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69화 (469/492)
  • 00469  제 118 장 - 그리즐리 웨이브  =========================================================================

    “발리스타, 발사!”

    쌕쌕쌕 쐐액쐐액 쐐애액!

    미리 대기하고 있던 커다한 활모양의 발리스타가 일제히 발사됐다.

    투창만한 커다란 화살들이 빠른 속도로 공간을 좁히며 그리즐리들을 노리고 날아왔다.

    하지만 그리즐리들은 침착하게 날아드는 커다란 화살을 보며 이리저리 민첩하게 움직여서 피하거나 아예 날카로운 앞발톱으로 쳐내버렸다.

    캉 카카캉 캉캉캉!

    불행히도 발리스타의 1차 공격은 그리즐리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대신 화가 난 그리즐리의 빠른 공격을 불러들였다.

    그리즐리들은 성벽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더니 바로 앞에서 훌쩍 뛰어 올랐다.

    쿵 쿠쿠쿵 쿵쿵쿵!

    수십 마리의 그리즐리가 성벽에 달라붙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단번에 3m 이상을 뛰어 오른 그리즐리들은 놀랍게도 성벽에서 조금도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네 개의 발톱을 벽에 차례로 박아 넣으며 절벽을 등반하듯이 성벽 위를 향해 꾸역꾸역 기어 올라왔다.

    그 모습에 병사들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공격준비!”

    “공격준비!”

    하지만 성벽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제3요새의 장교들은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 그들은 그리즐리들이 성벽을 3분의 2 정도 올라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막 그리즐리들이 성벽의 3분의 2를 넘어오자 눈을 빛냈다.

    “공격!”

    “공격!”

    장교들의 공격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일제히 투창과 도끼를 들고 성벽 끝으로 올라가 아래쪽을 향해 마구 던지기 시작했다.

    휙 휘익 휙휙휙!

    빗나가기도 하고 명중은 했지만 큰 피해를 못주기도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투창을 비롯한 투척무기를 던지자 결국 그리즐리들은 하나둘씩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쿵 쿠쿵 쿵쿵쿵!

    쿠엑 쿠헤에엑 쿠휘익 쿠에에에엑!

    성벽에서 떨어진 그리즐리들은 목이 부러져 즉사하거나 최소한 사지(四肢) 중 하나는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전투불능이 됐다.

    “제2파(波)가 온다.”

    “일제공격!”

    와아아아아아!

    또다시 병사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리즐리들의 공격은 거칠고, 끈질기고, 날카로웠다.

    마치 파도가 치듯이 성벽을 향해 꾸준히 공격을 해왔던 것이다.

    수십 마리가 성벽을 오르다 떨어지고 다시 수십 마리가 성벽을 오르다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즐리 원군(援軍)이다.”

    “그리즐리 힐러들이다.”

    “제기랄!”

    정찰병들이 소리를 질러 새롭게 증원되어 나타난 그리즐리 수백 마리의 존재를 알려줬다.

    하지만 성벽위의 히어로와 병사들은 그리즐리의 원군보다는 가슴과 등에 하얀 털이 난 몇 마리의 그리즐리를 보고 경악했다.

    “세토라 사령관, 그리즐리에게도 힐러가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기 가슴과 등에 하얀 털이 난 놈들이 보이십니까?”

    “보입니다.”

    “저놈들이 그리즐리 힐러라고 불리는 변종 그리즐리들입니다.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벤자민과 세토라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리즐리 힐러들은 부상당한 그리즐리들의 몸에 앞발을 가져다 대더니 하나씩 치료하기 시작했다.

    검은 앞발에서 새하얀 광채가 나올 때 마다 전투불능에 빠진 그리즐리들이 속속 일어났다.

    그 놀라운 모습에 벤자민과 세토라는 물론이고 성벽 위의 모든 히어로와 병사들이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했다.

    “빌어먹을, 이건 반칙이야. 마수가 치유의 능력을 가지다니…….”

    “제기랄, 쉽게 전투가 끝나지는 않겠군.”

    다들 하늘을 쳐다보며 불공평하다고 투덜댔다.

    소울도 변종 그리즐리가 다친 동족에게 힐을 넣는 것을 보고는 비슷한 불평을 했다.

    ‘지랄도 가지가지구나. 마수가 힐을 하다니, 이게 온라인게임이었다면 밸런스 붕괴라고 난리가 났겠네. 그나저나 전투가 길어지겠네.’

