각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주지 못하고 대부분 본에 의해 왜곡되어 있었다.

무시무시한 소리가 연막 속에서 계속 들려왔다.

본이 본격적으로 나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즐리 킹과 그의 호위전사들은 갑작스런 기습으로 인해 큰 혼란 속에 빠졌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빠르게 원형의 방어진을 구축해 다가오는 모든 것을 무차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필연적으로 사고를 불러들였다.

호위전사들끼리 서로 공격을 해서 죽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본의 기습으로 인해 그리즐리 킹의 호위전사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갔다.

그리고 그들은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로 다시 부활해버렸다.

이렇게 되자 일방적이다 싶은 연막 속의 전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게 됐다.

그리고 연막 안으로 새로운 변수가 끼어들었다.

[왜 이렇게 많아?]

[그리즐리 킹의 호위전사가 백 마리나 됩니다.]

[우리 편 숫자가 너무 적은 것 같은데?]

[숫자도 문제지만 그리즐리 언데드 병사와 그리즐리 전사의 사이에 전투력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그럼 그리즐리 언데드 병사를 정리하고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로 갈아타야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작업입니다.]

[알겠다. 나도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마이로드.]

소울은 클레이모어를 뽑아들고 본의 옆에 나란히 섰다.

눈앞에 원형의 방어진을 만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그리즐리 전사들이 보였다.

본은 단단한 밧줄이 연결된 갈고리를 빙빙 돌리다가 살짝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그리즐리 전사 한 놈의 다리에 걸고는 냅다 잡아당겼다.

쿠히익!

놀란 그리즐리 전사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원형의 방어진을 그리고 있던 그리즐리 킹과 그리즐리 전사들이 일제히 자신의 앞의 허공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다.

소울은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즐리 킹과 그리즐리 전사들이 하는 짓이 마치 코미디를 보는 듯 했다.

쿠에에에에엑!

본에게 끌려간 그리즐리 전사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커다란 대검이 거침없이 복부를 파고들어 속을 뒤집어 놓고 나가자 뜨거운 불로 지지는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몰아닥쳤다.

하지만 그 고통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본의 대검이 곧바로 다시 쑤시고 들어와 심장을 반으로 쪼갰기 때문이다.

[주인님, 제가 왔습니다.]

[마틴, 잘 왔다.]

마틴이 어느새 내려와 소울의 옆에 섰다.

소울은 마틴을 보자 곧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본, 이런 식으로는 한도 끝도 없겠다. 셋이서 한쪽 고리를 끊어 버리자.]

[예스, 마이로드.]

본이 보라색 피가 뚝뚝 떨어지는 대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마틴도 두 손을 아래로 활쫙 펼치며 1m 가 넘는 클로를 뽑아냈다.

소울이 클레이모어를 어깨에 걸치자 그들 셋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파파팡!

순간, 소울과 본과 마틴이 동시에 그리즐리 전사 한명을 향해 폭사해 들어갔다.

마틴의 신형이 그리즐리 전사의 왼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서걱!

그리즐리 전사의 팔 하나가 마틴의 보라색으로 빛나는 클로에 잘려 허공을 날았다.

본이 반대편으로 스치고 지나가며 대검을 부드럽게 휘둘렀다.

촤악!

그리즐리 전사의 오른쪽 다리가 본의 대검에 반쯤 잘려나갔다.

동시에 소울이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그리즐리 전사의 옆구리에 클레이모어를 가로로 찰지게 긋고 지나갔다.

철썩!

꾸웨에에에엑!

그리즐리 전사의 입에서 참혹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양옆에 있던 그리즐리 전사 둘이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그리즐리 전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마틴과 본이 각각 한명씩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촤악!

마틴의 클로와 본의 대검이 거의 동시에 그리즐리 전사의 목을 쳐버렸다.

그리즐리 전사의 머리통 두 개의 차례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보라색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자 소울은 급히 몸을 피하고는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촤악!

철썩!

이번에도 그리즐리 전사의 머리통 두 개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머리통이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마틴과 소울은 다음 목표를 향해 몸을 날렸다.

본은 죽은 그리즐리 전사의 사체를 향해 두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불길한 먹물 같은 연기가 쏟아져 나가 그리즐리 전사의 시체들을 감쌌다.

우둑 우둑 까드득 까각 우두두둑!

머리통이 데굴데굴 굴러와 붙고 뼈가 부러졌다 맞춰지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곧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들이 하나씩 몸을 일으켰다.

본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기이한 소리로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들이 마틴과 소울의 뒤를 쫓아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들은 방금 전까지 같은 동족이자 전우였던 그리즐리 전사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퍽 퍼억!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들이 그리즐리 전사들의 가슴을 어깨로 들이 받자 그리즐리 전사들이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자빠진 그리즐리 전사의 옆으로 마틴과 소울이 스치고 지나갔다.

서걱! 철썩!

보라색 피가 터지면서 그리즐리 전사의 목이 잘리더니 머리통이 공처럼 옆으로 굴러갔다.

그 모습에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들은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 다시 그리즐리 전사들을 어깨로 차지 공격을 했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그리즐리 언데드 병사 스물은 곧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 스물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또한 원형의 작은 요새 안의 전력차이도 큰 폭으로 감소됐다.

소울과 마틴과 본은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 스물을 거느리고 이제 정면으로 그리즐리 킹과 호위전사들을 향해 맹공격을 퍼부었다.

여전히 하얀 연막으로 인해 시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대부분 청각과 땅의 진동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 반쪽짜리 그리즐리 전사들은 이런 정면공격에 전혀 조직적인 방어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즐리 킹은 정말 미칠 것 같았다.

하얀 연막 안으로 들어서자 시야와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바람에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능력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즐리 마법사나 힐러들이 있었다면 이 괴랄한 하얀 연막을 당장 걷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미 적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장님과 귀머거리로 전락한 그리즐리 킹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부글부글 속만 끓여야했다.

소울은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그리즐리 킹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그는 철저하게 그리즐리 킹의 호위전사들을 목표로 하나씩 다구리를 쳤다.

몇 발짝만 떨어져도 청각이 왜곡되는 본의 연막은 이미 그리즐리 킹의 호위전사들을 뿔뿔히 흩어놓았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이 처음과 같이 원형의 방어진을 형성하고 있는 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목표를 향해 휘두를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마수가 아니라 자신이 언제 죽는지도 모르는 초식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소울은 점점 공포의 눈빛을 띄어가는 그리즐리 전사들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크와아아아아앙!

그때, 그리즐리 킹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커다란 포효를 지르며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본, 저놈이 연막을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막아.]

[예스, 마이로드.]

그리즐리 전사를 아무리 많이 잡아 죽여도 그리즐리 킹이 빠져나간다면 이번 전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절대 그런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소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본은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들을 이용해 그리즐리 킹이 달려가고 있는 방향으로 그리즐리 전사들을 밀어버렸다.

쿵 쿠쿵!

퍽 퍼퍽!

쿠웨엑 케에엑!

그리즐리 킹은 자신의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그리즐리 전사들을 적으로 생각하고 마구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그리즐리 전사 둘이 순식간에 떡 실신을 하고는 뒤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그리즐리 킹의 주위로 그리즐리 언데드 전사들이 포위망을 구축했다.

그리즐리 킹은 다시 한쪽으로 방향을 정하고는 무작정 달렸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그리즐리 킹은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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