    소울은 마틴과 오웬을 한번 쳐다보고는 생각에 잠겼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다.

    하지만 그도 뾰족한 수를 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뾰족한 수는 그리즐리들의 내고 있었다.

    “그리즐리들이 공성을 시작한다.”

    “화공을 준비해라. 끓는 기름을 준비해라.”

    “투석기를 발사하라.”

    갑자기 성벽 위가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즐리들이 거목을 잘라 만든 조잡한 공성무기를 들고 성벽을 향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그리즐리에게 공성무기는 별것 아니다.

    그저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성문을 쳐부수거나 성벽을 넘을 수 있게 도와준다면 그게 바로 좋은 공성무기였다.

    거목을 잘라 잔가지를 친 길고 커다란 통나무를 그리즐리 수십 마리가 협력해서 운반하자 당장 성벽 위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금 전 성벽을 타고 올랐던 것은 그저 살짝 간을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저놈들이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그리즐리들이 투창과 도끼를 가져간다.”

    놀랍게도 방금 전의 공격은 그저 간만 본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투척무기를 노리고 공격을 해온 것이다.

    이미 투창과 손도끼 등 각가지 투척무기만 수백 아니 수천 개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즐리들은 성벽을 공격할 것처럼 달려와 그 많은 투척무기를 깡그리 긁어갔다.

    [이놈들은 그저 그런 마수들이 아니구나.]

    [주인님, 아무래도 그리즐리 킹이나 그리즐리 마법사가 있는 듯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조직적인 공격은 하지 못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온 첫날 제3요새에 위기가 찾아왔구나.]

    [아닙니다. 주인님이 이곳에 오셨기 때문에 제3요새가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소울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마틴을 쳐다봤다.

    아부는 아부가 아닌 것처럼 해야 진정한 아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틴은 아부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아부를 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마틴의 말을 듣고 있는 소울의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포리너스를 성벽 위로 올려라!]

    [네, 주인님.]

    결국 소울은 결단을 내렸다.

    마틴이 뒤쪽으로 가서 손으로 신호를 하자 포리너스가 계단을 타고 빠르게 올라왔다.

    다이애나를 비롯한 십부장들이 제일 먼저 올라와 소울에게 다가와 군례를 올렸다.

    소울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그들을 잠시 그 자리에 있게 하고는 벤자민 왕세자에게 다가갔다.

    “왕세자 전하, 나와 나의 부대들이 참전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 마스터, 고맙습니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오오, 히어로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다니 참 고마운 일이군요.”

    벤자민과 세토라는 소울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히어로께서는 보유하신 부대와 같이 전투에 참여하실 생각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기왕이면 세로 성벽 쪽을 맡고 싶네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벤자민 왕세자 전하께서 처음 참전하시는 전투이니 당연히 제가 전투의 중심에 서야지요.”

    기왕 전투에 참여하게 된 것, 가급적이면 나중에 단단히 생색을 낼만 한곳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울의 말에 벤자민과 세토라는 크게 감동한 듯 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마스터!”

    “정말 감탄이 나오게 만드는 히어로군요.”

    소울은 그렇게 북부 성벽의 중앙에 있는 세로 성벽을 전담하기로 하고 포리너스 부대원들을 성벽 곳곳에 배치했다.

    그의 이런 행동에 히어로들과 병사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아무래도 성문과 가깝게 있는 세로 성벽이 다른 곳에 비해 더 강한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울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멍청해서 세로 성벽을 맡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부로 세로 성벽을 전담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즐리 웨이브를 통해 가장 큰 전과를 올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세로 성벽과 세로 성벽 끝에 있는 원형의 작은 요새였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아!

    그리즐리의 공성이 시작되자 성벽 위의 병사들이 기세를 올리기 위해 크게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그리즐리들은 아무런 포효 없이 부지런히 성벽을 향해 달려왔다.

    거대한 통나무가 수십 마리의 그리즐리에 쌓여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통나무 수십 개가 성벽에 거치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성벽 안쪽에서 수십 개의 투석기가 일제히 발사됐다.

    커다란 암석이 하늘 높이 날아 성벽을 넘어갔다.

    뜨겁게 달군 기름 항아리가 떨어지고 불화살이 쏟아져 내렸다.

    쿠헤에엑 쿠히이익 쿠화아아악!

    뜨거운 기름을 정통으로 뒤집어 쓴 그리즐리 몇 마리가 놀라서 이리저리 발광을 해댔다. 그 위에 쏟아진 불화살로 불이 붙자 성문을 박살내기 위해 달려온 그리즐리들은 온몸이 화염이 뒤덮여 사방으로 뛰어 다녔다.

    하지만 그것은 성문을 향해 달려든 그리즐리들의 경우일 뿐이었다.

    휙 휘익 휘이익 휙휙휙!

    성벽에 가까이 접근한 그리즐리들은 일제히 투창과 도끼를 던졌다.

    수백 개의 투척무기가 일제히 성벽 위를 향해 쏟아져오자 히어로들과 병사들은 급히 성벽에 바짝 붙어 몸을 숨겼다.

    으악 아악 크악 커억.....

    하지만 동작이 굼뜬 병사 몇 명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단박에 고슴도치처럼 투창과 도끼에 골고루 찍혀 뒤로 넘어갔다.

    그 소름끼치는 모습에 병사들은 더욱 몸을 움추렸다.

    소울과 마틴, 오웬과 포리너스 부대원들도 성벽에 몸을 숨기고 납작 엎드렸다.

    제아무리 강한 히어로라고 해도 저렇게 무식하게 쏘아대는 투척무기의 비 앞에는 피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쿵 쿠쿠쿵 쿵쿵쿵!

    그 사이 그리즐리들은 커다란 통나무들을 성벽에 거치하고는 미친 듯이 달렸다.

    히어로들과 병사들은 성벽을 울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리즐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깨닫고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성벽 아래에 있는 그리즐리들의 투창과 투척무기의 공격이 뜸해지자 히어로들과 병사들은 너무 늦지 않게 그리즐리들의 돌진을 향해 공격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

    “이야앗!”

    “가랏!”

    성벽 위에 골고루 분포한 히어로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통나무 위를 달려서 올라오는 그리즐리들을 하나씩 공격했다.

    커다란 불의 공이 통나무 위를 달려오는 그리즐리의 몸통을 정면으로 가격해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온몸이 불덩이로 변한 그리즐리가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성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머리부터 떨어진 그리즐리는 그대로 목이 부러져 즉사해 불에 타는 고통을 면했다.

    날카로운 창에서 붉은 광채가 쏟아져나갔다.

    통나무 위를 달려오던 그리즐리 한 놈의 머리통이 허무하게 박살나며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새파란 검신에서 푸른 반달 모양의 강기가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통나무 위에서 뛰어올라 성벽 위로 올라오던 그리즐리의 목이 그대로 잘리며 보라색 피를 사방에 뿜어냈다.

    이렇게 히어로들이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해 그리즐리들을 상대하자 당장이라도 성벽 위로 몰려와 점령을 할 것 같던 그리즐리들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히어로들이 포진한 곳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히어로들이 없는 곳은 수십 명의 병사들이 긴 창으로 성벽 위를 올라오려는 그리즐리들을 포위한 채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병사들이 막고 있던 두 곳에서 두 마리의 그리즐리가 동시에 성벽 위로 올라왔다. 순간적으로 방어선이 뚫리자 그리즐리 두 마리가 성벽 위를 달리며 마구 난동을 부렸다.

    크와아왕 크와아아앙!

    “마틴, 오웬, 한 놈씩 맡아.”

    “네, 마스터.”

    “네, 형님.”

    성벽 중앙과 가로 성벽이 만나는 곳에 서 있던 소울은 성벽 위를 올라온 두 마리의 그리즐리를 보자 마틴과 오웬을 보냈다.

    파앙!

    화르르르륵!

    마틴이 파공성을 내며 그리즐리 한 놈을 향해 날아가자 오웬의 두 손에서 오렌지 색깔의 화염이 솟구치더니 앞으로 날아갔다.

    켕!

    쿠웨에에에에엑!

    그리즐리 한 마리의 가슴이 반으로 쪼개지며 보라색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는 그리즐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무너져 내렸다.

    또 다른 한 마리는 오웬의 화염공격에 맞아 온몸이 불에 타는 고통을 겪으며 날뛰다가 결국 성벽 아래로 자진해서 뛰어내렸다.

    불에 타는 고통을 겪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즐리 두 마리의 난입이 마틴과 오웬에 의해 저지되자 소울이 전담한 지역은 다시 안정적으로 방어에 전념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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